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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이직을 원하다면 이직하지 말라
성공적인 이직을 원하다면 이직하지 말라
  • 이선희 카푸스파트너스 상무
  • 승인 2014.10.08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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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JOB기> 최근 경향 '이직 횟수' 꼼꼼히 따져…일부 대기업 두 번 이상 이직 경력자 추천 제한

제목부터 헤드헌터스럽지 못한 느낌이다. 하지만, 헤드헌터이기에 늘 이직을 권유하는 나의 직업에 대해 다시 한번 주변을 환기시켜 보고자 한다.

이직을 하지 말라는 후반부 결론보다는 성공적인 이직이라는 조건이 되는 구절에 초점을 두길 바라며, 헤드헌터로서 좋은 스팩의 후보자를 만나기 위한 전제조건을 깔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년이 365일이라는 것에 대해 언젠가부터 늘 알고 있는 것처럼, 대학을 졸업하거나 대학원 과정을 마치면 대부분이 취업을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 또한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특별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아마도 이직을 고려하면서 사회 첫발을 내딛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다. 이직 경험이 있는 이들 중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직 시 반드시 그 다음 이직에 이번 이직이 도움이될지를 질문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스팩 (Spec.) 이라는 표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Specification은 단어적 해석으로 “내역, 규격, 방식, 세목”이지만, 인재 추천에 있어서만큼은 자격요건, 즉 Requirement로 해석되는 것이 적합하다.

금융위기 이후로 계속 되어온 경기침체로 인해 많은 기업이 신규채용의 수 자체를 줄이고 있고, 구인의뢰의 내용 또한 좀더 까다롭고 전문적인 포지션만을 서치펌에 의뢰하고 있으며, 그 난이도마저 심화되고 구체화되는 추세다.

그 중 가장 인재추천에 어려움을 겪는 스팩, 즉 자격요건 중 하나가 ‘이직의 수’ 즉, 몇 번이나 이직했느냐 하는 것이다.

몇 년전 예를 들면, 대기업 A사의 그룹 전략실 소속 과장급 채용을 진행하게 되었고, B 컨설팅펌과 두 대기업의 전략실 소속으로 컨설팅펌과 기업내 전략업무를 두루 경험한 인재를 후보자로 추천했다.

전공 및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가 경험과 영어 구사 능력 등의 자격요건에 대해 채용확정까지 무난할 것이라 자신했던 경우였으나, 최종 결과는 의외로 부정적이었다.

인터뷰 때 이직사유에 대한 질문에 후보자의 절절하지 못한 답변이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회사측의 피드백은 지나치게 간단했습니다. “이직이 잦다”

업종별, 직무별 특성상 잦은 이직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구태여 이 주제를 정한 이유는 최근의 트렌드를 강조하고자 함이다.

최근 몇몇 대기업은 두 번 이상의 이직 경력자는 추천하지 않도록 자격요건을 제한하기도 한다. “가급적” 이라는 희망적인 단어를 써주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총 경력 년차가 10년이든 20년이든 한 회사에서 자기분야의 전문성과 기업문화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경력자만을 선호한다는 말이다.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 기업, 그 보다 규모가 작은 경우에도 같은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학교, 전공, 그리고, 어느 기업 출신인지, 영어능력은 우수한지, 어학연수 경험 유무, 사회봉사, 자격증 등등의 이력서를 채울 항목을 고민하는 사람은 많으나, 이직의 수를 고민하는 사람은 드물어 보인다.

당장 이직을 통해 연봉 상승 효과를 누린 지인의 이직성공 사례도 종종 들려오고, 회사는 경기불황에 동참이라도 하는 듯 매해 줄어드는 순이익 매출실적을 발표한다면, 이직을 결심할 확률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윗 상사가 자신의 스트레스를 무한 방출한다거나 불합리한 승진발표 등으로 회사에 대한 배신감마저 느낀다면 이직의 고민단계에서 확정단계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의 트렌드를 감안한다면, 이젠 잦은 이직으로 인해 인터뷰 대상도 되보지 못한 지인의 이야기도 귀기울이고, 회사가 어렵다고는 하나 꾸준히 내 옆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료와 열린 커뮤니케이션도 해보면 어떨까?

2000년대 초반 벤처붐을 타고 이직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절, 헤드헌터와 서치펌이 하루가 멀다하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시절은 이제 벌써 15년이나 지난 과거이다. 그 시절에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지금과 기본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젠 “이직의 수”도 꼼꼼히 따져보는 스팩이 되는 시절이 되었다.

필자는 헤드헌터로서 구직자, 혹은 인재를 대상으로 추천기업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면서 정직하게 비지니스를 해왔다고 자부한다.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꾸준히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중간역할에 충실해 왔기에 지금 이 시점에 다시 한번 이직에 대한 절제와 인내를 강조하고 싶다.

그것이 기업에서 원하는 스팩이라면 지금 필자의 헤드헌터스럽지 않은 “이직하지마라” 는 Tip은 추천 스팩에 맞는 후보자를 늘리고자 하는 직업적 꼼수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무조건 인내하고 현재의 회사만을 고집하라는 것이 아니다. 필자와 같은 헤드헌터를 통해 다양한 루트의 정보를 입수하고, 인터뷰 기회를 많이 가지며, 최종 의사결정에 있어 당장의 눈앞에 보이는 실리를 쫓는 패스트푸드 같은 이직을 경계하자는 의미이며, 뚜렷한 장기적 명분을 가지고 이직을 통해 경력관리를 하자는 것이다.

잘못된 이직을 통해 경력의 혼돈을 초래하고, 입사실패의 잦은 경험이 자신감 상실로 이어지고, 자신감 결여로 인터뷰마다 실패해 결국은 만족스럽지 못한 회사에 입사하게 되고, 다시 또 새로운 회사를 찾아야 하는 악순환을 호소하는 분들과의 몇차례 상담과 소개가 최근 더 늘어나고 있다.

좋은 회사와 커리어관리의 정답은 없다. 계절이 그러하듯 계속 이직에 대한 트렌드와 고민방식도 변할 것이다. 하지만, 중심에는 늘 나의 결정과 의지가 있다. 인내하며 옳은 이직을 결정하는데 시간과 기다림을 갖길 바라며, “발타자르 그라시안” 이라는 스페인 철학자의 글을 남긴다.

“기다릴 줄 알라, 성급함에 밀리지 말고 정열을 잠재울 줄 알 때 인내의 위대한 정신이 드러난다. 무엇보다 그대 자신이 주인이 되라. 그러면 다른 것도 지배하게 될 것이다. 길고 긴 시간을 거쳐야만 그대는 사물의 중심에 도달한다. 여기 위대한 말 한마디가 있다. ‘시간과 나는 또 다른 시간 그리고 또 다른 나와 겨루고 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 박민수역 <세상을 보는 지혜>, 아침나라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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