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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의 류현진 마케팅
메이저리그의 류현진 마케팅
  • 마재광 기자
  • 승인 2014.04.01 2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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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스토브리그와 ‘아시안마케팅 르네상스’

스포츠가 산업의 영역에 들어선 지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스포츠용품이야 제조업이지만, 스포츠경기 특히, 프로경기는 엄청난 글로벌 TV중계권료를 매개로 한 쇼엔터테인먼트 미디어산업이라 불릴만 하다.

가장 상층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4년마다 엇갈려 개최되는 올림픽과 월드컵이다. 일상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산업은 축구종주국 영국의 프리미어리그(EPL)와 야구종주국 미국 메이저리그(MLB)일 것이다. 첼시와 맨유, 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은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익히 들어본 부자구단들이다.

물론 이론의 여지없이 프로축구가 세계적으로 훨씬 큰 산업영역임은 분명하다. 관심을 받는 리그도 EPL 뿐만 아니라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리그 등 다양하고 지역을 초월하여 전 세계적으로 팬을 확보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떨까?

메이저리그의 시청률 부상

국외 프로스포츠 종목의 TV시청률을 통해 살펴보자. <표1>은 <스포츠춘추>에서 2013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의 시청률 자료를 토대로 한국 프로스포츠 중계 콘텐츠의 시청률 조사자료이다. 시청률은 TV 시청률 조사 전문기관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공식자료를 기준으로 삼았으며, 케이블스포츠채널(이하 스포츠채널)은 ‘시청률 빅 3’로 불리는 MBC SPORTS+, KBS N SPORTS, SBS ESPN을 조사했다고 한다.

<표1> 2013년 상반기 국외 스포츠 콘텐츠 시청률 비교 (자료: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MLB

프리메라리가

EPL

시청률

평균

0.758

0.123

0.51

최고

2.839

(4.14 LAD vs ARI)

0.787

(3.2 레알 vs 바르사)

1.792

(3.16 아스톤 vs QPR)

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MLB가 최고의 관심영역으로 자리매김했다. 2011년까지는 국외 프로스포츠 가운데 최고 인기 콘텐츠는 국외 프로축구 특히, 박지성이 활약한 EPL리그가 최고 인기콘텐츠였는데 2013년부터 시청률 판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원인은 누구나 짐작하듯이 ‘류현진 효과’이다. 실제로 MLB 중계는 평균 시청률 0.758%로, 0.510%의 EPL리그를 따돌리고 국내에서 방송되는 국외 프로스포츠 콘텐츠 가운데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나 4월 14일 MBC SPORTS+에서 중계한 ‘LA 다저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은 최고시청률 2.839%를 기록했는데, 류현진이 다저스 선발로 등판한 경기였다.

더구나 이 경기 ‘다저스-애리조나’전은 지상파 MBC에서도 중계했던 터라, 동시간에 지상파와 함께 중계한 MBC SPORTS+의 시청률이 2.839%나 됐다는 건 대단한 것이라고 한다. 참고로 류현진이 등판한 다저스전 평균 시청률은 1.943%(지상파 제외)로, 국내·외 프로스포츠 콘텐츠 가운데 최고 평균 시청률을 기록했고, 류현진의 등판 여부를 떠나 다저스 경기 평균 시청률만 본다면 1.076%로, 역시 매우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연합뉴스가 작년 연말 선정한 ‘2013년 스포츠 10대뉴스’에서도 TOP1은 메이저리그를 투타에서 달군 두 명의 한국인 선수 류현진·추신수의 활약이었다. 박인비의 LPGA 6승, 한국축구의 월드컵 8회 연속 본선 진출 등을 누르고 선정된 것이니 작년 한해 류현진, 추신수, LA다저스, MLB라는 용어가 한국 스포츠산업에 미친 영향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류현진 영입에 비판적이었던 미 언론

한국인들의 프로 스포츠 관심사 지형을 바꾸어 놓은 이런 상황에 대해 미국 언론의 반응도 이채롭다. 작년 초 류현진 영입 당시만 하더라고 미 언론들은 LA다저스가 신중하지 못했고 잘못된 계약이 될 거라는 비판이 대다수였다.

나아가 ‘MLB에서 공 한번 던진 적 없는 한국선수에게 옵션을 제외한 6년간 순수 연봉으로 연평균 600만달러(약 64억 원)는 지나친 투자’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류현진이 선발 14승이라는 정상급 피칭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다저스의 내셔날리그 우승에 큰 기여를 하자, 반응은 180도 달라졌다.

“양키스-메츠, 다저스의 류현진 마케팅 배워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작년 말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아래 박스 기사 참조)를 앞두고 미국 뉴욕 지역일간지 ‘뉴스데이’의 데이빗 레논 기자는 “다저스가 류현진과 계약을 해서 얻은 것은 싼 계약금만이 아니었다”며 “다저스는 류현진으로 인해 한국 기업들과 다년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LG전자와 넥센 타이어 등은 다저스타디움의 빈 공간을 매우는 훌륭한 스폰서가 됐다”고 밝혔다.

또 류현진은 작년 9월27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발표한 후반기 유니폼 판매 랭킹 17위를 기록했다. 류현진 위에는 데이빗 오티스, 로빈슨 카노 등 올스타 선수들이 즐비했다. 이 랭킹은 류현진의 인기를 나타내는 척도이자 티켓 파워도 함께 과시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실제로 류현진은 홈구장인 LA 뿐만 아니라 어웨이 경기에서도 전국적으로 한인 야구팬을 다저스 경기로 이끌어내는 복덩어리였다.

다저스의 현명한 도박, 추신수는 뉴욕 아닌 텍사스로

레논 기자의 주장을 다시 해석하면 ‘결국 다저스에게 류현진 연봉 600만 달러는 결과적으로 껌값에 불과했고, 다저스는 현명한 도박에 성공했다’는 의미이다. 레논 기자는 이처럼 다저스의 류현진 마케팅에 대해 소개하면서 뉴욕 구단들도 추신수를 활용해 구단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저스는 한인들이 제일 많이 사는 LA 지역을 연고로 하고 있다. 이에 한국인 류현진을 영입함으로서 팀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했을 뿐 아니라 경기 외 부분에서도 재정적인 이익을 더 만들어내는 일석이조 효과를 봤다.

레논 기자는 “추신수도 한국 언론에 한인들이 많은 도시에서 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메츠나 양키스같은, 미국에서 가장 넓은 TV 네트워크망을 구축했고 어느 도시보다 노출 빈도가 높은 뉴욕 구단”들이 추신수를 영입할 때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충고했다.

뉴스데이는 메츠와 양키스에 “불확실한 2014시즌을 위해 두 구단이 필요한 것은 다차원적인 옵션을 가져올 수 있는 추신수다.”라고 다시 한번 조언했지만, 결국 추신수를 품에 안은 팀은 내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신흥강호 텍사스 레인저스였다. 텍사스는 추신수와 7년간 1억3천만달러 FA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인 마케팅 넘어선 아시안 마케팅

이처럼 MLB가 선수들의 능력과 스타성, 상품성을 고려하는 이면에는 메이저리그 전체의 이익과 엄청난 연봉을 주는 구단의 이익을 다차원적으로 고려한다. 이런 MLB 스포츠 마케팅 능력의 꼼꼼함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한편으로 한국인 스타마케팅을 통해 한국의 프로스포츠 시청률 경쟁까지도 기존 판도를 뒤집고 MLB로 견인해내는 그들의 뛰어난 상술에는 부러움과 함께 두려움도 느껴진다.

선발 25연승을 기록중인 일본인 괴물투수 다나까 마사히로도 아시아 선수로는 최고몸값인 7년 1,550만달러 연봉계약을 맺고, 뉴욕 양키스로 자리를 잡았다. 이젠 올 MLB 스토브리그도 거의 끝나가는 분위기고 한국선수중 남은 이는 윤석민 선수인데 조만간 결과가 나올 듯 하다. 2014년 한국인들의 MLB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될까?

6월 브라질 월드컵이 있어 한풀 꺾일 법도 하지만, 팬들의 이목을 끄는 부분이 많아 올해도 작년과 같이 상승세의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류현진의 다저스, 추신수와 다르빗슈의 텍사스 레인저스, 그리고 다나까의 양키스가 주목받을 것이다. 바야흐로 한국인 마케팅을 넘어선 MLB의 ‘아시안 마케팅 르네상스’라 할 만 하다. E21

(용어해설) 스토브리그 [ stove league ]

프로야구에서 정규 경기가 끝난 후, 시즌오프(season-off) 시기인 겨울철에 각 구단이 다음 시즌 팀의 전력강화를 위하여 선수의 영입이나 트레이드 등 이동을 둘러싸고 활발한 움직임을 갖는 스카우트 열전, 팀과 선수들의 연봉협상을 말한다.

정식명칭은 오프시즌 딜(off-season deal) 또는 윈터 에퀴지션(winter-acquisition)이라고 한다. 시즌이 끝난 후 팬과 선수들이 겨울철 따뜻한 난로(stove) 주변에 둘러앉아 선수들의 계약 갱신이나 연봉 협상, 트레이드(trade) 등에 관하여 평판을 한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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