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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경영능력 검증 필요
이재용 경영능력 검증 필요
  • 송원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업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4.11.13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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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화된 경제 권력, 왜곡된 총수지배체제 개혁없이 진정한 의미의 세계 1등 기업될 수 없어

<Post 이건희①-삼성의 지배구조와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삼성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주력 상품인 스마트폰 판매에서 중국업체인 샤오미에게 중국 시장 1위 자리를 내 주었다. 또 2/4분기 실적도 시장예상치에 못 미쳤을 뿐 아니라 3/4분기 실적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 10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으나, 1년여 만에 영업이익 전망치는 반 토막 수준인 5조 2,900억 원 정도로 전망되고 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의 모두 감소했다. 연결기준 상반기 삼성전자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90% 줄어든 106조 286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5조 6,761억 원과 13조 8,252억 원으로 전년대비 14.39%, 7.39% 줄어들었다. 노무라는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예상보다 악화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14% 하향한 155만 원으로 제시했다.

삼성은 우리나라 최대 그룹이다. 일부에선 ‘삼성공화국’이라고 표현할 만큼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런 삼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삼성전자 실적악화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건회 회장이 부재이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11일 심근경색수술을 받을 뒤 아직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젠 이건희 회장 없는 삼성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이른바 ‘포스트 이건희’시대가 오고 있다. 경영권 승계 등 삼성이 해결해 나가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세계일류기업이라는 성과 이면에 무노조, 백혈병 등 어두운 면도 함께 가지고 있다.

‘포스트 이건희’ 삼성이 진정한 1류 기업이 되기 위해 되짚어봐야 할 문제점을 살펴본다. 특히 지배구조 문제와 노동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본다. - 편집자 주

 

전에도 이건희 회장 병세가 악화되었다가 경영에 복귀하였다는 소식이 있었기는 해도 이번에는 제법 심각하다. 아니 심각한 정도를 넘어 이건희 회장의 그룹 총수로서 기능이 사실상 정지된 것같다. 이를 뒷받침하듯 미래전략실 주도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들을 주도면밀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추측도 힘을 얻고 있다. 사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기 전부터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사업부 구조조정과 계열사 통폐합이 진행되고 있었고, 올 초에도 삼성SDS 상장 계획이 발표된 바 있다. 최근 삼성에버랜드 상장 계획을 포함하여 이러한 움직임들은 분명 이건희 이후 삼성 재벌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관련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관심과 생각이다. 예를 들면 삼성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혹은 이부진과 이서현 사이의 상속 분쟁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한 관심들에 비해 “이재용에 대한 경영권 승계는 과연 정당한가”라는 질문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 대선 과정에서 모든 후보자들이 외치던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둘러싼 방안들은 박근혜 정부와 여당의 ‘경제활성화론’에 묻히고 만 느낌이다. 이런 질문들이 굳이 아니더라도 이른바 ‘창조’ 경제의 대명사가 된 애플(Apple)에게도 안되고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기업들에게도 밀리는 ‘위기의 삼성’을 돌파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정작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드물다.

주식회사 ‘삼성’의 지배구조

우리가 직면하고 해결해야 할 이러한 문제들의 핵심에는 재벌의 소유·지배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재벌들의 소유·지배구조의 문제는 기업조직 뿐만 아니라 산업구조 그리고 한국경제의 구조를 기본적으로 규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 이건희 회장 1인의 총수지배체제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2013년 말 기준 76개에 이르는 계열사를 거느린 삼성 재벌은 이건희와 이재용 등 총수 일가가 삼성에버랜드를 소유하고,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이 다시 삼성전자를, 이 두 계열사가 여러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이다. 지배주주인 이재용의 지분 25.1%를 포함하여 이부진과 이서현 등 총 45.6%를 소유한 삼성에버랜드가 삼성 재벌 전체의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삼성 재벌 소유구조 핵심은 이재용에 대한 경영권 승계 기반을 마련한 1996년 이후 현재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2013년 말 현재 삼성 재벌 전체에 대한 이재용의 지분은 이건희의 지분보다 더 적다는 것이다.

그림 1. 삼성 재벌의 소유·지배구조(2013년 말, 보통주 기준)

아래 <그림 2>는 1998년 4월 이후 자본금 기준으로 따진 동일인 이건희와 이재용의 소유지분을 나타낸 것이다. 이건희의 지분은 2005~2008년 사이에 크게 낮아졌다가 이후 회복추세를 보이는 반면 이재용의 지분율은 대체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1년 e-삼성 등 e비즈니스 관련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여 급격히 높아졌고 2004년에는 삼성자산운용 지분 소유, 2009년 말에 삼성SDS 증자 등으로 지분이 높아졌다. 2010년에는 삼성SDS가 삼성네트웍스를 합병하여 지분율은 낮아졌다.

그림 2. 이건희와 이재용의 지분 변화(1998~2013)

그러나 자본총계 기준으로는 오히려 지분율이 크게 높아졌다. 2013년 말 기준 이재용이 삼성 전체 계열사에 대해 소유하고 있는 지분은 0.23%로 이건희보다 훨씬 더 낮다. 이렇게 적은 지분을 가지고도 이재용은 이건희와 마찬가지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고, 계열사간 거래에서 생기는 이익을 통해 막대한 부를 챙길 수 있다.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바로 계열사간 순환출자이다. 이렇게 형성된 ‘총수지배체제’는 그룹 차원의 총괄조직, 과거 비서실이 했던 기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미래전략실에 의해 관리되고 통제된다. 이러한 지배구조 덕분에 소유권과 의결권의 괴리 심화, 권한과 책임의 괴리, 주주 중심의 영미식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형식적 대응, 무노조 경영, 불법적인 노동관행, 협력업체에 대한 그룹 차원이나 계열사 차원의 통제와 수탈 등 총수 이외의 모든 이해당사자들을 배제한 기업경영이 가능했다.

이재용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 전망

적은 소유 지분,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통한 많은 의결권 행사, 즉 총수의 막대한 지배력 행사가 가능한 지배구조가 이재용에게도 가능하려면 무엇보다도 계열사에 대한 이재용의 지분, 특히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 또 이건희가 행사하고 있던 금융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이건희 사후에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 것인가도 문제다. 이러한 노력들은 향후 계열사(사업부)간 통폐합이나 지분 이동, 그리고 인적분할, 지주회사 설립 등으로 구체화 될 것이다. 실제로 이건희의 ‘입원’ 이후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전망과 관련하여 여러 시나리오들이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경영권 상속이나 재산분할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는 현재로서는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이건희의 병세 회복 여부와 무관하게 삼성 재벌은 현재와 같은 지배구조를 개편할 유인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또 이재용에 대한 경영권 강화 작업이 적어도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도 쉽게 예측해볼 수 있다. 다른 재벌들이 취했던 지주회사 전환에 수반되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재벌개혁에 대한 정부 의지가 실종되었다는 게 이러한 추측의 근거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1년도 되지 않아 경제민주화를 조기에 종료해버리고 대신 경제활성화가 필요하다며,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민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 재벌이 현재의 지배구조를 바꾸지 않고 이재용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데 신경 쓰이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금산분리 규제와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향방일 것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박근혜 후보가 공약한 대로 금융·보험사 보유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상한 기준(5%)을 단일 금융회사에서 금융회사 전체 지분의 합계 기준으로 5% 이상으로 제한하는 규제가 도입될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 지분(7.56%)과 삼성화재 지분(1.26%)을 합한 총 8.82% 중 3.82%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이런 규제가 시행되지 않더라도 현재 예상으로는 삼성생명이 소유한 5%초과분, 2.56%를 삼성에버랜드가 가진 삼성생명 주식(19.34%)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이재용이 대주주인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통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1.92% 정도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한편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즉 대주주 등이 발행한 주식 및 채권의 투자 한도(총자산의 3%)를 계산하면서 기존의 취득원가 대신 시가평가를 적용하자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신경 쓰일 것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3%를 초과하는 금액 13조 8천억 원에 해당하는 주식을 처분해야 하고 그럴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은 크게 훼손될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막강한 경제권력을 바탕으로 정치권과 행정부, 언론을 지배하면서 지배구조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법안 제정이나 개정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 밝게 웃는 삼성家.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부인 홍라희 리움 관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1월 9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사장단 부부 초청 신년만찬회를 마친 후 호텔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정이 이러하다면 삼성은 현행 법제도의 허점을 이용하여 이재용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작업을 진행해갈 것이다. 당장은 어렵다고 해도 지주회사 설립 허용 이후 다른 재벌들이 그랬던 것처럼 삼성 재벌도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 그리고 유상증자에 의한 지배력 강화를 시도할 것이다.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체제는 대주주가 지주회사 지분율을 높이는 용이한 방법이다. 더욱이 인적분할 전부터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지주회사의 사업회사 지분도 높아지게 되어 경영권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인적분할 이전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던 자사주에 의결권을 인적분할 이후 일부 행사할 수 있게 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유진수,2014). 실제로 지주회사 전환을 전후해서 대주주들은 지주회사의 지분율을 크게 늘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주회사의 사업회사 지분 역시 과거 대주주의 지분보다 크게 높아졌다(김진방,2012; 김상조,2013). 그런데 현행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된 법률인 상법과 자본시장법은 인적 분할을 통하여 신설지주회사의 자회사(사업회사)의 의결권 없는 자사주가 의결권 있는 자회사 주식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주식과 자회사 주식을 교환하기 위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는 지배주주만을 참여하도록 교환비율을 책정함으로 모든 주주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비대해진 삼성과 그 위험

이재용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삼성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점에서도 문제다. 2012년 말 기준 삼성 계열사들의 매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23%를 차지하고 있고, 24개 상장계열사의 시가총액도 전체의 28%에 달한다. 또 삼성전자(주) 한 기업의 영업이익이 전체 상장사(494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6.6%에서 2012년 30.2%, 2013년36.4%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런 수치들이 아니더라도 신수종 사업 진출을 전후하여 진행되고 있는 계열사 통폐합 작업도 삼성전자의 규모를 더욱 키우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삼성 재벌에서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사업상의 지위, 그리고 반도체 수출, 스마트폰 판매를 통해 만들어진 막대한 현금흐름과 내부유보를 고려하면 삼성전자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은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더욱 확대하는 방식의 그룹 사업구조 개편은 추후 삼성전자의 분할을 염두에 둔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삼성전자의 분할(사업지주회사와 순수지주회사)은 당장에는 삼성전자의 주식가치를 높이는 방법이자 이재용이 대주주로 있는 에버랜드의 삼성전자 지분을 높일 수 있고, 또 금융부문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송원근, 2014).

여기에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혹은 강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추진 계획 발표는 특정 재벌에 대한 집중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잘 알다시피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2대주주(19.34%)로서 삼성 재벌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계열사다. 또 에버랜드는 신주종산업 중 바이오분야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42.6%)를 소유하고 있다. 아직은 추정 수준이지만 액면가 5,000원인 에버랜드 비상장주식(250만 주, 자사주 포함)을 상장하면 그 금액은 최소 4조 6,000억 원 정도에 이르고 에버랜드의 기업가치도 8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에버랜드 상장은 이후 있게 될 지주회사 간 통합에서 이재용의 지분이 큰 에버랜드의 기업 가치를 높여 흡수기업과 피흡수기업간 통합비율 산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또는 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해 우회적으로 삼성전자의 지분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에버랜드의 상장은 금융시장이나 경제 전체에서 이미 커질대로 커져버린 삼성 재벌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여, 이 막강한 경제 권력이 정치권력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를 침식시킨다는 점에서도 우려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특정 재벌이나 특정기업에 대한 의존도 심화는 건전한 경제 성장을 저해함으로써 중소기업의 발전이나 새로운 성장 기업의 등장을 가로막고, 경제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하여 시스템 리스크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방향을 잃은 재벌 개혁?

경제 전체가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에 포획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제기되었던 경제민주화는 물론이고 재벌개혁에 관한 여러 논의들조차 방향을 잃어버린 듯하다. 1997년 외환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추진해왔던 지배구조 개선과 지주회사 체제 중심의 재벌개혁은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했다. 총수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하게 하는 지배구조 관련 개혁조치들은 형식에 그쳤고, 더 중요하게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총수의 지배력을 약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 재벌의 사활이 걸린 금융과 산업의 분리도 제대로 규율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의무화하여 지분 만큼의 권한과 책임을 부과하고, 이를 통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금융건전성 감독,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있었다(김상조, 2013). 실제로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의무화하면 ‘이재용→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소유구조 고리가 끊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삼성 재벌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그러나 중간지주회사를 인정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원칙적으로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지배를 허용함으로써 금산분리 정신을 벗어나는 것이다(송원근, 2014). 현재의 공정거래법도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두지 못하도록 되어 있고, 금융지주회사법도 비은행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 자회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게다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생명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금을 통해서 획득한 것이기도 하다. 재벌들의 금융계열사의 자산이 총수의 ‘사금고’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

그림 3. 삼성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시나리오

재벌 개혁을 위한 몇 가지 전제 - 이재용, 제조업과 금융업 중 하나 선택하도록 해야

이건희 ‘입원’ 이후 리더십 공백이라는 지배구조리스크와 사업실적 악화라는 사업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있는 삼성의 3세 경영체제에 대한 해법으로 삼성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주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법은 순환출자로 견고하게 짜여진 삼성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를 허용하여 외국자본의 먹잇감이 되는 것을 막고, 금산분리 원칙 적용도 배제하되, 경영을 제대로 못하면 경영권을 빼앗자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7~8% 정도에 이르는 삼성에 대한 지분과 주식으로 납부받은 3세들의 상속세를 가지고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이 삼성특별법 제정 주장은 개혁 방향타를 놓쳐버린 상황에서 ‘대중적’ 설득력마저 얻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주장은 기존 ‘재벌타협론’의 연장일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민족적 정서에 기대어 기존 재벌체제를 인정하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또 국민연금이 경영권을 행사하려면 주주총회에서 찬·반의견만을 표시하게 되어 있는 현행 의결권행사기준을 대폭 개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이 작업은 어떤 종류의 재벌 개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하여, 이재용의 경영권 상속이 문제가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면, 이재용이 제조업과 금융업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제조와 금융의 동시 지배체제’를 유지하려는 삼성에게 의외로 곤란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부에 대해서도 조기 종료된 경제민주화를 위한 조치들을 복구하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 요구의 핵심은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인 재벌 개혁방안, 특히 지주회사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이다. 또한 현재 처리가 불투명한 금산분리 강화법, 상법 개정안, 보험업법 개정 등도 필요하다. 현재 개정안이 제출된 보험업법 개정안 같은 경우도 현행 법률이 금융업종 중 보험업에만, 그리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만을 위한 규정이므로 개정안대로 통과되는 것이 마땅하다. 미국이나 영국 등 금융선진국들도 대부분 보험회사에 대해 시가평가를 원칙으로 자산운용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집행임원 의무화,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투표제 도입 등 지배주주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하게 하고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행위에 책임을 묻는 상법 개정이 조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일들이 실효성을 가지고 추진되려면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정부 의지는 실종된 지 오래다. 거대 재벌에 대한 사회적 규율장치도 거의 작동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을 추동할 수 있도록 정부에게 요구하고 삼성에게 촉구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여전히 문제는 삼성에 대한 우리 인식의 이중성이다. 아주 제한적인 재벌개혁조차도 재벌해체로 인식되고, 삼성의 위기는 한국경제의 위기라는 등식에 쉽게 동화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신경영’으로 대표되는 이건희 경영철학에 대한 신화화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건희의 병세 악화 이후 최근까지 우리에게 ‘만들어진’ 관심사는 이재용의 지배력 확보가 어떻게 될 것인가, 3남매에게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분할할 것인가였다. 물론 이같은 관심은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재용의 경영권 세습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사업부나 계열사 통폐합, 지주회사 설립 등을 통해서 지분을 소유할 수 있지만, 그것이 그룹 전체의 경영권 세습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아가 재벌해체가 아닌 재벌개혁을 통해 기업이 건전하게 성장하고, 경제민주화를 통하여 경제가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깊이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와 고민이 없다면 절대로 유산이 되어서는 안 될 총수 1인 지배체제는 점점 더 고착화되고 강화될 것이며, 그럴수록 경제민주화는 구호로만 남게 될 것이며, 재벌 개혁은 더욱 더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삼성 재벌 입장에서도 ‘위기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의미에서 글로벌 1등 기업으로 태어나려면 첫째, 에버랜드 상장 등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이재용 체제 공고화’ 작업 이전에, 이재용이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있었던 불법과 편법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대법원이 발부한 면죄부 한 장으로 ‘편법 승계’라는 오명을 안은 채로 이재용 체제를 합법화하는 것은 이재용에게나 삼성 재벌에 영원한 족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의 경영자로서 능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재용은 이미 2000년대 초반 e-비즈니스 사업 실패를 통해 자신의 무능을 드러낸 바 있고,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또 LCD사업 중국 진출이나, ‘신경영’ 선언 이후 신성장동력 육성 분야에서도 이재용의 역할은 미미해 보인다. 따라서 이재용이 앞으로 진정으로 보여줘야 할 능력은 신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천문학적 투자와 그에 대한 성공 신화 조작-이건희의 반도체 신화와 같은-이 아니라 오히려 비대해진 삼성전자의 관리 부재 문제를 해소하는 것, 그리고 기존의 수익구조에 안주하려는 그룹 내부의 경영진들,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는 주주들의 요구나 반발과 같은 내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힘은 폐쇄적인 지배구조 하에서 가능했던 ‘결단력’이나 ‘지도력’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셋째, 기존 이건희 중심의 1인 총수지배체제를 기반으로 가능했던 무노조 경영,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 협력업체에 대한 통제와 수탈과 같은 이해당사자를 철저하게 배제하는 기업경영과 같은 현재의 관행을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집중화된 경제 권력을 통하여 경제 전체를 볼모로 잡고 왜곡된 총수지배체제 개혁에 대한 요구들을 거부하는 한, 삼성 재벌은 지배구조나 기업경영 측면에서 진정한 의미의 세계 1등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을 것이다. 2014년 삼성위기론이 불필요한 위기의식을 조장해 삼성 재벌 등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기형적 경제구조를 고착화시키고, 거대 재벌기업에 볼모잡힌 한국경제의 위기탈출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이 ‘위기의 삼성’을 돌파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반성과 개혁을 촉구하는 일은 삼성 총수 일가들뿐만 아니라 삼성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그리고 나아가 한국경제에도 중대한 의미를 가진 것이기도 하다. 이재용에 대한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이 삼성 스스로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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