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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사회자본의 형성
교육은 사회자본의 형성
  • 장시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책임연구원, 교육학박사
  • 승인 2014.10.0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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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교육제도 ①-교육정책의 방향> 사회자본 형성의 핵심은 신뢰…교육정책의 신뢰 높이기 위한 대안마련 필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그만큼 교육은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백년은 커녕 십년 앞도 보지 못하는 졸속 교육이라는 비판이 많다. 대학입시제도는 몇 년을 가지 못해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 진다. 고등학교 교육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특목고, 자사고, 특성화고, 혁신학교 등 다양한 교육제도가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곤 한다.

최근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자사고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찬성쪽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줘 교육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쪽은 고교간 서열화와 성적 경쟁을 부추겨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한다. 자사고 논란은 당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은 반값 등록금과 구조조정이 핫 이슈이다. 반값 등록금은 국민 대다수의 동의를 받고 있으나, 실제 적용된 사례는 많지 않다. 등록금 인하 문제는 매년 새학년이 시작될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 정원 구조조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인구변동에 따라 입학 적령 인구수가 줄어들고 있어 정원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구조조정을 할 것인지는 충분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한국 교육의 현실과 주요 쟁점을 살펴보고, 한국 교육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결해야 할 것인지를 모색해 본다. - 편집자 주

우리는 ‘교육’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답을 하는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개인, 사회, 국가 수준에서 지향하는 교육의 목표를 일반화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교육을 통해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좋은 일자리를 얻어 삶을 풍요롭게 하고자 하는 개인적 목적을 가진다. 사회공동체 차원에서는 교육의 공공성이 강조된다. 교육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는 중요한 사회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교육을 통해 우수한 인력을 유지․관리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교육을 바라보는 이러한 관점들은 때로는 중첩되고 때로는 갈등하면서 교육정책의 골간을 만들어 왔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정부의 이념적 성향과 관계없이 인적자원의 개발과 활용을 통한 성장 중심의 정책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교육양극화와 불평등의 해소와 같은 분배 정책이 가미되는 형태로 만들어져 왔다. 현 교육부의 명칭이 참여정부 시절 교육인적자원부였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일관된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력개발을 통한 성장 중심의 교육정책의 이론적 기반이 되어온 개념이 “인적자본론”이다.

1960년대 슐츠(Shultz), 베커(Becker)와 같은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을 통해 개념화된 인적자본(Human Capital)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얻어진 지식과 기술, 태도와 같이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무형의 부가가치이다. 인적자본론은 특정인만이 보유하고 있던 전통적 경제자본 개념을 보완하고, 교육에 대한 투자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인적자본론은 교육을 노동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과정과 연계하여 설명하였기 때문에 교육을 노동시장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인적자본론의 전제에 따르면 개개인의 학습자는 고용가능성이나 임금수준의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또한 인적자본론은 한국사회에서의 학력인플레이션과 같은 사회적 현상을 충분하게 설명해주지 못한다. 인적자본론의 주요 투입변수인 ‘교육받은 기간’은 교육의 성과를 가장 효과적으로 설명해 주는 변인이기는 하지만 교사의 수준, 학교 및 지역의 여건과 같은 관계적 요인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는다.

사회자본은 ‘사회적 관계’에 대한 투자

사회자본(Social Capital)은 사회학, 정치학, 행정학, 교육학 등 사회과학계에서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는 개념 중의 하나이다. 사회자본의 개념을 간단하게 정의하면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관계에 대한 투자”라 할 수 있다.

사회자본은 그것이 놓이는 위치에 따라 미시적 차원과 거시적 차원에서 구분할 수 있다. 미시적 차원의 사회자본은 개인이 보유하는 자원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르디외(Bourdieu)에 따르면 사회자본은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관계를 통하여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실제적이고 잠재적인 자원의 총합”이다. 개인 수준의 사회자본은 결국 사회적 관계에서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이 다른 사람이나 집단에 비해 한정된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위치를 차지하는 가의 문제로 집약된다.

반면 거시적 차원의 사회자본은 퍼트남(Putnam)이 정의한 바대로 “조정과 협력을 촉진하는 네트워크, 호혜적 규범, 사회적 신뢰 등 참여자들이 공유하는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을 뜻한다. 즉, 사회자본은 한 사회의 문화 특히 그 사회의 신뢰수준과 사회규범, 공동체에 대한 의무 등 사회의 효율성과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총칭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사회자본의 구성요소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다양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지만, 대개 네트워크, 합의된 규범과 가치, 신뢰로 구성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사회자본을 계량적으로 측정하기 위해서 다양한 지표들이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구 천 명당 시민단체의 수,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 자원봉사 참여율, 1년간 자신의 가정에 지인들을 초청한 회수 등과 같은 소규모 공동체 및 국가 수준의 다양한 참여 활동들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들이 활용되고 있다.

☞ 학자들이 말하는 사회자본은?

특정한 집단의 구성원이 됨으로써 획득되는 실제적이고 잠재적인 자원의 총합(부르디외, Bourdieu)

주어진 구조 속에 속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특정한 행위를 하도록 유도하고 촉진하는 것(콜만, Coleman)

연결망에 포함된 덕택으로 희소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개인의 능력(포르테스, Portes)

연결망, 규범, 신뢰와 같은 상호 이익을 위한 협력과 조정을 도와주는 사회 조직의 특성(퍼트남,Putnam)

시장에서의 이익을 기대하고, 사회적 관계에 투자되는 것(린, Lin)

   
▲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제7회 인적자원개발 컨퍼런스가 2013년 9월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사진=뉴시스

 

사회자본은 공유되는 공공재

사회자본의 개념은 다른 자본과의 비교를 통해 명확해진다. 사회자본이라는 개념은 경제적 자본, 인적자본 등의 다른 자본개념과 마찬가지로 고전경제학에서 논의되었던 생산요소 또는 생산수단로서의 전통적 자본 개념을 확장시킨 것이다. 사회자본 역시 다른 자본과 마찬가지로 투자되는 것이고 그에 따른 산출과 효과를 기대한다. 그러나 사회자본은 다른 형태의 자본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속성을 갖는다.

무엇보다 사회자본은 개인들이 보유하는 자본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 사이의 사회적 관계 속에 위치하고 있는 자본이다. 전통적 자본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익이 배타적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화폐와 같은 경제자본은 특정한 사람의 금고나 은행에 저장되고, 인적자본은 개인의 머릿속 또는 기술과 같은 무형의 자원으로 개인이 보유한다.

사회자본은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공공재적인 특성을 갖는다. 사회자본의 공공재적 성격은 교육의 성과가 특정 개인에게 돌아간다는 인적자본론의 한계를 극복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논의하기 위한 바탕이 된다. 사회자본은 다른 자본과는 달리 한번 획득했다고 하여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신뢰와 호혜성과 같은 사회자본의 요소는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만 획득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자본은 한 번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적적이고 반복적 절차를 통해서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다.

사회자본을 이해하는 또 다른 관점은 결합(bonding)과 연결(bridging)이다. 이는 결합형 사회자본과 연결형 사회자본으로 이론화된다. 결합형 사회자본은 집단 내부 구성원들의 결속과 협력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회자본이다. 일반적으로 강한 내적 결속은 집단의 효율성을 증진시킨다. 그렇지만 강력한 내부의 결속은 구성원이 아닌 사람에게 부정적 외부효과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크다.

연결형 사회자본은 다른 집단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사회자본이다. 이와 관련하여 그라노버터(Granovetter)의 ‘약한 연결의 강함(The Strength of Weak tie)’라는 논의는 흥미롭다. 약한 연결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얻는 정보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취업을 위해서는 방대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강한 연결을 가지고 있는 집단으로부터 얻는 정보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가족이나 친구를 통해 얻는 정보보다 지인의 지인을 통해 얻는 정보가 더 효과적인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결합과 연결의 관점은 사회자본이 ‘최적화’된 투자를 해야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연고주의, 학벌주의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내적 결속에 근거한 사회자본의 양적 확충이 반드시 바람직하지 않음은 자명하다.

사회자본이라는 개념은 너무나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다른 자본 개념에 비해 속성이 모호하고 추상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관계 속에 나타나고 있는 너무 많은 개념들을 포함하려고 하여 사회자본이 과잉의미화 되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미 학술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던 개념들이 사회자본으로 포장되어 지나치게 확대해석되거나 오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서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은 치맛바람이라 하여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사회자본이라는 이름으로 부모가 자녀에게 기울이는 관심으로 정당화되기도 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사회자본은 교육의 성과를 높여주는가?

사회자본론은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사회자본에 대한 논의의 확장은 인적자본 개발에 중심을 둔 기존의 성장과 발전 중심 교육정책 패러다임을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다. 많은 교육연구에서 사회자본은 획일적인 교육체제, 사회적 분열과 양극화, 지나친 개인화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사회에 있어서 교육은 경제적 성공과 사회통합을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작동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평등, 빈곤, 양극화, 사회적 약자의 배제 등과 관련된 문제는 상대적으로 등한시 되어왔다. 사회자본의 형성과 활용은 사회구성원 간에 협력적 태도를 길러주고 사회․문화적 응집력을 강화해준다는 측면에서 사회 통합의 기초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교육은 개인과 집단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화 과정이라는 점에서 신뢰, 네트워크, 규범 등의 개념을 포괄하고 있는 사회자본의 형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교육 분야에서의 사회자본에 대한 관심은 콜만(Coleman)의 「인적자본을 형성하는 과정에서의 사회자본(Social Capital in the Creation of Human Capital)」이라는 연구에서 시작되었다. 1980년대 수행된 콜만의 연구는 그간 교육의 성과가 학교 효과에 있다는 통설을 뒤집은 것이었다. 콜만은 학업성취가 부모의 관심, 사회적 규범과 믿음, 가족 구성원의 존재와 유대감, 주변사람들의 신뢰 등 다양한 사회자본의 요소들에 결정된다고 보았다. 사회자본의 양과 질이 교육에서의 성취를 결정한다는 그의 실증연구는 지금까지도 많은 교육연구에서 인용되고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콜만 이후 사회자본과 관련된 국내외 교육연구는 크게 가족의 구조, 가족 내의 관계양상에 따른 학업성취, 가정 이외의 사회자본 활용과 학업성취, 사회 평등의 강화, 인적자본과의 관계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연구 결과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사회자본의 양과 인적자본의 질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즉, 사회자본의 보유 비율이 높을수록 학교에서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이며, 역으로 인적자원의 수준이 높은 사회일수록 사회자본의 수준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대다수의 연구는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자발적 참여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사실을 지지하고 있다.

사회자본의 핵심은 양질의 신뢰

사회자본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행동이 언젠가는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걸 수 있는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인간관계에서의 믿음과 신뢰는 사회자본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신뢰는 민주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일 뿐 아니라, 교육의 근간을 형성한다. 교육제도와 정책에 대한 신뢰,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과의 신뢰가 선행되지 않으면 교육의 장기적 성과를 기대하기란 힘들다.

미국사회에서의 신뢰 형성과정을 연구한 주커(Zuker)는 신뢰의 유형을 “과정의존적 신뢰”, “특성의존적 신뢰”, “제도의존적 신뢰”로 구분하였다. 과정의존적 신뢰는 반복적 상호작용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신뢰로 사회적 평판의 형태로 드러난다. 특성의존적 신뢰는 가문, 인종, 성과 같은 개인이나 집단의 고유한 특성에서 비롯되는 신뢰이다. 제도의존적 신뢰는 제도를 통해 제공되는 공적신뢰를 말한 다.

지금까지 우리사회에서 지배적인 신뢰 유형은 과정 의존적, 특성 의존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신뢰의 형태는 가족이나 특정 공동체의 범위를 넘어서기 힘들다는 점에서 제한적이며, 오히려 다른 집단의 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점점 복잡해지고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신뢰는 제도의존적 신뢰일 것이다. 제도로서의 신뢰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 자체가 공정성을 가져야 하며, 이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광범위한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국사회의 신뢰수준과 사회자본의 양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4년 5월 사회자본을 구성하는 요소를 사적신뢰, 사적배려, 사적참여, 공적신뢰, 공적배려, 공적참여의 6개 영역으로 구분하고 30개의 측정지표를 개발하여 OECD 각국의 사회자본지수를 산정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사회자본 지수는 5.07점으로 OECD 32개 국가 중 29위로 평균 5.80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였다(그림 참조). 특히 공적인 신뢰는 OECD의 평균인 5.31점에 비해 크게 낮은 4.11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사회의 사회자본을 측정한 다른 연구에서도 일관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구의 결과들은 한국사회 신뢰의 특징으로 “사적신뢰의 과잉과 공적신뢰의 미흡”을 일관되게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취약한 신뢰구조는 최근 ‘으리’ 열풍으로 희화화 되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기도 하다. 대중들은 ‘으리’있는 신뢰로운 사회를 갈망하면서도 자기식구 감싸기, ○피아와 같이 폐쇄적이고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으리’를 풍자하고 있다.

OECD 주요국의 사회자본 지수(출처 : 현대경제연구원, 2014년)

사회자본 형성을 위한 교육정책

굵직한 교육정책들이 이해집단간의 충돌과 갈등 속에서 표류하고 있는 교육현장에서 신뢰의 형성과 구성원간의 소통을 통해 형성되는 사회자본의 활용은 교육정책의 입안과 실행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필자는 사회자본 확충을 위한 교육정책의 변화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무엇보다 교육정책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대안마련이 필요하다. 우리 국민의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낮은 편이다. 특히 교육정책은 다른 정책에 비해서도 신뢰도가 매우 낮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12년 전문가 조사에 따르면 교육 분야의 신뢰도는 28.3%에 그쳤다. 이는 다른 정책의 신뢰도에 비해 현격하게 낮은 것이었다(문화정책, 76.9%, 경제정책 66%, 외교안보정책 52.8% 등). 교육정책의 신뢰가 낮은 이유는 교육에 대한 이해관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교육정책의 수립과 집행은 수직적 통치행위의 차원이 아니라 수평적 참여와 소통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둘째, 성장과 인적자원개발, 고용가능성의 향상 중심의 교육정책은 향후 사회적 학습(Social Learning)을 제공하기 위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의 확대 등 사회자본의 형성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셋째, 사회통합과 건전한 사회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사회적 양극화와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저소득층 및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보다 강화하고,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보다 실질적이고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 입장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의 기술, 협력과 참여의 방법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과정 및 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

넷째, 기술의 발달에 따른 거대한 사회변화를 인지해야 한다. 특히 ICT의 발전은 공동체 형성에 있어 물리적 공간을 확대하면서 기존 사회 공동체의 안정성과 구성원들 사이의 역학관계에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사회자본과의 연관 관계를 새롭게 조망할 필요가 있다. 이미 MOOC(Massive Online Open Coures)로 대표되는 대학들의 자발적 강의공개 시스템은 고등교육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다섯째, 향후 교육정책은 사회적 파트너십의 강화, 교육-고용-복지 연계, 사회적 연대의 강화와 같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유학기제’와 같은 정책은 아직 궤도에 오르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진로교육을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계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정책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자본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학교교육 체제의 독점적 권한을 지역사회와 연계한 평생학습 생태계로 이양할 필요가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는 사회자본과 교육의 관계를 극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교육시스템 자체가 사회자본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학교교육이 사회자본이 되는 이유를 세 가지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참여와 호혜성(reciprocity)과 같은 사회자본을 획득할 수 있는 기술들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둘째, 학교가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태도와 기술을 길러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셋째, 학교가 시민교육을 통해 자신이 속한 사회에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 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이 제시하고 있는 학교의 기능은 현재의 모습이라기보다는 학교교육이 지향해야 할 이상에 가깝다. 그동안 교육은 바로 학교를 의미했다. 이는 사회시스템 내에서 교육이 유리되어 있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OECD에서는 2000년대 초반에 이미 학교변화 시나리오를 제시한바 있다. 이에 따르면 전통적 학교의 유지에서 핵심적 사회센터로서의 학교, 학교붕괴에 이르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기존의 학교교육체제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를 넘어서, 학교를 포함한 지역사회 전체가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배움의 터전이 되기 위해선 참여와 소통, 신뢰라는 사회자본이 적절하게 기능하여야 할 것이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7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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