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6:34 (금)
퇴직은 있지만 은퇴는 없다
퇴직은 있지만 은퇴는 없다
  • 류성원 종합금융투자자산관리사(ChFC)
  • 승인 2015.01.19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의 탄생, 2016년 초고령사회 진입…정부, ‘생애경력프로그램’ 2015년 도입 예정

<기획연재-homo hundred 시대 준비하기> 

퇴직(退職)의 사전적 의미는 현직에서 물러난다는 뜻이며 은퇴(隱退)는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이 지낸다는 뜻이다. 퇴직을 하면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퇴직금으로 생활을 하다 생을 마감하는 퇴직이 곧 은퇴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퇴직 후에도 은퇴없이 현역으로 일해야 하는 시대다. 평생현역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지금 고령화와 평균수명 100세라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대피해야 한다고 경고방송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2011년 3월에 일본 도쿄 북동쪽지역에서 발생한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의 리히터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을 기억하는가? 일본의 동북부해안을 강타한 높이 10m의 대형 쓰나미가 해변 도시를 덮쳤고 사망자와 실종자가 2만여명, 피난 주민이 33만명에 이르는 초대형 참사였다.

필자는 동일본대지진처럼 지금 우리에게 고령화, 평균수명 100세의 쓰나미가 빠르게 몰려오고 있으니 지금 가족과 함께 안전하게 대피하라고 소리치고 싶다. 그리고 빠른 시간에 피해를 복구하고 퇴직 후를 준비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앞으로 5회에 걸쳐 연재를 할 예정이며 우리가 맞이할 고령화와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은퇴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 창업과 재취업을 위해 꼭 알고 있어야 할 정부지원제도, 고령화에 따른 건강과 사회적관계를 관리하는 방법, 정부가 주는 파격적인 세제혜택인 연금계좌, 꾸준하고 지속적인 돈 관리를 하기 위한 정보와 아이디어를 나누려고 한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퇴직을 대비한 여러 제도가 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잘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도 효율적으로 퇴직을 준비할 수 있다. 노후준비에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실질적으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생생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담고 나누고자 한다.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을 차리면 산다고 했다. 우리에게 어떤 위험이 다가오더라도 사전에 미리 알고 충분히 대비한다면 지혜롭게 피해갈 수 있지 않겠는가. 아직 시간이 있을 때 나와 가족을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퇴직과 은퇴를 바라보는 인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퇴직은 있지만 은퇴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베이비부머의 절반 미만만 국민연금 수령

고령화와 평균수명 100세 시대는 어떤 의미이며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고령화는 낮은 출산율과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발생하게 되는데 전체인구 중 65세이상 인구가 7%이상을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이상을 고령사회(Aged Society), 20%이상일때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라 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이상 인구비율이 7.2%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지금으로부터 4년뒤인 2018년에 고령화사회, 2026년에 초고령사회가 될 예정이다.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프랑스는 154년, 미국은 94년, 독일 77년, 일본 36년이 걸린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엄청난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대한민국에 고령화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고령화는 생산이 가능한 15세에서 64세의 연령층의 규모가 줄어들고 노동에 참여하는 인구 중 나이가 많은 고령자들의 비중이 늘어나기에 노동생산성이 저하된다. 일하는 사람은 줄고 건강보험과 연금등, 노인복를 위한 지출이 많아지면서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게 된다

또한 우리는 평균수명이 100세의 장수시대를 살아가게 된다. UN이 2009년에 발표한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는데 이는 평균수명 100세를 사는 새로운 인류의 탄생을 의미한다. 보고서에는 2025년에서 2050년 사이 인류는 100세까지 산다고 예측했다. 우리는 현생 인류를 의미하는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에 이어 호모 헌드레드라고 불리는 신인류의 조상이 된 것이다. 사실 오래 산다는 것은 인류의 오랜 희망이었다. 새해 어른들께 세배를 드릴 때 만수무강하라고 기원하지 않는가.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룩한 진시황은 영원히 죽지 않고 황제를 하기 위해 늙지 않는 신비의 약초인 불로초를 구하려고 했었다..

장수한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지만 준비없이 오래 사는 것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수명의 연장속도가 관련제도를 정비하고 도입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데 있다.

고령화와 평균수명 100세 시대, 앞으로 우리는 이제까지 인류역사상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두 개의 큰 변화를 동시에 맞이하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노인들이 젊은이보다 많아지는 사회에 살면서 평균 100세를 살아가는 첫 세대가 될 것이다.

지금 50대라면 앞으로도 50년,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만큼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며 그 시간동안 내가 무슨 일을 할지, 누구와 시간을 보낼지, 건강을 어떻게 챙길지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안타깝지만 현재 50대이며 퇴직을 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베이비붐 세대는 6.25전쟁 휴전 직후인 1955년부터 산아제한 정책이 도입하기 전 1963년까지 태어난 세대다. 이들은 총 732만명으로 전체인구의 14.6%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60세에 도달한다.

통계청의 2010년도 고용조사에 의하면 베이비붐세대 임금근로자의 절반이상(53.6%)이 생계형 일자리에 종사하며, 이들 세대 대부분이 노후준비수단으로 별다른 준비없이 국민연금 하나에 의존하고 있다. 놀라운건 베이비붐 세대의 절반도 안되는 사람들만 국민연금을 수령한다는 사실이다. 국민연금공단이 2011년 공적연금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베이비부머 중 10년이상 연금보험료를 꾸준히 내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33.8%에 불과하며 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월평균 연금수령 예상액은 45만 8천원밖에 되지 않는다. 연금을 수령하는 사람도 생활하기에 턱없이 모자란 액수기에 베이비붐세대는 퇴직 후에 생계를 위한 최소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라도 생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4월 1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베이비부머 응원 종합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박 시장은 50대를 위한 베이비부머 응원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맞춤형 전용 교육공간 확충 및 신설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산업은행은 2012년 2월13일 ‘고령화와 은퇴자산의 적정성’이라는 보고서에서 베이비붐세대가 퇴직 전의 생활비를 유지하면서 국민연금을 수령할 경우 파산 가능성이 40%가 넘는다고 분석했다. 은퇴 후 소득원이 없다면 매달 생활비와 평균 국민연금수령액만큼 적자가 발생하고 이 생활을 지속한다면 20년 후 파산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마저 없다면 무려 90.4% 파산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또한 고용노동부와 취업포탈 잡코리아가 지난 6월에 실시한 20세이상 남녀직장인 2951명 대상으로 ‘안정적인 노후급여와 퇴직급여’의 온라인 설문결과는 놀랍다. 설문을 한 직장인들은 노후대비의 필요성과 노후준비 장치로서 퇴직급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이 퇴직급여를 중간정산을 받아 생활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퇴직 후 노후자금으로 사용해야 할 퇴직급여를 가족의 생계를 위한 생활비로 절반 가까운 47.1%가 사용하고 해외여행 등으로 개인여가활동에 사용한 비율이 23.4%, 전세자금 및 주택구입으로 15.9%가 미리 사용한 것이다.

고령화사회로 곧 본격적인 진입을 하게 되는 시점에서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정비되고 가동되는데는 시간이 걸리고 많은 재정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자식에게 나의 노후를 기댈수도 없다. 베이비붐세대는 스스로 부모님을 부양했지만 자식으로부터 부양은 받지 못하는 세대다.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아지는 상황이다. 이제는 퇴직은 있지만 은퇴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60세 정년 의무화돼도 40년의 시간 남아 있어

고령화와 평균수명 100세의 쓰나미를 대비하기 위해 어떤 제도가 도입되고 있을까?

지난 2013년 4월 대한민국 직장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사건이 발생했다. 정년연장법이 국회를 통과화면서 그동안 권고사항이던 정년 60세가 앞으로는 의무사항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2016년부터,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2017년부터 60세 정년을 의무적으로 적용하게 되었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선 1998년 4월 ‘고령자 고용안정법’의 개정을 통해 60세 정년을 의무화했고, 2013년 4월 정년을 65세로 연장했다. 정년 60세 의무화는 고령화를 대비한 정부차원 대책 중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이지만, 중장년층의 고용안정과 소득향상으로 정년 후 삶과 일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편 지난 9월24일에는 정부는 “일하는 장년, 활력과 보람이 있는 노후”를 위한 [장년고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장년은 부모를 봉양하면서도 자녀 교육 등으로 지출이 많은 시기인데 현실적으로 주된 일자리에서 평균 53세에 준비없이 퇴직하고, 재취업하더라도 임시․일용직(45.6%)과 생계형자영업(26.7%)에 종사하는 등 일자리의 질적인 측면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장년의 일자리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장년고용 종합대책의 핵심은 간단하다. 기대수명은 빠르게 늘어나는만큼 우리의 인식과 준비도 바뀌어야 하고 이제는 평생 현역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60세 정년제도가 안착되면서 주된 일자리에서 더 오래 일하고, 퇴직 후에는 경력을 살려 재취업을 통한 점진적인 퇴직기를 거쳐 퇴직연금 및 개인, 공적연금의 중층보장으로 노후소득도 안정되게끔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60세 정년이 의무화되어 퇴직한다 해도 여전히 40년의 시간이 남아있다. 평생현역의 시대에는 퇴직은 인생이모작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장년에 진입하는 50대부터 인생이모작을 준비하기 위해서 장년고용 종합대책에서는 경력개발과 관리를 지원하는 생애경력프로그램을 2015년 도입할 예정이다. 장년나침반프로젝트(가칭)는 일정기간 고용보험을 가입한(예를 들면 10년) 만50세 근로자에게 3~5일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경력을 진단하고, 진로를 어떻게 설계를 할 것인지, 개인별로 경력은 어떻게 관리를 할 것인지 계획을 작성하고 건강, 재무, 대인, 여가 등에 대한 노후설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동시에 직장경력, 교육이력, 자격증보유여부, 학력등의 개인별 생애경력정보를 정리한 ‘생애경력카드’ 시스템을 구축하여 퇴직 후 재취업 시 활용한다고 한다. 정부차원에서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기 위한 생애경력프로그램을 도입한다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지만 대상이 만50세 근로자, 고용보험 일정기간 가입자에게 한정된 것은 아쉽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대상 연령대를 넓혀 나간다고 하니 40대부터 경력관리를 해나갈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한편 생물학자, 동물학자로 유명한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최재천교수는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라는 저서에서 우리는 이제 인생을 번식기 50년과 번식 후기 50년으로 나뉘는 인생이모작 시대를 살게 된다고 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 제2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의 문제이기에 이러한 사실을 널리 알리고 이에 따른 준비를 개인과 국가적인 차원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국가도 인생 이모작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필자는 인생이모작에서 나아가 인생사모작은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서 100년을 25년씩 넷으로 나누어보자. 첫 번째 25년은 태어나서 교육받고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이고, 두 번째 25년은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는 시기이며 인생삼모작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세 번째 25년은 그동안의 경력을 살려 직업이나 직종을 바꿔 일하는 시기, 마지막 25년은 삶의 가치를 찾고 봉사하고 나누는 시기로 나누면 어떨까 생각한다.

서울시에서 중장년의 인생이모작지원을 돕기위한 인생이모작지원센터(http://seoulsenior.or.kr)를 2013년 2월에 개관해서 운영하고 있다. 현재 매년 퇴직하고 있는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인생이모작 세대를 위한 중간지원조직이라는 모토로 이들을 위한 취업, 창업, 사회공헌, 커뮤니티 활동지원 등을 하고 있다. 모임공간을 대여할 수도 있으며 미리 예약하면 시설 견학도 가능하다. 인생이모작을 준비하기 위해서 적극 활용하면 좋겠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0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