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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한국 영화산업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한국 영화산업
  • 주홍식 벤처캐피탈리스트
  • 승인 2014.09.0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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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수, 매출액 역대 최고…해외 수출도 호조세, 완성작 수출 전년대비 83.7% 증가

2013년 12월 18일 한국 영화사에 남을 기록 하나가 탄생했다. 이날 처음으로 총 관객수가 2억 명을 돌파했다. 2011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달리고 있는 영화산업이 2013년에 이르러 가히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영화는 관객 점유율 60%에 달할 만큼 영화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낸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김의석)가 발표한 <2013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전체 영화산업 매출은 1조 8,839억 원으로 사상 최고 액수를 기록했다. 이는 극장매출의 증가 그리고 부가시장 및 해외수출의 회복세에 따른 결과이다.

2013년 극장 입장권 매출액은 역대 최대 액수인 1조 5,512억 원으로 2012년 대비 6.6% 증가했고, 관객 수 역시 2012년 대비 약 9% 증가한 2억 1,332만 명에 달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인구 1인당 연간 평균 관람횟수는 세계 최고 수준인 4.25회에 달했다. 영국의 문화콘텐츠산업 조사기관인 스크린다이제스트 자료에 따르면, 2012년도 인구 1인당 연평균 극장관람 횟수는 아이슬랜드가 4.9회, 싱가포르 4회, 미국 3.9회, 그리고 프랑스가 3.4회로 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관객 수와 매출액 모두 역대 최고이다. 한국 영화산업이 가장 침체된 해였던 2008년에 비해 총 관객 수는 41.4%(1억 5,083만 명 → 2억 1,332만 명), 극장 총 매출은 58.4%(9,794억 원→1조 5,512억 원)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2013년 한국영화 관객 수는 2008년도 6,355만 명에 비해 100.3%나 증가한 1억 2,727만 명을 기록했다.

해외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설국열차’ 효과와 중국 대작영화 기술서비스 수주 덕에 완성작 수출과 기술서비스 수출액도 전년대비 각각 83.7%, 26.8% 늘어 해외수출액 전체는 2012년 대비 57.2% 증가한 5천9백만 달러였다. 그리고 부가시장도 IPTV 매출 증가에 따라 2012년 대비 24.0% 증가한 2,676억 원에 달했다.

이러한 국내시장, 해외시장의 매출증가에 힘입어 한국영화 투자수익률은 2012년 13.3%에 이어 2013년에는 15.2%의 흑자를 기록함으로써, 한국영화 산업은 양적, 질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영화산업이 최고의 호황을 이룰수 있었던 몇부분을 짚어보면, 먼저 경기침체에 따른 극장매출의 증대일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 있어서도 과거 IMF 이후에 큰 폭으로 성장했던 한국영화산업의 사례만 보아도 일반적인 경제 지표와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불경기나 공황기에 영화산업이 성장했던 경우는 종종 발견된다. 과거 미국 경기가 침체되었을 때 소비지출이 크게 위축됐지만, 극장가의 영화 흥행수입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맨 소비자들이 여행이나 외식을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지출이 적은 극장을 더 많이 찾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그런 사례가 전체 경제지표와 영화산업이 일반적으로 음(-)의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다음으로 디지털 온라인 부가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은 영화산업 전반적인 매출증대이다. 2013년 디지털 온라인 시장은 전년대비 24.0%가 증가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성장세의 가장 큰 동력인 IPTV 및 디지털케이블 영화 VOD서비스 매출은(이하 ‘TV VOD')은 전년대비 32.6% 증가하며 1,737억 원의 매출을 기록, 전체 시장의 64.9%를 차지했다. 또한 인터넷 VOD는 전년대비 18.0% 증가한 729억 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세와는 달리 패키지 상품의 경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8.7%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부가시장에서도 극장시장의 한국영화 흥행몰이가 고스란히 반영된 모양새였다. TV VOD에서 상위 10위권에 랭크된 영화는 모두 한국영화였으며, 외화로는 <아이언맨 3>가 겨우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한국영화가 강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추세는 인터넷 VOD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으나, 개인 관람의 행태가 빈번한 매체 특성으로 인해 성인 취향의 영화들이 순위에 올라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해외 수출액 증가 또한 한국영화의 약진을 의미한다. 2013년은 해외시장을 공략한 한국영화의 기획력이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한국영화 완성작 수출액이 모처럼 3천만 달러를 넘어서는 해였다. 2013년 한국영화 완성작 수출액은 총 3천7백만 달러를 기록하며, 2012년 수출액 2천만 달러 대비 무려 83.7% 상승했다. 수출액 증가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한 작품은 <설국열차>로, 이 영화 한편이 나머지 한국영화 전체 수출액에 육박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한편 2013년 기술서비스 수출액은 2012년 대비 약 71%증가한 1천 9백만 달러로 집계됐다. 중국권(중국+홍콩) 수출이 전체 금액의 75.8%를 차지했고, VFX(특수시각효과) 및 DI(Digital Intermediate) 서비스 수출액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국 대작 영화들의 영상 기술서비스 수주액이 2013년 기술서비스 수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한국영화 투자 수익률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3년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 63편의 투자수익률은 15.2%로 2012년 13.3%보다 1.9% 높게 산출됐다. 이는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특히 글로벌시장을 타깃으로 제작된 <설국열차>, <이별계약> 등의 해외 매출 수익이 대부분 반영되지 않은 부분을 고려할 때 추후 수익률이 더 높게 산출될 여지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역대 최대 극장 관객 수와 매출액 달성, 한국영화 수출액 급증, 디지털온라인시장의 지속적 성장 등 영화산업의 긍정적인 신호 아래서 달성한 2년 연속 두 자리 수 이상의 투자수익률이기에 2006부터 2011년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을 지속해 오던 영화산업이 이제는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손익분기점(BEP)을 넘긴 영화는 19편으로 전체 상업영화 63편 중 약 30.2%에 달했고, 이 중 투자수익률 100%를 상회하는 작품은 8편으로 전체의 약 12.7%를 차지했다.

2013년에 한국영화가 누린 유례없는 호황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침체기’를 거치면서 한국영화 산업계의 치밀한 기획과 효율적 제작 시스템이 확립된 결과일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호황은 2014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많은 한국 영화인들의 추측이다. 영화 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2013년도에는 한국영화동반성장협의회의 <한국영화동반성장이행협약 부속합의문>이 발표됐고, 영화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한국영화 부율 조정도 이루어지는 등 한국 영화산업 건강성 확대를 위한 영화 산업계 내부의 협의와 타협도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2013년은 한국영화사에 있어 중요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지금의 호황이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기업, 중소업체, 개인 창작자 및 스태프가 공존할 수 있는 공정한 영화산업 환경을 만들고, 최근 비약하고 있는 부가시장의 성과물을 창작-제작-투자-플랫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착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최근 한국영화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웰메이드 기획 장르영화에 더해 작가주의 영화 작품의 등장을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 박찬욱 세대 이후에는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영화예술 작가를 발굴하는 주요 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된 감독이 나오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해외 영화평단과 바이어들은 한국영화의 활력과 역량의 근원으로 예술적으로 창작된 영화가 극장에서도 대중의 환영을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국내 시장의 성장과 함께 한류에 열광하는 세계인들에게 한국영화의 우수함을 알리게 될 날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5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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