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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 야권의 내용적 패배
6.4 지방선거, 야권의 내용적 패배
  • 정리: 원성연 편집인 녹취 : 양경모 인턴기자
  • 승인 2014.06.2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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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 평가 ② 좌담회> 진보교육감 대거 당선은 획기적 현상…가치구도가 영향 미쳐

<이코노미21>은 6.4 지방선거 결과의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좌담회는 6월 8일 본지 편집기획위원들과 외부 전문가가 함께 했다.

좌담회에는 변재관 본지 편집기획위원회 위원장(사회복지),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정치), 김미곤 편집기획위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사회복지), 김영필 생활정치연구소 상임이사(정치), 박이택 편집기획위원/고려대 연구교수(경제사), 원종욱 편집기획위원/연대 의대 교수(산업재해), 이인재 편집기획위원/한신대 교수(사회복지), 원성연 본지 편집인이 참석했다. 사회는 변재관 편집기획위원장이 진행했다. - 편집자 주

변재관 (사회) : 오늘 좌담회에선 6.4 지방선거의 평가 및 향후 전망, 정치지형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먼저 (이번 선거에 대한) 전체적인 총평이나 인상, 가장 큰 특징을 이야기 했으면 합니다. 두 번째는 정책 공약 관련입니다. 첫째, 당의 정책 공약 둘째, 광역 후보들의 정책 공약 셋째, 광역 기초 후보들의 특이한 공약 등을 논의했으면 합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선) 결과적으로 박근혜 눈물이냐, 세월호의 눈물이냐로 공약이 묻혀간 듯합니다. 세 번째는 향후 구도와 정치 흐름 등 이런 내용으로 진행했으면 합니다. 먼저 광역단체장 선거에 대한 총평을 했으면 합니다.

김영필 : 저는 이번 선거가 외부 요인이라든지 예기치 않았던 부분들에 의해 선거가 진행되면서 유권자 입장에선 가장 안 좋은 선거였고, 당선된 사람에게는 가장 편한 선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 들에서 보면 유권자의 정당과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근저에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호남에서 무소속 당선자가 늘어난 것도 정당의 무책임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데 광역단체 선거만 보면, 유권자들이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저변에 분명히 있는데 그 시각을 정치(정당)이 왜곡해서 해석을 하고, 또 선거결과에 대해서도 왜곡해서 전파를 하는데, 저는 정치가 좋아지려면 정당이 세월호만을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선거도 무한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무책임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정치에 대한 불신이라고 하는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번에 야당이 이겼다고 해서 ‘유권자가 야당을 지지해줬다?’ 저는 전혀 그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큰 틀에서의 정당의 무책임이 이번 선거에서도 그대로 나타났고, (그 무책임은) 공천 과정에서부터 선거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실제로 유권자의 56.8%가 투표를 했는데, 그 사람들은 정치를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줘야 되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거죠. (유권자들이) 여당 또는 야당을 찍은 것은 정치에 대한 불신의 한 표현으로 투표를 했을 뿐이지, 내가 어느 정당을 정말 지지하거나 이 정당이 지방권력을 잡아서 뭔가를 변화시켜 줄 것이다 라는 의미 보다는 정당에 대한 불신을 유권자들 나름대로 평가해서 누군가를 찍거나 찍지 않거나 둘 중 하였다고 봅니다.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정당의 몫이고 언론의 몫이 돼야 하는데 그것을 잘못 해석한다고 하면 이런 정치불신의 굴레를 계속 이어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원 : 이번 지방선거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친 사건은 역시 세월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세월호 사고가 어떤 방식으로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쳤나인데 이게 조금 복잡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월호 한 사건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가치관이 순식간에 변한 것은 아니고, 오래 전부터 계속적으로 변화되어 온 사람들 의식 속에의 어떤 변화가 세월호 사고를 통해 집중적으로 분출됐다고 할까 이런 거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세월호 사고를 통해 크게 의식의 변화를 경험한 게 있다면 우리 사회의 주류적 패러다임 혹은 주류적 가치라고 볼 수 있는 개발이나 성장이나 경쟁, 이런 패러다임들에 대한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성찰들이 이루어지고, 이게 지방선거에서 상당부분 수용되어 나타났다고 봅니다. 특히 진보교육감(후보)의 약진이랄지, 일부 지자체 광역단체장 선거 (예를들어)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 등 이런 선거들을 통해 유권자들의 의식의 변화가 뚜렷이 수용이 됐다고 보입니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를 비롯해서 펼쳐진 지방선거 정국에 대해 각 정당들은 그걸 다르게 규정하고 해석해서 틀을 지으려고 했었죠. 야당의 경우는 심판과 책임의 틀에서 지방선거 정국을 규정하려고 했었고, 여당은 대통령 구하기, 국정의 안정이라는 가치하고 연결을 했죠. 정당간 구별되는 이 두 개가 대결하는 양상이 됐는데, 실제로 유권자들의 의식이나 표심을 표출하는 방식은 이거하고는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그래서 이 두 개의 취지가 서로 매개되면서 상당히 복잡한 결과를 만들어 낸거 같아요.

심판이냐 안정이냐 이런 구도로 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발·성장·경쟁에 생명·안전 등 이런 가치구도가 어떤 정당이나 소속 후보들과 정확히 일치된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야당 단체장 후보들 중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통해선 그런 유권자들의 변화에 대한 표심이 표출이 되었는데, 경기도나 인천의 야당 후보들은 같은 야당이지만 유권자들이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게 사뭇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고 봅니다.

변재관 : (유권자의) 지금까지의 성찰이 어떤 형태로든 진보교육감이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났다고 지적해 주셨는데 저 같은 경우는 그런 게 나타났을까 라는 생각도 있거든요. 진보교육감 같은 경우, 오히려 보수들이 분열하는 바람에 그랬다는 지적도 일부가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돌아가면서 논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원종욱 : (정치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어) 정당 이름도 잘 모르겠습니다. 옛날에는 옷 색깔을 보고도 알았는데 또 바뀌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광역단체장은 TV 등을 통해 알게 되지만, 기초단체장은 잘 모릅니다. 더군다나 기초의회 후보는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그럴 것입니다.

정당공천을 한다고 했다가 안하고 무엇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당공천을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기초의회의 경우 정당공천을 안하면 무엇을 보고 투표합니까. 또 이렇게 선거를 크게 한꺼번에 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 오히려 기초의회의 경우 별도로 시간을 주고 투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사전선거 2일 준 것은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김미곤 : 외국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는 계급투표를 못 하더라라는 것과 최근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의 공약의 경우 전문가들이 볼 때는 공약차이가 분명히 있다고 느꼈을텐데 일반 국민들이 볼 때에는 공약 차이를 모르겠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외국의 예를 보면) 스웨덴의 경우 사민당이 무너지면서 보수당이 잡고 있는데, 선거 전략을 보면 사민당이 하는 거에 우리가 +알파 준다, (즉) 사민당 정책하겠다고 하면 사민당+알파 줄게 합니다. 우리나라도 보면 (예를 들어) 새누리당 공약을 보면 좋은 거 나오면 무조건 우리가 하겠다고 하는데 전문가들이 볼 때는 분명 차이가 있지만, 일반 국민들이 인식할 때는 전혀 차이가 없기 때문에 전선이 없는 방식으로 선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6.4 선거 같은 경우에는 세월호 사건이 터지니까 목놓아 안전안전 외치는 겁니다. 그게 (이번 선거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입니다.

거대 양당체제 속에서 새로운 정당 출현 가능성 점점 줄어

박이택 : 이번 선거에서도 두드러지게 보이는 특징들이 몇 가지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한국에 굉장히 강한 두 개의 정당이 있고 두개의 정당 이외의 새로운 정당이 출현할 가능성은 점점 더 줄어 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군데에서 무소속이 당선되긴 했지만, 기존 정당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기초가 되었다기 보다는 양강 정당 체제에 대한 불신을 표현한 것이라고 봅니다. 여전히 두 개의 정당밖에 없는 세계임이 다시 확인되었습니다.

투표라는 행위 자체는 누구를 찍을 것이냐인데, 많은 정당이 있다고 한다면 선택의 폭은 훨씬 커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양당 체계 속에서는 선택의 폭이 훨씬 제약되기 때문에, 양당 체제 속에서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의 권리가 실현될 수 있는 선발 체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민주적 선거, 민주적 절차 이런 거 말고 실제로 어떻게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의 의도가 반영되는 선발 체계를 만들 것이냐가 이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이번 선거의 특징이라면 정당밖에 없는데 실제로 정당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정당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정당이 무엇을 해주겠다라는 것을 세월호 사건 때문에 드러내지 못했던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사람들은 저 정당은 무슨 정당이다라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생각에 훨씬 더 충실한 방식으로 투표를 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의 특징은 북풍이라던가 다양한 공약의 남발 등이 없이 투표자 입장에서 이 투표가 나의 생활과 어떤 관련성이 있느냐라는 것을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선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오히려 정당과는 무관하지만, 진보, 보수라는 형태로 구분 되었던 교육감 선거에서 단적으로 나타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입니다.

▲ 6.4 지방선거 좌담회 참석자들의 모습. 왼쪽부터 이인재 한신대 교수, 박이택 고려대 연구교수, 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변재관 본지 편집기획위원장(사회), 김영필 생활정치연구소 상임이사,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이인재 : 수도권 단체장 선거 결과를 보면서 생각을 한 게 기존의 단체장들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원순 시장 같은 경우에는 평가 괜찮았죠. 상대방 후보가 정책이나 토론이나 어디에서도 전혀 더 나은 대안을 못 보여 주었기 때문에 개인차를 불러왔다고 생각했구요. 인천이 왜 안되었냐고 생각하면 사실은 송 시장이 기대를 갖고 단체장이 되었는데 보여준 게 별로 없다... 인천시민 말 들어보면 개발도 아니고 새로운 가치를 내세운 것도 아니고 기껏 빚 몇 줄였다 이거 외에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에 비해서 김문수 지사 평가는 박하지 않거든요. 나름 잘했다. 그런 것들이 같은 정당에 나온 후보에게 반영이 된 게 아닌가. 이쪽은 나은 게 없는데 우리가 왜 밀어줘야 되냐, 이쪽은 비슷하게 가도 굳이 바꿔야 될 이유가 많지 않다, 그런게 반영된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진보정당의 현실입니다. 우리 정치에서 과거에 국회의석을 열석 이상을 차지했었고 굉장히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는데... 통진당은 이슈가 많이 돼서 알겠는데 당도 많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출마했다 중간에 그만 둬 버리고... 사실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거의 매력이 없는, 왜 나왔는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까 보조금 때문에 나온거냐 등. 안나온 것만 못한 결과가 되지 않았나, 그리고 양당 보수정당끼리 수십년 해 온 체계를 그냥 유지하고 있는데 진보정당은 점점 더 뒤쳐지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대안을 정치학이나 이런데서 찾아줘야 될 과제가 정말 많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같이 하면 다양한 색깔이 나오긴 너무나 어려울 것 같아요. 여야 유력 두 집단이 존재하지만 차이가 있습니까? 예를 들어 인천이 단체장이 바뀌어서 정책이 많이 바뀔까? 라는 생각을 안 하는거 같아요. ‘위의 몇 자리 바꾸겠죠’ 그거 외에 인천시민들은 인천시가 아주 보수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런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수도권 단체장, 기존 단체장들에 대한 평가 반영된 듯

변재관 : 전체적인 느낌으로는 기존 정치인들, 단체장들, 후보들에 대한 평가를 국민들이 대체적으로 반영한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다가 유력한 정당이 두 개가 있음에도 정당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제일 많이 덕 본 사람이 박원순 시장이고, 진보교육감 선거도 그런 부분이 다른 형태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정당의 정체성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부분들이 앞으로 어떻게 흐름으로 다시 합종일관할지 이런 것들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는 결국 세월호 눈물보다 박근혜 눈물이 이긴 것 아닙니까? 어쨌든 연패(連覇)를 한 거니까 승자가 없다는 이야기는 여당 입장에서 선방하고 연패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니까 야당이 진 거죠.

우리가 지방선거에서 깜빡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것도 있습니다. 대구하고 부산 얘깁니다. 대구는 김부겸 후보가 시장으로 나올지 안나올지, 사실은 대구에 있는 시민단체에서 풀뿌리 자치운동해서 기초 단체장과 기초후보들이 1년반~2년 전부터 상당히 준비를 해 왔는데, 김부겸 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간판을 달고 나오니까 (다른 사람들이) 새정치민주연합에 기초단체 후보로 들어오면서 풀뿔리 시민단체 후보들이 낄 틈이 적었던 거죠.

부산의 경우 오거돈 후보는 끝까지 무소속으로 나간 거 아닙니까? 무소속으로 나가다 보니 부산에서 열심히 활동했던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출마한 사람들이 오건돈 후보의 상대적 상승작용의 반사이익을 하나도 못 본 거죠. (지역과 정당, 후보 관계의 변화 등) 이런 것들은 나중에 우리에게 좋은 경험이 아니라 굉장히 큰 장애물이 될 거 같습니다.

한국의 보수정당이 가면 갈수록 카드를 조금씩 더 쥐는 거 같은, 공고화되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진보 입장에서 보면 밑바닥부터 큰 흐름과 긴 호흡으로 보지 않고 짧은 기간 내에 정권교체라던지 권력의 이동을 기대한다는 것은 쉽지 않고, 현 체제가 굉장히 오래가지 않겠느냐라는 것들이 이번 선거에서 여실히 나타난 것 아니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이택 교수가 유력한 양당이 존재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보이지 않았다라는 것, 이인재 교수가 진보정당은 살아 있는가라는 이야기와 결국 세월호 눈물 보다는 박근혜 눈물이 이긴 것 아닌가라는 의견에 대해 고원 교수께서 말해 주십시오

진보교육감 대거 당선은 획기적 현상

고원 : 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특별한 의미를 참착해 봐야 될 중요한 지점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너무 간과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과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진보교육감이 열일곱 곳 중에 열세 곳에서 당선됐죠. 그건 굉장히 획기적인 현상이고, 의미를 심도 있게 파봐야 될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서울시장 선거도 굉장히 중요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서울에서 정몽준 후보가 최근까지만 해도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던 후보였단 말이에요. 굉장히 강한 상대에요.

이런 강한 후보를 상대로 박원순 후보가 무려 15%p 이상 격차를 벌리면서 승리했다는 것은 서울시 선거사상 굉장히 특이한 현상입니다. 서울이라는 특성이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결과적으로 뚜껑을 열어놓고 보면 실제 큰 쏠림이 없어요. 대선에서든 총선에서든. 그런데 박원순 후보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여당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눌렀다는 것의 의미를 중요하게 파봐야 한다고 봅니다.

박원순 시장의 경우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지역특성이 비교적 동질적인 수도권에서 같은 야당 소속인 다른 두 단체장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는 겁니다. 도대체 그런 차이가 어디서 나오는 건지를 살펴 봐야 합니다. 진보교육감들의 약진과 박원순 시장의 승리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이번 선거에서는 핵심적으로 가치구도가 분명하게 컸다라는, 그것을 굳이 진보 대 보수라고 해도 좋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기존의 우리사회를 지배해 왔던 주류적 패러다임 (즉) 개발, 성장, 경쟁 이런 것에 대해 진보교육감들이나 박원순 시장은 명확하게 대립되는 구도를 보여줬어요.

유권자들은 정당투표가 아니고 박원순 시장의 가치, 진보교육감들의 가치, 또 그 반대의 누가 어떤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유권자들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것과 정당구도는 차원이 다릅니다. 정당구도에서는 기본적으로 심판, 책임, 국정안전, 대통령구하기 이런 구도였어요. 이 구도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반응을 안 했죠. 유권자들에게 도대체 차이가 무엇인지가 명확하게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에 여당은 분노의 대상이고, 야당은 불신과 실망의 대상인 속에서 이 둘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유권자들은 명확한 결정을 할 수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세력으로서의 양당구도는 있지만, 선거에선 정당이 없는 선거로 표출된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하고 싶습니다.

또 예를 들어 ‘기울어진 운동장’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좀 더 정밀하게 접근해서 판단해 봐야 된다고 봅니다. 막연히 일방적으로 기울어 졌다가 아니라 무엇이 기울어 졌는가.. 가령 정당간의 세력구도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히 기울어졌죠. 세월호 이후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계속 내려가거나 정체했잖아요. 새누리당도 내려가긴 했지만 여전히 격차를 유지하고 또 실제 선거결과도 4년 전 지방선거보다 야당은 굉장히 후퇴한 거죠. 야당의 관점에서 보면, 4년 전 지방선거에선 민주당만이 아니라, 국참당, 민노당, 진보신당 이 네개 야당을 합쳐서 여 대 야 이렇게 보면 그 때 야가 총괄적인 정당지지율에서는 높았는데, 정당 간 세력구도로 보면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건 굉장히 기울어진 운동장이죠.

그런데 가령 좀 더 총체적이거나 가치나 이면의 구도로 가면, 기울어졌다는 것이 과연 의미 있는 이야기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져봐야 되요. 2010년 지방선거부터 2014년 지방선거까지 그 사이에 총선, 대선이 있었잖아요. 4년 간의 걸친 중요한 4대 선거에서 소위 선거의제를 지배하는 이념적 성격 혹은 가치의 성격이 뭐였냐는 거예요. 명백히 진보의제에요. 진보의제가 중요한 4대 선거를 계속 지배했다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번에도 의제나 가치관점에서 보면 진보의제가 선거판에 대세였고, 다만 여권쪽에서의 대응전략이 좀 차이가 있었던 것이죠. 이를테면 4년 전 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 복지 의제에 대해 새누리당이 제대로 대응을 못 하니까 구도가 굉장히 명확했던 거고 이번에도 부분적으로 비슷했어요.

진보교육감이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일종의 물타기를 제대로 못한 거죠. 지난 대선이나 총선같은 경우 (여당은) 경제민주화나 복지의제를 굉장히 폭발적으로 흡수하면서 그 구도를 흐트러 뜨린 반면, 야당은 거기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구도가 약해져 결국엔 여당 보수의 승리로 갔던 것이 총선이고 대선이에요.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서도 그럼 무엇이 기울어져 있느냐..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야지 일반적으로 기울어졌다, 그럼 기울어졌으면 어떡할래, 패배하는 게 어쩔 수 없었던거냐, 보수는 여전히 강고했던 거냐, 사실은 그 결론밖에 안 나오는 거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좀 더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변재관 : 기울어진 운동장은 제가 보기엔 이럴 거 같아요. 인구구조 어쨌든 투표를 하는 투표권자의 인구비율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탈피하지 않을 정도로 공고하게 가고 있고, 10대, 20대 인구구조 변화를 봐도 그렇고, 영남이나 호남이나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대한 인구구조를 보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변화가 없다라는 것이 큰 게 아닌가. 정치학에서는 모르지만 사회학에서 보수라고 하는 거는 기존에 있던 질서를 최대한 바꾸지 말자라는 거고, 진보라고 하는 것은 변화를 통해서 뭘 하자는 거니까 선거라는 이벤트를 잘라서 보게 되면 새로운 것들, 바꾸자고 하는 것들이 화제가 될 수 밖에 없는 거거든요.

고원 : 일부 언론이나 혹은 일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이념지형이 중도가 계속 확대되어 왔다, 보수보다 진보가 굉장히 작아졌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데 실제 그런지는 정확하지가 않아요. 만약 그런 현상이라면, 어떻게 4년 전 선거부터 이번 지방선거까지 진보적 의제가 왜 대세가 됐냐는 거예요. 뭔가 말이 안맞잖아요. 진보적 의제가 왜 대세가 되는 건지. 2010년 지방선거의 무상급식, 보편복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경제민주와 복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나 일부 의제를 통해서 가치가 표출 됐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사람들의 지향들이 훨씬 더 명료해지고 깊어 졌다는 특징을 갖는다고 봐요. 특히 그 폭이 굉장히 확대 됐다고 보는데, 여당 성향 내지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 까지도 기존의 우리 사회의 주류적 패러다임이었던 개발성장, 경쟁의 패러다임에 대해서 염증과 혐오를 표출하고 있어요.

이런 게 4년 전보다 훨씬 더 분명해졌어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강남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은 강남이다 (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겨레신문 좌담에 전문가 입장에서 참석했는데, (참석자 중) 여당 성향의 5명 모두가 가령 정몽준 후보가 내세우는 시의 개발이나 성장이나 이런 거에 대해서 다 실패한거고 거짓이다, 그리고 이건 정몽준은 “절대 책임 못진다. 자기 임기 끝나면 도망갈거다” 여당성향이 이렇게 얘기를 해요. 이게 여론조사 결과나 실제 지방선거 결과와 상당히 맞물리는 거죠. 그래서 이런 가치구도 즉, 보수와 진보의 가치의 역학관계라고 하는 것은 결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에요.

실제 서울권을 지배하는 진보적 의제라는 게 명백하잖아요. 4년 동안 이런 부분들을 간과하고, 선거에서 진 것은 객관적으로 열세여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하는 것은 야당의 입장에선 면피의 소재가 될 수도 있는 거거든요. 2012년 총선과 대선은 명백히 기울어진 운동장이어서 패배한 게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하는 야당의 존재가 너무 부족했기 때문에 패배한 겁니다.

세월호 이후 야당은 도전적이 않고 보수적으로 선거운동해

김영필 : 지난 대선에서 (야당이) 지고 나서, 진 이유 중 하나로 어차피 유권자 구조상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얘기들 많이 하는데 실제로 그러면 게임해보나 마나거든요. 저는 유권자 중 고령자가 더 많아져도 그들이 여권 성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젊은 층의 인구가 적고 투표율도 낮고 이런 부분들 때문에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있지만, 저는 유권자가 그런 면에서는 굉장히 평형수의 역할을 한다고 봐요.

운동장 자체가 기울어진 게 아니라, 어디가 기울어졌냐고 봤을 때 여야간의 실력이라고 봅니다. 여당이 실력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고요, 유권자가 여당을 보는 시각과 야당을 보는 시각이 달라, 여당은 적당히 해도 원래 그래라고 하면서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기준은 굉장히 낮게 책정돼 있는 반면에 야당의 기준은 굉장히 까칠하게 형성이 되어 있거든요. 여당과 야당의 기준치가 다르기 때문이고, 기울여졌다면 여당과 야당의 기본적인 실력차이가 있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봐도 야당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전체적으로 박원순 시장 평가가 좋으니까 재선된거라고 하는데, 서울의 25개 구청장 중에 새누리당이 5곳에서 됐는데 그 지역이 새누리당이 현역이었던 지역이에요. 강남3구하고 중랑, 중구가 다 새누리당 현역이 있는 지역인데 거기만 이겼단 말이죠. 왜 거기만 이겼는지 봤더니 현역 구청장 평가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유권자들은 세심하게 후보자를 살펴볼 생각이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 때문에 유권자들의 생각이 멈춰버린 거에요. 세월호 참사가 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세심하게 후보자를 살피지 못하고 정치, 선거를 생각하는 사고가 정지해 버린 것입니다. 그 후 현역단체장에 대한 평가 때, 현역이 특별히 문제가 없으면 현역을 찍어 준거죠.

야당이 9개의 광역자치단체를 가졌지만, 실질적으로 세월호 (이후) 도전적인게 아니라 보수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운동을 아예 안 한거죠. 송영길 시장, 박원순 시장 모두 보수적으로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경기도는 남경필 후보가 20%까지 차이나는 경우이에요. 그런데 세월호 때문에 15%로 줄어버렸어요. 그러면 5%로 줄여야 되는데 김진표 후보는 도전자의 입장인데도 공격을 못했어요. 물론 남경필 후보도 현역은 아니지만 본인은 수성을 하는 입장이어서 남후보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TV토론에서도 남후보는 본인 얘기는 안하고 김진표 후보 얘기를 하면서 ‘당신 뭐가 잘못 됐다’고 얘기했는데, 김진표 후보는 공격을 해야 될 사람이 오히려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야당이 전체적으로 세월호가 10% 덤으로 얹어 준 거를 제대로 활용을 못했다, 그것이 실제로 야당의 실력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박지원 의원이 "광주전략공천 해서 인천경기 말아 먹었다" 식의 표현을 했는데 저는 약간은 다르지만 그 말은 맞다고 생각이 들어요. 광주전략공천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전체 야당의 입장에서 보면 광주에서 이기는 것이 꼭 새정치민주연합이 이길 필요는 없다는 것, 광주를 설혹 무소속한테 잃었다 하더라도 인천경기 이기고 부산까지도 이겼다고 하면 향후 야당이 훨씬 더 크게 자기의 그림으로 가져갈 수 있는데, 광주라는 아주 작은 프레임에 묶어버리면서 야당이 인천경기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거구도만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지면 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민주당 통합변수 전인 2월에 공공성 이슈를 얘기했었어요. 그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과 안철수 대표와의 통합은 계획되지 않은 상태잖아요. 구도가 자기들 생각대로 안 만들어지는 거지요. 그래서 뭔가 이슈라도 하나 잡아야 겠다고 하던 상황에 공공성을 얘기 했더니 제 안을 최고위원회에 보고했어요. 그런데 2월말에 통합이 되면서 공공성 이슈가 필요가 없어져 버린 것에요. 큰 선거구도에서 안철수 세력을 업었으니까. 그 다음부터는 선거구도가 1:1 싸움이 됐잖아요. 그 다음에 정책개발해야 되는데 세월호가 터져버리니까 더 이상 할 게 없어진거죠.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은 굉장히 소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했어요. (소극적으로 하다 보니) 선거에서 경기도나 인천 같은 곳에서 이겨야 되는데 져버린 거라고 봅니다.

변재관 : 양당 구조는 깨지지 않는 것 아닌가? 현재의 여야 구조로 가지 않을까? 지금 있는 정당들이 자기들의 떡을 포기하지 않을 것 아니냐 등. (야당이) 자기개혁이나 혁신을 한다고 보는지요

고원 : 기본적인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바꿔야 되는데, 어려운게 리더쉽 몇 명을 물갈이 한다고 해서 바뀌는 구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밑바닥의 네트워크하고 상층의 리더쉽하고 가령 야당 같은 경우 서로 나눠 가지면서 결합이 되어 있다는 거죠.

이를테면 야당의 소위 현장의 하부 조직의 구성을 보면, 수도권지역만 해도 중추적 당원들의 40%가 호남출신이고, 그 다음에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해서 시간 좀 나는 자영업자, 중소상공인 뭐 이런 사람들이 자기 사업거리에 도움도 되고 인맥도 쌓고 이런 이유로 지역 당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연령대로 보면 대부분 50대 이상이고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지방선거에서 조그마한 공천이라도 받아 볼까 하고 계파보스에게 열심히 봉사하고... 이렇게 정치하는 비슷한 사람들이 중첩적으로 기반을 형성하면서, 사실은 오래된 기반이기 때문에 이걸 걷어내기도 쉽지가 않고 그렇다고 존치시키자니 확장력이 없는 거죠. 이렇게 짜여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최근 10여 년간 환경, 교육, 육아 등 각종 커뮤니티가 굉장히 많은 성장을 했잖아요. 이들의 성향으로 보면 보수라기 보다는 야당, 진보성향에 가까운데 이 사람들이 야당의 새로운 기초 조직을 보강해주고, 기존의 낡은 당원 네트워크를 대체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살로 돋아야 되는데, 지역으로 가면 야당의 밑바닥 네트워크하고 새로운 시민사회네트워크하고 불화와 불신이 있어서 이런 것까지도 바꿔야 합니다. 지난번 정당공천 폐지한다고 했다가 번복한 것도 이런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쉽지 않은 거죠.

좌담회 전체 내용은 월간지 <이코노미21> 6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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