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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분배구조 정상화 선행돼야
노동시장 분배구조 정상화 선행돼야
  • 강병구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4.09.2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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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불평등 ③-근로빈곤과 임금불평등> 2011년 저임금계층 비중 25.1%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아…2007〜12년 노동생산성 9.8% 증가한 반면 실질임금 마이너스 2.3% 기록해

세월호 참사에 대해 누군가는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끼리끼리, 빨리빨리, 대충대충 문화의 결과로 진단한다.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한국경제는 급속한 성장을 이룩했지만, 성장의 결실이 사회구성원들에게 공평하게 배분되지 못했고, 그러니 일에 대한 충성도와 책임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장은 월급여가 250만 원 정도의 1년 단기계약직이고, 선박직 직원의 75%가 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근로자였다. 반면에 유병언 일가의 재산은 수천억 원에 달하며, 그 축재와 관리방법도 각종 편법과 불법으로 얼룩져 있다.

배분체계가 공정하지 못하니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소득을 창출하는 지대추구행위가 만연되고, 부패한 관료와 정치인 그리고 재벌들이 그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분배구조가 악화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패거리 자본주의(crony capitalism)의 폐습이 청산되지 않는 한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복지국가의 실현도 가능하지 않다.

공정한 배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이윤주도형 성장체제를 소득주도형 성장체제로 바꾸어야 하며, 그것은 노동시장에서의 분배구조를 정상화하는 노력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에 본 글에서는 근로빈곤과 소득불평등의 실태를 살펴보고, 그 원인을 진단한 후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근로빈곤 및 불평등의 실태

일반적으로 근로빈곤층은 가구소득이 빈곤선 이하인 가구의 가구원 중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취업자 또는 실업자를 지칭하며, 보다 넓게는 근로 가능한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한다. 근로빈곤의 문제는 저임금을 주된 원인으로 하고 있지만, 정책적으로 결정되는 최저생계비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특히 근로빈곤층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서 고용이 매우 불안정한 특징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가구원의 경제활동상태는 가구 빈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가구소득 중 근로소득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므로 빈곤과 불평등은 근로소득의 분포에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저임금계층 비중은 2011년에 25.1%를 기록하여 비교되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또한 저임금계층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계층 간 임금의 불평등도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2011년 우리나라 하위10% 대비 상위10%의 임금 배수는 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심각한 문제는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임금불평등이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가구소득의 불평등 또한 심화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림 1>에서 보듯이 1987년 노동운동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던 임금불평등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가파르게 증가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소득불평등이 저소득계층의 소득감소와 고소득계층의 소득증가에 기인한 것이었다면,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저소득계층의 소득감소가 불평등 확대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 1> 임금 및 가구소득 불평등 추이

도시근로자가구 지니계수는 경상소득으로 측정. 자료: Cheon, et. al. 2012, “Growing Inequality and Its Impact in Korea.” GINI Conference Country Report.

근로빈곤 및 불평등 발생은 비정규직 고용의 고착화와 저소득 노동시장의 확대 때문

우리 사회에서 근로빈곤과 소득불평등의 심화는 비정규직 고용의 고착화와 영세 자영업 부문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저소득 노동시장의 확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고, 영세 자영업 부문 또한 내수침체를 계기로 2003년 이후 일자리와 실질소득의 동반 감소를 경험했다. 더욱이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노동생산성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하여 ‘고용 없는 성장’에 이어 소위 ‘임금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2007〜2012년 사이에 노동생산성은 9.8% 증가했지만, 실질임금은 마이너스 2.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실질임금의 감소는 노동소득분배율을 낮추고 가계소득을 위축시키는 반면 기업소득을 증가시켰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기업들은 순이익을 투자보다는 사내유보금의 형태로 쌓아두었기 때문에 기업저축이 크게 증가하고, 이는 다시 내수위축과 자영업의 침체 및 고용의 정체, 근로소득의 위축, 소득불평등의 심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그림 2>에서 보듯이 1970년대 이후 조정 노동소득분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국내총소득(GNI)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하고 있으며, 최종수요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노동소득분배율은 2007년 61.1%에서 2012년 59.7%로 하락했다.

<그림 2> 노동소득분배율·가계소득비중·내수비중 추이 (단위: %)

조정 노동소득분배율은 임금근로자의 평균 임금소득만큼을 자영업자의 임금소득으로 귀속시켜 산출

자료: 한국은행, 이병희 2013. “대안적 고용모델의 모색.” 『한국의 대안정치경제모델을 찾아서』 . 제7회 대안담론포럼.

한편 1990년대 중반 이후 저임금계층의 비중과 임금불평등의 증가는 자본집약적인 기술 변화와 세계화, 그리고 고용보호의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제조업의 설비자동화와 생산기지의 해외이전, 기술진보 등으로 기업의 노동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서비스업에서의 일자리 창출은 부진하여 노동시장의 고용조건이 악화되었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과의 교역이 증가하면서 세계화가 국내 저임금근로자에게 미친 영향이 커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낮은 수준의 고용보호와 노동조합 조직율의 하락은 노동자들의 교섭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저임금체제가 확산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2013년 8월 현재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2.4%이며, 정규직의 조직률은 21.1%이지만, 비정규직의 경우 2.2%에 불과하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규직의 고용보호규제는 평균 수준을 조금 상회하지만, 비정규직은 평균을 약간 하회하고, 정리해고에 대한 보호는 매우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자본에 대한 길항력(counterveiling power)이 약화된 결과이다.

그 결과 2013년 8월 현재 근로자 1,824만 명 중 비정규직의 비중은 45.9%를 차지하며, 비정규직 중 저임금계층의 비율은 46.1%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52.8%에 불과하며, 비정규직의 초과근무비율은 정규직에 비해 2배 이상을 기록하고, 법정 최저임금 미달자 비중은 무려 23.2%에 달하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의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가입률은 각각 46.4%와 38.0%로 정규직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와 같은 노동조건의 차이는 기업규모별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3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의 36.5%에 불과하고, 저임금계층 비율과 최저임금 미달자 비율은 각각 45.8%와 48.4%에 달하고 있다. 기업규모에 따른 임금격차는 생산성의 차이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우리경제에서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근로빈곤 및 임금불평등 해소를 위해선 이윤주도형 성장체제를 소득주도형 성장체제로 전환해야

노동시장에서 저임금계층의 증가와 불평등의 확대는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복지국가의 발전을 제약한다. 왜냐하면 불평등한 분배구조는 교육기회를 제약하여 인적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고, 세대 간 계층 유동성을 가로막으며, 사회적 갈등구조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스티글리츠(2013)는 “불평등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사회는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 경제는 장기적으로 안정성과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했으며,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 또한 지난 5월 ‘포용적 자본주의 회의’에서 “편향된 소득분배는 장기적으로 성장 속도와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려 배제의 경제로 연결된다”고 역설했다. 특히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의 경우 불공평한 분배구조는 취약한 내수기반을 더욱 위축시켜 국민경제의 안정적 성장은 물론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한다.

▲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한국노동조합총면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노총 구성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현실화, 사회양극화 해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근로빈곤 및 임금불평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존의 이윤주도형 성장체제를 소득주도형 성장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과거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재벌 대기업들은 각종 금융 및 세제혜택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성장의 결실은 사회구성원들에게 공평하게 배분되지 못하였다. 더욱이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생산성을 밑도는 실질임금과 감세정책을 통해 재벌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크게 증가했지만, 투자와 고용은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6월 말 10대 재벌그룹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은 무려 477조원에 달하였다.

소득주도형 성장체제에서는 노동시장정책과 복지정책, 교육정책 및 산업정책 등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결합되고, 재정정책을 통해 지원되어야 한다. 먼저 임금은 기본적으로 생산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저임금계층의 생산성 제고를 위한 교육훈련의 확대뿐만 아니라 고용안전망과 활성화 정책(activation policies)을 강화하여 근로자의 고용과 소득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고용안전망의 확충은 일차적으로 고용보험과 기초생활보장제도로 구성된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를 축소하는 것이며,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 실업자에 대해서는 ‘先취업지원 後생계지원’ 방식으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과 근로유인보상 등의 활성화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근로장려세제와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을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것은 근로빈곤층에 대한 지원의 내실화를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최저임금은 근로빈곤과 임금불평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정책수단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고, 근로감독 행정을 강화하여 최저임금법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국제적으로도 낮을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조차도 적용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비중이 작지 않다. 2012년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OECD 회원국의 평균보다 2.6달러 낮아 비교되는 26개 회원국 중 17번째를 기록했다. 최저임금과 근로장려세제는 상호보완적인 특성을 갖기 때문에 적정 수준에서 두 제도를 결합할 경우 근로빈곤층에 대한 소득지원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비정규직에 대한 각종 차별을 철폐하여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적용되도록 해야 하고, 아웃소싱을 통한 간접고용의 폐해를 시정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여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 및 차별시정을 도모하였지만,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의 확산을 제어할 제도와 정책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에 있다. 공공부문에서도 간접고용과 시간제 일자리가 상승추세에 있으며, 공공기관의 총액인건비제와 공기업 경영평가제가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재벌 기업의 간접고용 실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6월 3일 민주노총의 ‘삼성, 현대차, SK, LG 4대 재벌 간접고용·노동탄압 실태 고발 및 문제해결 촉구 기자회견’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AS기사로 일하는 1만여 명의 근로자는 도급업체 소속으로 정규직의 1/3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근로기준법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지만, 실제로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이들에 대한 업무의 전 과정을 지휘·감독하고 있다. 지난 2013년 7월 11일 AS기사 486명은 이러한 간접고용이 ‘위장도급-불법파견’이므로 실제로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이라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돌입했다. 현대자동차도 ‘오른쪽 문은 정규직이 달고 왼쪽 문은 비정규직이 단다’는 오래된 불법파견을 관행화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하청업체의 소속직원에 대해 실질적인 사용자로서의 역할을 하지만, 노동기본권의 보장 등 고용주로서의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

노동시장정책뿐만 아니라 산업정책의 차원에서도 구조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기업·수출산업·제조업에 편중된 다양한 정책지원을 고용창출효과가 큰 중소기업·내수산업·서비스업으로 전환하고 부품소재산업에 대한 육성을 통해 산업연관효과를 높이고 내수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또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시정하여 중소기업의 임금지급 여력을 높여야 한다. 협력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골목상권 진출,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대기업은 상당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협력 중소기업들은 갑을관계의 속박에서 한계적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의 차원에서 불공정거래 관행이 철폐되어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저임금 일자리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한편 재정의 자동안정화장치를 강화하여 재정의 재분배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낮은 조세부담률과 조세체계의 누진성, 취약한 사회안전망 등으로 인해 조세 및 이전지출의 빈곤율 감소 및 소득재분배 효과는 매우 작다. 2010년에 조세 및 이전지출을 통해 빈곤율과 소득불평등이 축소된 비율은 각각 13.9%와 9.1%로 OECD 회원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재정의 자동안정화장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득세와 법인세의 실효세율을 높이고 상장주식과 파생상품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도 과세하여 조세체계의 누진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고소득자. 고액자산가, 재벌 대기업에게 제공되는 세제상 혜택을 축소시켜 과세기반을 확충하고 탈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 시민들의 납세순응도를 높여야 한다. 또한 국방 및 경제관련 사업에 편중된 재정지출의 균형을 회복하고 재정지출의 사회투자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6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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