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장애인 복지의 핵심은 “장애인 취업”이다. 물론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복지의 기초는 “장애인연금” 등 기초생활과 의료 지원을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여전히 복지의 기초가 지나치게 허약한 현실에서 장애인 취업 문제의 우선 순위가 낮아 보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장애인 복지를 위한 사회 의식이 선진 복지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동시에 추진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 장애인 연금이 99,100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 조정되고 대상자도 다소 확대되었다. 이는 자력 취업활동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100% 인상된 것이긴 하지만 실제 생활비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노인 기초연금도 논란 끝에 조정되어 지난 7월, 장애인연금과 같은 시기에 첫 지급되었다.
논란의 핵심은 재원이다. 이는 복잡한 논쟁을 유발시키는 이슈다. 다만 복지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사회안전망이 허약한 반면 간접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테면 의료보험제도는 꽤 선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이도 실제를 파헤쳐보면 복잡하다. 그 핵심인 병원에서 제도를 지나치게 병원의 재정위주로 왜곡시켜 운영하기 때문이다. 다른 제도처럼 결국 그 손해는 국민이 본다.
이러한 문제는 복지정책의 방향과 관련된 것으로 많은 논란이 있다. 다만 예산타령과 “민중주의”(Populism) 몰이가 심각하다.
그나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복지정책을 핵심공약으로 들고 나오면서 여론에선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장애인 기초생활분야의 지원문제는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이는 예산의 문제로 정부는 물론 여론이 복지예산편성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사고하고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장애인 취업문제는 사실 민간부분이 더 중요하며 사회의식이 핵심적이다. 물론 정부의 제도정비가 큰 역할을 한다. 한국은 올해 기업과 공공기관, 공기업의 장애인의무고용비율을 높였다. 상시근로자 50명 이상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현재 2.7%에서 3.1%로, 국가·자치단체 공무원과 공공기관은 3.0%에서 3.4%로 상향된다. 이는 우리나라 장애인 고용율, 실업률 등의 수준을 OECD 평균수준으로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적극적인 장애인복지의 수준, 즉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높은 수준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일단 의료를 포함한 기초생활 불안이 심각하고 장애인의 80% 정도가 본인들이 하층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용불안과 임금수준이 매우 낮다. 이를테면 50~100만원 임금이 21%로 가장 높고 월 250만원 미만이 80% 수준이다.
선진국에선 장애인활동이 매우 왕성하다. 그러나 한국은 분명 그렇지 않다. 한국을 찾는 외국의 장애인 혹은 장애 관계자들은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보기 힘든 사실에 매우 의아해한다. 이는 현실을 잘 말해준다. 한국의 장애인 복지관련 지표수준은 높은데 지표에 드러나지 않지만 실제 현황은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리나라 등록장애인 수는 2012년 12월 말 현재, 251만 1천명으로, 2000년 12월 말 95만 8천명에서 약 162% 증가했다. 실제 장애인 수는 3~4백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물론 노령화로 인해 뇌출혈 등 노인성 질병에 의한 장애인이 많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거의 10명중 한 명이 장애인인 셈이다.
장애인중 시각장애인들의 취업률은 심각한 문제다. 2013년 취업률 조사에선 지체장애가 38.3%로 가장 높고 지적장애(21.1%), 청각장애(9.8%), 뇌병변장애(8.3%), 시각장애(8.1%) 순이다. 실제 취업자수도 지체장애(35.8%), 지적장애(25.2%), 청각장애(11.2%), 시각장애(8.6%) 순으로 조사됐다.
시각장애인은 취업에선 거의 최하위다. 이는 시각장애인의 전유물이었던 안마사가 일반인에게 오픈 되고 퇴폐업소 문제가 불거지면서 더 이상 시각장애인의 독점이 어렵게 되면서 더욱 가중되고 있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이 가능한 일자리는 무엇일까. 장애인근로복지공단과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등 장애인취업에 힘쓰는 기관들도 특히 시각장애인 취업엔 고개를 절로 흔들어댄다.
그만큼 힘들다는 애기다. 최근 커피전문점이 늘면서 바리스타교육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일반 커피점 취업은 거의 어렵다. 제빵기술도 배우고 포장 등 단순업무도 교육시키고 있지만 실제 취업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장애인 취업교육 종사자나 관계자들의 의견은 현재로서는 안마를 제외하면 음악과 Out-Bound Call업무가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각장애인의 공연은 분명 수요가 있다. 시각장애인들의 높은 집중력과 음감을 고려하고 지자체 축제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적합 직종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분야다.
그렇지만 일반인과 경쟁할 수 있는 업무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면에선 콜센터업무가 단연 적합 업종이다. 시각장애인의 인터넷 사용률은 거의 50%로 컴퓨터 사용수준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높은 집중력을 감안하면 전화를 통한 마케팅 세일즈 분야에선 정상인에게 뒤쳐질 이유가 없다.
그래서 정부와 국회도 Out Bound Call 업무를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적합 직종으로 권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는 시각장애인 콜센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때 장애인기업 제조물품 판매와 관련, 시각장애인 콜센터가 성황을 이룬 적이 있었지만 아주 잠시였다.
장애인 취업과 관련,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 가장 큰 차이가 나는 점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의식이다.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80%가 사회적으로 차별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많이 바뀌고 있지만 차별은 사실 여전하다.
선진국은 장애인 취업준비와 교육에 엄청난 예산이 투여된다. 이는 적극적으로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장애인 취업도 중요하지만 취업교육이 더욱 중요한 이유이며 이들에 대한 배려가 선진화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근거다. 장애인들에게 직업과 사업장은 삶의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그리고 선진국에선 이를 위한 많은 비용, 예산이 집행되는 것에 대해 정상인들이 동의한다. 사회적 차별이 적고 오히려 장애인 기업의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배려가 일반적이다. 물론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그들은 정상인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초기,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는 특혜가 아니라 공동체의 지극히 정상적인 인식이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 장애인체험이 보편화된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장애인 체험이 늘고 있다. 정상인들이 장애인체험이 가식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지금은 시각장애인체험으로 유명한 “어둠속의 대화”처럼 오히려 사업으로 성장한 경우도 있다. 장애인체험은 일반적인 생각을 넘어 의외의 경험과 새로운 인식을 안겨주는 것 같다.
바로 “우리”에 대한 공동체 의식이 바로 선진화의 기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0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