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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일, 관피아 척결은 국민의 명령이다
세월호 100일, 관피아 척결은 국민의 명령이다
  • 최광웅 데이터 정치평론가
  • 승인 2014.07.2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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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민심읽기>

세월호 참사 발생 13일이 지난 4월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만큼은 소위 ‘관피아’나 공직 철밥통이라는 부끄러운 용어를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신념으로 관료사회의 적폐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실하게 드러내고 해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통령의 대국민약속이 있은 지 3개월, 세월호 참사가 빚은 지 100일째인 오늘, 공직사회개혁 작업은 착착 추진되고 있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법과 제도인데 핵심은 ‘김영란법’이고 ‘관피아 방지법’이며 ‘유병언법’이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별명인데, 김영란 前국민권익위원장이 제안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12년 당시 김영란 위원장이 마련한 원안은 공직자와 그 가족이 1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을 경우, 대가나 직무 관련을 불문하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받은 돈의 최대 5배까지 벌금형에 처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 10일 청와대 회동에서 박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에게 김영란법과 유병언법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면서 법안처리에 청신호가 켜지기도 했지만, 형사처벌 대상 공직자의 범위를 두고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당초 합의했던 8월 국회 처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직자윤리법’도 관피아 방지를 위한 핵심 법안으로 꼽힌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담화에서 퇴직 공무원의 취업제한 대상기관 확대, 취업제한 기간 연장, 취업이 제한되는 업무관련성 범위 확대, 취업이력공시제 도입 등의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대상기관을 현재 4천여개에서 1만 3천여개로 대폭 확대했다. 취업 제한기간은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강화된다. 또 업무 관련성 판단기준을 ‘5년간 소속했던 부서’에서 ‘5년간 소속했던 기관’의 업무로 대폭 확대한다. 마지막으로 퇴직 후 10년간 취업한 기관, 취업 기간, 직위 등의 취업 이력도 공개될 예정이다.

여야는 개정안 자체에는 이견이 없어 큰 어려움은 없지만, 국회 상황과 맞물리면서 제때 처리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실제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 아직 상정되지도 못한 상태다.

공무원의 뇌물 범죄에 대한 추징 절차를 강화한 일명 ‘전두환 추징법’을 일반 범죄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 핵심인 유병언법. 정식 명칭은 ‘범죄은닉재산환수강화법’이다.

세월호 피해자들을 배상하기 위해서는 차명 재산의 실소유주를 입증할 수밖에 없다. 근저당권을 설정한 구원파와 소송전에 휘말리면 재산 환수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타인 명의로 숨겨놓은 범죄 수익도 쉽게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유병언법’을 추진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 역시 지난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소위에 회부됐으나 아직 본격적인 심의테이블에 오르지 못한 상태다. 벌써부터 소급입법의 문제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어서 갈수록 태산이다.

이제 곧 8월이다. 8월에는 결산과 국정감사 일정도 있어 법안 논의에 집중하기 힘들다. 예·결산소위를 구성하지 못한 상임위의 경우 8월 말까지 예정된 결산을 마무리하기 위해 법안 논의에 앞서 결산부터 해야 한다. 국정감사는 오는 8월 말부터 예정돼 있지만 준비기간을 고려하면 8월 초·중순부터 ‘국감모드’에 들어간다. 사실상 8월 국회에서도 관피아 방지 3대 법안은 물 건너간 것이다.

지방선거, ‘관피아’ 경력...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지난 지방선거 기간을 내내 장식한 키워드는 ‘세월호’였고 ‘관피아 척결’이었다. 그렇지만 여야 정당은 기존 관성을 버리지 못하고 습관처럼 또 관료 출신들을 후보로 대거 내세웠다. 과연 6.4 선거에서 관료 출신들이 거둔 성적표는 어떤가?

관피아는 자신들만의 기득권 보호 및 이익만을 추구는 관료와 범죄조직 마피아의 합성어이다. 관료들은 퇴직 후에도 산하기관으로 모셔가는 전관예우 등 그들만의 폐쇄적인 세력과 문화를 형성한다. 그래서 1995년 지방자치 선거가 실시된 이래 관피아도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해왔다.

특성상 행정가 형을 선호한다고는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 역시 선출직인데 각계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살려 주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지방자치가 아닌가? 그러나 실제 풀뿌리 현장에서는 20년이 다 돼 가는데도 여전히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목전의 선거 승리가 더 우선인 거대 정당들 때문이다.

1995년 부활된 1회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15개 광역단체장 중에서 8명이 관료 출신이었다. 1998년 2회 선거에는 울산시가 늘어 16개가 됐는데 무려 11명이 관료였다. 2002년 3회 때는 9명, 2006년 4회 때는 10명이었으며, 직전인 2010년 5회 때는 8명이 직업 공무원 출신이 당선됐다. 합계를 내면 5회까지 당선자 총수 79명 중 46명, 58.2%가 관피아 출신이었다. 2012년 세종시가 출범하고 중간에 세 군데에서 재·보선을 거친 6.4 선거 당시 광역단체장 분포를 보면, 17명 중 9명 곧 과반수가 관피아로 구성돼 있었다.

7명씩을 관피아 출신으로 내세운 여야 정당

6.4 선거에서 여야의 광역단체장 후보는 34명이다. 부산의 무소속 오거돈후보가 새정치연합의 김영춘후보와 단일화를 했으니 그를 야당으로 분류한다.

먼저 새누리당은 유정복(인천), 박성효(대전), 유한식(세종), 윤진식(충북), 최흥집(강원), 박철곤(전북), 김관용(경북) 등 7명을 공천했다.

이에 뒤질세라 새정치연합은 17명의 광역단체장 후보 중 6명의 관료출신을 내세웠다. 권선택(대전), 이춘희(세종), 김진표(경기), 이시종(충북), 송하진(전북), 신구범(제주) 등이다. 오거돈 무소속 부산시장후보까지 합하면 야당도 7명이 된다.

관피아 출신의 성적표?

먼저 인천에 출마한 유정복 前 안행부장관. 그는 송영길 前시장을 상대로 신승을 거뒀다. 1979년 행시 23회에 합격한 후 경기도 사무관으로 출발, 관선 김포군수를 거쳐 1995년 민선 김포군수로 출마할 때까지 16년 간 주로 경기, 인천지역에서 근무했다. 그가 최근까지 정치권에서 일한 기간으로 보면 사실 관피아라고 보기에는 좀 어색하기도 하겠다.

대전은 대전고 동문과 행시 선·후배에 대전시 부시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는 박성효 대 권선택 대결이었는데 권선택 후보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는 1977년 행시 20회 출신으로 충남도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여 주로 행자부에서 근무했다. 내무부 지역경제심의관, 청와대 인사비서관 등 27년의 공직을 마감하고 2004년 열린우리당 공천으로 17대 국회에 진출했고, 18대에 재선했다.

세종은 2012년 초대 시장선거 패배를 딛고 이춘희 시장이 연기군 농업기술센터 소장 등으로 29년을 재직한 유한식 前시장에게 설욕했다. 이 시장은 1977년 행시 21회에 합격, 줄곧 건교부에서 일했다. 1차관에 이르기까지 31년을 건교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차관에서 물러난 후에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인천도시개발공사 사장 등을 지내며 건교부 관료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경기의 김진표 후보는 낙선했다. 그는 1973년 행시 13회 출신으로 국세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여 재경부 세제실장, 국무조정실장, 재경부총리 등 31년을 주로 재경부에서 일했다. 2004년 총선에 징발돼 당선되었으며 2005년 또다시 교육부총리를 맡았다.

강원의 최흥집 후보 역시 낙선했다. 그는 1974년 행정직 7급 공채로 강원도청에 들어와 강원도 기획관, 강릉 부시장, 정무부지사 등 35년을 근무했고, 2011년 강원랜드 사장으로 부임하여 금년 초까지 일했다. 지방공무원 출신으로는 드물게 공기업 사장까지 꿰찬 케이스이다.

충북은 이시종 현 지사가 윤진식 후보를 상대로 2% 차이로 간발 승을 했다. 둘은 청주고 동기동창으로 50년 지기이다. 이 지사는 1971년 행시 10회 합격 후, 충북도 사무관으로 들어와 관선 충주시장, 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장 등 34년을 내무관료로 일했다. 1995년 1기 민선 충주시장에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을 기록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되었으며 2008년 재선됐으니 선출직 경력도 근 20년이다.

낙선한 윤진식 후보는 1972년 행시 12회 출신인데, 재무부 사무관으로 출발하여 관세청장, 재경부차관, 산자부장관 등 31년간의 화려한 공직을 거쳤다. 이후에도 국립 서울산업대 총장과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4년 8개월 등 진정한 관피아의 길을 걸었다.

전북은 송하진 前전주시장이 당선됐다. 그는 1980년 행시 24회에 합격한 뒤 내무부 관료로 발을 디뎠다. 이후 행자부 지방분권추진단장, 전북도 기획관리실장 등 25년을 재직했다. 2006년 4기 전주시장에 당선됐으며 2010년 재선됐다.

송 지사의 상대는 동갑내기 박철곤 후보였다. 그는 1981년 행시 25회에 합격한 후, 총무처 사무관으로 출발하여 부패방지위원회 기획운영심의관, 국무조정실 국무차장으로 마칠 때까지 28년을 공직에 머물렀다. 2011년 6월 지식경제부 산하 전기안전공사 사장에 임명돼, 3년 임기가 아직 남았지만 여당의 전북지사 후보로 차출됐다.

경북은 예상대로 김관용 현 지사가 압도적인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다. 그는 1971년 행시 10회에 합격, 국세청에 들어갔다. 용산세무서장과 구미세무서장을 역임하며 24년을 근무했다. 고향 구미에서 1기 민선시장에 당선됐고 3선에 성공했다. 최초의 3선 기초단체장에 이은 3선 광역단체장 탄생이다.

제주의 신구범 前지사는 예상대로 원희룡 후보에게 낙선했다. 그는 1970년 행시 9회에 합격, 제주도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지만 곧 농림부로 옮겨갔다. 농림부 기획관리실장, 관선 제주지사 등 25년을 관료로 일했다. 1995년 1기 제주지사에 당선됐다. 농림부 공직 경력을 앞세워 1999년 축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에도 진출한다.

마지막으로 무소속 후보지만 김영춘후보와 단일화를 했기 때문에 친새정치연합으로 분류할 수 있는 부산의 오거돈 前해수부장관을 살펴보자. 그는 1973년 행시 14회 출신으로 부산시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 줄곧 부산시를 지켰다. 부산시장 권한대행까지 31년을 근무했다. 해수부장관 경력으로 2008년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총장에 취임하였고, 2012년 한국해양연명 총재에 올랐다. 그는 관피아의 한계 때문이라기보다는 지역주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상과 같이 여야의 34명 후보 중 관피아 출신은 14명(41%)이 출전했다. 여야 모두 관료 출신으로 대진표가 짜진 대전, 세종, 전북, 충북과 처음부터 사실상 당선이 확정되다시피 한 경북 등 5곳은 이미 후보 등록과 동시에 사실상 관피아의 당선이 확정됐다. 나머지 지역 중에서는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인천의 유정복 시장이 유일한 생존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역시 직업공무원 경력보다 선출직 경력이 더 오래인 ‘직업정치인’이다.

바야흐로 관피아 세상도 서서히 꺼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국민의 손으로...

그러나 여전히 그걸 깨닫지 못하는 건 여야 정치권이니 공직사회개혁은 요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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