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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활성화해야 한국 경제 발전 가능
투자 활성화해야 한국 경제 발전 가능
  • 대담 : 원성연 편집인, 녹취 : 양경모 기자
  • 승인 2015.01.2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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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섭 교수 인터뷰 전문> IMF, 한국기업 과잉투자를 한다면서 투자 억제 시스템 만들어…투자 활성화 위해 산업금융 역할 강화해야

1차 인터뷰에 이어 2차로 진행된 신장섭 교수 인터뷰 내용을 게재합니다. 신장섭 교수는 1차 인터뷰에서 DJ 경제팀과 김우중 갈등은 경제위기 극복 방법과 철학 차이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김우중은 IMF가 한국경제에 악영향 미친다고 본 반면에 경제관료들은 IMF가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2차 인터뷰는 대우자동차 매각과 산업자본 육성 등에 관한 것을 집중적으로 물어봤습니다. - 편집자 주

<이코노미21> 대우자동차 매각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주십시오.

<신장섭> 대우자동차 매각에 대해 정설처럼 알려진 정부 입장은 대우가 자금이 부족해 합작 파트너였던 GM에게 다급하게 먼저 합작요청을 했고, 대우차의 부실이 심해 자립가능성이 낮아 GM이 협상을 깼다는 것입니다. 대우가 GM에게 먼저 합작요청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이헌재, 강봉균씨가 이야기 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헌재씨는 대우차 부실에 대해 2012년 회고록에서 ‘대우차는 기술자립이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그는 대우계열사들이 워크아웃 프로그램에서 다 살아나지 않았느냐, 그래서 워크아웃 프로그램은 성공이었다. 그런데 대우차는 워낙 기술자립으로는 살아날 전망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또 GM이 협상을 끌다가 98년 7월에 협상을 깨버렸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이헌재씨는 회고록에서 크게 두 가지를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 대해 대우쪽은 정 반대의 입장입니다. 협상 시작에 대해 대우가 먼저 제안한 것이 아니라 GM이 먼저 제안했다, 그 시기도 금융위기 때가 아니라 금융위기 전인 97년 5월에 요청했고, 실사단도 왔으며 98년 2월에 50:50 합작을 위한 MOU가 체결이 됐다고 말합니다. 대우쪽은 GM이 먼저 합작 요청을 한 이유로 대우 유동성과 관계없이 GM이 경쟁사들 중에서 중국시장 진출이 가장 늦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당시 중국은 커나가지만 저개발국 상태이므로 소형차시장부터 열릴 것인데 GM은 중대형차밖에 없어 대우차의 소형차가 필요해 대우측에 협상요청을 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경쟁사들은 다 소형차가 있는데 GM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대우차 부실 문제와 관련해 기술자립 능력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 대우차분들은 펄펄 뜁니다. 대우차는 이미 97년 말에 200만대 생산규모를 갖추었습니다. 그 때 삼성자동차는 20만대 만들겠다고 하고선 그것도 다 만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200만대 생산라인을 만들면서 초기투자로 적자가 났지만 98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출을 하려고 계획합니다. 김석환 당시 부사장은 97년 말에 돈벼락 맞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대우차는 모든 cost를 달러당 800원에 맞췄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환율이 1600원으로 올라간 겁니다. 절반 이상이 수익으로 남게 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차 때문에 대우그룹 전체가 해체되고 정부는 대우차가 기술자립조차 못한다고 하는데, 대우쪽은 기술자립 여력조차 없으면 GM에서 왜 합작을 요청했겠느냐고 반문합니다. GM이 탐낸 것은 대우의 판매 네트워크가 아니라 소형차 3종이었습니다. 중국에서 팔만한 기술 경쟁력이 있으니까 탐냈지 그렇지 않으면 왜 GM이 먼저 합작요청을 했겠느냐고 말합니다.

GM, 99년 12월 이헌재 금감위원장 앞으로 대우차 ‘인수의향서’ 보내

대우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다음 99년 12월에 GM은 이헌재 금감위원장 앞으로 대우차 ‘인수의향서’를 보냅니다. 50~60억불에 인수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으로 그 때 시세로 7, 8조 정도 됩니다. 그리고 GM과 대우차 간에 엄청난 보완성과 시너지가 있다고 기술합니다. GM이 이야기하는 보완성과 시너지는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소형차종으로 GM은 어떻게 보면 이 문서에서 대우의 기술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헌재씨는 이걸 받아놓고선 대우는 기술자립이 어려웠다고 이야기 합니다.

인수의향서가 전달된 경위에 대해 언론이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상황에서 GM이 관심이 있었다면 한국의 책임자인 금융위원장이나 채권단에게 ‘우리가 인수하려고 하는데 무슨 걸림돌은 없는지“라고 물어보는 게 일반적인 비즈니스인데, 의향서에는 12월 6일 GM 이사회의 공식 승인을 받아 이 편지를 이헌재 위원장에게 전달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런 정도면 물밑에 상당한 이야기가 있었겠지요. 확인해 보지도 않고 GM이 위원장에게 직접 인수의향서를 보냈겠습니까?

이헌재씨는 자신은 GM을 접촉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지금까지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편지를 받는 사람이 이헌재씨로 되어 있는데, 이 문서를 받은 다음에 금융감독위원회 비서 등이 전달하지 않았겠습니까? 이걸 읽었다면 어떤 형태로든 접촉을 했단 이야기입니다. (이헌재씨는) 이 문서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조차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이헌재씨가 밝혀야 합니다.

이헌재씨는 98년도 7월에 GM이 협상을 깼다고 주장하는데 대우쪽은 협상이 깨진 적이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헌재씨에게 본인이 GM을 접촉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하면서 98년 7월에 협상이 깨졌다고 이야기 한 근거가 무엇인지를 물어봐야 합니다.

대우쪽은 98년 2월에 체결한 MOU에서는 GM이 다급해서 빨리 진행하자고 해서 2월부터 8월까지 마무리 하자고 했다고 말합니다. 이 당시 7, 8월은 엄청난 실사단이 오고 갈 때라 이런 상황에서 협상이 깨졌다고 절대로 생각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98년 2월에 체결한 MOU 내용에는 만약 양측 중 한 곳이 협상을 결렬할 경우 다른 한쪽에 즉각적으로 알려준다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우는 워크아웃 들어갈 때까지 그런 통보를 받은 적이 한번도 없다, 그래서 대우는 이헌재씨가 어떤 의도를 갖고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대우측에서 말하는 의도는 98년 7월이라는 시점이 공교롭게도 대우에 대한 단기자금 규제가 들어간 시점으로, 그 시점에 단기자금을 조여서 대우를 해체시켰는데 그 부분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코노미21> 대우그룹이 국제적인 기업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의미입니까<신장섭> 한국이 경제발전을 했던 경로가 경공업수출과 중화학산업에 진입하면서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중화학산업은 자본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고 적자 기간이 상당히 깁니다. 한참이 지나야 이익이 나기 시작하는데, 이익을 보기 전까지 파이낸싱 즉 금융을 해야 기업이 살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 파이낸싱하는 방법이 외채 빌려오고, 경공업수출해서 번 돈 중화학산업에 투입하고, 해외건설 나가서 번돈으로 막고 이런 식으로 파이낸싱을 해왔습니다.

한국경제 성장의 세 가지 축은 경공업, 중화학산업, 해외건설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대우만이 이 세 가지 축을 골고루 잘 갖추었습니다. 현대는 중공업과 해외건설은 강했지만 경공업이 없었고, 삼성은 경공업은 조금밖에 없었고 중화학도 강하게 안했지만 전자쪽은 아주 강하게 했죠. 해외건설 진출도 늦었습니다.

지금 보면 대우가 한국 경제발전의 궤적을 가장 잘 쫒아갔습니다. 대우는 무역에서 큰돈을 벌어서 무역과 금융 중심의 그룹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중화학산업 참여 요청을 하니까 거기에 이끌려 진입한 것입니다. 정부에서 필요한 것을 하다 보니 한국의 경제발전과 제일 궤적을 같이하는 그룹이 된 것입니다. 또 대우의 사훈이 굉장히 특이합니다. “창조, 도전, 희생” 이 세 가지인데, 희생이 들어가 있는 회사가 굉장히 드문데다가 그 희생이라는 것이 단순히 조직을 위해서 개인이 희생하라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희생, 다음 세대를 위한 희생을 매우 강조했습니다. 이는 김우중 회장 혼자만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많은 대우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외국에 다녔습니다. 회사의 사업구조나 사람들의 의식이 그렇게 민족적으로 뭉쳐 있는 기업이 한국에 별로 없습니다. 매우 특이한 기업이죠.

제가 책에서 세계를 경영한 민족주의자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그 구조를 보니까 대우가 엄청나게 성공했던 과정도 설명할 수 있는 것 같고, 대우가 갑자기 몰락한 것도 연장선상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입니다. 왜냐면 저는 세계경영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대우 세계경영은 선진국이나 다국적 기업들과 달리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세계경영을 하자는 것입니다. 신흥시장에선 그쪽 정부를 상대해야 합니다. 해당국 정부지도자나 정치지도자에게 “나 돈 벌려고 왔으니까 이거 주십시오” 이게 아니라 “너희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겠다”고 해야지 일 거리가 많아집니다. 김우중 회장은 정부 상대로 하는 것들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동구권을 가 보니까 이미 공업기반 시설이 많이 발전해 있고, 그 공업시설들을 민수용으로 시장에 맞게 바꾸어야 하는데 그것이 한국에서의 부실기업 정상화하는 것이랑 거의 비슷하더라는 것입니다. 부실기업 정상화에 대한 노하우를 이미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 하나는 대우는 복합그룹입니다. 한국 경제성장 궤적을 따라가다 보니 경공업, 중화학, 건설, 전자, 조선 등 여러 산업을 다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한국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신흥국들이 경제발전을 하려고 할 때 다 필요한 것입니다. 다른 기업들은 신흥국에 가서 조그만 비즈니스 달라고 할 수 있는데, 김우중 회장은 정치지도자나 대통령을 만나서 “내가 너희 나라에 한국을 건설시켜줄게, 필요한 것은 뭐든지 얘기해” 이런 식으로 말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전 세계에 거의 없습니다.

▲ 9월 25일 경남 거제시 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김우중(78)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비망록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출판기념회에서 저자인 신장섭(54) 싱가포르국립대학 교수가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은 최근에 경제기적을 일구었고, 김우중이라는 인물과 대우라는 기업이 한국의 경제기적의 주역으로써 역할을 했으니까 그 생생한 경험을 가지고 당신네 국가를 건설해 주겠다고 하면 설득이 먹혔던 겁니다. 그래서 신흥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 된 것입니다. 정부관리들이랑 이야기할 때도 기업이 비즈니스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발전에 대한 이야기도 합니다. 그래서 신흥국에 가서도 “발전하려면 이거이거 해야 한다”고 아이디어를 계속 주고, 그 결과 대우가 신흥국들에서 큰 비즈니스를 계속 따내게 된 것입니다. 또 신흥국에서 비즈니스할 때 이익 중 절반을 해당국에 투자한다고 하니까 대우가 신흥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저는 그 연장선상에서 대우몰락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우중 회장이 돈만 버는 생각을 하는 기업인이었다면, 기업살리기 위해서 입 닫고 몸을 사렸을 겁니다. 다른 기업들이 다 그랬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보니까 IMF가 국가경제를 더 나쁘게 하는 것 같아 보인 겁니다. 신흥시장을 돌아다녀 보니까 금융위기가 오면 어떤 절차를 밟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되더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경제정책 논쟁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세게 펼친 것입니다. 대우그룹의 비즈니스로 봤을 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그룹이 리스크를 키우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보다도 민족주의자이니까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가 돼버린 것입니다. 그 부분을 강하게 이야기 하다가 몰락한 것으로, 그러니까 세계경영 민족주의라는 콘셉트에서 대우의 흥망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코노미21> 한국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된 것이 “IMF프로그램에 따른 잘못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현재도 한국사회에서 저성장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소득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앞으로 한국경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신장섭교수> 경제학이론 중에 국가 경제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것은 바로 투자입니다. 물론 소비가 경제활동에서 투자보다 차지하는 비중 자체는 크지만 소비는 필수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고 투자는 필수가 아닙니다. 경제를 끌어올리는 것은 투자입니다. 그런데 IMF프로그램은 이상하게 한국기업이 과잉투자를 한다면서 억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IMF 음모론이 나오는 이유가 한국기업들이 한창 투자로 성장해가고 있을 때 과잉투자라고 억제한다고 하니까 김우중 회장은 펄펄 뛰는거죠. 김회장이 보기엔 “선진국들이 과잉투자를 하고 있고 신흥시장은 투자로 인해 고속성장 중인데 왜 우리가 투자를 억제해야 하느냐, 선진국들이 줄여야 한다”고까지 말했습니다. 그 때 우리나라가 투자를 줄일 이유가 없었고 대우의 투자도 신흥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보고 선투자 한 것인데, 2000년대 신흥시장들이 성장한 것을 보면 절대로 과잉투자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과실을 우리가 다 먹을 수 있었는데, 그 때 IMF 얘기 듣고 따라 해서 과실의 상당부분을 날려 버린 것입니다.

국가 경제성장 이끄는 것은 투자

김우중 회장은 대우차에서만 210억 달러를 날렸다고 계산했는데 그런면에서 보면 절대로 과잉투자가 아니었음에도 우리나라는 과잉투자 논리를 받아들여서 기업들의 투자를 억제했고 아직도 그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부채비율 200%라는 기준입니다. 은행에서 기업대출 담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채비율 200%가 아니라 100%만 넘어가도 무슨 큰일이 있는 게 아니냐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조사에 들어간다는 겁니다. 그런데 100%, 그게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400%, 500% 넘어가도 저금리 상태에서는 기업이 성장하면 충분히 다 갚아 나갈 수 있습니다. 빌린 돈을 다른 곳에 쓰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해서 사업이 굴러가면 이자보다 많은 수익이 나옵니다. 그런데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냐 하면, 대한항공처럼 큰 비행기를 사야하는 항공사나 선박회사의 경우 가격이 적게는 몇 천억 많게는 조 단위까지 올라갑니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기나 배를 직접 사서 운영할 것인지, 아니면 리스를 할 것인지는 핵심적인 비즈니스 결정사항입니다. 그런데 회사 입장에서 그만한 현금이 없으니까 한 번에 살수가 없고 부채를 이용해서 구입한 후 운영해 운영수입이 이자보다 높은 것으로 타당성 조사가 나오면 리스보다는 부채를 쓰는 것이 낫습니다.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리스보다 부채를 이용해서 구입하는 것이 훨씬 났습니다. 그런데 부채비율 200%가 현재 금과옥조처럼 돼서 부채비율을 맞춰야 된다고 지금 대한항공이 사서 운영하는 항공기도 리스로 바꿔 부채비율을 낮추라고 이야기 하는 실정입니다. 결국 기업의 영업이익을 나쁘게 만들어서 부채비율을 낮추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부채비율을 낮추라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입니까? 부채비율을 낮추라는 것은 회사를 더 안정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따져보면 오히려 회사를 더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부채비율에 대한 맹신을 금융기관들이 빨리 벗어나고 금융감독기구도 기업대출 감독기준을 강하게 해서 이런 틀을 깨줘야 합니다. ‘부채비율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나라 성장에 엄청나게 독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부채비율과 연관해서 산업금융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선 금융이 매우 중요합니다. ‘금융은 경제의 혈맥이다’라고 할 정도로 금융이 잘 돌아가야 다른 부분에도 피가 공급돼 경제가 성장합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 가야할게 금융은 크게 두 부분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는 산업쪽에 돈을 줘서 투자를 유발해 경제를 굴러가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 내에서 돈을 굴려서 펀드, 파생상품 운영 등 두가지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금융내에서 돈을 굴려서 버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리스크도 작은 경우가 더 많고, 금융을 금융내에서만 돌게 만들면 산업쪽이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박정희 대통령이 은행들을 다 국유화한 이유도 이것입니다. 그 때는 은행들이 민영은행, 상업은행들이었는데 은행들이 산업자금을 공급할 생각은 안하고 고리대금만 하고 있으니까 국유화한 다음에 산업정책으로 기업투자를 강요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경제성장을 일구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이 방법을 쓸수가 없습니다. 그렇다 해도 금융을 그대로 놔두면 안됩니다. 지금 금융쪽에선 금융내에서 돈을 회전시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선 정부가 개입해서 산업금융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통로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대다수 은행들이 민영화 되고 있고, 외국인 주주도 많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산업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산업금융을 담당하는 은행들인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같은 곳의 역할을 훨씬 더 강화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민간은행이나 저축은행 같은 금융기관에도 정부가 가능하면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도입해 산업쪽에 투자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BIS 비율규제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BIS 규제는 위험자산관리를 한다면서 기업대출의 가중치를 가계대출 가중치보다 더 높게 두고 있습니다. 위험관리라는 측면에서 옛날에는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지금 우리나라 가계대출이 1000조를 넘는 상황에서 가계대출이 덜 위험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기업대출을 막아 놓으니까 가계에 대출을 그만큼 한 것입니다. 이렇게 기업대출을 차별하는 규제를 정부가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 싶습니다. BIS 비율 규제, 선진국에서 하는 시스템을 그대로 쫒아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맞게 바꾸던지 아니면 다른 규제시스템을 써야한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중국은 BIS비율 도입 안했습니다. 훨씬 실용적인거죠. 그런데 한국은 IMF 때 처음으로 BIS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그 때 BIS비율로 금융기관들 생사를 가린다고 하니까 금융기관들이 BIS비율 맞춘다고 IMF당시 금융 경색된 상황에서 기업에 돈을 공급할 생각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BIS비율 맞춘다고 빌려준 돈 다 회수하면서 수 많은 기업들이 파산했습니다. 이 규제 하나 때문에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겁니다. 금융기관들이 경기가 조금이라도 나빠지면 BIS비율 맞춰야 한다면서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을 먼저 회수합니다. 이런식으로 산업쪽이 차별을 받으니까 산업을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IMF체제의 유산 중 한국에 가장 부정적인 것이 정리해고와 기업파산이 가져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해고 당하고 나니까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보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의사, 변호사, 공무원, 교사 등 부모세대들이 젊은 사람들을 다 철밥통으로 몰아 넣었습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투자인데 투자는 바로 앞에 잘 안보이더라도 몇 년 뒤에 될 거 같다는 것으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방법으로 자란 사람들은 그런 투자를 안합니다. 투자를 하려고 해도 남들이 큰 문제가 된다고 오히려 발목을 잡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이 이미 한국 사회의 중간 허리를 형성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사회를 더 진취적으로 만드는게 아니라 사회를 옥죄는 여러 가지 규제 같은 것들이 더 많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 사회가 성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런 부분들 때문에 갈등만 더 심화되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시스템을 바꿔서 진취적인 사람들을 키우는 식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코노미21> 한국적 기업가정신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신장섭 교수>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나오는 겁니다. 혁신을 어떻게 정의했냐면 신결합으로 했거든요. 연결고리들은 다 똑같이 있습니다. 그런데 혁신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옛날 방식으로만 하려고 하지만 혁신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그 방식을 갖고선 새롭게 결합하는 것을 찾아내는 거죠. 그런데 이 연결고리라는 것이 나라에 따라서 많이 다릅니다. 한국 같은 경우에는 선진국에 비해서 자본이나 기술도 부족하고 지정학적인 리스크도 있고 서양하고 연결할 수 있는 고리가 다릅니다. 그런데 외국의 연결고리를 가지고서 조합을 해 신결합을 만들어 내는 사람하고, 한국에 있는 고리를 결합해서 신결합을 만들어 내는 사람, 누구한테 더 배울 것이 많겠습니까? 한국이라는 여건에 뿌리를 내리고 거기에서 새로운 결합을 만들어 낸 사람한테서 한국의 젊은이나 한국의 기업가들이 배울 것이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예를들어 애플의 스티브잡스하고 김우중 회장을 비교해 봤는데 기업가로서 스티브잡스는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죠. 스티브잡스는 그 나라에 있는 MS같은 첨단산업을 자신들의 여건에서 엮어 냈는데, 우리는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그때 그때마다 필요한 것을 개발하는 방식입니다.

애플과 삼성이 경영하는 방식은 상당부분 다릅니다. 삼성이 애플같이 하면 국제경쟁력을 못 얻습니다. 삼성은 큰 조직으로써 희생하려는 사람들이 같이 들어가 줘야 됩니다. 삼성반도체가 왜 잘 되냐면, 그 회사에 다니는 지인이 하는 얘기로는 엄청난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해놨는데, 윗사람들은 자신들이 인센티브 받고, 중간 관리층 사람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꼭 내일이 아닌 것 같아도 그것을 어느 정도 도와주고 희생을 하는 이런 것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개인의 성취보다 팀에 기여하는 사람이 많고, 이렇게 대규모기업에서 대규모팀으로 성과 받고 하는 곳이 한국밖에 없다는 겁니다. 미국시스템은 이런 부분이 잘 안되고 중국 사람들은 굉장히 개인주의적이라서 자기 눈앞에 있는 것만 하고 보여주는 것밖에 안된다는 겁니다. 일본 사람들은 그런 정신은 있는데 너무 매뉴얼대로 하는 시스템이고요. 그리고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한국의 엔지니어들은 이상하게 자꾸 사고를 친대요. 똑같이 따라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바꿔보려고 하면서 사고를 치는 거죠. 그래서 삼성이나 하이닉스에서는 ‘어느정도 범위 내에서는 맘껏 사고쳐도 된다’라는 시스템을 만든 거라고 합니다. 사고 치면서 좋은 점 발견하면 그게 다 시스템으로 반영이 됩니다. 그러니까 경쟁력이 생기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한국 사람들의 성향이 있고, 노사관계 등 그런 여건에서 세계적인 결합을 만들어 내는 거거든요. 그래서 한국적인 여건에서 배울 것이 더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주영, 이병철, 이건희 같은 사람들에게 배울 것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우 같은 경우에도 부실기업 살려내는 과정 이런 것은 선진국에서도 못하는 것입니다. 대우에서 김우중 회장이 어떻게 부실기업을 회생시키는지 봤더니 첫 번째 했던 것이 직원들 정신교육 시키고 그 다음에는 임직원들 가족들까지 같이 정신교육을 받게 하고, 그 적자보는 회사에서 가족들까지 사업장 다 돌아다니면서 회사가치를 알게 만들고, 그런 곳에 돈을 엄청나게 쓴단 말이예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다 같이 한 번 잘해보자”하면서 회생이 되는 것입니다. 자기가 가진 여건에서 얼마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느냐가 한국적인 기업가 정신입니다.

<이코노미21> 대우를 통해서 한국경제의 문제점, 한국경제가 IMF를 거치면서 안게 된 모순 등을 지적해 주셨는데 처방을 내린다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까요

<신장섭교수> 일단 저는 지난 2000년대에는 서비스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서비스산업,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더 생각을 해보니 제조업에 더 관심을 가져야하더라고요. 제가 싱가폴에 있는데 많은 외국인들이 싱가폴을 배우겠다고 찾아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한국이 싱가폴에서 배워야 할 점으로 첫째는 제조업 육성입니다. 싱가폴이 도시국가인데 1990년대 초반에 선진국 반열에 올라갔습니다. 그 때 싱가폴에서 2000년대 제조업 육성계획이라고 제조업육성계획 2000이라는 시스템을 적용합니다. ‘싱가폴 전체 GDP에서 25%는 제조업으로 끌고간다’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계속 제조업을 끌고 왔고 최근들어 22~23%로 비중으로 떨어졌지만, 그 전까지는 계속 25% 유지했습니다. 예전부터 싱가폴의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달러를 상회하는데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달러 이상인 나라 중 제조업 비중이 이렇게 높은 나라는 싱가폴이 유일합니다. 뿐만 아니라 도시국가에서 제조업에 목매는 것은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도시국가는 보통 서비스산업 위주로 가기 때문입니다.

싱가폴이 제조업을 끌고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인 것도 있습니다. 제조업이 근처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로 다 넘어가고 싱가폴에 서비스만 남게 되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편이니까 싱가폴의 안보가 흔들릴 수 있다’라는 생각에 제조업을 계속 갖고 간다고 합니다. 거기에 덧붙여서 또 하나는 서비스산업을 굳이 육성하지 않아도 제조업과 관련된 서비스가 굉장히 많다는 것입니다. 금융서비스도 제조업에 투자하는 것들이 많이 있고, 또 다른 제조업과 연결돼서 클 수 있는 서비스도 굉장히 많다는 것입니다. 제조업 자체도 중요하고 제조업과 연관되어 있는 서비스도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한국이 IMF 이후에 제조업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서비스산업 가지고 성장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금융산업이 제일 발달한 영국조차도 전체 GDP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9%밖에 안됩니다. 한국은 지금 8.5% 정도입니다.

제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해야 대기업도 성장하고 그와 연관된 서비스도 같이 성장하는데 그동안 제조업을 너무 무시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제조업을 다시 봐야 하고, 특히 한국은 지금 임금수준이 높아서 저부가 제조업 같은 것은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고부가 제조업을 육성시켜야 국내에서 고용이 유지됩니다.

고부가 서비스로 임금 많이 받는 서비스는 극히 일부분이고, 나머지는 1인 창업, 편의점 같은 것인데 이것은 경제성장에 도움이 안되고 좋은 고용 창출도 안됩니다. 좋은 제조업을 육성시켜 그와 관련된 서비스를 키워 나가야 좋은 고용이 제대로 유지됩니다. 그런 면에서 경제성장의 축도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동반성장 전략이라고 할까요, 그런 정책이 생겨야 하고, 산업금융도 산업과 금융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0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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