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들은 하루에도 수십 통 가량의 이력서를 접하게 된다. 그 수많은 구직관련 이력서 중에서도 20~30% 정도는 해외유학 혹은 해외근무 위주의 경력(career)만 가지고 있는 이력서들이다. 이 후보자들은 한국 취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한국에서의 경력이 전혀 없거나, 있어도 너무 짧아, 한국에서 직장(Job)을 구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후보자들에게 한국에서 직장을 구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려고 한다.
최근에 외국계 모 기업의 이사님으로부터 지인의 경력(커리어) 상담을 부탁하는 전화를 받고 A 후보자를 만나게 되었다.
A 후보자는 한국에서 디자인 관련 최고의 학부인 00대학교 디자인관련 학과를 나오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디자인 관련 공부를 더한 후 영국에 정착하여 디자인 관련 기업에서 꾸준히 일해 온 그야말로 디자인 전문가였다. 영국에서 결혼도 하고 일도 열심히 하였으나 남편의 갑작스런 한국 발령으로 10년 영국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었다. 또한 아기도 낳게 되어 잠시 산휴를 마치고 한국에 소재한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기업의 안정성 면에서 너무 불안하고 일 또한 체계화 되어있지 않은 기업이었기에 이직을 결심하고 헤드헌터에게 자문을 구하게 되었다.
이런 케이스의 후보자들은 대부분의 한국기업에서는 채용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해외 체류기간이 길고 한국적 개념의 디자인이나 한국기업에서 원하는 기업문화와 해외에서의 기업문화가 달라 적응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려 바로 업무에 투입해야 하는 한국의 기업 특성상 좋은 스펙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바로 채용하기에는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다. 그래서 A 후보자 또한 한국에서의 재취업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A 후보자의 경우 접근법을 조금 달리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본인의 핸디캡인 국내관련 경험부족과 해외에서의 경험을 오히려 장점으로 극대화하는 접근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이다. 다행히도 A후보자는 한국에 와서도 긴 공백 없이 중소기업이지만 일을 시작했다. 그것은 칭찬해 줄 만 부분이다. 그 어떤 경력상의 핸디캡 중에서도 가장 큰 핸디캡은 긴 공백이기 때문이다.
A 후보자에게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랜 해외체류경험과 디자인 관련 분야에 쭉 종사해 온 것을 극대화하여 외국계 기업이나 국내 기업 중에 해외 브랜드 런칭이나 해외 시장개척을 위한 디자인팀장이 필요한 경우는 영어가 필수, 특히 모국어 수준의 영어능력과 해외시장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본인의 단점이기도 한 부분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서 외국계 디자인 팀장이나 혹은 디자인 마케팅 총괄 포지션에 적극적으로 지원해보길 권유하였다. 그리고 본인의 디자인 관련 분야의 한 우물을 판 것에 자신감을 갖고 의욕적 자세로 취업 문을 두드리면 승산이 없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오래 전 나 또한 그런 후보자의 진행 성공 사례가 있었기에 시간은 다소 걸리나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해 보기를 바랬다.
또 한가지 바람은 A 후보자가 한국에서 적응하려면 좀더 적극적이고 단체 생활의 중요함을 잘 인식하고 적응하려는 의지가 제일 중요하기에 강한 의지를 인터뷰 시 보여주어야 하고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본인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바로 이직이 되는 결실을 보게 된다면 가장 기쁜 일이겠지만 본인의 장단점을 잘 알고 준비한다면 곧 본인에게 잘 맞는 포지션(position)이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또 다른 후보자의 사례이다. B 후보자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세계적인 국제기구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는 후보자이다. 또한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직업적 특성으로 해외에서 줄곧 자라와서 영어는 원어민 수준이었다. 그러나 B 후보자는 결혼 후 한국에서 정착하여 한국에서 일을 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남들이 선호하는 국제기구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대부분의 한국 후보자들은 이 기구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더불어 B 후보자와 같은 스펙이면 한국 대기업이나 외국계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B 후보자는 대기업에서 부속품 처럼 일하는 것보다 중소, 중견 혹은 소형 외국계 기업이라도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을 원했다.
사전면접 때 B 후보자는 반듯하고 예의 바르며 성실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어느 기업에 추천을 해도 좋은 평판을 들을 만한 인재였다. 그래서 B 후보자가 원하는 비전을 보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진 중소기업에 추천을 하게 되었다. 본인도 면접 시 본인의 장점인 영어 활용도가 높으며 (해외 수출위주의 내실 있는 중소기업) 기업에서 추구하는 사업방향과 산업군도 본인이 관심이 있는 분야이기에 면접 시 기업이나 지원자 모두 호감을 갖고 3차까지 가는 면접 끝에 합격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만 보였던 기업에 대한 가치가 실제로 면접을 하면서 면접관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더욱 확고하고 강하게 자리한 듯 보였다. 이처럼 기업에 대한 잠재성과 함께 일하는 구성원의 가치를 볼 줄 아는 눈을 갖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B 후보자는 조금 특별한 눈을 가지고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여 취업에 성공한 케이스이다.
다양한 시선으로 한국 기업문화 이해하고 구직 활동 나서야
B 후보자는 지금 현재 새로운 직장에서 근무 1주년을 맞이하였다. 물론 처음에는 기업문화에 익숙해지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 벤처성향의 기업문화 스타일에 잘 적응하면서 재미있게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기업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후보자를 추천한 입장에서 뿌듯할 따름이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대기업이거나 외국계 기업이 아니더라도 영어 능력을 활용할 수 있고 본인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중소 혹은 중견 기업도 많이 있다. 이런 중소 혹은 중견기업에 대해서 선입견 때문에 검토나 지원조차 하지 않는 고스펙의 유학파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물론 대기업이나 안정적인 외국계 회사에 비해 불안정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아직 젊고 패기 있는 20대~30대 초반에게는 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고 좀더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충분하기에 미래의 기업에 대한 옥석을 가리는 현명한 눈이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해외 대학 졸업과 해외 호텔에서의 근무 경력자인 C 후보자의 경우이다. C 후보자는 막연히 호텔리어에 대한 선망으로 해외 유명 호텔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실제로 호텔에서 3년 동안 근무를 한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호텔이라는 곳에서의 근무는 예상보다 단조롭고 흥미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에서 경험도 쌓고 싶기에 어렵게 결심을 하고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었다. (전공과 경력을 포기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한국에 와서 사전 면접을 진행하게 되었다. 헤드헌터로서 나의 궁금증은 단순한 심경의 변화로 이직을 결심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오랫동안 많은 생각을 가지고 산업군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일을 막상 해보니 본인과 별로 맞지 않는다는 후보자들의 대부분은 다른 일을 해도 또 불만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C 후보자에게서는 산업군에 대한 단순한 지루함이나 변심이기보다는 좀더 의욕적인 산업군에서 좀더 열정적으로 일해보고 싶은 열정이 강한 후보자였다. 이 열정에 맞는 산업군을 함께 찾아 보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C 후보자를 영화관련 사업을 하는 모기업에 추천을 하게 되었다. C 후보자는 평상시에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또한 관심만이 아닌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겸비하고 있었다. 그런 영화에 대한 관심도로 모 기업의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역시 면접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되었다. 면접관의 질문에 후보자는 막힘없이 답변을 하게 되었고 또한 회사 입장에서도 이런 후보자의 열정을 보고 그 열정을 회사에 쏟는 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면접관과 후보자 모두 너무 흡족한 면접이 진행되었다. 물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후보자 또한 작정하고 산업군을 찾았던 것은 아니지만 우연한 기회에 본인의 취미가 직업과 연결이 된 행운의 후보자가 되었다. 지금 근무한 지 2년 가까이 되었는데 너무나 만족하고 회사에서도 사랑 받는 직원이 되었다.
이처럼 해외 유학파나 해외 근무 경험만 있는 후보자들은 조금 다양한 시선으로 한국 기업문화를 이해하고 구직 활동을 해야 한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스펙이 아무리 좋다 한들 한국에서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결코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대기업이든 외국계이든 아니면 중소형 벤처 기업이든 본인의 상황이나 직업관에 맞는 기업을 선택할 수 있는 현명한 안목이 필요하다.
한국 취업자들처럼 대기업만 원한다거나 외국계만 원한다거나 이런 정형화된 안목보다는 중소 혹은 중견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본인의 직업관과 미래 발전 방향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다양한 안목으로 한국 직업 시장에서의 성공을 도모했으면 한다.
어떤 기업을 선택함이 훗날 옳고 그르다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본인이 순간순간 열정을 다하여 일을 할 수 있고 비전을 가지고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 아닐까?
한국에서 구직을 희망하는 해외 유학파 또는 해외 경력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보다 팀워크(Team Work)을 중요시하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이다. 팀워크를 바탕으로 본인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한국에서의 직장(Job) 구하기에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여러분 모두 파이팅하여 한국에서의 취업에 성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