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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 전문가가 바라본 세월호 참사
정신의학 전문가가 바라본 세월호 참사
  • 이영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국립공주병원장
  • 승인 2014.05.3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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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부재와 관료주의 병폐가 빚은 참극…집단 트라우마에 대한 심리지원 지속 필요…외상후 장애는 수동적 최소화된 삶, 무기력감과 분노, 회피 증상 표출

지난 4월 16일 오전부터 시작된 세월호 참사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300명이 넘는 승객들이 죽거나 실종되었다. 사건 발생 2주가 넘도록 이번 재난에 대한 원인규명과 사후대책, 그리고 재난지원정책 등에 대해 속 시원한 발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참사가 가혹한 것은 1993년 서해페리호 사건과 달리 온 국민이 실시간 목격하였다는 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민 모두가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흔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이하 PTSD)라는 정신의학적 진단을 붙이지 않는 이유는 모두가 정신질환으로 발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신의학적 견해와 집단 트라우마에 대한 내용을 기술하고자 한다.

재난심리와 정신병리

인간이 자기 혼자서 또는 몇몇이 힘을 합쳐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파괴적인 힘과 소용돌이 앞에 자신이 무력하게 노출될 때의 극한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특히 태풍이나 홍수, 화재와 같은 재난 앞에서 인간 존재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2001년 9월 11일에 발생한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붕괴에 맞먹을 정도의 충격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참사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였다는 것이 공통점이며 ‘침몰’과 ‘무너짐’이라는 상징을 경험한 것도 동일하다.

구조의 효과성 또한 전무하다는 점에서도 국민들이 받는 충격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재난은 인간을 심리적으로 동요하게 하고 생존자, 유가족 모두에게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 상처를 받는 것이 순식간이며, 그 충격이 매우 강렬하다는 점에서 생존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수 년 이상 지속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재난에 대해 많은 점을 잘못 인식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재난이 발생한다 해도 집단공포는 거의 없다는 오해이다. 과거 서해페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태안 해병대 캠프훈련 참사 등을 겪으며 생존자들에 대한 심리지원을 한 경우는 2013년에 발생한 태안 해병대 캠프 참사가 유일하다.

그 외에도 거의 매해 벌어지는 홍수, 구제역, 태풍 등의 피해에 대해 희생자 유가족이나 생존자,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심리지원을 하지 않은 이유는 생존자들이 겪는 심리적 외상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무지는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일반적 편견과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해, 심리지원이라는 것이 정신과 치료와 동일하게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예기치 못한 재난이 발생하면 인간은 우선 몸과 마음이 수축되고 굳어진다. 몸 전체가 떨리며, 현기증이 나고 무감동, 무감각 상태에 흔히 빠지게 된다. 극도의 고립감이 생기며, 타인에게 의존하게 되고 멍하니 생각이 사라지게 되는 일종의 도피행동 반응 상태가 된다. 갑자기 도주에 대한 충동이 생기고 생각하는 힘은 전혀 발휘되지 못한다. 목적없이 무턱대고 일어난다. 자신과 자기생존에만 걱정을 하고 결단력이 급속히 떨어진다. 쉽게 피로가 오며 행동이 둔해진다. 또한 극도의 공포 상태가 계속되어 판단력을 잃고 불안 초조함을 견디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선장은 왜 배를 버리고 도망쳤을까?

한마디로 무책임하고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더 이상 선원임을 포기한 것이며 직업윤리에도 합당하지 못하고 씻을 수 없는 평생의 과오를 저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들을 버리고 도망쳤을까?

필자는 이 글에서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선원이 아닌 인간 본연의 반응으로 보면 도피는 정상범위에 속한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 저질러서는 안되는 행동을 하였다. 승객들의 안전책임을 수행하지 못한 결과로 그들은 온 국민의 죄인이 되었다. 과연 도피본능을 억제하며 직업윤리를 행할 수는 없었을까? 우리는 스웨덴 해양사고의 사후 대책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20년 전인 1994년 9월28일 세월호처럼 승객과 화물을 함께 싣는 ‘로로선’인 에스토니아호가 발트해에서 침몰한 사고로 스웨덴 사람 550여명이 숨졌다. 승선자 989명 중 852명이 목숨을 잃은, 2차대전 후 유럽에서 발생한 가장 처참한 해양 사고였다.

에스토니아호 사고를 겪은 뒤 스웨덴 해양안전청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항해사를 배출하는 해양학교 두 곳의 교육 과정에 안전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매뉴얼을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을 양성하는 일을 먼저 한 것이다.

위기상황에서는 재난에 처한 사람들의 의존심이 극대화하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리더십이 더욱 중요하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는 불행히도 그 한명의 리더가 없었다. 안전 책임자의 역할은 현장의 위험으로부터 구성원들을 보호하고, 동시에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서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전책임자는 위험도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매뉴얼이 아니라 인간행동이 위급상황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대한 사전 점검과 교육이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은 교육이 부재한 인간 본능의 처참한 바닥을 보여주었다. 죽음의 본능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지행동이론에 따라 생각하는 힘과 행동을 조직화하는 것이다.

관료주의는 위기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가?

세월호 참사의 모든 문제를 선장과 선원의 도덕성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보다 더 큰 문제는 관료주의와 성과주의에 있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행정은 합리적 결정이 내려지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으며, 많은 부처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결과적으로 부처간 협력이 매우 어렵다.

안전행정부의 무기력한 대응과 해경의 초기 대응과정 실패는 그 결과를 보여준다. 이는 민주적 의사결정 능력이 훈련되어 있는 집단에서만 가능하다. 관료주의가 무기력한 이유는 결정을 미루기 때문이다. 관료주의에 따른 결정은 비밀스럽고 소수에 의해 이루어지며 탁상공론인 경우가 많다. 또한 상급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지시되고 일시적인 책임회피용 정책이 대부분이다.

▲ 9일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 가족이 단위에 단원고 학생들의 영정을 놓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갑자기 대두된 안산시트라우마센터와 중앙재난심리지원센터 신설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경기도 광역정신보건센터와 안산시 단원구 정신보건센터는 생존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심리지원단을 운영하였다. 매일 방송을 통해 1577-0199라는 심리지원 전화가 가동되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수년전부터 경기도 정신보건의 일환으로 준비되고 실행되어 온 살아있는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하드웨어의 신설이 아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고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관료주의에 매몰되는 행동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우리나라 관료조직의 병폐는 현장을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의 부재이다. 여전히 성과주의에 머물러 있으며 아무도 결정하지 못했다.

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걸까? 관료주의가 팽배한 곳에는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이다. 책임있는 행동을 누구도 하지 못한다. 집단 무기력감의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다. 평소 보였던 상부의 명령만을 전달받고 시행하는 일에 익숙할 뿐이기 때문이다. 자율성은 억제되며 창의성 또한 두드러지지 못한다.

현장을 책임질 수 있는 누군가의 소신있는 행동이 존재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사건 발생 두 시간 이내에 누군가는 선실의 유리창을 부수며 진입을 시도했어야 했다. 아무도 결정하지 못했다. 책임을 감내할 여백있는 사람이 부재한 탓이다(negative capability). 우리는 현장 감각을 지닌 사람을 키우지 못했다. 관료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세월호와 타이타닉의 교훈 : 배려와 사랑

선박사고로 인한 인간행동의 교훈을 우리는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 사건과 1915년 루지태니아호 격침 사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두 사건은 3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발생했지만 재난심리 영역에서 지금도 대별되는 사례들이다.

1912년 4월 14일 4만 2천톤급(세월호의 6배 규모)의 당시 가장 화려했던 타이타닉호는 빙산에 충돌한 후 2시간 40분만에 대서양속으로 침몰하였다. 2207명의 승객중 1501명이 사망하였다. 1915년 5월 7일 발생한 루지태니아호는 독일 유보트 공격에 의해 18분만에 가라앉았고 1313명이 사망하였다. 세월호는 타이타닉호 사고와 유사하다.

최근 성별, 나이 사회계층, 경제상황 등을 주요 변수로 생존자와 사망자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졌는데 두 사건의 차이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배에 탑승한 인적 구성은 성별과 나이 사회경제적 요인은 비슷했지만, 생존자 통계는 현저한 차이를 나타내었다. 우선 루지태니아호는 생명에 대한 위협이 매우 긴박하여 성별 구분없이 16세에서 50세의 활동기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생존하였다.

그러나 타이타닉호는 인재에 해당될 만한 요인이 분명히 존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예를 들면, 타 선박의 빙산충돌 경고를 무시한 선장의 태도, 구명보트를 정원수의 50% 정도만 구비한 것, 설계자의 지나친 자만심 등) 여성이 남성보다 세 배의 수만큼 구조된 것과 어린아이의 구조가 현저히 높았다는 것이다. 또한 삼등석과 이등석에 있던 여성들이 1등석의 남성보다 더 많이 구조된 점은 재난 앞에서 인간행동이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가를 설명해준다.

일반적으로 재난현장에서 공포반응이 극도에 달하기 때문에 집단 공황상태(mass panic attack)에 쉽게 노출된다는 이론이 팽배하다. 집단 공황상태는 군중들이 집단 폭력을 행사하고, 히스테리 발작이나 정신병적 상태 혹은 극심한 공포 등으로 무질서하고 이기심이 팽배하여 생존을 위한 반사회적 행동이 나타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재난 앞에 노출된 인간행동에 대한 잘못된 견해임이 드러나고 있다. 타이타닉호 사건에서처럼 연주자들은 군중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배의 침몰 때까지 연주를 하였고, 선원들과 선장은 구명보트에 여성과 어린아이 우선으로 대피시켰다. 이들은 모두 배의 침몰과 운명을 함께 하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인간행동의 고귀함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극한 공황상태에 있었던 사람들은 오히려 후안무치의 선장과 선원들이었다. 단원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고 서로를 격려하였다는 것이 카카오톡과 메시지 그리고 여러 증언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침착하게 사고 현황을 신고하였으며, 최후의 순간까지 부모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우리 모두의 마음을 미어지게 하고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들은 어떠한 동요도 없이 무책임한 정부와 선원들을 믿었다. 그들이 순수하면서도 위대한 이유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크게 나누었을 때 3가지 주요 증상이 있는데, 첫 번째는 충격적인 외상 기억의 반복적인 재경험이다. 외상 사건을 경험하고 한참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마치 현재에서도 그 외상사건이 계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강렬한 경험을 하게 된다.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지하철을 편하게 타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재경험의 증상 때문이다.

이러한 외상 기억의 재경험은 깨어있는 동안에는 어떤 이미지나 잔상의 형태로 일어나는 플래시백(flashback)으로, 잠을 자는 동안에는 반복적인 악몽으로 거침없이 의식으로 침투해 들어온다. 대개 이러한 재경험은 원래의 외상 기억과 비슷한 자극을 받을 때마다 반복해서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외상 기억의 재경험은 강렬한 정서적 고통을 반복하여 유발하기 때문에 생존자나 피해자는 계속해서 공포심, 무력감, 분노감에 반복하여 시달리게 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두 번째 증상은 회피와 지각의 둔감화 현상이다. 압도적인 위협에 대해 완전히 무기력해지고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면, 우리는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다. 얼어붙어 꿈을 꾸듯이 멍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실 감각이 둔해지거나 상실되고, 시간 감각마저 변형이 된다. 그래서 마치 트라우마가 자신에게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 현실을 생생한 실제가 아니라 마치 아련한 꿈같이 경험하게 된다. 상당기간 생존자들이나 유가족들이 겪을 수 있는 증상이기 때문에 장기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트라우마의 위협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이러한 의식의 변형이 오랫동안 지속될 때에 생기게 된다. 주변의 자극에 대해 되도록이면 정서적 동요를 안 느끼려 하고, 외상과 연관된 어떠한 기억도 하지 않기 위해,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제한적이고 수동적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들은 삶의 주도성, 적극성, 계획성, 의미부여 같은 것들은 다 포기하게 되고, 그저 최소화된 삶을 영위하려 하게 된다. 외상 사건을 경험한 이후 점차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회피 증상이 두드러지게 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세 번째 증상은 과도한 각성상태와 연관된 증상들이다. 충격적 사건 이후 언제 또 그런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늘 위험에 대한 경계상태가 지속된다. 사소한 자극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예상하지 못한 자극에 대해 심하게 놀라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그러다보니 늘 초조하고 불안하고 걱정이 많고 집중이 안 되고 죽음에 대한 공포도 매우 커진다. 이러한 과도한 각성상태와 연관된 증상들은 대부분의 교감신경계의 과도한 활성화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 지속 되다 보면 스트레스에 점점 취약해져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주위 사람들에게 신경질적이고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며, 때로는 심한 분노를 나타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하기도 하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고 수 년 동안 계속 되기도 한다. 그들은 사람을 피하고, 사람을 잘 믿지도 못하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주의 집중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어 책을 읽거나 대화를 하는 데도 어려움을 느끼게 되며 쉽게 지치게 되어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조절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 점점 더 삶을 지배하게 되면서 트라우마를 경험한 피해자들은 우울증, 알코올중독, 약물중독, 폭식 등에 빠지기도 하고 또한 심한 경우 자살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집단 트라우마에 대한 대처

이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들이 나타나는 시기는 각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외상 사건의 경험 이후 즉시 나타날 수도 있고 때로는 수일, 수주, 수개월 또는 수년이 지나고 나서 나타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고 난 뒤, 그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게 되는데, 이러한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될 때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서 이뤄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치료는 걸음마 단계이다. 약 80%가 교통사고 후유증 환자라 대형 재난 사고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 경험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 수많은 대형 사고를 겪었는데도 왜 이렇게 됐을까? 앞서 언급한 정신과 치료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 때문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장기적인 치료가 필수적인 만성질환이다. 실제로 류인균 이화여대 교수 등이 대구지하철 참사 후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보인 30명을 약 4년 동안 추적 관찰해 2011년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생존자의 77%가 1년 5개월 뒤 재판정을 받을 정도로 심리적 불안 상태를 보였다. 사고 발생 후 2년 8개월 후에도 생존자의 48%는 증상이 지속됐다. 12%는 4년 가까이 증상을 나타내었다. 따라서 최소 3년 이상 친밀한 치료진들에 의한 안산시 심리지원은 지속되어야 한다.

또한 이번 참사에서 17개 광역단체에 등록된 재난심리지원센터는 유명무실함이 드러났다. 기존 경기도 정신보건센터 35개와 전라남도 정신보건센터 10여개가 가동되었을 뿐이다. 이 외에도 지역의 비영리단체들이 자원봉사로 기능하였다. 지금부터라도 기존 조직들을 기능적으로 연결하는 재난심리지역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중앙조직은 총괄하는 기능만 갖고 각 지자체에 재난대응 전문가들과 조직을 양성해 재난이 발생하면 이들에게 물적 자원과 권한을 집중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 현장조직이 육성되지 않으면 대형재난이 또다시 발생해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지역사회 접근과 친밀감 있는 존재가 위기상황에서는 리더십으로 곧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재난사고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한 로드맵이 이제 시작되어야 한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재난심리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재난에 대비한 전문가 교육과 유가족을 포함한 생존자들에 대한 심리지원과 희생자들에 대한 체계적 보상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실사구시.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 올바른 공부이고 정치이다. 다시금 세월호 참사로 인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5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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