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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예산 논란 유감
누리과정 예산 논란 유감
  • 신성은 논설위원
  • 승인 2014.11.08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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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복지정책에 대한 인식차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놓고 여야 대립이 심각하다.

누리과정은 3~5세 유치원, 어린이집 교육과정을 가리키며 이에 대한 지원을 놓고 각 시도 교육청과 정부가 각을 세우고 있는 것. 누리과정 교육비 지원은 교육정책이자 복지정책이다.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지원하는 것이기에 무상급식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각 시도 교육청이 예산 부족을 문제삼아 내년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여의치 않자 전북교육청 등 일부에서 예산편성을 일부만 혹은 아예 안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긴급 임시총회에서 취학 전 아동에 대한 보육료 지원인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편성하기로 결의한 뒤 전국 시도교육청들이 그나마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2∼3개월치를 우선 편성했고, 충남교육청은 7개월치를 반영하기로 하는 등 최소 2개월치에서 길게는 7개월치까지 편성에 나섰다. 그렇지만 전북도교육청은 여전히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했고, 강원도교육청도 편성 여부를 놓고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7일 누리과정 부족 예산 편성을 위해 지방채 발행 한도를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당정은 또한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에 전체 예산을 편성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문제는 여당 및 정부의 태도다. 누리과정 지원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 사안이다. 언뜻 형태를 보면 대선공약을 지키고 교육복지를 구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당은 무상급식과 누리과정지원을 구별하고 무상급식 예산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 교육부장관인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무상보육은 중앙정부의 업무이고 무상급식은 지방정부의 몫”이라고 밝혀 논란이 된바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말도 안되는 이분법”이라며 국회를 통과한 대선공약사안이니 모두 중앙정부에서 적극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여당은 언뜻 누리과정 지원을 촉구하는 듯이 보인다. 한편으론 시도 교육청 예산이 무려 1조원이니 불용예산(쓰여지지 않은 예산)이라는 사실을 흘리고 있다. 시도교육감들이 과도하게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야당일색인 시도교육감들에 대한 정치공세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무상급식 역시 야당이 주도했고 대부분의 야권 시도교육감들의 공약이다. 결국 자신들이 발의한 것은 지키면서 무상급식을 비난하는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지난 대선에서 야권의 가장 큰 실패요인중 하나는 복지이슈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점 당한 것이다. 그간 여권은 성장논리와 과도한 자유주의 사조로 복지논의를 파퓰리즘으로 몰아세웠다. 박근혜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맞춤형복지라는 개념으로 복지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야권은 관심을 끌만한 복지정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정책이슈에 밀려버렸다.

그러나 박근혜대통령의 복지공약은 크게 그간의 성장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약에 크게 못미치는 퇴색한 노인연금과 장애인연금처럼 최소한의 변화만이 보일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복지를 과도한 파퓰리즘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예산타령으로만 몰아갈 뿐이다.

복지가 예산문제인 점은 맞다. 복지선진국인 유럽은 조세저항이 심한 소득세 등에서 엄청난 세금을 끌어내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야당이 말하는 것처럼 각종 개발예산 낭비를 거론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러나 복지문제는 국가 정책의 어젠다에서 최상위에 올라가야 한다는 점도 명확하다.

신자유주의는 복지를 마치 “국민 게으르게 하기”의 원인처럼 몰아가고 있다. 복지정책을 잘 하면 국민이 게을러지고 열심히 일한 사람들에게 역차별을 하는 것인가? 왜 한국은 OECD국가중 자살율이 1위인지, 젊은이들이 왜 그렇게 의사 등 돈되는 직업에만 몰리는지, 가치가 다양화되지 못하고 사회가 자율성과 창조성이 상실된 몰가치의 “돈”에만 집중되는지 보다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한다. 단지 GDP와 1인당 국민소득의 지표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제 진정하게 사회 구성원들의 진정한 행복지수를 고민해야한다.

요즘 사회는 은근히 아래로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각자 알아서 국가와 관계없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정치권은 인식해야한다. 선진국이 인문분야를 포함,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인재들이 계속 배출되는 이유를 알아야한다.

창조경제는 효율성과 부가가치만 높이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가치체계를 선진화시켜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고양하고 다양한 가치에서 산업적 부가가치를 높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은 복지의 근간이 될 수 있는 교육복지정책 중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분야다. 복지 사회안전망의 핵심인 노인복지, 장애인 복지, 의료복지 함께 교육복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중 사안사안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나마 합의된 복지정책에 대해선 후퇴는 없었으면 한다.

우리는 복지에 관한한 계속 전진해야한다. 그 예산은 보다 진지한 합의를 통해 사회적 저항이 많은 세금이라도 거둬야하며 기존 예산 중 절약할 수 있거나 낭비되는 예산은 모두 수거해 복지예산으로 돌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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