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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직선제 유지돼야
교육감 직선제 유지돼야
  •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
  • 승인 2014.06.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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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특집 2> 나아가 교육자치의 ‘독립화’를 더 강화해야…정치 기본권 허용도 필요해

새누리당은 6.4 지방선거가 끝난 후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공식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교육감 직선제 폐지와 대안 마련을 위해 당내에 태스크포스 설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현행 직선제의 변형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여야 간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이번 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란은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여당이 이를 정치쟁점화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방선거 직후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교육감 선거제도 개편을 정치적 논란이 아닌 진정한 교육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 편집자 주

지난 1월, 새누리당은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동반 출마)를 검토하는 등 교육 자치에 대해 ‘대수술’을 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는 교육감 러닝메이트 제도와 교육의원 일몰제를 강행하는 방향으로 ‘개악’이 이뤄질 경우, 이를 헌법 제31조 제4항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위반으로 보고 즉각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반발 하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교육감 선거 직선제는 유지되어야 한다. 간선제나 임명제로 가자는 것은 역사를 뒤로 돌리는 일이다. 이를테면 제한적 직선제(간선제)는 현실성이 없다. 어떤 기준으로 유권자(학부모) 여부를 판단할 것이며, 한 가정에 몇 표를 부여할 것인가 등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

러닝 메이트제(지방자치단체장과 동반 출마)는 교육을 정치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선 자금에 문제가 있다 하여 대통령 선거를 간선제나 임명제로 하자고 할 것인가?

그렇다면 제대로 된 교육자치를 시행할 방법은 있는 것일까? 나의 대답은 “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오히려 주민 직선제와 선거 공영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승만 정권 때의 ‘교육자치’만도 못한 새누리당 개편안

교육자치제도가 출발하게 되었던 것은 다른 일반적인 지방자치와 달리 교육의 특수성과 전문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보편적 인식과 더불어, 교육은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정서가 반영되어서 시작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의회 민주주의는 초반부터 민의원과 참의원을 두는 양원제를 실시했다. 6.25전쟁 중에도 선거를 치렀다. 지방선거에서는 교육 자치를 시·군 기초단위까지 확대 실시했다. 교육위원을 읍·면 의회에서 간선으로 선출, 구성하도록 했다. 또한 교육세를 독립시켜 지방세에 포함시켰다.

교육세를 교육청이 징수하고 교육 자치의 젖줄이 되도록 한 것은 획기적이었다. 그리고 중앙에서는 시·도 교육위원회에서 1명씩 선출된 교육위원을 중심으로 중앙교육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런 제도는 지금 다시 도입한다고 해도 늦다거나 잘못된 것이 아닐 정도로 선진적이었다.

▲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과 김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1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지방교육자치법 개선 및 교육자치 수호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육자치 출범 초기의 제도는 4.19혁명 이후 민주당이 내각제를 실시할 당시 승계됐지만, 5.16쿠데타가 발생하면서 무너지게 된다. 군사정부에 의해 국회는 물론 지방 자치 제도와 교육 자치 제도가 모두 폐기됐다. 이후 군사정부는 형식적으로는 민정 이양의 수순을 밟았지만, 실질적으로는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연장되게 된다. 박정희 정부는 이름뿐인 ‘교육자치 제도’를 부활시켜 시·도교육감은 임명제로 두고, 시·도교육위원회를 ‘추천제’로 만들었다. 그나마 친정부 인물이 아니면 무보수 명예직인 교육위원의 추천 대상에도 들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로 이어지면서 교육위원회는 시·군·구 기초 단위 의회의 추천으로 시·도의회에서 선출, 구성하게 된다. 교육감은 시·도 교육위에서 간선으로 뽑았다. 참여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에 이르면서 교육의원 · 교육감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교육감, 교육의원 선거는 주민참여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온 과정 속에 존재해 왔다.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출 방식은 ‘학교운영위원 일부로 구성된 선거인단에서 선출 →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전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에서 선출 → 주민 직선’ 등의 길을 통해 교육 자치 참여 규모를 점점 확대해 왔다. 주민직선제는 다른 방안과 비교했을 때, 주민 참여의 원리가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교육감·교육의원 직선제의 다음 단계는 어떻게 돼야 할까? 교육자치의 ‘독립화’를 더 강화해야 한다. 의결권이 확보된 시·도 교육의회와 의장, 그리고 선출된 교육감이 함께 온전한 지방교육 자치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지방 교육 자치 제도가 임명직, 즉 관선에서 민선으로 전환될 당시 ‘목표’로 삼았던 모델이 있다.

당시 교육위원회에 선심권(先審權)을 부여한 것은 교육위원회 위원장을 ‘의장’으로 하고 사무국을 ‘의사국’으로 개칭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지금처럼 시·도 의회 산하에 교육위원장을 두는 게 아니라, 교육위원회-교육감의 독자적 ‘입법-행정’ 모델을 확립시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교육의원-교육감 직선 실시 이후, 교육 자치는 지방 자치에 예속된 상태에서 점차 벗어나기 시작하는 전 단계에 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과 정부의 개악 안에 따라 교육 자치가 결국 원점으로 회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자주성·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도록 교육자치법 개정돼야

지난 2010년 국회는 기형적으로 개악된 교육자치법을 바꾸자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까지 열었다. 교육계는 정개특위의 발족 취지에 맞게 교육자치의 본질과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존중되는 개정안이 나오기를 기대하였다. 교육 활동은 해당 행정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 외에도, 인간의 성장과 발달에 관한 교육 영역 고유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한다.

고도의 자율성과 사회적 책임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이런 이유로 헌법재판소도 교육감과 교육의원에게 교육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감에게 상대적으로 긴 시간의 교육경력을 요구하는 것을 ‘합헌’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교육이 외부 세력의 부당한 간섭에 영향 받지 않아야 한다는 ‘교육의 자주성’ 원칙에 따라서라도 교육 전문성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지방 교육자치 제도의 개선보다는 이번 기회를 틈타 그나마 뿌리내리고 있는 교육감 직선제를 아예 변경해버리려고 하는 시도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도지사 교육감 임명제, 러닝메이트제 등이 그것인데, 이들 방안은 주민 직선으로 발전된 교육자치를 정당의 유·불리에 따라 후퇴시키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교육감 선거를 정당 공천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임명에 맡기자고 하는 것은 교육 자치를 정당과 일반 행정에 종속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의 자주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진보 성향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모처럼 교육자치를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 교총 안양옥 회장과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은 지난 1월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자치 수호와 정상화를 위한 5대 핵심 요구 사항’을 밝혔다.

교육감 후보 요건에서 교육 경력을 부활시키고,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라 일몰제가 적용돼 올해부터 사라지는 각 시·도의회의 교육위원회 제도를 유지하고, 교육위원 수는 확대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교육감 직선제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돈 선거’를 막기 위해 선거 공영제를 강화, 시행할 것을 촉구했으며, 투표용지는 추첨을 통해 세로로 배열하는 현행 방식에서, 후보자의 이름을 균등하게 배열하는 ‘교호순번제’ 적용을 제안했다.

국회는 이러한 제안 중에 교육감 후보의 교육 경력 조항을 부활시켰고(3년, 그것도 올해 7월 이후 적용), 교호순번제를 도입하였을 뿐 나머지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육자치를 꽃 피우게 해야 할 정개특위가 오히려 교육자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만 것이다.

그나마 여야 간에 어렵사리 합의한 교육감의 “3년 교육경력” 부활도 위헌 소지가 있다하여 이번 6.4선거에는 적용하지 못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제 우리 교육자치 역사에서 유래가 없도록, 교육경력이 전무한 인사가 교육감이 될 수도 있는 일이 벌어지게 생긴 것이다. 아무튼 교육감 교육경력 요구는 헌재와 국회에서 인정되었다. 그렇다면 교육감과 함께 교육자치의 다른 한 축인 교육의원 제도도 당연히 부활했어야 맞다. 교육의원없는 교육감은 국회 없는 대통령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상식이 이러한데도 국회는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교육의원이 없는 절름발이 교육감을 만들어 내고 말았다.(제주도는 특별자치도법에 의해 이번 6.4선거에서 교육의원을 선출함)

거듭 말하거니와 교육의원 제도는 헌법 사항이다. 헌법 제 31조가 바로 그것이고 “시·도의회의 상임위원회로 설치되는 교육위원회의 구성원인 교육의원들은 교육에 관한 전문성을 갖출 필요성이 있다.(2007헌마117)”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그것의 재확인이다. 그리하여 바로 국회의원들 자신이 교육의원제의 존속을 요구하는 개정안을 작년에 줄줄이 냈던 것이다. 유성엽, 박인숙, 현영희, 도종환 의원이 한결같이 주민 직선에 의한 교육의원 선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야 관계없이 교육에 대해 전문적 식견이 있는 의원이면 교육감과 교육의원을 교육자치의 양대 제도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여야 지도부와 새누리당 정개특위 위원들은 알아야 했다.

교육계는 결국 최종 수단으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였다. 교육감은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면서, 교육감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교육의원을 없애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의회 없는 집행부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이는 대통령은 있는데 국회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 “교육의원 일몰제는 ① 청구인들의 헌법 제31조 제4항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을 보장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② 과잉금지 원칙 및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헌법 제25조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며, ③ 교육제도의 근간이 되는 원칙인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에 정면으로 반하며, ④ 교육감에 대한 적절히 견제와 균형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어 권력분립의 원칙에도 반하므로” 헌법 소원을 청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은 물론 교직원 조차도 정치적 기본권을 허용하지 않는 정치후진국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소위 교육선진국으로 불리는, 많은 유럽 국가들은 학생 때부터 정당에 가입하여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스웨덴 나카시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20대의 젊은 여성으로 학생 시절부터 정당 활동을 한 사람이다. 오스트리아는 27세의 대학생을 외무부 장관으로 발탁하여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독일의 경우 14세면 정당 소속 청년회에 가입하고, 16세부터 당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 독일 수상 슈뢰더가 주 수상으로 재직하였던 니더작센주는 1995년에 선거연령을 16세로 낮추었다. 그러자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 의회도 시군 자치단체 선거에서 선거 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을 제안한 사민-녹색당 연정 의원들은 “선거연령 인하는 청소년들에게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하여 만연되고 있는 정당에 대한 불신과 정치 냉소주의를 극복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성년자인 학생 뿐 아니라 성인인 교직원들에게조차 정치적 기본권인 정당의 가입, 활동, 후원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OECD 국가 가운데 거의 유일한 수준의 정치 후진국이다. 국회는 말로만 “세계화, 국제화, 선진화”를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이런 부끄럽고 후진적인 부분을 실제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교육계의 숙원 과제 중 하나는 정치적 기본권의 확보이다. 교직원에게도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정당가입·후원·활동을 가능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부 선진국들은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 때부터 정당가입 및 활동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정당 관계자들과 국회의원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원칙적으로 맞는 얘기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들 말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시기상조’ 타령을 할 것인가? 더구나 같은 교원인데, ‘교수는 되고 교사는 안 되는 것’도 형평성이라는 측면에서 이제는 문제제기를 할 때가 되었다. 어쨌든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교직원에게 정치적 기본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정서와 여론이 다수라고 한다.

그러나 당장 정치적 기본권을 바로 부여하기 어렵다면, 그나마 있는 교육자치 제도는 보장해 주어야 한다. 교직원에게 정치적 기본권도 주지않으면서, 교육자치까지 빼앗아가는 것은 겉옷은 물론 속옷까지 모두 뺏는 일이다.

국회, 특히 교육자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새누리당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어서 속히 관련 법을 개정하여, 우리나라의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교육자치가 꽃필 수 있도록 해주든지, 아니면 정치기본권이라도 이제는 허용해야 할 것이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5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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