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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몰락이나 참패라고 보기 어려워
진보정당 몰락이나 참패라고 보기 어려워
  • 안성용 선임기자
  • 승인 2014.06.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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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 평가 ③> 진보 4당 정당지지율 합계 9.81%…광역선거에서 진보정당 지지율, 주요 격전지에서 당선에 영향 미칠 수 있어

대부분의 언론에서 진보정당 몰락 혹은 참패가 다루어졌다. 이런 관점의 기사는 경향이나 한겨레, 오마이뉴스는 물론 프레시안, 민중의 소리, 레디앙 등도 마찬가지였다. 소위 진보언론들은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4개 정당으로 나누어진 진보정당의 당선자 수가 과거 대비 줄어든 것을 대부분 크게 문제 삼았다. 이로부터 진보의 분열이 문제이고 해결책은 진보의 통합임을 대부분 역설했다. 그 말은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매우 중요한 다른 면은 간과되고 있다.

일단 이번 6.4 선거의 광역단체장 결과를 보자. 대부분의 소위 진보언론에서는 부산과 경기에서 나온 무효표를 ‘매우 안타까워’ 하고 있다. 즉 부산은 서병수와 오거돈 후보간 표차인 20,701표 보다 2.6배 많은 54,016표가 무효표였고, 경기는 남경필과 김진표 후보간 표차인 43,727표 보다 3.4배 많은 149,886표가 무효표였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들 무효표는 두 곳 모두 사퇴한 통합진보당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표가 대부분이었다는 선관위 관계자의 언급을 통해 아쉬움이 더욱 증폭된다. 선거연합이 되었다면 결과는 당연히 달라졌을 것이다. 경기는 2010년 심상정의 선거일 하루 전 사퇴로 인한 무효표가 183,387표였다. 이번에는 후보가 3일 전에 사퇴를 했다.

이번에 특징적인 것은 경향이나 한겨레 등에서 2010년과 같이 ‘진보후보 때문에 졌다’는 말이 안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주장하기에는 안철수-김한길 지도부가 통합진보당과는 절대 선거연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워낙 강조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명백한 현실은 경기, 부산은 선거연합을 하지 않아서 야당이 진 것이다. 한편 아쉬움이 너무 많아서인지 아니면 문제를 분석할수록 심각함이 드러날까 봐서 인지 인천과 강원, 충북, 대전 등은 다루고 있지 않다.

인천은 유정복과 송영길의 득표율 차이가 1.75%이고, 통합진보당 신창현의 표는 1.83%, 무효표가 1.06%이므로 이곳도 달라질 수 있었다. 강원은 최문순 49.76%, 최흥집 48.17%인데 통합진보당 이승재의 득표가 2.05% 였고, 충북은 이시종 49.75%, 윤진식 47.68%, 통합진보당 신장호 2.56% 였다. 대전은 정의당 후보가 1.76%, 통합진보당 후보가 1.39%로 양자의 합이 3.15%이다. 물론 당선자인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가 50.07%로 과반을 획득했다.

야당의 당선 여부를 떠나, 이번 선거에서 주요 격전지에서의 여야 표차는 그리 크지 않았고, 진보정당 지지율은 높지 않지만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이다. 이번 선거에서 최소 6곳 부산, 인천, 경기, 대전, 강원, 충북은 말 그대로 격전지였고, 따라서 선거연합이 중요했던 지역이다. 영호남을 제외하면 무척 많은 개수이다. 만약 이번에 강원과 충북에서 새누리가 이겼다면 2010년처럼 ‘통합진보당 때문에 야당이 졌다’는 논리가 팽배했을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정말로 마녀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진보당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진보정당 선거결과에 대한 평가들

위에서 언급한대로 진보언론들 조차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4개 정당으로 나누어진 진보정당의 당선자 수가 과거 대비 줄어든 것을 크게 문제 삼았다. 이로부터 진보의 분열이 문제이고 해결책은 진보의 통합임을 대부분 역설했다.

진보정당의 지지자들도 선거결과를 보고 대부분 이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는 특히 선거는 ‘매우 이미지가 좌우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진보정당 당원들 자신들도 이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보수-진보 언론 모두 다음을 지적한다. “2010년 민주노동당 시절 지방선거 대비 당선자수와 당선율이 급감했다. 1/3도 안된다.” “2012년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 10.3%, 진보신당 1.1%로 합 11.4% 보다 떨어졌다. 숫자 비교로는 당연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정치를 숫자로만 비교할 수 있을까?

‘진보적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한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시대와 사회 흐름에 맞는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필요한 세력이라는 ‘공감대마저 상실’ 했다. 운동권 이미지, 종북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렇게 정리하면 무어라 항변하기가 매우 어렵다. 능력도 안되는 사람들이 아직도 옛날방식만 고집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진다.

기자 생각에 분명 가치를 제시하지 못한 것은 맞다.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 학습 및 연구능력 부족은 분명 문제이다. 또 일부 성과를 가지고 있는 것조차 이를 표현하는 정치활동능력이 매우 서투른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2012년 총선 직후부터 대선을 치르고, 최근까지 2년간 각자도생의 길을 걸으며 진보정당들 간에 ‘서로 다름’이 ‘서로 같음’보다 훨씬 큰 감성적 주제였음은 활동가들이나 관심 있는 지지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 정의당 심상정 원내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 및 해단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천호선 대표. 사진=뉴시스
기자의 생각에 어떤 선거는 이전까지의 정치-사회-경제적 의제들에 대한 제 세력의 투쟁의 결과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고, 어떤 선거는 제 세력의 미래를 보이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민중의 소리나 레디앙이나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후보는 민주당, 정당투표는 민노당 시절이 있었다는 것, 분열로 인해 정책역량이 약화된 것,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두 언론의 관점에서 물론 다른 점은 있다. 진보의 분열이 핵심 원인인 것에는 동의하지만 소위 ‘종북주의 때문’이라는 점에서는 판단이 다르다.

광역비례대표 선거 진보정당 지지율 분석

진보정당이 4개로 나뉘었으므로 당선자수가 급감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한 선거구에 둘이 나오면 볼 필요도 없다.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아니 선거 시작 전부터 6.4 선거에서 진보 4당은 당선자수나 당선율에서 급감할 것이라는 점은 웬만한 사람들은 공유하고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정당지지율을 보면 ‘진보가 몰락하거나 참패’했다고는 보기가 어렵다.

전국 결과를 보면 진보 4당의 합계는 9.81%이다. 2012년 총선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녹색당의 합계 11.9%보다 2.09% 감소한 것이다. 당시 통합진보당은 알다시피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해 총선에서 의석수가 약진했다. 그때의 통합진보당의 대중적 이미지는 좋았다. 즉 이미지 좋고 민주당과 연합해 얻은 당 지지율이 10.3%였다. 그러나 알다시피 지금은 통합진보당은 대중적인 이미지가 나쁘게 형성돼 왔다. 나머지 3당 또한 언론에서는 찬밥신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81%면 적지 않은 지지율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보아야 할 점들이 있다. 세부적으로 분석하자면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비례의원 등의 출마자수를 각각 따져 봐야 하고, 각 선거구별로 선거구도 및 출마자의 득표력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는 각 정당들이 해야 할 과제이므로 생략한다. 여기에선 이번 선거의 특징 중 하나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실 선거운동 기간이 짧았던 점을 고려해 두 가지 관점에서 진보4당의 지지율을 분석해보겠다.

먼저 과감하게 일반화한 ‘유권자에 대한 노출정도’와 이에 따른 유권자의 지지를 따져 보자. 통합진보당은 511명, 정의당은 158명, 노동당은 111명, 녹색당은 23명의 후보를 냈다. 총 당선자는 모든 선거유형별로 합계 2952명이었다. 진보4당의 출마자수는 803명, 당선자수는 총 55명이었다. 출마자 대비 당선자의 비율은 매우 낮음은 앞에서 지적하였다. 중요한 것은 이 803명의 출마자로 인해 얻은 정당지지율이다. 단순계산으로 통합진보당은 511명 출마에 4.27%, 정의당은 158명에 3.62%, 노동당은 111명에 1.17%, 녹색당은 23명에 0.75%였다. 이 결과만 보면 녹색당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음을 알 수가 있다. 그 다음이 정의당, 노동당, 통합진보당의 순이다. 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은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돼 선거비용만 고려하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문제는 위 결과에 대한 해석이다.

다음은 광역의원비례 출마자 수 비교이다. 새누리당 75명, 새정치민주연합 68명, 통합진보당 29명, 정의당 21명, 노동당 13명, 녹색당 12명이다. 진보정당들의 출마자 수가 적지 않다. 합하면 75명이다. 이는 새누리당과 같은 수인데 결국 진보정당들 간에 서로 경쟁을 했다는 뜻이 된다. 한편 이 중 통합진보당은 정당지지율 10%를 넘긴 광주 전남 전북에서 각 1석씩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 점은 통합진보당이 호남지역에서 제 2당 전략을 사용해 성과를 얻은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문제는 전국 정당 지지율이다. 즉 통합진보당 4.27%, 정의당 3.62%, 노동당 1.17%, 녹색당 0.75%이다.

위의 두 가지 관점과 사실에서 다음을 추론할 수 있다. 일단 노동당과 녹색당은 총선결과 학습효과로 인해 정당지지율 2%를 얻기 위한 전략을 구사했으나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유명인사도 없고 특히 노동당은 당명 전환 이후 첫 선거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지율은 높은 편이다. 2012년 총선 때와 비슷하다.

녹색당은 오히려 조금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진보 3당들에 대한 거부감이 녹색당을 선택한 유권자들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두 당 모두 전체 출마인원 대비 지지율은 높은 편이다. 정의당은 소위 ‘유명인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정당이다. 그 점에서 지지율 상승이 있었을 것이고, 통합진보당이 총 출마자수도 월등히 많고 광역비례 출마자 수도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유권자들이 정의당을 선택했음도 추론가능하다.

가장 많은 후보를 내고도 통합진보당은 당 지지율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냈다. 물론 4%를 넘는 지지율 획득과 당의 건재함을 알리는 데는 일정정도의 성과를 내긴 했지만, 통합진보당은 정의당에 비해 ‘유명인사’가 덜 하다. 총선 출마자는 지방선거 출마자와는 급이 다르다는 면에서 앞으로 정의당과의 제3당 입지 다툼에서는 유리한 바가 별로 없어 보인다. 한편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유일하게 새정치민주연합과 선거연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기초의원 10명을 제외하고는 당선자도 없고, 정당 지지율은 3.62%로서 원내정당으로는 초라하다. 통합진보당과의 제3당 입지 다툼에서 독자성을 강화한 통합진보당에 비해 유리한 바가 역시 별로 없어 보인다.

진보 4당 부활의 길은 있다

위에서 본대로 진보 4당으로 나눠진 상태에서 당선자를 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당 지지율을 높이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보수 야당과의 경쟁도 어렵다. 그러나 9.81%라는 지지율은 적은 숫자가 아니다. 예전 민주노동당이 정치권에 안착을 한 이후 나온 지지율이 평균 13%대였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오랜 세월동안 형성된 ‘반새누리 비민주’라는 유권자층이 강력하게 존재한다는 것이 이번 선거를 통해 다시 한번 증명됐다. 이 층은 그러나 진보 4당을 나누어 지지한 것만큼 그 성격이 단일하지 않음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꼴 보기 싫어’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43.2%의 유권자들 중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또한 꽤 있을 것이다. 앞으로 진보 4당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정당통합 이야기나 신당창당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예전과 같은 정치공학적인 통합이나 창당은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은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제대로 된 정당은 가치와 비전 그리고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정책, 이를 만들어 낼 실력을 토대로 한다. 강력한 보수정당들에 포획되어 있는 한국 정치이다. 이를 해결해나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지하는 대중이 있으면 반드시 이를 기초로 정당은 부활할 수 있다. 또 하나 대중은 언제까지나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6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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