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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자료 개발 중요성 일깨워 줘
소득자료 개발 중요성 일깨워 줘
  •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 승인 2015.01.28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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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 논쟁③-김낙년 교수의 추계에는 문제가 없는가?> 국세청 정보 모든 납세자의 전체 소득 분포는 물론 일부 납세자의 전체 소득 분포도 파악할 수 없어

소득불평등 지표로서 가장 널리 쓰이는 지니계수의 정확한 추정치가 학문적 논쟁을 넘어 사회적 논쟁의 대상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논쟁의 발단이 된 김낙년 교수의 연구는 종전과는 다른 지니계수 산출방법을 이용하여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도(0.415, 2010년 시장소득기준)가 OECD 34개국 중 5위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수준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그 동안 통용되던 통계청 공인 지니계수(0.339)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정부의 공식통계에 대한 의심은 물론 우리나라 소득불평등 문제에 대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이글에서는 먼저 소득의 분포에 대한 분석에서 매우 중요한 연구 인프라에 해당하는 통계자료의 제공과 관련된 문제를 살펴본 후, 김낙년 교수의 분석방법이 갖는 기여와 한계를 검토하고 정확한 소득불평등 지수의 산출을 위해 필요한 현실적인 개선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국세청 소득세 자료 對 통계청 가계조사 자료

김낙년 교수의 방법론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통계청 가계조사의 소득 자료를 국세청 소득세 자료를 이용하여 보정하려는 시도에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상위소득층에 한해 통계청 가계조사 자료의 소득정보를 국세청의 소득세 자료에 포함된 소득정보로 대체하는 방식을 활용하였다.

그동안 국세청 소득세 자료가 지니계수 추정에 이용되지 않았던 이유

국세청은 근로소득연말정산과 종합소득세신고 자료를 오래전부터 매년 제공해왔으며, 다수의 기관과 연구자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이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회예산정책처의 경우 소득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추계와 세부담의 귀착효과 분석을 위해 국세청 소득세 자료를 이용하고 있고,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도 세수추계나 실효세율 분석에 이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다수의 조세정책 연구자들 또한 소득세 감면제도의 소득재분배효과 분석 등을 위해 국세청 소득세 자료를 자주 이용하고 있다. 국세청 자료는 전체 근로소득자와 종합소득신고자의 소득과 공제·감면 그리고 소득세 정보를 소득수준별로 집계화한 전수자료라는 점에서 강점을 지닌다. 이러한 장점이 가장 잘 발휘되는 분야의 연구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소득계층별로 소득세 부담의 실제 수준(평균실효세율)을 비교하거나 평가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물론 감면제도 개정에 따른 재정비용 계산과 같이 정확한 세수추계가 요구되는 경우도 동일한 예에 해당한다.

반면, 국세청 자료의 가장 큰 단점은 개인들이 지불하는 다양한 종류의 개인소득세 정보가 ‘납세자별로 집계되어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소득의 종류별로 또는 소득세 납세형태별로 그것도 일부에 한해서만 정보가 제공’되고 있어 개인소득에 대한 전체적인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소득의 종류에 따라 세금부과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소득세가 부과되는 개인소득의 종류는 근로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임대소득), 기타소득, 양도소득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근로소득만이 있거나 이자·배당을 합한 금융소득이 일정수준 이하면 개별소득에 대해서 과세되고 원천징수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즉 사업소득이 있거나 금융소득이 많은 경우에는 종합소득에 대해 과세되고, 양도소득과 기타소득은 따로 분류하여 별도의 과세체계가 적용되고 있다. 국세청 소득세자료는 종합소득신고자의 경우에 한해서는 개인소득의 합계액이 제공되고 있어 전체적인 소득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납세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자의 경우 근로소득 이외의 다른 개인소득 정보는 전혀 알 수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 간 정보가 통합이 되어 있지 않아, 근로소득이 있는 개인이 금융소득이 많거나 사업소득이 있으면 종합소득신고자에도 포함되기에 소득자료의 중복현상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그리고 일정수준 이하의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분리 과세되는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의 전체 합계액만이 알려져 있으며, 양도소득 또한 전체소득의 합계액 외에는 특별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지 못하다는 한계도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국세청 자료를 통해 소득세 납부나 신고 형태에 따른 종류별 과세대상 소득의 합계액이나 소득세 부과규모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 개인들의 소득수준이나 분포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합소득신고자들로만 구성된 집단의 경우는 제한적이나마 개인들의 전체소득의 분포를 알 수는 있으나, 이들의 수는 전체 개인의 일부에 불과하다. 다수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자들로만 구성된 집단의 경우, 이들의 근로소득 분포는 제한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나, 근로소득 이외의 다른 소득도 포함하는 전체소득의 분포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종합소득신고자와 근로소득자로만 구성된 집단의 경우, 전체소득의 소득분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양자 간의 중복을 제거하고 동시에 근로소득자의 다른 소득들 예를 들어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개인소득세 납세자 중에는 종합소득신고나 근로소득연말정산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금융소득이나 연금소득 또는 기타소득이 있는 개인이 다수 존재하는데, 이들의 소득분포 역시 국세청 자료를 통해서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결국, 현재의 국세청 정보로는 모든 납세자 집단의 전체소득의 분포는 물론이고 일부 납세자(종합소득신고자와 근로소득연말정산대상자) 집단의 전체소득 분포 또한 파악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만일 종합소득신고자와 근로소득연말정산대상자 간의 중복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된다면, 일부 납세자 집단의 부분적인 소득의 분포(전체소득의 분포가 아니라)는 파악할 수가 있을 것이다. 단, 이 경우에도 종합소득자에 대해서는 전체소득이 집계되지만 근로소득자는 근로소득 이외의 다른 소득은 배제되는 다소 기형적인 소득의 분포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 피케티 비율 추계에 대한 논쟁에서 정확한 데이터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박형수 통계청장이 16일 오전 대전 서구 통계센터에서 열린 '제4회 국가통계방법론 심포지엄’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계청 제공

이상의 논의는 소득불평등에 관한 많은 연구가 지니계수와 같은 불평등지수를 추정할 때 국세청자료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소득의 분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의 소득을 동일한 기준 하에서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현재의 국세청 자료로는 이러한 작업이 가능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한 국세청 자료는 납세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면세자의 정보가 누락되기에 전체 개인들의 소득분포를 대변할 수 없다는 본질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자료요구권을 통해 국세청으로부터 소득100분위 자료를 제공받고 있음에도 이 자료를 소득불평등 지수 추정에 활용하고 있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국세청 자료의 한계 때문인 것이다. 국책연구원이나 학계에 몸담고 있는 다수의 조세정책 전문가와 학자들 역시 동일한 이유로 이 자료의 활용은 지니계수 추정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통계청 가계조사자료에 기초한 지니계수 추정 결과는 신뢰할 수 있는가?

위에서 설명한 국세청 자료의 문제로 인해 소득분포와 관련된 연구들은 대체로 통계청의 가계조사 자료나 국책연구기관들이 특정한 목적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서베이) 자료를 기초로 이루어져 왔다. 통계청이 정기적으로 공식 발표하는 지니계수의 추정치가 바로 자신의 가계조사 자료를 통해 산출되는 대표적인 소득불평등 지표이다. 소득분포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학자들도 대부분 통계청의 가계조사 자료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주로 조사대상의 회상에 의존하는 다른 기관의 소득조사 자료에 비해 가계조사 자료가 가계부 기장 방식의 장점이 있고 조사기간도 더 오래되며 표본규모가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의 경우 설문조사 자료의 본질적인 한계를 인식하여 국세청의 개인과세자료에 의해 입증되는 소득자료(재정패널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많은 수의 자료가 확보되지 못해 객관적인 소득분포의 추정결과를 얻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불평등지수를 추정하는 연구에서도 통계청 가계조사 자료가 다른 조사 자료보다 모집단의 특성을 상대적으로 더 잘 반영하고 있다는 이유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제한된 선택의 결과에 불과할 뿐이며 가계조사 내의 자료구성이 적합하기 때문이 아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통계청의 가계조사 자료 수집은 가구 단위의 소비실태와 물가동향을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의 소득 파악 목적으로는 적합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이미 많은 연구자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다. 이러한 점은 통계청 가계조사가 가구특성에 따른 표본의 구성에서 강조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려하면 잘 알 수 있다. 가계조사 자료에서는 가구원 수와 지역, 가구주의 교육수준과 연령과 같은 인구사회학적인 요소와 더불어 직업 종류와 소득수준 같은 경제적 요소들이 고르게 반영되도록 표본이 구성되어 있다. 소득의 분포를 추정하거나 불평등지수를 측정하는 것이 주요 목적인 조사에서는 이와는 달리 다양한 종류의 소득 포괄범위에 유의하면서 정확한 소득수준을 유일한 기준으로 표본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듯 자료수집의 취지와 그에 따른 표본구성의 측면에서 가계조사 자료는 정확한 지니계수를 산출해내기에는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소득분포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 특히 최상위 소득계층의 소득점유 비율에 관심을 두는 연구자들은 가계조사 자료가 소득불평등 문제 연구에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표본의 규모가 현재보다 훨씬 더 크고 완전한 임의추출의 형식에 따라 조사가구가 선택되며 이들의 소득에 대한 정확한 집계가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주장해 왔다. 예를 들어, 이러한 주장은 과거 조세재정연구원이 조세정책 분석을 목적으로 자신의 독자적인 조사자료(재정패널)를 구축하기 위해 표본을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꾸준히 제기되었으나, 조사기법 상의 한계와 높은 비용 그리고 여러 행정적인 문제로 인해 실행단계에서 구체화되지는 못하였다. 소득이 상위계층에 편중되는 소득분포의 특성 상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표본의 상대적인 크기를 늘려 자세하고 면밀한 자료의 수집이 요구되지만, 이는 사회조사 방법의 기법으로는 불가능하며 국세청의 적극적인 자료협조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국회는 입법부 고유의 자료요구권을 이용하여 국세청에 상위소득계층에 대한 소득세 자료를 여러 차례 요청한 바 있으나, 국세청은 납세 자료의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수년간 이를 제공하지 않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세청 소득세 자료를 이용한 가계조사 자료의 보정: 김낙년 교수의 연구

위에서 소개한 소득자료 제공의 문제로 인해 우리나라 소득불평등 지수의 추정과 관련한 연구 분야는 그간 실질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하였다. 국세청 자료가 지니는 정보체계의 부적합성은 연구기법을 통해서는 사실상 해결 불가능한 문제에 가깝기에, 거의 모든 연구자들은 현실적인 타협책으로 통계청 가계조사를 분석에 이용하되, 그 결과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이 자료가 표본구성과 소득 부정확성 측면에서 갖는 문제를 중요한 한계로 지적하는 방법을 택해왔다. 이러한 유보적인 해석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주로 통계청의 가계조사로부터 산출된 비교적 낮은 수준의 지니계수가 잠정적으로 통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학문적 배경의 복잡성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비전문가들은 따라서 우리나라의 불평등수준이 국제적인 평균에 비해 낮다는 주장이 충분한 검증을 거친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믿게 되는 경향까지도 생겨나게 되었다.

김낙년 교수의 두 가지 중요한 기여

김낙년 교수의 첫 번째 기여는 통계청의 공인 지니계수가 비현실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가계조사 자료의 표본구성에 중대한 결함에 있다는 점을 실증적 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에 있다. 그의 주장대로 가계조사자료의 표본에서 고소득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국세청의 소득세 자료에 비해 너무 작다는 점은 많은 연구자들도 일찍이 느끼고 있던 사항이었다. 고소득층의 비중 이외에 가계조사의 소득 자료는 특히 금융소득의 규모가 너무 작아 현실과 큰 괴리를 보인다는 점을 강조한 것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낙년 교수의 두 번째 기여는 가계조사 자료의 결함을 지적한 것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국세청의 소득세 자료와 한국은행 국민계정 상의 개인소득 총합 자료를 이용하여 직접 보정하려고 시도한 점에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지난 2000년대 이후 피케티(Piketty)와 사에즈(Saez) 등에 의해 시작된 연구 방법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많은 연구자들이 보다 정확한 지니계수의 추정을 위해서는 가계조사자료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소득자료의 개발을 기다려야 한다는 신중함을 견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와는 달리, 김낙년 교수가 가계조사 자료의 중요 결함인 고소득층의 소득정보와 전체가구의 금융소득 정보를 보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대안적인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분명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자신이 개발한 보정 방법에 따르는 경우 지니계수의 추정치가 종전보다 크게 오르게 되어 우리나라는 더 이상 소득불평등이 낮은 국가가 아니라 오히려 높은 나라일 수 있다는 주장까지도 자료개발에 소극적인 통계청과 소득분배 문제에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 등에게 큰 자극을 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하였다고 판단한다.

김낙년 교수가 제시한 보정방법의 문제와 한계

김낙년 교수의 분석 결과가 발표된 이후 나타난 다양한 반응 중에는 적지 않은 혼란스러움도 있기에, 그의 연구가 갖는 기여와 더불어 한계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크게 보았을 때 김낙년 교수가 제안한 보정방법은 가계조사의 고소득층 소득과 전체가구의 금융소득 자료를 제거한 후, 소득세 자료의 정보를 거의 그대로 이식하거나 국민계정 자료의 금융소득을 단순한 규칙으로 재배분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보정 과정이 지니는 이론적인 측면의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 간략히 논의하고자 한다.

먼저, 가계조사와 소득세 자료 간의 인위적 통합이 가계조사의 치명적인 결함을 보완하기 위한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표본자료와 전수자료를 다소 자의적인 방식에 의해 결합함으로써 또 다른 정보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분포를 국지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은 필연적으로 분포의 불연속성을 초래하는데, 이 때 불연속성의 경계점을 어떻게 결정하는가는 이론적으로 매우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가 된다. 김낙년 교수의 연구에서는 소득 5400만원을 경계로 그 이상의 소득분포는 소득세 자료에서 가져오고 그 이하의 소득분포는 가계조사 자료에서 가져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는 주관적인 견지에서 이러한 선택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설명을 제공하고는 있으나, 엄격한 학문적 기준에서 볼 때 이는 다소 자의적인 판단에 해당한다. 논문에서는 가계조사자료를 개인화하고 다시 이를 전수화한 후의 소득구간 별 인원이 소득세 자료보다 적어지기 시작하는 점을 경계점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이러한 결정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는 사실 부족하다.

소득세 자료의 총인원은 대략 1220만 명이고 개인화한 가계조사의 총인원은 2060만 명이어서, 두 자료의 크기가 크게 차이가 남에도 이를 무시하고 소득세 자료의 인원을 그대로 가계자료에 이식하는 것도 일반적으로 채택 가능한 방법으로 볼 수 없다.

또한 가계조사에 이식된 소득세 자료는 국세청의 종합소득신고와 근로소득 연말정산 자료를 인위적으로 수정한 후 수평적으로 합한 것으로, 이것을 실제 소득분포 특히 고소득층 소득분포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선 근로소득자와 종합소득신고자 간의 중복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데, 그 이유는 근로자가 종합소득신고자가 되는 이유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일정수준 이상의 금융소득을 이유로 종합소득신고자로 분류된 경우, 양자 간의 중복은 주로 고소득층에서 발생하기에 고소득 근로소득자의 자료를 통합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제거해야 하고, 이는 물론 고소득층의 소득점유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낙년 교수의 경우 소득구간별로 모든 종합소득자에 대해 일정 비율의 근로소득이 있다고 가정하여 중복을 제거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는데, 이것이 비록 사에즈(Saez) 등의 연구에서 활용된 전례가 있다하더라도 여기에 사용된 가정의 단순성은 추가적인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설문조사 자료로서 가계조사가 갖는 자료의 누락과 부정확성 문제는 비단 고소득층만이 아니라 저소득층에도 나타나는 현상임에도, 논문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이나 조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고소득층 위주의 소득자료 보강은 따라서 소득계층별로 비대칭적인 보정효과를 발생하게 만들어 전체적인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상대적으로 악화시키는 문제가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가계조사 자료 내의 소득의 과소보고나 하향화 문제는 소득 5400만원의 경계점 이하에 위치하는 광범위한 중간 소득층 그룹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기에, 이들 그룹의 소득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 역시 전체적인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상대적으로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가 있다.

이외에도 논문에서는 3개의 최고 상위소득구간의 금융소득은 종합소득세 자료의 비율로 결정하지만, 나머지 소득구간의 가구들에게는 가계조사 자료의 금융소득을 저축액과 경상소득과의 단순한 관계식을 통해 간접 추정한 값을 일률적으로 재배분하는 방법이 이용되었다. 김낙년 교수는 본인이 인정하듯이 사실 이러한 방식의 금융소득 조정이 주는 추가적인 실질적 보정효과는 거의 없다. 일단 3개의 최고 상위소득구간은 대부분 종합소득자에 해당하고 이들의 소득자료에는 이미 금융소득이 포함되고 있기에 보정과정을 통해 바뀌는 것은 전혀 없다. 그리고 나머지 가구들도 경상소득에 일정한 탄력성을 적용하여 금융소득을 보정하였기에 종전의 소득분포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는 경향이 있기에 실질적인 보정의 효과나 의의는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소득분포의 추정에 관한 연구에서 자료의 선택은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이에 적합한 자료의 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지니계수의 추정 작업이 통계청의 가계조사자료를 위주로 진행되어 온 연구 경향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김낙년 교수의 최근 연구는 가계조사 자료가 소득불평등 분석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지적함으로써 본격적인 소득자료 개발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고 유용하다고 평가된다. 동 연구는 또한 가계조사 자료의 심각한 결함을 소득세 자료 등을 통해 직접 보정하는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지니계수가 국제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시도가 갖는 부분적인 기여에도 불구하고, 소득자료 구성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와 한계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견지에서 볼 때 김낙년 교수의 추정결과만으로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 지수를 결정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의 추정결과가 현실적인 설득력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추정 과정에서 이용된 자의적인 가정과 지나친 단순화가 갖는 문제점과 한계가 추후 연구를 통해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증적으로 계속 보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분석은 기존의 지니계수 추정치가 실제에 비해 저평가된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키기에는 충분한 것으로 판단한다.

인위적인 결합을 통한 소득 자료의 조정에 의존하기 보다는 가계조사 표본의 문제를 개선한 소득 자료의 개발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은 이미 논술한 바와 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해 처음 발표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기초한 소득불평등 지표는 우리나라 지니계수의 수준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새로이 구성된 표본조사 자료에 의하는 경우 2011년과 2013년의 우리나라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각각 0.357과 0.353로 기존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OECD 34개국 중 6위). 처분가능소득이 아닌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 새로운 표본에 기초한 지니계수의 수준은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소득세제와 보조금 제도의 재분배 효과를 고려할 때 시장소득의 지니계수는 적어도 10%정도 상승한 0.38~0.39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측된다. 통계청은 이러한 지니계수를 신지니계수로 부르면서 대외적으로는 기존의 지니계수가 정부의 공식적인 지표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은 부족한 상태이다.

요컨대 김낙년 교수의 연구는 우리나라 소득불평등의 현실적인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최종적인 답을 주었다기보다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진지하고 본격적인 노력의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해 준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가계조사에 비해 더 현실적인 표본으로 구성되었다고 평가되는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의 경우처럼 전체 모집단의 특성을 더 잘 반영하는 표본의 개발은 보다 현실적이고 정확한 소득불평등 지표를 제공하는 첩경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지난 7월 통계청이 종전의 설문조사 방식이 갖는 본질적인 문제점을 인정하고 국세청의 소득세 자료와 연금공단의 사회보험료 자료를 적극 활용하는 등록 센서스 체계에 기초한 자료개발을 통해 1년 이내에 한국형 지니계수를 발표하겠다는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의미 있는 변화라 생각한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0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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