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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빈곤율, 2011년 기준 OECD 평균 4배
노인빈곤율, 2011년 기준 OECD 평균 4배
  • 이권능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상근연구위원
  • 승인 2014.09.1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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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불평등 특집 ②-노인빈곤과 노후소득보장정책> 노인빈곤율 매년 증가세, 증가속도도 빨라…노인빈곤 해소는 누구나 공유하는 이익, 즉 공익

오늘날, 생활고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친 노인의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접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생의 마지막을 고통 속에서 살다 지쳐 극단적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 왜 이러한 상황이 20세기 경제적 번영의 증거라고 추켜 세워지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대체 정부는 어떠한 정책들을 펴기에 이러한 속절없는 죽음을 막아내지 못하는 것일까? 여기서는 노인빈곤의 실태와 그것을 발생시키는 조건들을 먼저 알아보고 현재 도입․운영되고 있는 제도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것의 한계를 살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도상의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기존 정책들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정책들이 기반해야 하는 기초들을 재구성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1. 노인빈곤의 사회적 조건들

1) 노인빈곤실태와 부정적 효과들

노인빈곤의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는 <65세 이상 노인 중 중위소득의 50% 미만을 소득으로 갖는 노인의 비율>을 의미하는 노인빈곤율이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국제적으로 매우 높다는 비판은 이미 많이 회자되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07년 44.6%, 2009년에 45.1%, 2011년에 48.6%를 기록했고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특히 OECD의 평균과도 격차가 커, 2011년을 기준으로 보면 거의 4배가 많다.

더욱 문제인 것은 위 수치들이 보여주듯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증가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사실이다. OECD 평균은 2007년 이후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반대로 가고 있는 있으며,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국가정책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극한적 상황이 당분간은 지속되리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독신노인의 경우가 노인빈곤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데, 독신노인의 구성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들 중 약 70%가 노인빈곤상태에 빠져 있다.

노인빈곤의 심각함은 여러 부정적 효과들을 낳고 있다. 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노후의 불안 때문에 4-50대의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노후준비를 위해 최대한 쓰지 않고 모아 두려는 심리 때문에 주 소비층이 지갑을 닫고 있으며 그 결과 내수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셈이다. 보다 처참한 결과들은 삶의 만족도 하락과 자살율의 증가이다. 2012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삶의 만족도는 2.89로 전체평균 3.14보다 크게 낮다. 삶의 불만족은 결국 자살률을 높이고 있는데, 60세 이상 노인들의 자살률은 2011년 현재 10만명당 77.9명이고 이는 OECD 회원국 중에 가장 높은 수치다.

2) 노인의 낮은 소득 수준과 잘못된 소득구성

노인빈곤이란 동전의 다른 면은 낮은 소득과 소득구조의 비합리적 구성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수준은 OECD 회원국 중에 최하위권에 속한다. 전체가구의 평균소득에 대해 65세 이상 노인가구의 평균소득이 갖는 비율에 대한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중반에는 67.4%, 2000년대 후반에는 62.4%(66-75세에 한함)로 OECD 평균에 비해 상당한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노인소득이 유난히 낮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노후소득보장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OECD 회원국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공적이전제도 (공적 연금,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제도, 최소소득보장제도 등)가 미성숙한 단계다. OECD의 비교에 따르면, 2000년 후반 우리나라의 ‘공적이전소득’의 비중은 16.3%로 OECD 평균의 59%에 비해 3.5배 정도 낮은 수준에 머무는 반면, 직접 노동력을 팔아 수입을 얻는 근로소득의 비중은 63%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고 OECD평균인 20.8%보다 세배 가량 높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공적이전소득이 적은만큼 근로소득을 통해 메우고 있는 것이다.

3) 노후에 대한 인식과 가구구성의 변화들

노인빈곤은 노후에 대한 국민인식과도 관련된다. 통계청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자식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이 다소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노후는 부모 스스로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 또한 많이 퍼져 있다. 최근 10년 사이 이러한 사고의 변화는 더욱 심화되어 자식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2002년에는 55.3%에서 2012년에는 51.2%로 줄어든 반면, 부모가 스스로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같은 시기에 44.4%에서 48.5%로 증가하였다.

가구의 구성 또한 노인빈곤을 유발하는 하나의 요인이 된다. 65세 노인가구주가 자녀와 동거하는 비율은 1990년대 75.3%에서 2010년에는 30.8%로 절반이상이 줄어들었다. 반면, 노인부부가 별개로 살거나(12.7%  33.6%), 노인1인만 사는 경우(10.6%  34.3%)가 크게 늘었다. 여럿이 같이 모여 사는 경우가 경제적으로 훨씬 더 효율적인데, 이러한 변화는 그러한 조건이 해체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소득이나 재산이 적은 노인들은 그만큼 빈곤상태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게 되었다.

2. 노인빈곤해결을 위한 노후소득보장정책의 한계들

위에서 살펴 본 노인빈곤실태와 이를 유발하는 여러 조건들은 노인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빈곤이 개인의 도덕적 결함이나 잘못된 선택 등에 의해 발생되기도 하지만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사회적 요인에 의해서도 만들어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국제적인 합의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요인을 없애기 위해 각 나라는 노후소득보장제도들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초생활보장제도, 기초노령연금 (2014년 7월 이후 기초연금으로 대체 예정), 공적 연금 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제도들은 구색은 갖춘 듯하지만 정책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내용상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1) 노후소득보장제도들의 너무 낮은 수급률

우선, 기존 제도들은 적용대상 노인의 수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2012년12월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수는 5,980,060명이며 이중 절반이 중위소득 50% 미만의 소득을 갖고 있는 빈곤상태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보장의 기초급여를 수급하는 65세 이상 노인의 수는 376,098명으로 65세 이상 전체노인의 6.3% 밖에 되지 않는다. 미흡한 적용수준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수치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의 공적연금을 갖고 있는 비율은 40%가 채 되지 않는다(2011년 32.5%, 2012년 35.1%, 2013년 37.6%). 90~100%에 가까운 유럽 선진국의 공적연금 적용률을 비교한다면,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이 왜 높은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나마 기초노령연금의 수혜를 받는 노인의 수는 상대적으로 많은 편으로 65세 이상 전체노인의 약 65.8%에 이른다.

2) 노후소득보장제도의 너무 낮은 급여액

각 노후소득보장제도가 보장하는 급여의 수준이 너무 낮다는 점 또한 한계로 지적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경우, 기초급여의 핵심인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는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문제는 이러한 최저생계비가 너무 낮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6.3%의 노인들이 받는 기초급여의 수준이 그야말로 최빈선에 머무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2년 최저생계비는 1인 기준 553천원이었고, 이 수준은 유럽의 선진국의 약 5~6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는 우리나라 노인들이 느끼는 노후생활에서의 최소한의 비용에 대한 판단과도 일치한다. 『제4차(2012년도) 국민노후보장패널 부가조사』에 따르면, 주관적으로 여기는 최소생활비와 적정생활비의 수준은 각각 1인기준 83만 4천원과 119만 3천원이었다. 최저생계비의 수준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욕구의 2/3 정도밖에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공적연금 중에도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도 연금액의 측면에서 수급자들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에는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2012년 12월 기준, 국민연금 월평균 급여액은 301,010원이다. 65세 이상 노인들이 받는 국민연금액의 평균은 그보다도 낮은 22만9천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2012년 최저생계비인 553천원보다 낮은 50만원 이하의 국민연금액을 수급하는 비중이 무려 86%에 이른다. 국민연금수급자의 대다수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금액을 받고 있는 것이다.

▲ 2011년 5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열린 ‘노인빈곤층의 빈곤탈피를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간담회가 자유선진당 박선영 정책위의장이 사회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초노령연금의 경우, 연금액은 아직까지도 10만원을 넘어서지 않아 올해 최고 99,900원까지 책정되어 있다. 새로이 도입되는 기초연금의 경우는 이보다는 좀 더 나은데 당분간은 최고 20만원에서 최소 10만원이 올해 7월부터 지급될 예정이다, 수급대상은 65세 이상 노인의 70%이고 대부분은 20만원을 수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기초연금액은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되어 가입기간이 길수록 적게 받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왜소화될 전망이다. 여하간 최고 20만원이라는 금액도 최저생계비에 비하면 그리 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급여수준이 낮기는 마찬가지이다.

3) 정책요인에 의거한 불평등의 발생

현재의 노후소득보장정책들은 수혜대상의 수나 급여수준 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노인들 사이에 소득불평등이나 삶의 질에 있어서의 불평등을 낳고 있다. 우선, 노후소득보장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국민연금은 수급자와 미수급자 사이에 소득불평등을 가져 온다. 물론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기여한 사실에 입각하여 수급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애초에 가입을 하지 않은 잘못이 미가입자에게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수급액의 적지 않은 부분이 연금보험료를 투자하여 얻은 금융이익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불평등과 관련된다. 왜냐하면 이 이익은 불로소득으로 가입여부와는 별개의 논리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연계는 기초생활보장 수급노인과 비수급노인 사이에 소득불평등을 가져오는 모순을 안고 있다. 소득불평등은 기초급여 수급노인과 차상위 노인들 사이에 발생한다. 현재 차상위계층노인들은 기초노령연금을 2~10만원 받는다. 반면, 기초급여 수급노인은 실질적인 소득의 변화가 없다. 왜냐하면 기초노령연금액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상의 소득인정액으로 계산되어, 그 액수만큼 기초급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이러한 소득상의 연계로 인해, 기초급여 수급노인과 차상위계층 노인 사이에 기초노령연금액 만큼의 소득격차가 양산된다.

이러한 모순은 기초급여 수급노인과 소득상위 29~23%의 노인들 사이에서도 발생한다. 현재 기초노령연금은 소득하위 70%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소득하위 77%까지 수급권을 가질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을 실제로 받아가는 노인의 수가 적은 관계로, 수급기준을 올려서라도 미수급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소득하위 71~77%에 속한 노인들 중에 일부는 기초노령연금을 실제로 수령해갔다. 결국 이러한 노인들과 기초노령연금의 실질적 혜택을 보지 못하는 기초급여 수급노인 사이에는 기초노령연금액만큼의 소득불평등이 일어나고 있다.

노인의 근로를 장려하는 정책들 또한 노인들 사이의 불평등을 가져온다. 앞서 보았듯이 우리나라 노인의 소득구성 중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63%에 달한다. 젊어서도 과다 노동에 시달렸는데 늙어서도 여전히 노동시장으로, 그것도 근로조건이 좋지 않은 노동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노인근로장려 정책은 소득불평등의 완화를 가져오기는 하지만 반대로 삶의 질에 있어서의 불평등을 낳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노인들은 황혼을 여유 속에서 보내고 있는 반면, 다수의 노인들은 여전히 일을 찾아 떠돌아 다녀야 하는 것이다.

3. 노인빈곤 해소정책의 기반을 재구성하기

기존 노인빈곤 해소정책은 인간본성에 대한 이해나 가치지향성 없이 이뤄졌다. 빈곤의 문제를 지나치게 개인문제로 환원시켰으며 예산확보에 시달렸다. 그 결과, 정부는 최소한의 영역에 최소한의 수준으로만 개입하였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과 더불어 정책이 기반하는 기초들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크게 세 가지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인간본성과 그로부터 나오는 객관적인 사실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둘째, 이로부터 유래하는 사회적 가치를 재정립하고 노인빈곤 해소정책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와 목적을 명확히 한다. 셋째, 구체적인 정책수단과 정책방법 등은 제시된 가치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행위원칙에 의거하여 선택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1) 인간본성과 객관적 사실에 대한 재인식

기존의 법과 제도들이 현실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함에 어려움을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인간이 본래적으로 갖는 본성과 그로부터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객관적인 사실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인빈곤해소의 기저에 흐르는 인간이 생득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원리들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필수불가결하게 충족시켜야 하는 필요와 욕구를 갖는다. 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것으로 시공간적인 보편성을 갖는다. 무엇보다도 모든 인간은 생존하고자 하며 인간으로서 인간적인 삶을 살고자 하고 지나친 속박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율적인 삶을 영위하고자 한다. 물론 이 외에도 다양한 필요․욕구가 있지만, 노인빈곤과 관련된 것은 바로 이 세 가지이다. 굶주림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언제 생명을 잃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빈곤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고 그것에서 벗어난 상태가 최소한의 ‘인간적인’ 모습이다. 사회경제적 자원의 부족은 인간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며 이 과정에서 인간은 삶의 의미를 잃게 된다. 결국 빈곤은 위 세 가지 필요․욕구의 충족을 가로막기 때문에, 인간은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필연적으로 노력한다. 이 노력은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방식으로 표출될 수도 있고 타인과의 협력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나타나기도 한다. 노인빈곤 해소정책은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노인빈곤 해소정책은 인간이 본래적으로 갖는 본성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다.

위 사실들과 더불어,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하나의 객관적 사실은 노인에 대한 공적 지원은 사회전체에 대한 지원이라는 점이다. 노인지원은 단순히 노인에게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혜택이 다른 가족구성원들에게도 나눠지는 것이며, 가족구성원들이 일상에서 관계 맺은 사람들에게도 돌아가게 된다. 즉 노인빈곤이 해소됨으로서 생겨나는 긍정적인 외부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노후는 누구나 거치는 생애의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에 현재의 노인빈곤 해소정책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미래의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핵심적인 사실은 노인빈곤을 해결하는 ‘공적 방식’은 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고 공동으로 부담하며 공동으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모든 국민이 가입했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자원을 이용할 수 있다.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연금의 재원으로 쓰이는 세금은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함께 모은 돈이다. 그렇게 마련된 돈이 실제로 노인빈곤의 해소에 쓰인다는 것은 결국에는 세금을 낸 국민 모두가 노인빈곤의 해소에 일말의 공헌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인빈곤은 결코 빈곤에 빠진 노인에게만 부착된 개인적인 요인들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요인, 즉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요인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따라서 노인빈곤에 대한 해결책은 개인의 차원에서만 머무를 수는 없고, ‘공적 방식’이 작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회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문제는 결국 우리 모두의 노력에 의해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2) 지향가치와 정책목표

위에 열거한 객관적 사실에 대한 이해는 다음 단계인 지향가치와 정책의 목표를 설정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노인빈곤은 생존권실현이라는 가치와 연결된다. 생존권이 보장됨으로써 노인은 일정정도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며, 이러한 자유가 모든 노인에게 동등하게 실현되어야 한다는 ‘자유의 평등’이라는 가치도 핵심적인 지향가치가 된다. 노인빈곤의 해소는 또한 공익에 기반한 공공성의 실현이라는 가치와도 직결된다. 노인빈곤해소는 누구나 공유하는 이익, 즉 공익이다. 이 공익의 실질적인 실현을 위해 국민 모두가 공동으로 부담하고 공동으로 책임지며 그 결과를 공동으로 누린다. 그리고 공공성의 실현은 결국 국민연대의 강화와 사회통합이라는 가치를 노인빈곤해소에 부과시킨다. 노인빈곤이 해결되는 과정에서 국민 모두가 참여하게 되면 그것 자체가 국민들 간의 연대를 강화시킬 수 있다. 역으로 보면, 이 결과를 위해 노인빈곤 해소정책은 유의미한 것이 된다.

3) 행위원칙들

앞서 제시된 원리, 가치, 목적 등은 구체적인 수단과 방법 등은 통해 현실에서 실현된다. 이 과정에서 여러 수단과 방법들 중에 특정의 것들이 선택되는데 이때 특정의 기준이 필요하며, 그것이 바로 행위원칙이다. 행위원칙은 노인빈곤 해소정책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위계적으로 배열하는 원칙들, 해당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원칙들, 그리고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들로 구성된다.

위계적 구성의 원칙들

대부분의 정책들은 수단, 방법, 영역, 대상 등에 있어서 위계적인 구성을 갖는다. 그리고 특정한 원칙들이 이러한 위계적 구성을 규정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이 원칙들이 앞서 말한 인간본성, 원리, 가치, 목표 등을 실현시키기에 적절한 것들로 채워지는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노인빈곤 해소정책과 관련하여 다음의 원칙들이 도출된다. 영역의 측면에서 보면 “빈곤의 문제는 여타의 문제보다 우선권을 갖기 때문에 먼저 처리되어야 한다”라는 원칙이 나온다.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은 생존과 인간적 삶에 있어서 가장 직결되는 조건이기 때문에 가장 시급히 해결방안들이 도출되어야 한다. 생애주기면에서 보면, “태아, 신생아, 영유아 등과 더불어 노인이 우선권을 갖는다”는 원칙이 도출된다.

일생의 시작과 끝이 상대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따라서 노인빈곤의 문제는 영역에서의 우선적 위치와 생애주기면에서의 우선적 위치가 중복되는 지점에 자리하는 것으로 “다른 어떤 정책사안보다도 더 시급하게 해소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로부터 “예산을 배정함에 있어서도 노인빈곤의 해소를 위한 예산은 우선적으로 배정되어야 한다”라는 원칙이 나온다.

방향성규정의 원칙들

노인빈곤의 해소와 관련하여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가 제시될 수 있다. 첫째, “가족연대의 약화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연대를 통해 해결한다”라는 원칙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자녀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가 해체되었으며, 이 자리를 “노후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방향성이 대체해 가고 있는 중이다. 가장 비인간적인 방향이 선택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역사적 실험 속에서 나온 결론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의 공적이전을 강화시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 내에서 해결하던 노인빈곤의 해소가 이제는 국가공동체라는 틀 속에서 세대 간 연대와 계층 간 연대를 통해서 해결되어야 한다.

두 번째의 행위원칙은 예산운용의 방향과 관련된다. “국가예산은 적자가 아니어야 하며 누적된 부채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원칙이다. 이는 정치적 좌우나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빚지면서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려 하지 않는다는 인간본성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보다 더 중요한 원칙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음으로써, 즉 노인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공헌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됨으로써 예산균형을 달성하는 것이다. 사실 균형예산은 재정의 규모를 줄임으로써도 가능하고 늘림으로써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노인빈곤 해소에 사용되는 비용은 세수와 세원의 확대를 통해 재원을 충당함으로써 예산균형을 이룬다”는 원칙이 더 적합한 것이다.

문제해결의 원칙들

정책이 기반하는 행위원칙들 중에 마지막은 구체적으로 어떤 도구와 방식을 통해 문제해결을 달성할 것인가와 연관되어 있다. 구체적 도구와 방법이 갖는 적절성, 달리 말하면 상정한 결과를 이끌어냄에 있어서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 중에 가장 적합한 것은 무엇인지를 규정하는 행위원칙들이 있다.

우선 ‘공적 방식’의 강화라는 원칙이 있다. 이는 노인의 소득구성에서 공적이전소득이 지나치게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과 결부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보험료가 인상되고 이와 발맞춰 실질적 소득대체율이 향상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보험료납부가 부담스러운 국민을 보조해줘야 한다. 기초(노령)연금도 마찬가지다.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이 아직 미성숙한 시기에 기본적인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며, 현실에서 최소한의 삶을 살 수 있는 수준으로 급여액이 인상되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상의 원칙은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화 내지는 폐지이다. 빈곤의 발생은 사회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바가 크므로 그것의 해결 또한 사회가 책임지는 ‘공적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개인의 의무를 강조하는 부양의무자 기준은 완화 또는 없어져야 한다. 다만 부양의무라는 도덕을 유지하기 위해, 부모를 부양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긍정적 방식은 고려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의 미성숙이 해결되지 않는 한, 기초연금과 기초급여를 동시에 수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며, 이를 위해 기초연금액을 기초급여산정 시 소득인정액으로 계산하는 것을 없앨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의 심각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은 명백한 한계들을 보이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책의 기술적인 측면들이 보완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근원적인 수술 즉 노인빈곤 해소정책이 기반하는 원리, 가치, 목적, 행위원칙들이 바뀌어야 하고, 이렇게 변화된 기초 위에서 향후 새롭게 도입되는 정책들은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원리, 가치, 목적, 행위원칙 등에 대한 더 많은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하며, 정책의 기술적 측면들이 그러한 상위 요소들과 실질적으로 어떠한 연계가 있는지에 대한 논의들이 확대되길 기대해 본다. E21

용어해설

1. 중위소득이란 전체 소득자를 일렬로 세웠을 때 정확히 가운데 있는 사람의 소득을 의미한다. 이때 소득자는 개인일 수도 있고 가구일 수도 있다.

2. ‘삶에 대한 만족도’는 전국 15세 이상 가구원을 대상으로 경제적인 면, 직업, 건강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 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를 ‘매우 만족’(5)부터 ‘매우 불만족’(1)까지 5점 척도로 각 대상을 조사한 후 평균을 낸 값이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6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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