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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남는 자가 승리하는 겁니다. 홧팅!”
“끝까지 남는 자가 승리하는 겁니다. 홧팅!”
  • 김훈혜 카푸스파트너스 전무
  • 승인 2014.08.24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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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 번 결혼하는 여자’라는 드라마가 방송되어 세인의 주목을 끌었는데 두 번의 이혼 후, 세 번째는 자기 자신과 결혼한다는 다소 허탈한(?) 결말로 종방하였다. 사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IMF사태 직후인 2000년대 초반부터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최근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이혼율을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국내 이직률 역시, 최근 모 국회의원이 2012년 OECD 회원국들의 노동시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 근로자의 평균 근속년수가 5.3년으로 비교 가능한 OECD 회원국들 중에서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평균 근속년수가 짧다는 것은 그만큼 고용의 불안정성이 높다는 것이고, 근속년수가 짧다는 것은 근로자의 전직 및 이직률이 높다는 것인데 이 같은 문제를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렇듯 이직률이 정치 사회면의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헤드헌터인 필자는 한 개인의 경력관리 차원에서 두 번의 이직 후 다시 이직을 고려 중인 ‘세 번 이직하는 남자’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잘 나가는 직장인’의 이직사

현재 두 번의 이직 끝에 세 번째 회사인 외국계기업 마케팅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웬만한 영어업무는 무리가 없을 정도의 영어 활용능력과 깔끔한 외모, 원만한 대인관계와 몸에 밴 매너로 직장 내에서 업무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소위 ‘잘 나가는’ 직장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 여의 직장생활이 지루해지기 시작하면서 다시 권태기(?)를 맞았는데 총 경력 10년의 중간관리자로 자리잡은 A씨의 입장에서는 이번에도 지난 두 번의 이직처럼 마음먹은 대로 이직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그러나 자신 있게 지원한 대기업 두 곳에서 연이어 서류 전형에 실패하자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면접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것이 이해가 안되고 억울하기까지 했다. 바로 그 때에 첫 번째 이직 시 만났던 나에게 SOS를 쳤다.

“이번에 제가 서류 전형에서 탈락한 이유가 뭘까요?” 이력서 상에는 전과 같은 학력과 스펙이 담겨 있건만 서류에서 탈락한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A씨는 첫 직장인 국내 대기업 기획부서에서 만 3년이 되었을 무렵, 일도 제법 손에 익었고 이쯤에서 외국계기업도 한 번 경험해 볼 생각으로 이직을 결심하였다. 특별히 이직사유가 있었다기 보다는 본인의 실력을 평가 받고 싶었고 그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어느 조직에서든지 3년쯤 지나면 슬슬 꾀도 생기고, 변화를 갖고자 하는 것이 평생 직장이라는 단어조차 어색해진 요즘의 일반적인 추세다. 그 당시 외국계기업 채용 건을 진행하면서 만난 A씨는 제대로 기본기를 갖춘 인재로 보였으나 성향상 한 직장에 오래 머물러 있기는 힘든 스타일로 여겨졌다. 생각대로 무난히 2차 면접을 통과하여 최종합격을 통보하던 날, 나는 그에게 간곡히 조언하였다. “이번 회사는 A님의 이력서에 올려지는 두 번째 회사입니다. 중간관리자가 될 때까지 실무에 있어서는 통이 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추시고 최소 5년은 근무하겠다 마음 먹으시고 입사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단단히 각오하고 입사하길 권하였으나 두 번째 회사에서 근무한 지 3년쯤 되었을 때 A씨는 또다시 이직을 시도하였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직무를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기획업무에서 마케팅업무로 직무전환을 하고 싶어서 도전한 회사는 한국에 지사가 생긴 지 2년 정도 되었고 A씨의 영어 구사력과 외국계기업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 평가하여 마케팅경력이 없음에도 그를 채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입사 후 A씨는 새로운 마케팅 업무에 흥미를 갖고 열정적으로 일했고 곧 매니저로 승진하면서 확고하게 그 조직에서 자리매김 했던 것 같다.(두 번째 이직 후 세 번째 회사에 대해서는 필자가 들은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실패한 세 번째 이직

그리고 4년 후 고질병처럼 도진 A씨의 이직의 욕구는 연이은 서류전형 실패로 철퇴를 맞았다. 일반적으로 어떤 회사든지 6년 차 기획업무 경력자를 마케팅 직원으로 뽑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세 번째 회사는 한국에 좀 더 안정적인 거점을 확보하고자 마케팅 경력자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시장에 대한 안목을 갖춘 A씨를 선호했던 것 같다. 한마디로 운이 좋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이직의 실패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A씨는 그것이 자신의 능력과 역량으로 얻은 결과라고 자부하였고 거침없이 세 번째 이직을 단행하였던 것이다.

세 번째 이직을 시도하면서 내게 SOS를 쳤을 때, 다행히 그가 재직 중이었기 때문에 나는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다.

우선 국내 대기업의 경우, 헤드헌터를 통해 경력사원(과~차장급)을 채용할 때 이력서에 세 개의 회사가 있다면 아예 추천조차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즉 한 번의 이직과 두 개의 회사까지는 인정해 줄 수 있으나 두 번의 이직으로 세 개의 회사가 기재되어 있을 경우 지원자가 대단한 실력을 갖추었거나 특수한 직무가 아니라면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경력사원으로 입사 후 그 회사의 조직에 적응하고 역량을 발휘하여 공헌하기까지는 일정기간이 필요한 것인데 세 번째 이직으로 자기 회사(네 번째 회사)를 선택했을 경우 회사에 대한 충성도는 물론 지원자의 조직적응력 및 대인관계 형성능력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A씨의 경우, 중간에 직무까지 바뀐 터라 10년짜리 마케팅 경력자와의 경쟁에서 열세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6년짜리 마케팅 경력자를 물리친 A씨 일지라도 10년짜리 경력자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년짜리라는 표현이 ~년차 보다 실감나는 표현인 것 같다.)

회사를 옮길 때는 신중히 고민해야

두 번째 회사에 입사하기 전 최소 5년 이상 근무하시라고 했던 필자의 조언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어느 새 두 번의 이직으로 이력서에 세 개의 회사가 기재된 지금, 세 번 이직하려는 남자 A씨에게 우리는 과연 어떤 얘기를 해 줄 수 있을까?

지금 당장 이직만이 살 길이다라고 생각한다면 그럴수록 좀 더 신중하게 이직을 고민해보자. 단순히 지금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이직을 선택하기에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많다. 회사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이 바뀌고, 만나는 사람이 바뀌는 것이다.

신입사원 시절, 빌딩 지하 매점에서 동료들과 간식거리를 사려는데 다른 회사 제품을 산다고 같은 부서도 아닌 다른 부서의 과장님으로부터 야단을 맞았었다. 당시엔 몹시 당황하였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어느 새 그룹 회사 제품을 사먹었던 본인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난다. 그 때 그 시절엔 애사심을 갖도록 상하간 서로 부추기기도 했었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옛 말이 되었어도 후보자들과 이직 상담을 마칠 때면 헤드헌터인 필자는 이렇게 끝을 맺곤 한다. “뭐니뭐니해도 끝까지 남는 자가 승리하는 겁니다.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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