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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책, 여전히 유효한 중심 이슈
복지정책, 여전히 유효한 중심 이슈
  •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 승인 2014.08.2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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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특집 ⑤> 무상급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복지공약 필요

민선 5기를 선출하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교육계 내에서도 무상급식은 정책의 중요도나 우선 순위가 그리 높은 정책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부각된 것에 대해 의아해 하고, 심지어는 당황스럽게 느끼기도 하였다. 무상급식은 적어도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좋은 음식을 먹이자고 하는 한국인 특유의 교육열이나, 재산과 소득의 여부에 따라 차등을 주지 말자고 하는 우리 국민들의 평등 의식도 크게 작용하였지만, 그렇게까지 중요한 아젠다로 쟁점으로 부각되었던 것은 중산층조차도 너무나 어려워진 삶의 부담때문에 매달 지출되는 5만원에서 10만원 정도의 급식비 부담을 줄여 보자는 경제적 목적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상급식 정책의 효과

실제 무상급식의 실시를 통해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가정은 매달 생활비의 고정 지출 중 상당부분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초등학교 4학년까지 무상급식이 우선 실시된 이후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11년 3월의 소비자 물가동향 보고를 보면 전체적으로 무상급식으로 인한 물가인하 효과는 0.3%p 였으며, 5, 6학년으로 확대된 성과가 반영된 2012년 3월은 14.5%의 물가 하락효과로 전체적으로 0.08%p 인하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무상보육으로 인한 해당 부분 물가 하락 효과가 33.9%, 유치원 납임금 감소 효과가 11.1% 등을 합하면 동 시기에 보편적 복지정책으로 인한 전체 물가의 인하 효과는 무려 0.48%p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정책 실명제라는 이름으로 배추국장, 휘발유 과장을 지정하여 잡고자 하여도 성과가 미미하던 소비자 물가가 보편적 복지정책으로 하락하였다는 것을 한국은행의 자료를 인용해 복지정책의 확대를 반대해 왔던 기재부가 발표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적어도 4대강 개발이나 도로건설 등에 투입될 뻔 하였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 중 무상급식 정책으로 매년 2.5조원 정도가 우리 국민의 삶의 질 개선과 생활의 부담 완화에 쓰여지도록 되었다는 것은 확실한 성과일 것이다.

민선 5기 지방정부와 복지정책

(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2010년 지방선거에 앞서 ‘보편적 복지’와 ‘복지국가’ 담론을 공론화하고, 지방정부가 해야 할 ‘보편적 복지’ 정책을 개발하고, 제안하였다. 당시 ‘보편적 복지’ 공약으로 당선되었던 일부 의욕적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복지국가의 지방정부에 부합하는 유능한 정책적 성과를 이루어냄으로써 지역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노원구에서 선도적으로 전개된 노인자살예방사업은 통장이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간이 <우울증 선별검사> 용지에 있는 설문을 통해 자살 고위험 인구를 발견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의학적 처치와 반찬서비스, 그리고 돌봄서비스를 연계하는 것으로 매년 180명 이상이던 자살자 숫자를 120명 수준으로 낮춘 성과를 만들어 내었다.

서울시 성북구에서는 <10분 도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걸어서 10분 이내의 거리에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과 도서관, 그리고 공원과 생활체육시설 및 노인 여가 복지시설을 갖추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구정을 추진하면서 실제로 이를 GIS로 지도에 표시하도록 하여 시민들이 자신의 생활 영역에서 얼마나 필요한 기반시설들이 충족되었는지를 알도록 하는 획기적인 노력들을 하였다.

성동구에서는 전국 평균 10% 수준에 불과한 공보육 분담율을 2015년 까지 60%로 높이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종로구에서는 수백억 원짜리 종합실내 체육관을 건립하지 않아도 약수터의 체육시설에 아크릴 칸막이와 가로등, 샤워장을 설치하는 것으로 주민들이 편리하게 생활체육을 즐기도록 하는 사업을 하여 호평을 받고 있다. 금천구에서는 서울시 교육감이 바뀌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구청장의 강력한 추진으로 혁신학교 지원사업을 전개하여 상당한 성과를 내었으며, 부산시 남구에서는 경로당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공공화하여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여준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주민투표를 통해 사퇴를 하고,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각각 당헌 2조와 1조에 보편적 복지를 명기하도록 하는 등 이러한 성과들은 2012년 대선에도 이어져 여야 대선 후보들 모두 ‘보편적 복지’와 ‘복지국가’를 공약하도록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을 훨씬 넘긴 지금까지도 이들 복지국가 공약은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민생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이번 6.4지방선거에서 다시 한번 다양한 ‘복지국가’ 정책들이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 2010년 지방선거 주요 이슈였던 무상급식은 학부모의 급식비 절감과 함께 물가 하락에도 기여했다. 올해 민선6기 6.4 지방선거에서도 복지정책은 유권자들에게 주요 관심사이자 선거쟁점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사진=뉴시스

이미 경기지사 후보로 나온 원혜영 의원을 통해 제기된 경기도의 버스 공영화 공약은 김상곤 후보와 김진표 후보가 각기 다른 정책들을 제안함으로서 본격적으로 논쟁이 시작되고 있다. 물론 새정치민주연합으로의 합당이나 세월호 침몰 사건과 기초연금 관련 논란 등으로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으나, 이번 지방선거도 여전히 다시 한번 보편적 복지를 중심으로 하는 복지국가 정책은 여야를 막론하고 누구도 거부하지 못하는 지방선거의 중심적인 이슈가 될 것은 분명하다.

민선 6기, 복지국가 지방정부를 위한 공약 제안

지난 4월,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무상급식과 같이 단일 이슈는 아니지만, 이미 높아진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시대적 과제로 제시된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민선 6기에 시행해야할 <복지국가 지방정부 10대 공통공약>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1. 모든 산모의 안심 출산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립하고, 정부지침을 준수하는 민간 산후조리원을 지원하며, 산모도우미 가정파견 사업 확대한다.

이미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공공산후조리원은 문재인 후보에 의해 대선 공약으로 제안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보다 먼저 새누리당의 구청장이 집권하고 있는 송파구에서 92억 원의 엄청난 예산을 들여 거대한 규모의 공공산후조리원을 설립하였다. 그러나 공공산후조리원은 새로이 건물을 신축하거나 산부인과 의사가 상주하는 것 보다 저렴하고 안전하게 산모가 산후 조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보건소 등 공공기관에서 설립한다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개설할 수 있는 것으로 연구되었다. 또한 민간 산후조리원도 시설에 대한 평가와 서비스 질에 대한 관리를 전제로 준공영화하여 2주 입소 기간의 평균비용이 250만원에서 300만원에 이르는 과도한 비용 부담을 낮추어 줄 수 있을 것이다.

2. 양질의 보육을 위해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여 공보육 분담률을 40%까지 높이고, 지역의 모든 육아지원시설에 보건 및 영양 전문 인력을 지원한다.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무상보육 정책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도 확대되어 이제 연간 14조원 정도가 투입되는, 저출산 시대의 가장 중요한 보편적 복지 정책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재정 투입대비 학부모의 체감 만족도가 낮은 이유중의 하나가 전국의 42,000여개에 이르는 보육시설 중 아직도 90% 이상이 민간보육시설이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단순 설립 외에도 시설 확충이나 인수합병, 기부채납, 용적율 상향과 연계한 집단주택의 공용공간 확보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대하는 것이 향후 지방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업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민간 보육 시설들에게 보육교사나 영양교사를 파견하여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거나 위생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실질적인 보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한 것으로 제안되었다.

3. 보편적 아동 돌봄을 위해 공공 지역아동센터와 방과 후 교실을 확충․지원함으로써 이용대상을 중산층 자녀로까지 확대하고, ‘나홀로 열쇠 아동’을 없애도록 한다.

전국에 3,000여개가 넘는 지역아동센터는 대부분 저소득 취약계층을 돌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에서 학교를 다녀와서 학원을 전전하여도 열쇠아동으로 부모가 돌아올 때까지 혼자서 기다려야 하는 아동이 전국적으로 80만 명이 넘고, 열쇠아동이 아니어도 제대로 된 돌봄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아동이 수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제 공공지역아동센터를 확충하고, 민간시설에 대한 평가와 지원을 통해 공공성을 강화하며, 이용대상도 중산층까지 확대하여 보편적 돌보서비스로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

4. 돌봄이 필요한 모든 어르신들이 양질의 간병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낮 병원과 공공 간호요양시설을 적극 확충하고 공공성이 높은 민간 노인복지시설을 지원한다.

어렵게 기초연금법안이 통과되었지만, 그것은 노인복지의 지극히 작은 부분일 뿐이다. 610만 명 노인들 중 약 70만 명 정도가 중증재가와상 노인인데, 아직도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대상은 21.5만 명에 불과하다. 지역별로 공공 간호요양시설(nursing home)을 개설하고, 민간시설에도 지원을 강화하여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비용의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노인일자리 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내실화하여야 한다.

5. 의료와 건강 격차의 해소를 위해 공공병원과 지역거점병원에 ‘보호자 없는 병상’을 운영하고, 동 단위로 주민 참여형의 주민건강지원센터를 설치한다.

4대 중증질환의 국가보장 공약은 아직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고, 선택진료비 폐지는 30% 정도의 부담을 경감하는 것으로 축소 발표되었고, 추가적인 비용 지원없이 시행을 할 경우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그러나 시범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는 보호자 없는 병원은 매우 반응이 좋아, 환자와 보호자들 모두 환영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건강보험정책을 바꾸기 전이라도 지방정부 차원에서 지역의 공공병원과 거점 병원을 시작으로 민간병원 까지 보호자없는 병원을 확대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주치의 사업 등 실질적인 주민건강지원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민선 6기에서 새로이 시작될 전망이다.

6. 장애인 인권증진과 지역사회 통합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권센터를 보다 확충하고 자립생활지원센터의 역할을 확충․재정립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7. 지역주민의 삶의 질 개선과 지역경제의 통합적 발전을 위해 지방정부의 조례 및 지원을 통해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등의 ‘사회적 경제’를 적극 활성화한다.

8. 생활임금의 확산을 위해 지방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고용한 노동자들에게 기본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생활임금을 보장하고, 기존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성북구와 노원구에서 시작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더불어,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제도의 시행은 박원순 시장에 의해 서울시로 확대되면서 전국적인 공약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공공부문부터라도 실제로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의 최저임금이 아니라, 150% 정도 수준의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조례로 제정하고 실시할 경우 민간부문에까지 파급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9. 지역사회의 보편적 고용을 위해 주민자치센터를 통한 원스톱 해법을 마련하고, 장애인 등 모든 구직자들을 위한 직업훈련 및 평생교육 투자를 대폭 확충한다.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 문제다. 또한 3D 직종이 아니어도 고용주들이 필요한 인력을 구할 수 없는 등 수요자와 공급자 간에 긴밀한 연계가 없는 것이 우리나라 고용 정책의 큰 문제점 중의 하나다. 노동부의 고용안정지원센터만이 아니라, 각 지자체마다 동단위의 주민자치센터에서 일자리 소개 및 직업 교육과 훈련 연계 등 고용지원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실질적으로 지역 내의 일자리 간의 연계, 지역 간의 일자리 정보의 공유 등이 가능하도록 한다면 실질적인 고용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10.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방정부가 지방공무원 정원총액예산제도를 활용하고, ‘사회서비스 인력공단’을 설치․운영하는 방안 등의 공적 개입을 강화한다.

우리나라는 인구대비나 사업비 대비로 보아도 공무원의 숫자는 아직 적은 수준이다. 그러나 국민들 다수는 공무원 숫자를 늘리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반감이 있다. 이제는 그러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책상에 앉아 지시를 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하는 공무원이 필요하고, 그 숫자는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야 한다. 특히 공공 부문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은 시급하다. 지방공무원 정원 총액 예산제나 사회서비스 인력 공단 등을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공무원과 공공 부분의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예산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어 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10+1. 참여예산제도의 활성화와 토목․건설비용의 전환으로 매년 지방정부 자주재원의 10%씩을 주민생활 지원 예산으로 증가시켜 복지국가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한다.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대체로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지원 예산을 포함한 자주 재원은 평균 70% 수준에 이른다. 이들 자주 재원이 더 이상 토목 건설이 아니라 주민생활 지원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세원 재배분나 교부세 제도 개편 등의 세제 개편과 더불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지방정부 역할의 70%는 주민생활을 지원하는 것이고,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통상 90% 이상이 그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것이 OECD국가의 일반적인 상황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지방정부가 지역주민들을 위해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그것이 무상급식과 같이 지역주민들의 고정 지출을 절감하게 해주고 그렇게 늘어난 가처분 소득이 지역의 내수(內需) 진작(振作)에 사용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대한민국에 필요한 민선 6기 지방정부의 역할이 될 것이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5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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