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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강요가 낳은 감정노동 질환
친절강요가 낳은 감정노동 질환
  • 김인아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
  • 승인 2014.05.11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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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특집 6> 사회생활에 필요한 감정관리와는 다른 실제 감정과의 심각한 괴리…업무재량권 부여와 함께 사업주의 과도한 모니터링 대책 필요

“사랑합니다∼ 고객님∼”

모든 문제의 시작은 여기부터였다. 2000년대 초반 시작된, 고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저 당찬 포부, 그것이 지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감정노동의 본격적 시작이라 나는 생각한다. 수화기 너머의 얼굴도 모르는 ‘그녀’의 친절을 넘어선 사랑 고백(?)이 당혹스러웠던 것은 비단 나뿐 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인 사랑 표현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약간의 불편함을 가지고 그냥 넘어가는 나 같은 사람이 대부분이었겠지만 일부는 말로 표현한 사랑을 증명하라며 수화기 너머의 여성에게 ‘만나자’거나 ‘외롭다’는 고백을 하고 음란한 말로 성희롱을 하였다.

전화기 속의 그녀들은 상대방이 고객이기에 자신이 말한 사랑이 거짓임을 이야기하지 못했고 자신이 해야 하는 업무에는 당연히 ‘사랑’이라는 감정 표현이 포함되는 것이며 이렇게 사랑의 감정으로 고객을 대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해결해주는 것이 그들이 월급을 받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후, ‘라면 상무’로 대표되는 소위 ‘진상’ 고객들의 이야기들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내부의 친절 평가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자살을 한 전자제품 서비스업 노동자의 이야기도 전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소위 ‘감정노동’은 많은 서비스직 노동자들이 일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대표하는 말이 되었다.

상품판매에 내재된 감정노동과 감정관리

감정노동이라는 말이 알려지게 된 것은 미국의 사회학자인 훅쉴드의 공이 컸다. 미국의 항공기 승무원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행하던 훅쉴드는 고객에게 유무형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노동의 영역에서 ‘감정’이라는 것이 소모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는 고객이 지불하는 상품의 실제 가격 뿐만이 아니라 판매를 하는 사람의 감정이 실제 판매되는 상품의 가치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건 우리의 일반적인 상품 구매 과정을 생각해보면 훨씬 이해하기가 쉽다.

같은 종류의 상품이라도, 판매하는 직원이 정확한 정보를 주고,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을 잘 알려주고 신뢰감을 주면 친절하고 믿음이 가는 직원이 권하는 상품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같은 값을 내고 상품을 사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 속에 들어있는 판매직원에 대한 신뢰를 함께 구매한 것이다.

한편, 사람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그 영향이 더 명확하다. 예를 들어 환자로서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 의사나 간호사의 친절이 내가 지불한 진료비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의사나 간호사가 신뢰감이 있고 친절해서 내가 적절하게 치료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내가 낸 진료비가 상대적으로 덜 아깝게 느껴진다.

이렇게 감정노동은 인간의 감정이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고객 서비스(customer service)와 돌봄노동 등의 인간서비스(human servide)에서 화폐와의 교환가치를 가지게 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이런 인간의 감정이 가지는 상품성에 주목하여 이를 관리하고 유지하고 상품성을 키우기 위해 회사들이 노력을 하게 되었고, 이것이 친절교육이나 서비스 질 평가라는 제도로 변화하게 되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에 대한 품질관리를 하는 것처럼 인간의 감정이라는 상품에 대한 품질을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감정노동은 일반적인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에서 수행하기 마련이며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한 하나의 기술인 감정관리(emotional management)와는 다른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나, 그리고 한국사회에서는 특히, 직장생활에서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며 살기는 어렵다. 소위 직장인 생존비법 등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상사나 동료, 부하직원들에게 신망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적당히 숨기고 적절히 연기를 해야 하지만 이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상품성을 높이는 것은 아니므로 감정노동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표현하는 감정과 실제 감정의 괴리 현상

이렇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의 특성을 감안하여 제기된 사회학적 개념인 감정노동이 노동자들의 건강과 관련한 안전보건문제로 다루어지게 되면서 몇 가지 혼란이 생기게 되었다.

생산직 노동자가 제품의 생산을 위해 본인의 육체를 움직이고 사고와 육체를 분리시키는 것처럼 서비스직 노동자는 상품의 생산과 판매를 위해 본인의 감정을 조정하고 실제 감정과 표현되는 감정을 분리시킨다. 즉, 자신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특성에 맞게 감정을 연기하는 것이다.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은 친절하고 신뢰감을 주어야 하며, 직접적인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객의 필요를 빠르게 포착하여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 2011년 6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유통서비스연석회의가 '유통서비스 노동자 및 환경 보호 특별법 제정 전국 연석회의 발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뉴시스
그러나 감정노동이 항상 ‘친절함’을 연기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이나 판사처럼 중립적인 감정을 연기해야 하는 직업도 있고 장례사나 의사처럼 필요에 따라서 슬픈 감정을 연기해야 하는 직업도 있다. 즉, 노동자가 표현하는 감정과 실제 감정의 괴리가 감정노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감정노동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의 본질적 요소이며 이로 인한 건강문제는 감정노동 자체 보다는 실제 감정과 표현하는 감정의 부조화와 이로 인한 정서적 혼란으로 인해 나타나게 되며 이는 업무에서 느끼게 되는 스트레스 중 하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감정노동이 그 자체로 독립적인 무엇이라기보다는 고객을 상대하는 업무에서 겪게 되는 직무스트레스의 다양한 양상 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실제로 외국에서도 감정노동을 독립적인 건강위험요인으로 평가하고 관리하기 보다는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평가와 관리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다.

작업장 폭력과 감정노동은 별개의 문제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은 서비스직이나 판매직 등 고객을 상대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에게서 발생하는 고객에 의한 폭언, 폭력, 성희롱 등의 문제가 마치 감정노동의 핵심 요소인 것처럼 생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노동의 특성으로 볼 수 있는 감정노동과 작업장 폭력의 문제는 별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작업장에서 제 3자에 의해 발생하는 폭력은 감정노동을 주로 수행하는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독립적 문제이다.

물론, 감정노동을 주로 수행하는 노동자들이 이러한 위험을 직면할 가능성이 사무직이나 생산직 노동자에 비해서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폭력의 문제가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에서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며, 작업장 폭력이라는 개념은 고객에 의한 것 뿐만이 아니라 상사나 동료에 의한 것을 포함하게 된다.

따라서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감정노동 종사자들을 이러한 폭력으로부터 보호를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건강문제에 대한 예방대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러한 보호와 예방은 감정노동 종사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작업장 폭력과는 다르게 만성적으로 노출되는 작업의 특성인 감정노동 자체가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노동자들의 건강 영향에 대한 국내의 연구는 이제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우울증상, 소진(burn out), 근골격계 증상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실제 의학적 진단이 가능한 주요 우울장애나 질병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또한 현재까지의 연구들은 주로 간호사와 같은 하나의 직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많아 전체 감정노동 종사자에서의 건강영향을 파악하기 어려우며, 시간에 따른 추적 연구가 아닌 어느 한 시점에서의 상태만을 파악하는 연구가 많아서 실제 노동자들이 느끼고 있는 우울증상 등의 문제가 감정노동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우울감을 느끼는 노동자들이 감정노동을 더 많이 한다고 느끼고 있는 것인지의 시간적 선후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직무스트레스가 심혈관계 질환이나 정신 질환 등의 위험을 높이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므로 직무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인 감정노동이 이러한 질병의 발생에 기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편, 작업장 폭력의 건강 영향은 의학적 설명이 비교적 용이하다. 고객에 의해서 발생한 폭언, 폭력 및 성희롱은 정신건강에 대한 일종의 심리적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급성스트레스반응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질병의 발생 가능성은 충분하다 할 수 있다. 이러한 폭언과 폭력이 만성적으로 진행된다면 주요 우울장애나 불안장애와 같은 다른 종류의 정신 질환도 발생이 가능하다 판단된다.

실제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이 된 정신질환의 주요한 원인들 중에는 이러한 작업장 폭력과 관련한 것이 많았다. 8년간 176명이 작업장 폭력과 관련하여 산재 신청을 했는데, 이는 전체 신청자 474명 중 37.1%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이중 54명이 작업장 폭력과 정신질환의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아 산재보상을 받았으며, 76.7%는 상사나 동료가 가해자였다. 10명은 업무 중 고객에 의한 폭언이나 폭행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급성스트레스 반응 및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주요 우울장애 등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이 되어 보상을 받았다.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고객에 의한 폭력 뿐만이 아니라 상사나 동료에 의한 폭언, 폭행,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질병이 32명으로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작업장 폭력,성희롱에 대한 대응방안

이러한 현황과 스트레스 요인으로서의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감정노동으로 인한 건강 문제의 예방과 작업장 폭력으로 인한 건강문제의 예방은 그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감정노동은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본질적 특성에 기반한 만성적 유해요인인 반면에, 작업장 폭력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급박하게 발생하는 정신적 외상(trauma)에 가깝기 때문이다.

관리의 측면에서 전자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건강군에 대한 적절한 개입, 다른 직무스트레 요인들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종합적 관리 프로그램의 마련,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악화시킬 수 있는 작업조건과 환경에 대한 개입에 우선순위가 있다.

반면에 작업장 폭력은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으로부터 회피할 수 있는 권한,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적극적 조처, 가해자에 대한 명확한 처리, 이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즉각적인 정신보건 지원 시스템의 구축 등에 그 우선순위가 있다.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로 지속적인 노출이 예상되는 유해요인과 대부분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의 경우 예방대책이 달라야 함은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직업성 암을 예방하는 것과 얼마나 다른지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중 외국의 입법례와 노동자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을 감안할 때 정책적으로 가장 시급한 문제는 고객에 의한 작업장 폭력에 대한 관련 법령의 마련과 사업주가 실시하는 과도한 모니터링에 대한 적절한 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에서 사업주에 의한 폭행을 금지하고 있고(제8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직장내 성희롱(제14조)과 고객에 의한 성희롱(제14조의2)에 대해 사업주가 근무 장소 변경이나 배치전환과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에 의한 폭언이나 폭행 등의 폭력에 대한 규정은 없는 상황이며 직장 내 상사 또는 동료에 의한 폭언과 폭행에 대한 사업주의 관리 의무도 현재는 없다. 따라서 최소한 고객에 의한 폭력 발생 시 사업주의 조치 의무를 법령화하여 노동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한편, 성희롱의 문제는 최근 형법과 성폭력 특별법 상의 친고죄 폐지에 따라 고객에 의한 성희롱을 피해 당사자의 고소 없이도 처벌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사업주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호주의 감정노동 종사자 예방지침

폭언이나 폭행이 발생한 경우 작업을 중지하거나 해당 장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한을 노동자에게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폭언이나 성희롱을 하는 고객의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이의 예방을 위해 녹음을 하고 있다는 고지를 고객에게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고객과 직접 대면 서비스를 하는 경우에는 폭언, 폭행, 성희롱 등을 행사하는 고객이 있는 경우 해당 고객을 더 이상 응대하지 않고, 해당 고객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폭력을 경험한 경우에는 필요한 경우에 정신적 외상에 대한 즉각적 조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사업주의 과도한 모니터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과도한 요구를 하는 소위 ‘진상 고객’의 역할을 주어 노동자들의 대응 정도를 살펴보는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나 노동자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과도한 친절 교육 및 친절도에 대한 과도한 평가 등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노동자들에게 주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비책을 사업주가 세우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호주에 있는 감정노동 종사자를 위한 예방 지침에는 다음의 6가지 사항들이 제시되어 있는데, 이는 고객 상대 업무를 하는 사업주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1. 가능한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업무에 대한 재량권을 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상품 환불에 대한 권한을 줌으로써 감정적인 요구도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2. 감정적인 요구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을 주어야 한다.

3. 감정적인 요구가 심각해지는 상황을 해결(대처)할 수 있는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4. 특히, 고객(환자들, 상품구입자들, 아이들-노인, 장애인 포함 승객들, 손님들)을 상대하는 근로자들에게는 특별한 추가 훈련과 지지가 제공되어야 한다.

5. 고객과의 폭력과 위협에 대한 위험(risk)를 평가해야하고, 그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도입해야 한다.

6. 감정적인 요구도와 사고성 사건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연루된 노동자들에게 심리학적으로 그리고 의학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이렇게 감정노동과 작업장 폭력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핵심 전략은 매우 다르다. 그러나 어떠한 예방의 형태이든 감정노동과 작업장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업무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적절한 개선안을 마련할 수 있으며, 직무스트레스와의 관계 속에서 해당 내용들을 파악하여 개입의 지점과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건강군에 대한 지속적인 상담 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상담심리사, 응급 상황 발생시 적극적으로 정신보건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는 정신건강의학전문의, 사업장의 문화와 구조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산업보건 전문가 등이 함께 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상담에 비하여 집단적 상담과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상담의 효과를 최대화 할 수 있고,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는 사업장의 관리체계에 대한 적절한 조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과도한 친절보다는 적절한 서비스 문화가 바람직

지금까지 한국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산업보건관리는 미흡했고 정책적 우선순위도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감정노동 문제를 계기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건강보호를 위한 국가적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무스트레스와 정신 건강의 문제 등, 최근 변화된 산업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슈에 대한 포괄적 대책을 바탕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건강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업주나 정부의 노력에 더불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감정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을 괴롭게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라는 점이다.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과도하게 요구하거나 업무 범위와 권한을 벗어나는 일을 무리하게 요구한 적은 없는지, 그들의 노동을 평가 절하하거나 막 대한 적은 없는지, 그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이 여성이거나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얕본 적은 없는지 한 번씩 생각해 보자.

소비자가 판매를 하는 노동자에게 요구해야 하는 것은 과도한 친절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와 적절한 서비스이다. 합리적인 소비자이자 고객으로서 ‘우리’가 바뀐다면 감정노동의 문제는 상당수 해결될 수 있다.

감정노동은 원래 부정적인 의미만을 가지지는 않는다. 돌봄노동을 하는 간호사나 보육교사들처럼 사람에 대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경우 감정노동은 본인의 노동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고 자부심이기도 하다. 감정노동이 부정적으로만 해석이 되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가 그만큼 그들의 노동을 평가 절하하고 과도한 친절을 강요하는 등,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인 우리가, 사업주가, 그리고 정부가 나서야 할 때이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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