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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더 서러운 노동자
아프면 더 서러운 노동자
  • 원종욱 본지 편집기획위원, 연세의대 교수
  • 승인 2014.08.0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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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정책의 실종 ⑤> 현행 근로기준법에 병가 규정 없어…병가가 있다는 것은 그 기간 동안에 일자리가 보장된다는 의미

48세 김병가씨는 4식구의 가장으로 조그만 전자부품 업체에서 조립 일을 한다. 한달에 월급 230만원을 받고 있으며, 아이들 학비를 위해서 부인은 마트에서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다. 평소에 술과 담배를 즐겼지만 건강 하나는 자부했었다. 1년전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가끔쓰린 증상이 있어서 술 때문으로 생각했다. 병원에 갔더니 내시경을 하라고 했는데, 괜찮을 것 같아 위장약을 처방 받아 먹고 내시경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달 건강보험공단에서 내시경을 무료로 해준다는 쿠폰을 받아서 내시경을 했더니 위암이라고 했다. 그것도 위암 3기라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도 해야 한다고 한다. 의사가 요즘 위암은 중증질환으로 본인부담금이 적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치료 잘 받으라고 한다. 의사에게 언제부터 일할 수 있느냐고 했더니, 수술받고 항암치료가 끝나려면 적어도 1년은 지나야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회사에 말했더니 회사에서는 병가는 3개월 동안 무급으로 인정해 주고 있어서 1년은 곤란하다고 한다. 아이들 학비와 전세금을 대느라 모아 놓은 저축도 없어서, 1년동안 자신의 수입이 없이 아내의 쥐꼬리 만한 수입으로 살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 실업급여라도 받아서 살아보려고 고용보험에 문의했더니, 스스로 사직한 경우라면 실업급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다. 김씨는 위암을 치료 받을 걱정보다 앞으로 어찌 살지 막막하다.

 

치료 걱정보다 앞으로 살 일이 더 걱정

한국 복지패널(2007년부터 2011년)을 이용한 연구에서 2007년에 평균의료비의 3배 이상 지출한 고액 의료비 발생 가구는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2008년 이후의 소득이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특히 평균의료비의 2배 이상 지출한 가구는 소득이 1년 동안 감소하였고, 의료비를 3~4배 이상 지출한 가구의 소득은 2년 동안, 5배 이상 지출한 가구의 소득은 3년 동안 소득이 감소하였다(최재우, 2013). 이 연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의료비를 많이 지출하면 가구 지출이 증가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가구 소득이 감소했다는 것은 다른 의미가 있다. 즉, 소득이 감소했다는 것은 소득원을 가진 가구원이 질병으로 실직했음을 시사한다. 더욱이 그 실직이 쉽게 회복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빈곤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김씨처럼 사람은 누구나 아플 수 있다. 레저를 즐기다 다칠 수도 있고, 자기도 모르게 병에 걸릴 수도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병원에서 치료 받고 나으면 정상적으로 생활 할 수 있고, 병을 치료 받는 그 동안만 잘 지내면 된다.

그런데 한국의 노동자들은 아프면 더 서럽고, 더 힘들다.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못하고, 오랫동안 아팠다는 이유로 회사를 떠나야 한다. 같은 일하다 똑같이 다쳤고, 똑같은 치료받았는데도, 어떤 사람은 회사에 잘 다니고, 어떤 사람은 회사를 다닐 수 없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병가’가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병가는 말 그대로 질병으로 인한 휴가를 의미한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첫째, 병가가 있다는 것은 병가 기간이 끝난 후 즉, 병을 다 치료하고 난 후 직장으로 돌아가서 일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질병으로 인한 휴가 기간 중에 급여를 준다는 것이다(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병가 기간 중 급여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먼저 첫 번째 의미,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권리를 살펴보자. 어떤 근로자가 휴가를 갔다 왔는데, 자신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만일 휴가를 갔다 오면 일자리가 없어진다면 누가 휴가를 갈 수 있을까? 병가 기간을 얼마나 인정해 주든지 병가가 있다는 것은 그 기간 동안에는 일자리가 보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병가가 유급인가 무급인가는 그 다음 문제이다. 휴가도 유급 휴가가 있고, 무급휴가가 있는 것처럼 병가도 유급과 무급이 있다. 많은 복지국가들은 아파서 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상병급여’를 지급한다. 즉 유급 휴가를 주는 것이다.

상병급여 도입보다 ‘병가’ 자체 존재가 더 중요해

사람들은 상병수당, 상병급여가 매우 중요하고 우라나라에도 필요한 제도로 빨리 도입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무급이라 할지라도 ‘병가’ 자체가 존재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아파도 마음 놓고 병원에 입원하고, 치료 받을 수 있다. 병만 빨리 치료하면 돌아가서 일할 자리가 있으니까. 앞서 언급한 복지패널 연구에서 고액 의료비를 지출한 가구의 소득이 1년부터 3년까지 감소했던 이유가 바로 병을 치료하고도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실직했기 때문이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독일은 근로자가 병(산재나 직업병이 아닌 일반 질병)에 걸려서 직장에 나올 수 없으면, 법에 따라서 최초 6주일 동안은 사업주가 급여의 100%를 지급한다. 그 이후에도 직장에 다닐 수 없는 경우 최대 78주 동안 총 급여(세전)의 70%를 사회보험기금에서 지급한다. 물론 이 사회보험기금은 근로자가 임금의 7.5%, 사업주가 7.0%를 보험금으로 납입하여 조성된다.

미국은 어떤가? 미국은 건강보험도 전국민에게 보장되지 못하는 나라다.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복지제도가 형편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방법에 따라 근로자가 50인 이상인 사업장은 근로자가 아파서 일을 할 수 없거나, 근로자의 가족이 아픈데 간병할 사람이 이 근로자 밖에 없는 경우 최대 12주 동안 무급 병가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로드아일랜드와 하화이 5개 주는 이 기간중 급여를 지급할 것을 주의 법으로 정하고 있다. 더 흥미 있는 것은 민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보험에 상병급여를 지급한다는 사실이다. 미국 50인 이상 사업장의 70%가 병가보험(Short Term Disability insurance; STD)이 병가 기간 동안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주에 따라서는 병가를 보장하는 의무를 1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한 주도 있다. 물론 12주 이내에는 직장으로 돌아가서 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공무원은 공무원복무규정에 따라 병가 사용 가능, 근로기준법에는 병가 규정 없고 취업규칙에 포함돼 있어

이제 우리나라를 알아보자.

먼저 공무원.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복무규정에 따라서 1년에 60일 이내의 병가를 쓸 수 있다. 물론 이 기간 중에 봉급의 100%가 지급된다. 그런데 만일 병이 중하여 장기요양이 필요한 경우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휴직할 수 있다. 휴직은 1년이 원칙이지만,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1년을 연장할 수 있다. 휴직 기간 중에는 봉급의 70%를 받을 수 있다. 당연히 병가나 휴직이 끝 난 후에는 복직이 보장된다.

김씨같은 일반 근로자는 어떤가? 일반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근로기준법’에는 병가에 대한 규정이 없다. 법에 ‘병가’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우리나라의 ‘일반 근로자’는 국가가 법률로 보장하는 병가가 없다. 그래도 너무나 고맙게 근로기준법 제93조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취업규칙을 작성해서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 취업규칙에 포함되어야 하는 사항에 ‘병가’는 없지만 ‘업무 외의 재해부조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그나마 다행히도 각 회사의 취업규칙에 ‘병가’에 대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대기업에서는 최대 1년까지 보장해 주고, 급여도 6개월까지 보장해 주는 곳이 있는 반면, 중소기업에서는 1개월에서 3개월을 무급으로 보장하는 곳이 더 많다.

2005년 한국노총에서 단체협약을 분석한 것을 보면 좀더 명확히 알 수 있다. 2005년에 한국노총에 가입한 사업장 수는 3,410개이며, 이중 455개 사업장을 표본조사하였다. 이 사업장들 가운데 46.4%는 100인 미만 사업장이고, 500인 이상 사업장은 16.3%였다. 단체협약에 병가로 명확히 구분된 것은 없지만 질병을 사유로 휴직을 인정하는 사업장을 병가가 있는 사업장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19.3%의 사업장이 휴직에 대한 규정이 없다. 규정은 있으나 해당 기간에 대한 명시가 없는 경우는 29.2%이고 전체의 18.0%는 휴직 기간이 3개월 이하이다. 6개월 이하는 28.3%이며, 6개월 이상 1년 미만이 5.0%, 1년 이상은 1개 사업장에 불과하였다. 업무외 부상이나 질병을 이유로 휴직할 수 있는 사업장은 전체의 77.4%였다. 휴직기간 중 급여에 대한 규정이 없는 사업장이 22.4%였으며, 임금의 50%이하로 지급하는 곳이 5.5%, 100% 미만 지급이 33.3%였다. 노조가 설립되어 있는 사업장은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의 10%내외인데, 이들 사업장은 그나마 다른 사업장보다 근로자의 권익을 보장해 주는 사업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사업장의 현실도 외국이나 공무원, 대기업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앞서 언급한 독일, 미국 근로자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공무원과 대기업 근로자는 병가를 받을 수 있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기껏해야 1개월을 무급으로 병가를 받을 수 있다. 결국 아픈 근로자는 아파서 일하는 동안 급여를 받지도 못하고, 자기 돈으로 치료 받고 나아도 되돌아갈 직장이 없어진다. 병가가 정말 중요한 이유는 병이 나았을 때 돌아갈 수 있는 직장을 보장하는데 있다.

▲ 전국학교비정규진연대회의가 9월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병가 질병휴직제도 차별철폐, 직종통합 중단, 교육부장관 사과'를 촉구하는 피켓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럼 병가는 이런 개인적인 문제를 위해서만 필요한 것일까?

2005년에 유럽27개국이 상병급여로 지급한 금액은 1인당 평균 197 유로였다. 이들 국가중 노르웨이는 1인당 상병급여가 가장 높아서 940 유로였는데 반해 그리스는 115 유로, 영국은 120 유로였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시간당 생산성을 달러로 환산해서 비교하면, 노르웨이는 시간 당 75.2 달러, 그리스는 32.2달러, 영국은 44.9 달러였다. 상병급여와 노동 생산성의 관계를 너무 단순화시킨 면이 있지만, 상병급여는 1년간 1인당 800 유로의 차이가 나는데 비해 노동생산성은 1인당 시간당 30달러에서 40달러 차이가 난다. 노동 생산성을 1년으로 환산하면, 1년에 1,000시간만 일을 해도 3만달러에서 4만달러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런 차이가 모두 상병급여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상병급여의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회사에 출근했지만 몸이 아파서 정상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프리젠티즘이라고 한다. 몸이 아프면 회사를 쉬어야 하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쉬지 못하고 출근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프리젠티즘은 노동 생산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에서 시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근로자의 70%가 감기 몸살이나 배탈이 나서 출근하기 어려운데도 출근한다고 응답하였고, 이들 가운데 절반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출근한다고 하였다. 미국에서 프리젠티즘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1년간 1인당 255 달러로 휴업 및 장애급여로 지출되는 금액의 전체보다 더 많다고 한다.

상병급여가 주는 또 다른 사회적 이익은 산재 감소이다.

상병급여를 지급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산재발생률을 비교해 보면 건설업, 제조업 등 산재 발생이 높은 직업군에서 상병급여를 지급하는 회사의 산재 발생률이 상병급여가 없는 회사보다 28% 낮았다. 산재 위험이 높은 직업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일하다 보니 산재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것도 프리젠티즘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이다. 결국 아픈 근로자가 마음 놓고 쉴 수 있게 만들어 준다면, 건강문제로 인해서 발생하는 산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병가나 상병급여가 없으면 이직률이 높아진다. 병가가 없기 때문에 아파서 직장을 떠나야 하는 경우나 복지혜택이 낮아서 직장을 떠난다. 그런데 한 근로자가 이직을 하고, 새로 채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채용 광고, 면접, 훈련 비용 등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이런 이직 비용은 상병급여를 초과한다고 한다. 미국에서 70% 이상의 기업이 법 규정이 없는데도 상병급여를 지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병가와 상병급여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노인, 여성, 저소득층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일수록 건강수준이 낮고, 질병으로 인한 휴업이 많이 발생한다. 이들은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문제는 물론이고 소득손실이 더 큰 문제로 대두된다. 더욱이 이들이 어찌하던지 건강 문제를 해결했을 때 돌아갈 직장이 없다면, 이들은 새로운 직업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빈곤으로 진입하게 되는 원인의 90%는 실직과 근로소득 감소이다. 실직 원인이 다양하게 있지만 이들 가운데 건강문제로 인한 실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병가와 상병급여는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에 대해 완충역할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적 회생을 촉진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병가는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권리

이제부터 병가가 얼마나 보편적인 권리인지 알아보자.

우리나라는 비준하지 않았지만 세계노동기구(ILO) 협약 102(Convention 102)은 근로자의 사회보장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따르면 질병으로 인하여 노동능력을 상실한 근로자에 대해 적절한 의료를 보장하고, 상병급여를 지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세계노동기구와 국제보건기구(WHO)가 제안한 기초사회보장 안에는 모든 근로자에게 필수적인 의료와 수입에 대한 보호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들 국제기구에서 병가와 상병급여를 강력히 권고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논리적 뒷받침이 있다. 병가와 상병급여를 받은 근로자들은 심각한 손상이나 질병이 있을 때, 첫째, 즉시 의학적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요양 등과 같은 치료적 권고를 따를 수 있다. 둘째, 질병으로부터 더 빨리 회복될 수 있고, 셋째, 일상 생활 기능에 영향을 주는 건강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넷째, 보다 더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해 나아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으며, 다섯째, 질병이 직장이나 지역사회로 전파되는 것을 감소시킬 수 있다.

병가와 상병급여의 목적은 질병에 이환된 근로자들의 건강을 보다 빨리 회복시켜서, 건강상태와 생산성을 증진시키는데 있다. 이렇게 함으로서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파탄을 막을 수 있고, 직장을 유지시키고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사업장에서 생기는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2007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세계 145개국에서 유급 병가를 인정해 주고 있다. 이들 국가 중 102개 국가에서는 적어도 1달 이상의 병가를 인정하고 있으며, 33개 국가에서는 최대 1개월을 인정하고 있고, 10개국은 최대 10일을 유급 병가를 인정하고 있다. 이들 국가 중 51%는 급여의 50%를 상병급여로 병가 기간 중 지급하고 있으며, 21%의 국가들은 급여의 100%를 지급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 가운데 병가와 상병급여를 지급하는 국가들로는 일본, 중국, 싱가폴, 홍콩, 오스트렐리아 등은 물론이고, 필리핀, 파카스탄, 라오스, 방글라데시 등 우리나라보다 경제 수준이 낮은 국가들도 포함되어 있다. 유럽 국가들은 모든 국가가 보장하고 있으며, 북미와 남미 국가들도 버뮤다, 하이티, 자메이카, 우루구와이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병가와 상병급여를 보장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상병급여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은 사회보장의 한 부분으로 세금을 통해서 기금을 조성하거나, 의무적인 사회 건강보장 체계 내에서 근로자와 사업주의 기여금을 통해서 사회보험 형태로 조성한다. 이 경우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사업주와 근로자가 각기 50%씩 부담하여 보험금을 조성한다. 일부는 민영보험을 통해서 보장하기도 하는데, 의무가입을 원칙으로 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보험금을 부담할 수 있는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기도 한다. 또 다른 일부 국가는 사회적 합의나 법률로서 사업주의 기금으로 상병급여를 지급하는데, 많은 사업주들은 보험에 가입한다.

많은 국가들이 상병급여를 사회건강보험이나 국가건강체계를 통해서 제공하고 있고, 근로자의 수입을 보장해 주는 다른 사회보장 프로그램 즉, 장애보장, 산재보험, 출산이나 육아 보장, 노령연금 등과 연계하여 보장한다.

우리나라는 고용보험을 통해서 실업급여와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두 가지 모두 사회보장에는 꼭 필요한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이다. 그런데 일을 하다가 병에 걸려서 쉴 수 밖에 없는 아픈 근로자들은 보호 받을 길이 없다.

근로자와 가정 보호 위해 근로기준법에 ‘병가’ 규정 도입해야

앞서 말한 김씨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김씨 회사는 취업규칙에 병가를 무급 3개월로 정했기 때문에 김씨처럼 1년을 치료 받아야 하는 병에 걸린 경우, 사회적으로 김씨를 도울 수 있는 길은 아무 것도 없다. 김씨는 3개월 동안 급여 없이 생활하면서 병을 치료하다가 병가 기간이 끝난 후 ‘해고’되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물론 김씨는 그 동안 직장생활을 오래해서 실업급여를 1년은 받을 수 있다. 3개월 이전에 질병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퇴사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김씨가 1년 뒤에 치료가 다 끝나도 돌아갈 직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1년뒤 49세가 되는 김씨가 특별한 기술도 없는데 다시 직장을 찾을 수 있으까?

병가와 상병급여가 중요한 이유는 많은 한국의 남성 근로자들은 가장으로 한 가정의 소득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이 아프면 그 가정이 모두 아프고, 경제적 파탄을 맞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동이 건강을 위협해서도 안되지만, 질병 때문에 수입과 직업을 상실해서도 안된다. 병가와 상병급여는 건강과 빈곤에 대한 사회보장과 연계되어 있어, 확장된 사회보장제도의 하나이어야 한다. 상병급여는 사회적 약자인 여자, 노인, 육체노동자,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더욱더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건강보험과 고용보험을 사업주와 근로자가 각기 50%씩 부담하여 발전시켜 나아가고 있다. 이제는 근로기준법에서 병가를 규정하고, 이에 따른 상병급여를 위한 재원을 마련해서 조속히 상병급여를 보장해야 할 때다. E21

본 기사는 <이코노미21> 4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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