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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버섯에 도전하는 도시농부
표고버섯에 도전하는 도시농부
  • 마재광 기자
  • 승인 2014.04.14 2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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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20년 마치고, 고양서 근교농업으로 특용작물 재배나선 노경진씨

농업으로 경제적 삶을 영위하고, 농촌지역을 거주공간으로 삼는 귀농귀촌이 최근 들어 활발하다. 대안적 삶을 찾는 도시인이 늘어나기도 했고 베이비부머 세대(1955년 ~1963년생)들의 퇴직과 맞물려 인생이모작의 대안으로 귀농귀촌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다.

귀농귀촌으로 농촌인구 점차 증가

이런 영향으로 2012년 비도시지역 거주인구가 처음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비도시지역 거주인구가 1.4% 증가했다. 19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비도시지역 거주인구는 최근 귀농·귀촌하는 인구가 늘면서 처음으로 증가한 것이다.

또한 2011년말 기준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비율은 91.12%로 전년 말보다 0.8%포인트 줄었다. 도시지역 인구비율이 감소한 것도 처음이다.

경남지역만을 국한시켜보면 도시를 떠나 경남도에 정착한 귀농·귀촌 가구수는 최근 6년 새 8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의 연도별 귀농·귀촌 가구 유입 현황 자료를 보면 2007년 277가구, 2008년 373가구, 2009년 525가구, 2010년 535가구, 2011년 1천760가구, 2012년에는 1천856가구가 도내에 새로 정착했다. 2013년에는 2천305가구가 들어왔다. 이는 6년 전에 비해 8배가 넘게 늘어난 것이다.

2013년 경남도내에서 귀농·귀촌 가구가 가장 많이 유입된 곳은 함양군(391가구)이었다. 창녕(322가구), 거창(274가구), 산청(206가구), 하동(188가구), 합천(154가구) 등이 뒤를 이었다.

제주 서귀포도 2013년에만 귀농귀촌인구가 283가구 663명으로 2009년 이래 최고 증가 추세를 보였다. 전남 도내에서 규모가 가장 작은 구례군도 지리산을 품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 등을 배경으로 문화 예술분야의 귀농귀촌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 2013년 전입인구가 3060명, 실제 인구로는 130명 가량 증가했다. 2013년말 구례군 총인구 2만7115명으로 무려 10년만에 처음 인구증가세를 보였다고 한다.

▲ 시설재배 특용작물인 표고버섯재배를 위해 서울 인근인 고양시 덕양에 비닐하우스 3개동을 겨우내 완공하였다.
근 귀농귀촌인구를 보면 40대 이하 연령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 인생2모작 시작연령인 베이비부머 세대 50대 보다 빠른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연령이 젊어지고 있는 것은, 도시젊은이들이 고용불안, 실업 등으로 인해 삶의 방향을 농촌지역으로 돌리는 희망자가 늘고 있다는 결과로도 풀이된다.

도시거주 농업인들도 늘어나

하지만 귀농귀촌이 지방으로 도시인의 ‘농업이동’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도시에 거주하면서 주말농장, 도시텃밭농업, 근교농업을 통해 농업인으로 종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즉, 도시농부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그 중 근교농업은 도시주변에서 행해지는 원예나 시설농업으로, 집약적 작물재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생업형 농업을 말한다.

2014년 새해 1월 21일, 20년 서울 직장생활을 뒤로 하고 인생 중후반기를 근교농업으로 도시농부의 삶을 꾸려 나가고 있는 노경진(50세/서울)씨를 만나 보았다.

<이코노미21>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 고양시에서 농사를 준 비하시는데, 올해 농사준비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노경진> 작년부터 시작했던 특용작물사업으로 표고버섯농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시설재배방식이고요. 농업을 생업으로 생각하고 뛰어든 만큼, 수익성을 우선 고려해 여러 작목중 시설 특용작물로서 표고버섯이 제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느타리버섯이나, 팽이버섯은 자동화 대량생산시스템으로 변모해서 중소규모 농사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많거든요.

올해는 비닐하우스 3개동 200평 규모로 1인 노동으로 도전해볼 수 있는 규모로 시작해보고 시장성과 유통성, 재배효율성을 실무적으로 검증해보면서 점차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이코노미21> 그 정도 규모를 진행하신다면 투자비용은 어느 정도나 예상되는지요?

<노경진> 땅 임대 면적이 200평으로 크지 않아 임대료는 많지 않지만, 시설재배이므로 비닐하우스 3개동 설치에 약 1억원, 그리고 버섯작목대 설치와 참나무 버섯배양 톱밥나무인 배지 구입비, 저온창고설치 등에 추가로 약 5천만원 정도가 들어갈 것 같네요. 2월까지 시설재배준비를 마무리하고 3월말부터는 수확해서 판매에 들어갈려고 합니다.

<이코노미21> 고양시에서 농사를 지으므로 사실상 근교전업 농부인 셈입니다. 언제부터 근교 농업을 구체적으로 준비하셨 는지요. 귀농귀촌이 아닌 주거지인 서울 시내 인근에서 농업 을 지으시게 된 이유와 장단점은?

<노경진> 가정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농사경험은 전혀 없었습니다. 서울에서 제조업체 근무 10년 , 논술학원 근무 10년을 마치고 다시 직장생활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여러 가지로 생기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2011년부터 농사쪽으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주말텃밭을 통해 조금씩 흙을 만지기 시작하고, 농림부에서 주관한 귀농귀촌프로그램과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진행했던 귀농귀촌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조금씩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일부 국비지원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여주에 있는 버섯재배학교에서 실무를 익히고 농장아르바이트로 막일도 해보고, 작년에는 의정부 소규모 임대지에서 처음으로 배지 표고버섯을 재배하면서 초기 경험을 쌓았습니다.

사실은 처음에는 근교농업이 아니라 시골에 정착해서 농사를 지을 각오였지만 도시에서만 생활한 부인을 설득시키기 어려웠고 특히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있는데 교육문제 때문에 일단은 서울에 살면서 농사를 하는 쪽으로 타협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와 같은 초보농업인에게는 좋은 점도 많습니다. 적정이윤을 떠나 가락동농수산물시장과 같이 손쉽게 생산물을 유통시킬 수 있는 공간이 가깝게 있고, 기존 인간관계들이 단절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과 직거래할 수 있는 관계망을 만들 수 있고, 농장이 가까우니 아내나 아이와 자주 함께 들르면서 가사노동의 조력도 받을 수 있고 가족관계와 아이 정서교육에도 긍정적인 면도 있네요.

<이코노미21> 특별히 작물로서 버섯을 선택하신 이유는. 버섯도 종류가 많은데....

<노경진> 일반 농장에서 하루 10시간 일해도 월급 120만~150만원 수준이다. 그만큼 농사는 생산성이 낮습니다.

특용작물이 현실적으로 가장 유리합니다. 앞에 잠깐 이야기했듯이 팽이,양송이,새송이,느타리 등은 자동화시스템으로 생산량이 상당 포화상태이다. 대규모 농가만 살 수 있고 중소규모의 농가는 갈수록 어렵습니다. 표고버섯은 고가작물로 자동화가 어려워 노력한다면 작은 규모로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에요.

<이코노미21> 농사는 생업이신가요? 초보 도시농업인으로 농사로 생계를 이룰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노경진> 완전한 생업입니다. 어떻게 보면 생계형 창업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농사로 가족생계 전체를 책임지기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고 그게 큰 고민이에요. 그간 귀농귀촌교육이나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 입니다.

귀농귀촌교육과정에서 참여수강생들에게 하는 이야기는 두 가지 입니다. 경제적 준비정도와 여유가 있어서 전원주택형이나 노후여가형으로 생계에 절박한 부담없이, 여가노동을 통해 부업과 생활비 보조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 그 하나입니다. 그래서인지 안정된 직장을 마친 오십대 후반이나, 육십대 중장년층이 귀농귀촌프로그램의 주 대상입니다.

또 하나는 철저한 생계형 농업인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방향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미 한국농업은 정상적인 산업구조측면에서 경제적 재생산이 사회평균적 수준으로 보장되기 힘든 실정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발표 결과에 따르면 2011년 도시근로자 가구당 평균소득 대비 농가 가구당 평균소득 비중이 59.1%에 불과했습니다. 1990년 97%, 2000년 80.5%였던 도농간 격차는 그 후로도 점차 벌어져 2011년 마침내 60% 이하까지 역대 최고격차로 벌어졌습다. 이 말은 도시근로자 가구가 월 평균 400만원을 벌때, 농촌 가구는 240만원도 벌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감만으로, 도시생활의 경제적 대안으로서 생계형 농업을 성공시켜보겠다는 것이 비현실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에서 많이 하는 일반적인 자영업 창업보다는 도전의 성공 가능성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습니다.

귀농귀촌 강사들이 항시 했던 이야기가 있어요. ‘막연한 성공을 꿈꾸지 마라’고. 도시에서 치킨집 하나 창업하는데도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민과 땀을 쏟아 붓는가. 그러고도 성공하거나 안착하는 사람들은 30%도 되지 않는 게 냉엄한 현실입니다. 도시인으로만 살아온 저로서는, 사실 구체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농사라는 사업은 예측하기 어려운 리스크의 연속일 수 있습니다. 치킨집 창업보다 성공시키기 더 어렵다는 각오로 도전할 생각입니다.

농사에 대한 의지를 갖고, 도시생활보다 더 큰 열정과 성실성으로 도전해서 3년 안에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 수준을 달성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치 입니다.

<이코노미21> 농사를 지으시면서 좋은 점과 어려운 점을 이야기해주세요.

<노경진> 내 시간을 전적으로 내가 계획해서 쓸 수 있다는 점이 좋은 점입니다. 그리고 직장생활에서 겪는 불필요한 관계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는 점도 좋지만 그게 동시에 어려운 점이기도 합니다. 자영업자와 마찬가지로 전적으로 내 몸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고 결정해야 하므로 기본적으로 성실해야 합니다. 대박을 바라면 절대 안됩니다.

<이코노미21> 농사도 하나의 사업인데 진행하시면서 가장 애로사항은...

<노경진> 역시 판로확보가 어렵습니다. 가락동시장은 판로는 보장하지만 이윤이 박합니다. 결국 도시소비자와의 직거래, 인터넷거래, 소규모 판매유통업체와의 안정적 거래, 로컬푸드 거래 등 다양한 판로를 경험해보고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생업으로서 농사가 성공하려면 제가 하려는 특용작물재배, 그리고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가공산업, 마지막으로 도시인들의 농업여가 생산활동을 흡인하는 주말농장 텃밭운영과 체험생태환경교육 프로그램 연계 등이 현실적 가능성 입니다.

판로안정화가 되면 이런 분야로 사업영역을 키워 나가면서 소득을 늘리는 방안도 연구 중 입니다.

<이코노미21> 귀농귀촌 프로그램들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많이 운영중인데, 참여하시면서 특별히 느끼신 점이 있다면?

<노경진> 우선 전라도,경상도 지역 같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수도권 인구분산 차원에서 자체 및 국비를 통해 정착과 생산안정화 지원들을 다양하게 해주지만 수도권에서 농업을 하려는 생계형 농부에게는 거의 지원이 없다. 이 부분은 대책이 좀 필요할 듯합니다.

두 번째는 중산층 이상의 여유있는 사람들이 주된 대상으로 되어가고 있다. 일자리나 생계에 절박한 계층은 서민들인데,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으로는 동떨어진 감이 있습니다.

사실 서민들은 최소한 6주 이상씩 진행되는 교육을 소화하기도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또 지역 농민단체나 농업기업과 연계한 현장실무는 수강생들에게 필요한 기술력 전수보다는 현장 노동력 제공이 주목적인 경우도 많아 보완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효율성이 매우 낮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이건 귀농귀촌 프로그램이 잘못됐다는 측면보다는 우리 농업생산성의 한계 때문이기도 합니다. 강원도 같은 넓은 땅을 가진 농촌지역에 매출 1억원 이상 농사꾼이 200명도 안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수강생들이 장기간 교육을 받고, 현장실습도 하고 소규모 직접 경험도 해보고, 투자자금이 있어도 실제 본격적인 농사꾼이 되는데는 주저합니다.

같이 교육받은 100명중에 당초 뜻대로 농업농사에 대한 참여시도는 10명이 채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 10%정도만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이 현실적인 추세라고 보면 됩니다.

<이코노미21> 주변에 보면 40-50대 은퇴를 준비해야 하거나, 자의반 타의반 실직한 분들이 많습니다. ‘농사나 지을까...’하시 는 분들이 꽤 있는데, 이 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노경진> 답변으로는 실망스럽겠지만, 되도록 권하고 싶지 않군요. 먼저 농장 등에 취직해서 경험도 쌓고 스스로의 한계를 겪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농사에 대한 ‘필’이 꽂히지 않고서 결정 하면 안됩니다. 투자금 이외에 2~3년간 버틸 수 있는 경제적 준비도 있어야 하고, 또 가족간의 상부상조가 중요하므로 부부간의 화합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나 자신의 일과 놀이터를 함께 꾸려 간다는 자신감을 갖는다면 인생 이모작으, 도시의 직장생활보다는 훨씬 희망이 있고 비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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