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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등에서 내릴 때가 되었다
호랑이 등에서 내릴 때가 되었다
  • 홍기빈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 소장
  • 승인 2014.02.06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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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체의 행복과 강화를 관점으로 보는 사회민주주의 정치경제학…기존 한국자본주의 모델을 반성하고 대체하는 데에서 중요한 위치

한국자본주의는 1960년대 이래 반세기 동안 놀라운 속도로 경제 성장을 거듭하였다. 그 속도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매사에는끝이 있는 법이다.

한국 경제는 2000년대 들어와서 OECD 국가들의 평균 경제 성장률 수준으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성장률 뿐만 아니라 중산층 이상 한국인들에게 가장 보편적인 자산이라고 할 부동산 또한 명백하게 침체기로 들어섰다. 호랑이 등에서 내릴 때가 된 것이다. 그러자 그동안 “경제 성장 우선”이라는 명분으로 파묻어 두고 뒤로 미루어 두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심각한 사회 불평등, 경쟁 일변도로 짜여져 정신적 물질적으로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 교육제도, 지극히 미비한 사회 보장 제도, 지독한 지역 불균형, 재벌과 수출 위주의 경제 구조로 인한 불균형과 경제적 부정의 등. 이제 호랑이 등에서 내려 호랑이와 맞상대를 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고도성장 신화의 종말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한국경제를 반성할 때에는 세계적으로 진행된 “신자유주의”라는 보편성만이 아니라 이미 그 이전 박정희 시대부터 한국 경제를 형성해 온 독특한 한국 자본주의의 방식 자체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질문을 던져야 할 때이다.

즉, 우리가 시장 근본주의라는 지난 30년간 전 세계를 지배해 온 보편적 일반적 교조만이 아니라 그것이 한국 자본주의의 독특한 역사적 맥락에서 어떻게 결합되어 나타났는가를 보다 장기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이는 지난 50년간 되풀이하여 사람들에게 설교되어진 “고도성장의 신화”로 나타나고 있다. 이 고도 성장의 신화에 도전하고 근본적으로 다른 경제 성장의 모델을 제시하는 데에 한국에서의 사회민주주의 운동의 성패가 달려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헤닝 마이어 박사가 말한 “가치로서의 진보 정치”라는 논점과 켈러만이 이야기하는 대안적 모델의 문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한국적 맥락에 대한 함의를 가진다고 보인다. 첫째, 마이어 박사가 말하는 대로, 대안적 자본주의의 모델을 제시하는 논리는 대한민국이라는 정치 사회 공동체가 어떤 가치를 공유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 기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한국 사회에서 고도성장이라는 것이 도구적 가치를 넘어서서 이미 하나의 유사 가치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 복지국가 만들기 정책 토크쇼가 열린 7월 12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장화식(왼쪽부터)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 이종태 시사IN 기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토론을 펼치고 있다. 제공=뉴시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성립되는 근거 자체가 고도성장과 이를 통한 개개인의 물적인 부의 증대라는 지독한 경제 유일 사상이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을 지배해 왔으며, 이것이 기존의 한국 자본주의 모델이 작동하는 가장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마이어 박사가 지적한대로, 서구에서도 90년대 이래 “효율성”이라는 관점이 공적 담론과 정치적 논의를 지배하게 되었고 그 결과 그러한 기술 관료적 논리로 해결될 수 없는 여러 윤리적 문제와 가치의 문제는 배제되었다. 한국에서는 이것이 특히 2000년대 들어와 더욱 심하게 횡행하였다. 집권 여당이나 이에 도전하는 야당이나 더 많은 ‘경제 성장’과 더 많은 ‘번영’을 들고 나와 이것으로 자기들을 지지해야 하는 근거로 삼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이는 진보 세력에게 있어서는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도이다. 진보세력을 지지할 잠재적인 세력들은 경제 성장 이외에도 다양한 여러 공적 도덕적 쟁점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개인들이거니와, 이들은 이러한 종류의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숨어버리게 되어 있다.

한국에서 대안적 정치경제 모델의 방향

따라서 한국에서 대안적 정치경제 모델을 만들려는 운동은 그러한 대안적 모델이 무조건적인 고도성장이 아닌 다른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내세워야 한다. 이를테면 “인간의 전면적 발전으로서의 번영”과 같은 것이 예가 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에 기초하여 여러 대안적 정책과 제안과 제도들을 재검토하고 일관되게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이 면에서 볼 때, 에버트 재단의 “내일의 경제” 포럼에서 내걸고 있는 “모든 이들의 잠재적 능력이 발현될 수 있는 지속가능하고 역동적인 경제”와 같은 것은 적극적인 가치로 전환되어야 한다.

둘째, 켈러만은 사회민주주의 운동이 시장 근본주의적 경제학 및 이에 근거한 정통적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점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사회민주주의적 정치경제학은 1950년대 케인즈주의의 무비판적인 수용 그리고 1990년대의 시장주의 경제학의 무비판적인 수용이라는 두개의 단계를 거쳐서 오늘날 사실상 소멸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사회민주주의의 독자적인 정치경제학이 없다면, 현존하는 금융 자본주의의 작동을 분석하고 그것이 어떻게 해서 현실의 여러 가지 폐해와 고통을 낳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찾아낼 수도 없을 것이며, 이에 대해 효과적인 사회민주주의적 관점에서의 대안적 정책과 제도를 발전시킬 수도 없게 될 것이다.

마이어의 글에도 나오지만, 2008년 위기 이후 사회민주당들이 보여주고 있는 내용적 무능력은 바로 이러한 독자적인 사회민주주의 정치경제학의 발전과 수립을 오랫동안 방기한 결과인 것이다.

대안적인 사회민주주의 정치경제학은 사회의 생산과 소비를 조직함에 있어서 시장이란 여러 방법 중의 하나에 불과하며, 여러 장점이 있는 만큼 여러 단점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 기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단점이 불거지는 대목에서는 국가를 비롯한 여러 다른 경제 활동의 조직 방식들이 시장과 동등한 위치에서 동원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경제 활동을 평가하는 기준은 물적인 부의 성장이 아니라 공동체 성원 전체가 인간으로서의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는가라는 즉 사회가 어느 만큼이나 강화되었느냐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1940년대 스웨덴의 비그포르스와 뮈르달 등의 사회민주주의자들이 명시적으로 제시했던 “나라 살림의 계획 (planhushalning)”의 원칙이기도 하다.

사회민주주의 정치경제학의 관점 필요

이렇게 시장에서 화폐가치로 계산되는 부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행복과 강화를 관점으로 보는 사회민주주의 정치경제학은 특히 기존의 한국 자본주의 모델을 반성하고 대체하는 데에서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 기존의 한국 자본주의는 재벌 등 강자들에게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자원의 사용권을 특권적으로 몰아주고 이들이 수출 등의 방법으로 큰 수익을 내는 것을 고도성장의 방법으로 삼는다. 즉 허쉬만 (Albert O. Hirschman)이 말한 바 있는 “불균형 성장”의 극단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강자 위주의 시장적 방법에 대한 무한한 숭배와 이를 위해서 끊임없이 사회 전체를 희생하여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경제 살리기라고 하는 생각이 깔려 있다.

지금 한국은 이에 대해서 복지 지출과 사회적 투자 그리고 공공 부문의 강화를 통한 사회의 복원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단계로 와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여전히 옛날 모델의 숭배자들은 “복지는 시기 상조”라든가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는 감세 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해묵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에 강력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사회적 정의와 평등 등과 같은 도덕적 윤리적 감성에 호소하는 레토릭 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를 파괴하는 경제 성장이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며 공공 부문과 여타 비시장적 경제 형태들이 사회를 강화하고 개개의 사회 성원들의 삶의 풍요와 인간 발전의 관점에서 볼 때 시장보다 훨씬 우월할 때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대안적인 사회민주주의 정치경제학의 관점을 정립해야 할 때이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Good Society와 좋은 자본주의를 위한 대한민국 내일의 경제> 세미나 발제문-한국 자본주의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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