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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복지, 제의 통한 공동체 부 나눔
동양의 복지, 제의 통한 공동체 부 나눔
  • 김점식 착한나무심기 협동조합 이사/ 동아시아 문자 ?
  • 승인 2014.05.2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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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골문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 福祉 / 복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전에 약속한 복지 공약이 폐기되거나 크게 후퇴하여 空約(공약)으로 흐르고 있다.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무상의료, 무상보육 및 교육, 대학 반값 등록금, 주거 복지나 노동부문에서 장밋빛 공약을 제시했지만 대부분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후퇴하거나 철회하고 있다. 잘사는 나라들의 모임인 OECD에 들어간 지는 근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복지 수준은 멕시코 다음으로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OECD 평균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은 1980년 15.6%에서 2012년 21.8%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한국은 2012년 9.3%로 OECD 평균의 43%에 불과하다. ~ 근본적으로 한국의 사회복지가 형편없는 것은 GDP 대비 조세부담이 매우 낮고, 사회복지에 매우 인색하기 때문이다. 경제력에 비해 사회복지가 형편없는 복지후진국이다”<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국어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복지란 ‘행복한 삶’이다. 또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은 OECD 국가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수년 째 지켜오고 있다. 한마디로 부유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나라이다.

왜 부유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대한민국 국민인지 많은 원인이 있겠다. 필자는 福祉(복지)라는 한자의 어원을 통해서 그 원인을 살펴보고 미약하나마 대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福(복) 과 祉(지)의 어원 뜻풀이

福(복) 은 示(시)와 (복)으로 구성되어 있다. 示(시)를 설문해자에서는 小(소)를 각각 해ㆍ달ㆍ별의 모습의 천문으로 보고 이를 통해 길흉을 판단하여 사람에게 보인다(示ㆍ視)는 식으로 해석하였다. 그러나 갑골문을 보면 祭卓(제탁)의 모습이다. 갑골문에는 희생으로서 새를 둔 자가 있으며 金文(금문)의 祭(제)는 고기를 둔 모습이다. 갑골문에서는 조상신을 五示(오시)ㆍ十示(십시)라고 불러 신령을 뜻하기도 한다.

畐(복)을 설문해자에서는 高(고)의 생략형으로 보고 高厚(고후; 높고 두터움)한 모습으로 가득차다(滿 찰 만)는 뜻으로 해석하지만 이 또한 오류이다. 갑골문을 보면 아랫 부분이 두툼한 술병의 모습이다.

그래서 福(복)은 신령(示)에게 술병을 바치고 福(복)을 구하는 祭儀(제의)의 모습이다. 제사가 끝난 후 같은 씨족들이 제사상에 오른 술과 고기를 나눠 먹는 것을 飮福(음복)이라 한다. 후손들의 제사 공양에 보답하여 조상신이 복을 내리는 것을 나눠서 받는 것이다. 그래서 福(복)이라는 자에는 福(복)과 더불어 나눔(분배)의 의미도 함께 있다. 같은 畐(복)이 들어간 富(풍성할 부)는, 조상의 위패를 모신 사당(宀면)에서 조상 신령께 술을 바치고 풍요를 비는 의례이다.

祉(지)의 止(지)는 발(바닥) 모양이다. 足(족)의 아랫부분으로 足(족)에는 무릎이 포함되어 있다. 제사(示)를 지낸 후 나타난 신의 증표(발자취)로 복이 오는 것을 祉(지)라 할 수 있다.

복지라는 말이 문헌에 최초로 등장하는 것은 아마도 『시경』「周頌(주송)ㆍ烈文(열문)」편일 것이다. 頌(송)은 종묘에서 부르는 제례 음악으로 福祉(복지)가 제사에서 기원하는 것을 증명한다 하겠다.

烈文辟公(렬문벽공) :빛나는 문왕의 제후들이

錫茲祉福(석자지복) :이 많은 복락을 내리시어

惠我無疆(혜아무강) :우리에게 끝없이 베푸신 은혜

子孫保之(자손보지) :자자손손 보전한다

복지의 전제조건은 富(부)이며 이의 실천은 나눔

福祉(복지)의 전제 조건은 복과 같은 계열의 한자인 富(부)이며 이의 실천은 나눔이다. 나눔은 씨족 공동체 같은 전통사회에서 특히 보편적이었다. 전통을 중시한 인디언의 나눔에 대한 생각을 잠시 살펴보자.

“마음이 순수하고 단순한 인디언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친구나 다른 부족에서 온 손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 중에서도 가난하고 늙은 사람에게 먼저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는 절대로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나 늙은 사람들은 가까운 친척뿐만 아니라 부족 전체의 보살핌을 받았다. 인디언 부모들은 딸들을 보내 돌봐줄 이가 없는 불행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음식을 갖다 주고, 머리를 빗겨 주고, 옷을 수선해 주는 일을 자랑으로 삼았다. 맏딸에게 주어지는 웨노나라는 이름은 특별히 그런 의미를 갖고 있으며, 그런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소녀는 그런 이름을 받을 자격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 류시화 번역

▲ 중국 허난(河南)성에 위치한 중국 고대 상왕조(은나라 BC 16-11세기) 안양은허(安陽殷墟) 유적지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다. 3,3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갑골문자의 출현지이며 중국 청동기 시대의 유적지 중 가장 오래된 것에 속한다. 안양시(중국)=뉴시스
동양에서는 특히 나눔과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鰥寡孤獨(환과고독)이라 하였다. 늙어서 홀아비가 된 사람, 과부, 고아 그리고 자식이 없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서경』「康誥(강고)」편에 “不敢侮鰥寡 불감모환과 ; 함부로 홀아비와 과부를 업신여기지 말라”라 하여 鰥寡(환과)가 보인다.

또 맹자 「양혜왕장구」편에 이를 언급한 대목이나온다. “늙고 아내 없는 이를 홀아비라 하고, 늙고 지아비 없는 이를 과부라 하고, 늙고 자식 없는 이를 독거노인이라 하고, 어리고 부모 없는 사람을 고아라고 합니다. 네 부류의 사람들은 천하의 곤궁한 백성이고 고할 데 없는 사람들인데, 문왕은 반드시 이들을 챙겼습니다. 『詩經』에 이르기를 ‘부자는 괜찮지만 이 외롭고 고독한 사람이 슬프다’ 했습니다.(老而無妻曰鰥. 老而無夫曰寡. 老而無子曰獨. 幼而無父曰孤. 此四者, 天下之窮民而無告者. 文王發政施仁, 必先斯四者. 詩云 哿矣富人, 哀此煢獨)” 『맹자/양혜왕장구하』

맹자 이래로 유교 문화권에서는 최우선으로 이들 鰥寡孤獨(환과고독)을 배려하는 정책을 써왔다. 정약용도 그의 저서 목민심서에서 환과고독을 언급하고 있다.

“홀아비·과부·고아·독거노인, 이들을 4궁이라 한다. 궁한 사람은 곤경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니 보살펴 주어야 한다.(鰥寡孤獨 謂之四窮 窮不自振 待人以起 振者擧也)” 『목민심서/애민육조』

제사를 통해 공동체의 부와 그 나눔이라는 동양의 복지에 비해 서양의 welfare는 다분히 개인적이었던 것 같다. 복지는 영어로는 welfare라고 한다. fare는 ‘지나가다’, ‘식량(의 공급)’ 등을 뜻을 갖는다. 결국 welfare는 식량 등 생활조건이 만족하여 잘 지낸다는 정도의 의미이다. 이를 경제학 용어로 公共(공공)의 복지 개념으로 끌어올린 이는 1904년 Hardley였다.

福祉(복지)의 어원에서 볼 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가지 사항이 요구된다 하겠다. 첫째로 공동체의 유대감이다. 같은 조상을 섬기는 씨족공동체는 제사를 통해 그 연대를 鞏固(공고)히 한다. 제사를 지내면서 고난과 영광의 역사를 공유한다. 그리고 飮福(음복)을 함께 하며 조상의 신령을 받아들인다. 共餐(공찬;회식)을 통해 같은 조상의 靈(령)이 임한 씨족은 매우 강한 공동체가 된다.

두 번째로 나눔이다. 제사에서 바친 음식에는 조상의 영혼이 머무르고 있으며 이를 균등하게 분배함으로서 공동체는 지속할 수 있다. 원시사회에서는 균등하게 祭肉(제육)을 나누지 못해 갈라진 경우가 많으며 지금도 밀림에 사는 원시부족들에게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부의 편중은 공동체가 해체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세 번째로는 일정한 富(부)의 확보이다. 앞서 보았듯이 福(복)과 富(부)는 공히 畗a(복)를 구성요소로 한다. 절대 빈곤의 상태에서 복지는 간단치 않다. 한국은 수년 전에 OECD에 가입했다시피 절대 가난은 벗어났다. 따라서 이 조건은 충족되었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첫 번째와 두번째 조건을 충족시키는 과제가 남아있다. 알다시피 두레와 향악, 제사와 축제를 통해 비교적 강한 정신적ㆍ경제적 공동체를 유지하던 우리 민족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분열되고 전통은 말살되었다. 또 일제 식민지가 끝난 후 무분별한 미국 문화에 의해 전통은 철저히 단절되었고 개인주의와 합리주의로 공동체적 유대감이 상실되었다. 따라서 우리 전통 문화, 특히 각 지역의 축제와 공동 노동(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을 장려하는 일이 필요하다.

국가의 모든 富(부)는 국민 모두의 재산

복지사회 혹은 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핵심적인 문제는 역시 분배이다. 공동체는 모두가 만족하는 분배에 의해서 유지된다고 할 수 있다. 국가의 모든 富(부)는 국민 모두의 재산이다.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지혜, 자산 그리고 국토를, 전 국민이 국방ㆍ 교육ㆍ 노동 등을 통해 이룬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사적 소유가 인정되지만 본질적으로 한 국가 안의 재산은 그 국민 모두의 것이다.

그래서 절대 빈곤을 벗어난 부를 쌓은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생활과 문화를 기본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 그 財源(재원)은 당연히 부자 증세를 통해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서 국가가, 鰥寡孤獨(환과고독)에 해당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활, 교육, 의료, 교통, 환경 및 문화 등의

수준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철도 및 의료영리화, 급증하는 사교육시장, 재벌의 독과점으로 인한 가격 담합 인상 등 현실은 정반대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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