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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 힘 사라진 후 기계적 관료주의만 남을 듯
절대적 힘 사라진 후 기계적 관료주의만 남을 듯
  • 우석훈 영화기획자, 경제학 박사
  • 승인 2014.11.26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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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관례 재검토하고, 새로운 경영방식으로 재탄생해야

<Post 이건희②-이건희 삼성과 이건희 이후의 삼성>

삼성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아주 복잡한 양상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또 벌어질 것 같다. 기업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요소로 볼 수 있다. 첫째는 흔히 지배구조라고 불리는 것이고, 둘째는 그 기업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은 지배구조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불투명하고 복잡하다. 개인과 기관이 온통 얽힌 구조에 이제는 외국인 주주까지 가세해서 쉽게 해법이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이건희와 에버랜드가 주주로 있고, 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를 소유하고 있다. 근데 막상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다. 금융지주회사법이 있고, 여기에 금융과 산업 사이의 소유를 금지하는 금산분리법이 있다. 자연인 이건희가 사망하면, 특별한 법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경우, 삼성전자의 주식을 지금과 같이 삼성생명이 가질 수는 없다. 왜냐하면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가 되는 순간, 금융회사의 모회사라서 역시 금융지주회사로 법적 지휘가 바뀌기 때문이다. 그룹이라는 독특한 체계로 묶여있는 삼성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오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상속법까지 관련되어 있어서 이건희 몫의 주식 등 사속 재산이 100% 넘어가기는 어렵다.

외형적으로만 보자면, 재벌이라는 이 독특한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냐, 아니면 우리 식의 지주회사에 대한 제도개선을 통해서 정성적인 상태로 갈 것이냐는 논의가 한 가지 있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전혀 새로운 분야에 대한 투자를 통해서 혁신적인 산업으로 기업이 전환하는 것을 그룹 체계가 오히려 용이하게 해준다는 논의가 하나 있다. 삼성이 지난 수 십년간 전혀 상관없는 업종에 투자하면서 반도체를 거쳐 스마트폰까지 오게 된 배경을 그룹구조에서 찾는 방식이다. 예전에는 이걸 ‘문어발식 경영’이라고 부정적으로 보았는데, 스마트폰까지의 성과를 놓고 그 장점에 대해서도 요즘은 일부 인정하는 흐름이 있다.

어차피 기업의 일이라, 삼성이 주어진 법률체계 내에서 기막히게 문제를 풀어나가면 된다. 그럼 외부에서 삼성에게 이래라 저래라, 그렇게 논의할 이유가 없다. 다만 법을 잘 지키는지, 혹시라도 부당한 행위는 하지 않는지, 그런 것만 잘 감시하면 된다. 그렇지만 돈의 규모가 워낙 크고, 구조 자체가 복잡해서 쉽게 정리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그러면 싫지만, 삼성이 그룹사 체계를 유지할 수 있게 제도를 바꾸어 주어야 할 수도 있다. 장하준이 제안한 삼성 특별법이 이런 것이다. 삼성 혼자서는 문제를 풀 수가 없을 것이니까, 국가가 좀 나서서 그걸 풀 수 있게 도와주자는 얘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냥 도와줄 수는 없고, 이 정도 크게 양보를 한다면, 삼성도 뭔가 양보를 하라는 얘기가 장하준 얘기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장하준이 한국 경제에 대해서 했던 얘기들을 긴 호흡으로 본다면, 이건 삼성에 대한 특별한 조치에 강조점이 있는 게 아니라 그가 오랫동안 얘기했던 ‘사회적 대타협’의 연장성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장하준의 특별법은 삼성의 소유가 국내에 있는 것도 좋다는, 일종의 민족 기업 관점이 일부 들어가 있다. 이렇게 국가가 특별히 예외적이고 무리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의 하나가, 헤지펀드 등 외국계 기업에게 삼성의 소유권을 넘겨주는 것은 국민경제라는 관점에서 좋을 것이 없다는 시각이다. 그래서 무리한 일이지만, 아주 예외적으로 삼성 특별법이라는 것을 논의해볼 수 있다, 그게 장하준이 우리에게 한 제안이다. 오랫동안 삼성 문제를 다루어왔던 시민단체나 심지어는 삼성 자체도 썩 반기는 것 같지는 않다. 삼성에게만 그렇게 예외를 인정한다는 것이 옳은 것이냐는 시각이 있다. 그리고 삼성 입장에서도, 국가가 삼성에게 특별법을 만들어준다고 할 때, 아무리 친기업 정권이 들어와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지켜보는 눈이 있으니, 보통 까다로운 요구를 할 것이 아니라는 불편함이 있다.

▲ 이건희(왼쪽) 삼성그룹 회장과 홍라희 여사가 2013년 10월 28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 신경영 20주년’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상조, 김진방 등 삼성 문제를 오랫동안 지켜본 시민사회 진영의 입장은, 그냥 순리대로 내버려둔다면 된다는 것이다. 삼성이라고 해서 전혀 다른 기관이나 기구인 게 아니기 때문에 무리한 지분이 있으면, 법이 규정한 대로 해소하면 된다는 것이 이런 시각이다. 삼성이 예외일 이유가 있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어렵다. 다만 경영권 방어와 관련해서, 예를 들면 차등의결권이나 황금주 같은 방식에 대해서는 좀 더 폭넓게 논의를 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지금의 한국의 사회적 논의구조에서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소유지분을 더 늘려서 공기업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법적이나 기술적인 장애라기 보다는, 삼성은 국가와 대별되는 시장의 상징인데, 이걸 국유화라는 과정을 통해서 국민의 기업으로 바꾸는 것에 대한 사회적 동의의 문제이다. 장하준의 삼성특별법에 대해서 삼성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국유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자는 얘기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자, 이런 것들이 이건희 이후 삼성의 승계를 둘러싼 기술적이며 외형적인 지배 구조에 관한 논의들이다. 핵심은, 결국 지금과 같은 이질적 산업이 재벌이라는 소유 구조 속에서 같이 묶여 있는 것이 21세기 경제에서 여전히 유효한 것이냐, 그렇지 않느냐에 대한 판단일 것이다. 이건 한국 경제의 발전과정에서 핵심에 해당하는 논쟁인데, 외형적으로는 성과가 있었다고 보는 게 객관적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 쉽게 답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이건희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래서 향후 논쟁은 더욱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 2세 경영에서 지금까지 쌓인 문제점을 그대로 두고 3세로 넘어가자, 이것도 그렇게 만만한 과정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1대 이병철 회장의 유훈이라는 이름으로, 이건희 시대에는 노동조합에 대해서 철저히 회피적이고 부정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하였다. 과연 3세 때에도 그렇게 할 것인가? 정말로 사회적 질문에 답할 순간이 왔다.

장하준을 비롯한 일련의 삼성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제안들이 가장 크게 전제하는 것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들이 이건희 이후에도 여전히 일정 수준의 경영성과를 올릴 것이라는 가정이다.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예를 들어 최근 법정관리 상태로 넘어간 핸드폰 제작사인 팬택과 삼성을 다르게 처리할 이유가 없다. 팬택도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복잡하게 물려 있어서 일자리와 고용 등 사회적 접근를 해보자는 명분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어떤 기업은 해주고 어떤 기업은 안 해주고, 이 형평성 문제가 과거의 한국 경제보다는 이제 더 첨예한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과연 삼성이 3세로 세습한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초일류급 경제학자 10명을 앉혀놓고, 엄청난 돈을 보수로 줄테니까 답 좀 찾아달라고 해도 쉽게 찾아지지 않을 질문이다. 나는 어렵다고 본다. 이건희 시대, 삼성의 사회적 실체는 ‘공포’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는 책은, 역으로 우리들에게 삼성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더 보여주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권 내부에서 친삼성 기류가 역역했는데, 그 밑에는 공포가 깔려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대선 때가 되면, 삼성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은 삼성 내부 정보가 국가정보원 정보보다 더 좋다는 루머가 가득해진다. 나는 그런 루머는 그냥 루머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공포만큼은 사회적 실체라고 보아야할 것 같다. 사람들은 이건희가 두려웠고, 그와 정면으로 맞서는 것을 공포스럽게 생각했다. 꼭 공무원이나 정권의 실세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일반 국민도 감히 삼성에 대해서 불경스러운 생각을 하는 것 조차도 무섭다는, 그런 공포감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삼성이라는 거대한 왕국은 2000년대를 거치면서 경제학이나 경영학의 분석 대상을 이미 뛰어넘었고, 공포의 내면화라는 정신분석학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제일기획은 모든 것을 기획할 수 있고,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의 초일류기업이고, 삼성비서실은 청와대보다 권력이 강하고, 이런 실체 없는 얘기들을 경제학에서 무슨 수로 분석할 수 있겠는가?

어쨌든 이런 공포 위에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나, 광고를 통한 언론 영향력, 백혈병으로 상징되는 산업재해 등이 사회적으로 용인된 것 아니냐고 볼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금의 의료민영화도 따지고 보면 근본적으로는 삼성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고, 물산업 민영화 등 잠재되어 있는 수많은 사회적 논의들이 직간접적으로 삼성과 관련되어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삼성 비서실에서 치밀하게 기획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그러나 이건희의 삼성 경영을 사회적인 틀에서 본다면 ‘공포경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2000년대, 한국 사람들은 삼성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그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서 삼성을 사랑하는 편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소극적으로 숨는 쪽을 선택했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는 삼성에 무신경한 사람들은 거의 없고, 좋아하거나 무서워하거나, 그 두 가지만 존재하는 양상이었던 것 같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공포는 지난 10년간 삼성을 규정하는 용어였다.

3대 승계에서, 다른 것은 다 물려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공포’만은 물려줄 수가 없는 것이다. 누가 삼성의 3세들을 두려워하겠는가? 이건희가 만들어놓은 공포의 프레임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사회적으로도 분석이 거의 안 되었고, 자신들도 모르는데, 그걸 인위적으로 다시 만들 방법이 있겠는가? 삼성이라는 왕국에서 공포가 빠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삼성 내부에서 그리고 삼성 외부에서도, 공포는 삼성을 하나의 실체이자 단일한 조직으로 움직이는 유일한 힘이었다. 그 공포의 틀을 법률적으로 형성시켜준 보조 장치가 에버렌드와 삼성생명을 통한 지배구조이다. 그 지배구조가 힘을 만든 것이 아니라, 힘이 이렇게 기이한 지배구조를 작동하게 만든 것 아닌가? 그리고 그 힘이 사라진 이후, 삼성이라는 기업에는 혁신이나 창조와 같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장치는 사라지고, 기계적인 관료주의만 남게 될 위험이 높다. 모든 판단을 상부로 유임한 채, 기능적인 일들만 처리했던 거대한 관료주의, 공포가 사라지고 난 다음의 삼성 실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서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자. 원칙적으로, 나는 장하준이 얘기한 삼성특별법에 대해서 동의한다. 이런 독특한 구조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지만 삼성이 이건희 이후의 3세 경영에서 지금과 같은 성과를 계속 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면 삼성특별법을 우리가 같이 논의할 수는 있겠지만, 장하준의 얘기에 제약조건 하나를 추가하고 싶다. 삼성특별법이 정말로 필요하다면 삼성에서 제안하고, 국민들이 사회적으로 논의를 해서 수용하는 행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그런 건 필요 없고, 알아서 잘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면, 그냥 지금의 주어진 법과 제도 체계 내에서 기술적 문제점들은 자신들이 풀어나가면 된다. 그걸 먼저 나서서 뭘 해주겠다고 제안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스스로 풀지 못해서 사회에 부탁의 손을 내밀었을 때, 그 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삼성특별법을 같이 논의하는 것이 순리적이고, 가장 부드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공포경영 이후의 삼성, 좋은 기업이 갖추어야 할 미덕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어떤 길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삼성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관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정리하고, 새로운 경영 방식으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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