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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크레딧부터 사회성과연계채권까지
마이크로크레딧부터 사회성과연계채권까지
  • 이성수 신나는조합 상임이사
  • 승인 2014.02.17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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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특집7> 사회적금융 전문기관 등장해야 사회적 경제의 지속 성장 가능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무슨 돈으로 사업을 시작할까?

이 질문은 사회적기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이내 궁금해 하는 것들 중의 하나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크게는 두 가지로 짐작해 볼 수 있는데, 사회적기업가가 직접 조달을 하거나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경우일 것이다. 두 가지 중에서도 더 일반적인 것은 사회적기업가가 직접 조달하는 방식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사재를 투입하거나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 창업자금을 조달하며 어떤 경우는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지인이 직접 투자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창업자금의 대부분을 공적자금으로 조달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도 있다. 우리나라 공공부조 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참여하여 설립하는 자활기업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은 정부의 보조금과 지역자활센터 직원들의 지원을 받아 창업을 하게 되는데 이때 준비기간 동안 쌓인 적립금의 일부 또는 대부분을 창업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 금액의 크기는 보통은 수천만원 수준이며 1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이 적립금은 이들의 근로활동으로 번 돈이기는 하나 공적자금으로 간주되고 관리된다. 그 이유는 이 사업을 시행하는 주체가 정부이고 따라서 이 기간 동안 기본적인 인건비와 사업비를 정부가 제공하기 때문에 이때 발생한 수입은 국가로 귀속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자활기업들 상당수가 사회적기업으로 진입하였다.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마을기업도 정부의 보조금이 창업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 첫해에는 최대 5천만원, 다음 해에는 3천만원까지 운영비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자부담 조건이 있는데 그 금액은 전체 운영비의 10%이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운영비 지원과는 별도로 최대 1억원까지 전세보증금을 대여해준다.

일반기업이 출자를 하여 설립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도 있다. 예를 들어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이 그러하다.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일반적인 장애인표준사업장과는 달리 기업이 50% 이상을 출자하여 전체 고용의 3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면 그 모기업이 장애인의무고용을 한 것으로 간주하며 이와 함께 시설비와 인건비 또한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최근 들어 장애인표준사업장뿐만 아니라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들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진입하는 경우들이 생겨나고 있다.

▲ 2007년 9월 11일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마이크로크레딧 인프라 구축 캠페인 선포식에 참석한 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제공=뉴시스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에 따라 새로 생겨난 협동조합에 대한 자금지원제도도 있다. 먼저 중소기업청이 소상공인진흥원을 통해 지원하는 '소상공인협업화사업'이 있다. 5명 이상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공동브랜드 개발과 같은 사업을 할 경우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한다. 올해는 500개의 '협업화 사업체'를 발굴,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중소기업청이 지역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시행하는 '협동조합 특례보증' 제도가 있다. 특례보증을 하면 그만큼 은행에서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해 출자금의 1/2범위에서 최대 3천만원까지 보증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신용보증기금도 사업자협동조합에 대해 최대 1억원까지 보증을 지원하는 '협동조합 희망보증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2천 6백여 개에 이르는 신설 협동조합들이 얼마나 이와 같은 특례보증 제도를 통해 대출을 받았는지는 아직 파악되고 있지 않다.

한편 사회적기업은 창업단계에서 자금을 지원해주는 창업자금 지원제도가 없다. 창업 이후 사회적기업 인증 또는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받은 이후에서야 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그래서 자활기업과 같이 별도의 지원제도를 거쳐 진입한 기업들이 아닌 경우에는 창업자금은 기업의 주체들이 직접 마련하여야 한다.

하지만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거나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후에는 인건비와 사업개발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 모든 사회적기업들이 지원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회적기업들은 예비사회적기업 기간을 포함, 사회적기업 인증 또는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이후 채용 인력에 한해 최대 5년 간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이 되면 사회보험료를 부분적으로 감면받고 한시적으로 세금도 감면받는다.

예비사회적기업이나 사회적기업이 되고 나면 이용할 수 있는 대출프로그램도 있다. 휴면예금과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미소금융은 사회적기업과 예비사회적기업에 최대 1억원까지 대출을 한다.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는 최대 4억원까지 보증을 지원하며 신용보증기금은 1억원 이내에서 사회적기업 및 예비사회적기업에 대해 보증을 제공한다.

사회적경제를 위한 금융기관 역할을 하고 있는 민간조직들

정부와 금융기관 외에도 사회적경제 조직에 자금을 공급하는 조직이 있다. 우선 신나는조합과 사회연대은행처럼 저소득 및 취약계층의 창업을 돕는 대출프로그램인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무담보소액대출)을 운영하는 곳들이 있다.

이 단체들은 10년 이상 마이크로크레딧 창업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현재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대출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으며, 대출자금은 주로 대기업의 사회공헌기금, 정부 및 지자체 예산, 자체 자금 등을 활용해서 운용 중이다.

그리고, 사회적경제에 대한 민간 투자와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단체 '(재)한국사회투자'도 올해 설립되었다. 이 단체는 서울시와 함께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은 서울시에 있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들에 대한 대출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에 60억원 규모로 첫 번째 사업을 시작하였다.

최근 신나는조합 역시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사업의 중간지원기관으로 참여하여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 7곳을 선정하여 3천만원에서 1억원까지를 대출하였다.

대출이 아닌 투자 방식의 지원사업도 있다. 노동부와 민간기업이 매칭으로 조성한 사회적기업투자펀드는 2011년 42억원, 2012년 40억원을 조성하여 4개 사회적기업에 12억원을 투자하였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ding)은 다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을 뜻한다. 특정한 자금지원 프로젝트를 제시하면 여기에 동의하는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자금의 조성에 참여한다.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은 기부가 될 수도 있고 대출이 될 수도 있고 투자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사회적경제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기업들이 여러 군데 생겨나고 있다.

민간이 주도하는 사회적금융은 가능할까?

사회적경제는 풀뿌리경제이다. 사회적경제는 풀뿌리조직들에 의해 주도되거나 개인이 선도해서 시작하더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일정한 커뮤니티(Community)의 성격을 갖게 된다. 협동조합은 19세기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노동자와 소생산자들이 주도한 경제활동이었다. 사회적기업은 1980년대 시민사회조직들의 활동에서 비롯되었다.

국가 역시 사회적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회적경제가 사회적 문제 해결과 직접 관련된 분야에서 활동을 하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적경제는 만나지 않을 수 없다. 이 분야에서 국가와 민간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는 늘 논쟁거리이다.

어떤 이들은 국가의 역할이 적을수록 좋다거나 민간에게 맡기고 국가는 그저 지원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결과적으로는 사회적경제에 독이 된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또 어떤 사람들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더 많은 지원을 해주기를 바란다. 현장을 돌아보면 많은 사회적기업가들이 이러한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적경제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하는 역할은 매우 큰 파급력을 갖고 있으며 영향력이 크다. 국제적으로도 낮지 않은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국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큰 것은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자생력이 전반적으로 낮고 시민사회와 사회적경제의 역사와 경험이 짧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의 역학관계에 있어서 사회적금융은 사회적경제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있다. 그럼 사회적금융에서 민간이 주도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푼돈의 협동'이다. 예를 들어 1천여 개의 사회적기업이 십만원씩 내서 모아보자. 그 결과로는 1억원이라는 돈이 만들어진다. 이 1억원을 종잣돈으로 해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대기업이나 금융기관과 협약을 맺어 매칭펀드를 조성할 수도 있다.

1억원이라는 돈의 크기는 사실상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회적기업이 이 사업에 참여했다라고 하는 상징성이다. 이 가치가 1억원의 열배 아니 백배도 능가할 것이다.

이탈리아의 협동조합은 매년 잉여금의 3%를 협동조합연대기금에 출연해서 협동조합의 확산과 발전에 사용한다. 이탈리아의 협동조합 운동이 강력한 데에는 바로 이러한 집단적 자구 노력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출이 아닌 투자는 왜 어렵나?

신나는조합은 2007년 한 사회적기업이 창업할 때 직접투자를 했다. 이후 회수를 하려고 했으나 결국 실패했는데, 이는 지분을 매입하기로 한 측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까닭은 사회적기업들의 기업가치가 낮아 기업공개가 이루어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매각해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실제 사회적기업에 투자를 하려고 해도 투자할 만한 기업이 없다고들 한다. 노동부와 민간기업이 매칭으로 조성한 사회적기업투자펀드가 투자한 사회적기업이 고작 4개에 그쳤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경제를 생각하는 천사투자자가 아닌 이상 실질적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직접투자가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등에서 실험 중인 사회적 증권거래소(Social Stock Exchang) 역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역시 직접투자 활성화가 전제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협동조합의 경우에는 다른 접근이 가능하다. 일단 조합원이 되어 출자를 하면 최대 30% 이내에서 지분을 가질 수 있다. 또 주식회사와 달리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도 회수가 가능하다. 조합원 탈퇴를 하면 출자금의 가치를 평가받고 그 평가금액 만큼을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가치가 떨어져 출자금에 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으나 이러한 위험은 대출에서도 존재한다.

하지만 순수하게 투자만을 목적으로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일차적으로 협동조합의 사업을 이용하는 사람이지 투자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투자를 하더라도 실질적인 사업 참여를 전제로 해야 한다. 만약 신나는조합이 지원하고자 하는 협동조합이 있다면 출자 참여를 하고 경영에 참여하거나 자문활동을 함으로써 자원봉사자조합원이나 후원자조합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실험되고 있는 사회성과연계채권(SIB, Social Impact Bond)도 정책전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채권 투자자는 정부가 제안한 공익적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만약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면 정부가 성과급과 원금을 투자자에게 지불한다. 하지만 성과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에는 투자자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지금까지 사회성과연계채권에 투자한 이들은 금융시장에서 말하는 '진짜' 투자자가 아니라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참여한 대기업과 공익재단이었다. 공익활동을 돕고자 하는 기업들은 좋아할 만한 방식이다. 성과목표가 분명하다는 점이 이들에게는 큰 매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관(주로 비영리민간단체)도 보다 책임감과 목표의식을 가지고 사업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사회공헌사업, 그 중에서도 성과목표가 수치로 표현될 수 있고 정부 정책과 연계된 프로젝트라면 이러한 새로운 금융방식이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조직과 함께 성장하는 사회적금융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사회적금융 형태들이 시도되고 있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이 분야의 전문기관이 아직 없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새로운 사회적금융 방식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이들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기관이 있다면 투자자들은 나타날 것이다.

사회적금융 전문기관은 사회적경제와 금융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새로운 전문기관을 설립하거나, 사회적금융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던 단체들이 인적 보강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여 역할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설립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사회적금융 전문기관인 빅소사이어티캐피털(Big-Society Capital)을 벤치마킹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사회적금융 전문기관은 사회적경제 조직의 기업활동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근거로 자금의 지원여부 및 규모, 지원형태를 결정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경제 조직이 시장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컨설팅을 하는 등의 지원체계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한국 사회는 사회적경제 흐름에 있어 큰 변화의 시점에 서있다. 따라서 필자는 지금의 변화를 발전적으로 이어가려면 단기적인 양적성장의 성과를 경계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회적금융의 조성 등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를 위한 생태계 구축에 더 많은 힘을 쏟을 것을 제안한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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