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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하산 성공여부, 남북러 인프라사업확대 시험대 역할
나진-하산 성공여부, 남북러 인프라사업확대 시험대 역할
  •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북한동북아연구실장
  • 승인 2014.02.27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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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첫 단추, 남북러 3국간 신뢰구축이 관건…부산~모스크바간 TSR 철도운송이 해상보다 20여일 단축, 경쟁력 우월

실크로드라는 말은 19세기 독일 지리학자 리히트 호펜(F.F. Righthofen)이 자신의 저서 『China』라는 책에서 Seifenstrassen(비단길)을 처음 사용하였는데, 이것을 계기로 비단길(실크로드)는 학문적 용어로서의 생명력을 얻게 되었다. 초기에는 현재의 중국 신강 위구르자치구에 해당하는 東투르키스탄을 동서로 횡단하는 교통로를 의미하였으나, 이후에는 중국을 기종점으로 하는 중앙아시아 통과 국제 교역로로서 폭넓게 사용되어 왔다.

실크로드 개념의 재부상, SRX(Silkroad Express) 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에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한이 경의선 복원을 합의한 이후, 중국과 러시아를 경유한 유럽까지의 철도망 구축 구상을 ‘철의 실크로드’라고 명명한 이래, 주로 대륙연결철도를 일컫는 용어로 인식되어졌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새로운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축’이라는 비전을 제시하였는데, 이 구상은 철도운송이라는 단일 운송수단 중심의 철의 실크로드 개념에서 서로 다른 운송수단이 결합한 국제복합운송으로의 발전을 의미한다.

즉, 한반도종단철도와 대륙횡단철도를 기본 축으로 하여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싸고 안전하며 빠른 해상, 도로, 항공이 결합된 다양한 국제수송회랑 구축 전략이며, 공간적 범위도 기존의 중앙아시아가 포함된 유라시아지역은 물론, 중동, 코카서스, 발칸반도, 동유럽지역까지 포함된 초광역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러한 SRX 구상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로 발전되었다. 박근혜대통령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3대축으로, 하나의 대륙(물류, 교통, 에너지 인프라 구축, 거대한 단일시장 형성), 창조의 대륙( 창조경제 추진으로 유라시아를 세계 성장엔진화), 평화의 대륙(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개념을 제시하였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한·러정상회담과 한·중앙아국가와의 정상회담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그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국기업의 나진-하산간 철도·물류사업 진출 합의도 이루어졌다. 이것은 북한과 러시아가 공동사업으로 구축한 나진항을 기종점으로 하는 새로운 물류수송회랑에 한국기업이 다자간 국제복합운송사업의 형태로 참여하는 최초의 사업이다.

러시아의 유라시아 대륙연계 전략과 나진-하산 수송회랑

러시아의 유라시아 국제수송회랑으로는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동-서 국제수송회랑이 있다. 일반적으로 시베리아횡단철도(TSR-그림1 참조)를 축으로 하는 노선으로 유럽의 베를린(독일) - 바르샤바(폴란드) - 민스크(벨로루시) - 모스크바 - 예카테린부르크 –울란우데- 블라디보스톡/나홋카로 연결되는 노선이다. 이 노선은 중앙아시아, 중국, 몽골과의 국제수송로와 연결되어 있으며, 극동 항만에서 컨테이너화물과 일반화물(지하자원, 목재)등을 반출입하고 있다.

향후 한반도종단철도(TKR)과 연계될 경우, 동서국제수송회랑은 총연장이 13,000㎞이상 되는 최장의 유라시아 운송로 구축이 가능하다. 또한 화물수송축으로서는 이루크츠크 인근 타이세트에서 분기하여 극동 바니노항까지 연결되는 바이칼-아무르철도(BAM)가 있다. BAM철도 주변에는 대규모 석탄생산지역이 위치하고 있다.

또 하나의 수송회랑은 핀란드와 북부 러시아지역에서 카스피해지역을 거쳐 페르시아만과 인도지역으로 연결되는 남-북 국제수송회랑이다. 이 수송회랑의 주요노선은 핀란드(코트카,하미나)-상트페테르부르크-모스크바-아스트라한-카스피해-이란-페르시아만/인도로 연결되는 노선이다.

그리고 최근 주목을 받기 시작한 북극해 항로가 있다. 북극해 북동항로는 베링해와 무르만스크를 연계하여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노선이다. 북극해항로를 이용하여 부산항에서 로테르담항까지 운항할 경우, 기존 수에즈운하 통과 12월 2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나진·하산 교통물류 포럼 장면 항로(21,000km)에 비해 거리는 8300km, 수송일수는 10일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교통부의 2020년까지 철도투자계획에 따르면, 가장 많은 재원이 투자되는 사업은 BAM 철도 복선화사업이며, 시베리아횡단철도 투자액은 모스크바 주변지역 철도, 북서부 항만연결철도에 이은 4번째 규모이다. 이처럼 BAM 철도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계획으로부터 2가지 유추가 가능하다. 하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용량에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것, 또 하나는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석탄이나 지하자원 개발을 위한 철도 용량 증대에 나섰다는 실이다.

2010-2020년 러시아 주요 철도투자사업 (자료: 러시아교통부)

철도 정비사업명

투자액(10억 루블)

북서부 항만 연결 철도

남부항만 연결 철도

서시베리아지역 철도

시베리아철도(TSR)

바이칼 아무르(BAM) 철도

메쥐도레쳄스크-아바간-타이세트 구간 철도

모스크바 주변지역 철도

합계

350.0

160.0

171.2

193.0

870.0

72.0

423.0

2,239.2

러시아의 중장기 교통전략인 「교통전략 2030」에 의하면, 러시아는 2010-2030년 동기간중에 최대 106조 루블 내지 최소 70조 루블을 투자할 계획이다. 실행 목표로 설정한 것은 단일 운송권역 구축과 세계 운송망 편입 및 통과수송 잠재력 실현이라는 그랜드 디자인 하에서, 화물 수송 접근성 및 물류서비스 보장, 여객 수송 접근성 및 운송서비스 보장, 교통안전 향상, 녹색교통 실현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는 단일 운송권역 구축과 세계 운송망 편입이라는 큰 그림 아래에서 한반도를 경유하는 대륙운송회랑(corridor)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과 해상운송과의 경쟁력

시베리아횡단철도(TSR)는 블라디보스톡~모스크바간 9,297km의 철도노선을 말하며, 1891년에 착공하여 1916년에 전구간 개통된 간선철도망이다.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수송능력은 연간 1억8000만톤이며, 극동의 항만인 블라디보스톡, 나홋카, 모스토치니를 중심으로 컨테이너 수송이 이루어지고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는 1966년부터 일본이 국제운송로로서 활용하기 시작하였으며, 1983년에는 연간 11만TEU 수준의 컨테이너화물이 이동하는 국제 간선수송로로서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현재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주로 이용하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다. 2012년도의 국가별 컨테이너 물동량을 살펴보면, 중국이 전체 물동량의 70% 수준인 34만TEU, 한국이 21%인 10만 TEU를 수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중국내의 중국횡단철도(TCR), 만주횡단철도(TMR), 몽골횡단철도(TMGR)와 연계시킨 다양한 전용 블록트레인(Block Train)을 운용하고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해상운송의 경쟁력 비교는 정확한 비교가 이루어질 수 없다. 화물의 출발지와 도착지가 어디인지, 대량운송의 경우에 이루어지는 요금 할인정책의 유무, 세계해운시장 변동에 따른 해상운임의 가변성 등에 따라 수많은 변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2013년 전반기를 기준으로 할 경우, 부산-모스크바간 운송시의 20ft 컨테이너 1개의 운임은 TSR이 3,700-4,300달러, 해상운송이 3,300-4,000달러 수준으로 오히려 해상운송이 저렴한 실정이다. 그러나 운송시간은 철도운송이 22-27일, 해상운송이 45일-50일 정도로 큰 차이가 있다.

나진-하산 수송로를 통한 석탄 수송

러시아 극동지역 철도화물수송에서 석탄은 가장 중요한 화물이다. 2000년〜010년간 극동지역으로 수송된 철도화물 중 석탄은 전체화물의 32〜2%를 차지하였다. 석탄수송이 정점이었던 2007년의 석탄수송실적은 약 1,780만톤 수준이었다. 현재 러시아 석탄 수출은 90%가 철도로 항만까지 수송된 후 해상운송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극동 러시아지역에서의 철도를 통한 석탄수송의 문제점으로는 장거리 수송으로 인한 고비용 체계, 화차 부족, 일부 구간에서의 수송능력 부족, 저속 운행, 동결석탄 상하차로 인한 화차 손실 등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에서 석탄의 평균 수송거리는 약 2,130km로서 철도수송품목 중 코크스 다음으로 수송거리가 길다. 원유, 석유 제품은 대부분 파이프라인으로 수송되며 철도로 수송되는 평균거리는 1,520km이다.

석탄은 러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동력원중 하나이기 때문에 정부는 저운임 정책을 유지해 왔다. 따라서 석탄의 운임은 철강의 1/2, 석유화학제품의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수출용 석탄의 운임은 국내수송 운임보다 비싼 고운임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석탄 수출가격중 운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30-35%에 달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 석탄의 주요 생산지는 러시아 중앙부인 시베리아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석탄 수출시의 평균 수송거리는 2,000km-6,000km에 달한다. 보스토치니항에서 쿠즈바스 광산까지의 거리는 약 6000km, 엘가광산은 약 2,500km 이다 .

이번에 한·러간 합의된 나진-하산 수송로를 통한 석탄 수송사업은 러시아 시베리아지역 석탄광산에서 생산된 석탄을 북한 나진항을 경유하여 반출한다는 것이다. 참여 기업들은 동 러시아지역 항만보다 나진항을 이용하는 것이 운송비용이나 시간측면에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선행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진–하산 교통 물류사업 진행과정

나진-하산 교통물류사업은 2006년에 러시아철도공사의 제안으로 남·북·러 3각협력사업으로 검토되기 시작하였다. 2007년에는 한·러간 물류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한국측 컨소시엄이 구성되었으며, 다음 단계로 한·러간에 설립된 물류합작회사가 북한과 합영회사를 설립한다는 커다란 그림 하에서 협의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대북 투자회사의 철도 및 항만 운영권 문제, 한국 화물에 대한 할인 Tariff 적용 문제, 나진항 통관 절차, 투자비 산정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한·러간 물류합작회사 설립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후, 중국 정부가 창지투개발계획을 발표하여 출해통로 확보를 위한 나진항 개발 전략 등 대형 투자사업이 추진하게 됨에 따라, 러시아는 북한과 양자간 사업으로 나진-하산 교통, 물류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나진-하산 철도 개보수사업은 2008년 10월에 착공되어, 2013년 9월에 전구간이 개통되었다. 약 55억 루블(약 1억 7천만 달러) 이상이 소요된 이 사업은 러시아 - 북한 간 54㎞에이르는 철도노선을 복합궤도로 개보수하는 것으로, 만포(301m), 웅상(490m), 웅라(3,850m) 등 3개소 터널 공사 개보수, 레일 및 침목 교체, 교량 현대화사업 등이 이루어졌다.

또한 연간 400백만톤을 처리할 수 있는 나진항 3호 부두 화물터미널 건설사업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1차적으로 벌크화물을, 2차사업으로 컨테이너 터미널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나진항 개발에 투입되는 재원은 약 35억 루블(약 1억 8백만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진-하산간 교통물류 사업의 전망 및 과제

한·러 간에 합의된 나진-하산 교통물류사업은 컨테이너 운송이 아닌 자원(석탄) 운송사업으로 제한되어 있다. 사업영역이 석탄운송사업으로 제한된 것은 아직까지 나진항이 컨테이너 하역시설이 없다는 점, 극동항만에 대한 경쟁력 확보 문제,컨테이너 화물 창출 가능성에 대한 분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석탄운송 중심의 교통물류사업도 선결하여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먼저, 나진항과 러시아 극동지역 항만과의 경쟁력 확보 문제, 석탄의 안정적인 생산 및 공급 체계 구축, 철도 수송의 정시성과 경제성, 안전성 확보 문제, 나진항에서의 효율적인 항만 하역 및 선박 운항 가능여부, 화차의 효율적인 공급 문제, 국제운송 관련 법, 제도가 적용되는 기반의 구축 여부, 북-러간의 국경 통과 및 북한 나진항에서의 입출항 절차 간소화 문제 등이 있다.

또한 과거 한·러 간 물류합작회사 설립시에 제기되었던 운영권 문제도 아직까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북한과 러시아 철도당국의 경직된 의사결정체계도 걸림돌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나진-하산 교통물류사업은 정치, 경제 여건의 상이한 국가간에 이루어지는 다자간 협력사업이다. 이 사업에서의 성공모델 창출 여부가 향후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인프라사업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동안 한·러간의 협의 채널을 살펴보면 미묘한 오차가 발생하고 있다. 한러간에 교통장관 회의를 합의한 것은 2008년이었다, 5년이 경과한 2013년의 제13차 한·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서 다시 교통장관회의 재추진을 다시 합의하였다고 한다. 정부간에 이루어진 합의도 이런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자그마한 불신과 엇박자는 상대방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쌍방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민간을 포함하는 다양한 협의채널이 구축되어야 하며, 파트너로서의 공감대 구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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