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일본 경제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다시 한번 아베노믹스이다. 2012년 말 자민당의 총선 대승과 함께 화려하게 등장한 아베노믹스는 2013년과 2014년에 이어 올해에도 핵심 키워드이다. 아베노믹스의 등장과 함께 일본 경제는 많이 변했고 한편으로는 많이 변하지 못했다. 때문에 아베노믹스의 성과에 대한 평가도 여전히 분분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2014년 말에 치러진 총선에서 아베정권이 다시 승리하면서 아베노믹스의 생명이 수년간 연장된 점이다. 일본의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길게는 2018년까지 아베노믹스가 지속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같은 아베노믹스의 장기화는 일본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경쟁국이자 협력 파트너인 우리나라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엔화 약세, 기업 수익성 개선, 주가 상승, 관광산업 호조, 고용 개선 등의 가시적 효과
아베노믹스는 이른바 3개의 화살로 구성된다. 대규모 양적 완화를 바탕으로 하는 금융정책, 발 빠른 재정정책 그리고 일본 구조 개혁을 도모하는 성장전략 등이다. 이같은 아베노믹스 추진에 먼저 즉각적으로 반응한 것은 외환 시장과 주식시장이었다. 아베 정권 출범 당시 1달러당 85.36엔을 기록했던 환율은 지속해서 상승하여 최근 1달러당 118엔대를 기록하고 있다. 2년여 동안 40% 가까이 엔화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지속한 하락세를 보이던 엔화와 달리 같은 기간 원화 가치는 10% 내외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현재 2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엔화가 얼마나 급격하게 하락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감과 급격한 엔화 가치 하락은 경제주체들에게 기업 수익성 개선에 대한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주가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닛케이 평균 주가는 2년 전 10,230.36엔 수준에서 급상승해 현재 70% 가까이 늘어난 상태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의 매출액은 2013 회계연도(2013년 4월 ~ 2014년 3월)에 2.5%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경상이익 증가율은 23.1%에 달했다.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한 엔화 약세 효과로 매출 증가가 부진한 가운데에서도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이다.
환율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 관광산업도 큰 혜택을 보이고 있다.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2013년 1,036만 명으로 전년대비 24.0%나 늘어났으며 사상 최초로 천만 명을 돌파했다. 2014년 1~11월 방일 관광객은 전년대비 28.2%나 늘어난 1,218만 명으로 작년 연간 실적을 이미 돌파하여 사상 최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만 해도 한 해에만 30% 가까이 감소(622만 명)하며 큰 어려움을 겪었으나 환율 효과를 등에 업고 3년 만에 방일 외국인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경제의 움직임이 조금씩 살아나자 고용시장에도 훈풍이 불었다. 2011년 4.6%였던 실업률은 2013년 4.0%까지 떨어졌고 2014년 11월 현재 3.5%까지 낮아졌다. 실제 구직자수로 구인자수를 나누어 계산한 유효구인배율(=구인수/구직수)도 2012년 0.82에서 2014년 11월 현재 1.12까지 늘어났다. 유효구인배율이 1 이하이면 구직자수가 구인자수를 초과하여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의미이고 반대로 1 이상이면 구직자수보다 일자리가 많아 고용시장이 호조세를 보인다는 의미이다.
전반적으로 살피면 아베노믹스의 지난 2년간을 통해 양적완화→엔화약세→기업의 수익성 개선→주가상승의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일본 정부는 더 나아가 이러한 아베노믹스 효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것을 기대했다. 즉, 수익성 개선 및 주가상승 등의 부의 효과로 기업의 투자 및 고용 확대와 임금 상승이 나타나게 되고 이는 다시 소비와 투자 확대로 연결되는 경제의 선순환을 기대한 것이다.
수출, 투자, 임금 등 개선 나타나지 않고 수입 비용 증가와 무역적자 확대 등 부작용
이와 같은 일본 정부의 기대와 달리 아베노믹스를 통한 경제의 선순환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엔화 약세의 뒷받침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늘어나지 않았고 기업들은 투자와 임금상승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화력발전에 의존이 극도로 커진 일본의 특성상 엔화 약세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의 수입 비용 증가를 불러일으켰고 이는 무역수지 적자 확대로 이어졌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뚜렷한 임금 개선 혜택을 얻지 못한 일본 국민들은 수입 물가 상승의 부담이 가중되었다.
특히 엔화 약세가 수출 확대로 직결되지 않은 것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의구심을 크게 한다. 일본의 수출 증가율(엔화 기준)은 2011년 –2.7%, 2012년 –2.7%를 기록했지만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2013년 9.5%를 기록했고 2014년 1~11월에도 4.0%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만 보면 동일본 대지진과 엔고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던 일본 수출이 엔화 약세에 힘입어 V자 반등에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수출 성과가 엔화를 바탕으로 산출되고 있는 만큼 이를 달러화로 환산해보면 전혀 다른 양상이다. 달러기준 일본의 수출 증가율은 2011년 6.9%, 2012년 –2.9%, 2013년 –10.5%, 2014년 1~11월 –3.5%를 기록 중이다. 수출 물량의 확대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수출 물량 증가율은 2011년 –3.8%, 2012년 –4.8%, 2013년 –1.5%, 2014년 1~11월 0.3%를 기록 중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아베노믹스 이후 수출 물량의 개선이 나타나지 않았고 엔화 약세 효과로 엔화 표시 수출 금액만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뚜렷한 수출 회복이 일어났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는 앞서 살핀 것과 같이 일본 기업의 매출 확대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에도 경상이익만 크게 늘어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이처럼 엔화 약세 속에서도 일본의 수출이 늘어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일본 무역의 구조적 변화에 무게가 실린다. 2007년 6월 달러당 124엔에서 2012년 9월 달러당 77엔을 기록하며 4년 이상 지속되어 온 장기간의 엔고 현상과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전력난과 생산거점 다변화의 필요성 등으로 인해 일본 기업의 해외투자가 급격히 확대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다. 즉, 일본 기업의 해외 생산이 급속도로 확대됨에 따라 엔화 약세에도 일본 국내에서 수출을 확대할 여력이 부족한 셈이다. 이 같은 구조적인 변화 때문에 엔화 약세는 투자 및 생산 확대에 따른 수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 국한되고 만 것이다.
반면에 엔화 약세는 수입증가를 부추겼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의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일본은 전력수급을 화력발전에 의존하게 되었다. 때문에 화력발전용 화석 연료 수입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데 엔화 약세로 이러한 원자재 도입 비용이 더욱 급증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이 같은 원자재 도입 확대로 인해 일본의 무역수지는 적자로 전환되었다. 1980년 2차 오일쇼크 이후 30여년만의 일본의 무역수지는 2011년 적자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또한 이후 지속되는 엔화 약세로 수입 금액이 급증하면서 일본은 29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2013년에는 연간 사상 최대치인 11.5조 엔의 무역수지 적자, 2014년 1~11월에도 –12.1조 엔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중이다.
일본의 주요 무역 지표(억 엔, %)
연도 |
'11 |
'12 |
'13 |
'14.1~11월 |
|
엔화 |
수출 증가율 |
-2.7 |
-2.7 |
9.5 |
4.0 |
수입 증가율 |
12.1 |
3.8 |
14.9 |
6.1 |
|
물량 |
수출 증가율 |
-3.8 |
-4.8 |
-1.5 |
0.3p |
수입 증가율 |
2.6 |
2.4 |
0.3 |
1.7p |
|
무역수지(억 엔) |
-25,647 |
-69,411 |
-114,684 |
-121,206 |
|
달러 수출 증가율 |
6.9 |
-2.9 |
-10.5 |
-3.5 |
주: p ‛14.1-11월 수출입 물량 지수는 일본 재무성 자료 바탕으로 추정
자료: 일본 재무성, 한국무역협회
투자 측면에서도 눈에 띄는 개선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3년 2분기 이후 2014년 3분기까지 6분기 연속 투자 확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평가할만한 대목이지만, 일본 기업의 경상이익이 확대된 것에 비하면 부진한 양상이다. 실제로 2013년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에 일본기업의 경상이익이 23.1% 늘어나는 동안 기업의 설비투자는 6.6%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역시 2014년 4월의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직전에 나타난 가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증가가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일본 기업들은 투자에 매우 소극적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대로 일본 기업의 경상이익이 급증하는 동안 일본 기업이 설비투자에 소극적이었던 만큼 일본 기업의 내부유보금은 급증하게 된다. FY 2012년(2012년 4월~2013년 3월) 9조 7,769억 엔이었던 내부유보는 FY 2013년(2013년 4월~2014년 3월) 23조 1,878억 엔으로 급등하게 된다.
이처럼 일본 기업들이 국내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반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해외투자는 증가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2010년 6.9조 엔 규모였던 일본의 해외투자는 엔고 효과로 2011년 9.2조 엔, 2012년 9.5조 엔으로 큰 폭으로 늘었으며 엔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한 2013년에도 13.4조 엔으로 연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014년 1~11월에는 전년도에 비해서 소폭 규모가 줄어들어 11.2조 엔을 기록중이지만 이 역시 2011년과 2012년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종합해 보면 그동안 일본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로 엔화 약세에도 일본의 수출은 늘어나지 않고 대신에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었고 이같은 이익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오히려 해외투자를 더욱 확대하는 양상이다. 반면에 엔화 약세는 수입급증을 야기해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를 확대시키고 말았다. 물론 무역수지 적자와 해외 투자 확대로 일본의 외화 획득에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 해외투자를 확대한 만큼 막대한 소득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이는 무역수지 적자를 보전해 경상수지는 흑자 기조를 유지해 가고 있다. 다만, 소득수지 흑자 속에서도 무역수지 적자 폭이 워낙 커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010년 19.1조 엔, 2011년 10.1조 엔, 2012년 4.7조 엔, 2013년 3.2조 엔, 2014년 1~11월 2.4조 엔으로 큰 폭으로 축소되는 것은 주의해야할 대목이다.
한편 임금 등의 다른 분야를 살피면 아베노믹스 이후 명목상의 급여는 1% 내외의 소폭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디플레 탈피, 소비세 증가 등의 영향으로 실질임금 지속해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질임금 증가율은 2012년 –0.7%, 2013년 –0.5%를 기록했고 월별로는 2014 10월까지 17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명목상의 임금 상승 또한 기본급 상승 보다는 기업의 이익 증가에 따른 성과급 등 특별 급여 증가가 주도하고 있어 실질적인 임금 인상은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이처럼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고 있는 만큼 임금 상승을 통한 소비 부양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 정부가 바라는 경제 활성화→소비확대→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임금 인상이라는 연결고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이처럼 실질임금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엔화 약세는 경제주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 수입물가와 전기요금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어 일본 국민의 소비 여력이 더욱 줄어드는 것이다. 기업들 역시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엔화 약세가 수출 기업들에게는 수익성을 개선하고 이익을 확대하는 기회로 작용했지만 수입의존도가 높거나 내수비중이 높은 기업들에게는 비용을 확대시키는 위협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아베노믹스 이후 경제가 회복 기조를 보이며 일본 기업의 도산건수는 2012년 11,129건, 2013년 10,332건, 2014년 1~11월 9,533건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엔화 약세로 인한 기업 도산 건수는 2013년 130건에서 2014년 1~11월 301건으로 큰 폭으로 늘어나고 말았다. 엔화 약세로 원재료 구입 비용이 급증하면서 채산성이 악화되고 결국 도산하고 마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면 엔화 약세로 인해 수출 여건이 개선되고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는 한편에서 임금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엔화 약세가 일본 국민의 실질임금을 줄이고 소비 여력을 제한하고 있으며 원자재 구입 비용을 증가시켜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세 인상 연기했지만 막대한 정부 부채는 잠재적 폭탄
아베노믹스 이후 2013년 4분기를 제외하고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며 회복세를 보이던 일본 경제는 2014년 4월 소비세를 기존의 5%에서 8%로 3%p 인상한 이후 경기 감속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4년 1분기 1.4%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이 2014년 2분기 –1.7%로 급감한 이후 3분기에도 –0.5%를 기록한 것이다. 소비세 인상으로 인해 경기가 급속히 위축된 셈이다. 이 같은 경제상황을 반영하여 아베 정권은 결국 2015년 10월 예정되어 있던 2차 소비세 인상(8%→10%, 2%p인상)을 2017년 4월까지 연기하게 된다. 또한 이는 아베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고 2014년 12월 총선을 다시 치르게 한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경기가 악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한데도 일본이 소비세를 3%p 인상하고 또한 중의원을 해산해가면서까지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다름 아닌 일본의 막대한 정부 부채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의 정부 부채는 일본 경제를 위협하는 잠재적인 폭탄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일본의 정부부채는 2012년 기준 GDP 대비 235.9%에 달한다.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2위인 그리스의 179.2%(2013년)와도 큰 폭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부채로 인해 일본 정부는 1년 예산의 24.3%(회계연도 2014년도)를 이자와 채무상환에 사용하고 있다. 또한 세입의 43.0%(회계연도 2014년도)를 통해 조달하고 있어 재정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재정건전화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경기 악화를 예상하면서도 소비세를 인상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물론 이 같은 결정은 아베노믹스를 통해 경제가 활성화된 만큼 일본 경제가 소비세 인상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이루어진 것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경기 후퇴가 급속히 이루어지는 바람에 결국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게 된 것이다.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소비세 인상 연기로 일본의 정부 부채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지난해 12월 일본의 신용등급을 강등(Aa3→A1)했다. 또 다른 신용등급 기관인 피치 역시 일본의 신용등급(A+)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삼으며 강등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의 소비세 2차 인상 연기로 아베 정권의 재정건전화 약속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본래 아베 총리는 2010년 –6.6%였던 재정수지를 2015년까지 –3.3%로 반감하고 2020에는 흑자화하겠다고 국제적으로 공약한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약속은 소비세 인상을 전제하고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였던 만큼 향후 국제 신인도 하락과 이로 인한 변동성 확대 등의 리스크가 일본 경제를 짓누를 가능성이 있다.
아베노믹스 장기화 속 엔화 향배와 성장전략 실현 주목, 유가 하락 영향도 변수
2014년 12월 총선에서 집권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크게 승리하면서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 가능성의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2015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있지만 당내 선거인만큼 총선만큼의 부담이 없고 여기에서도 승리할 경우 제도적으로 2018년까지 장기 집권이 가능해진다. 2012년말부터 시작된 아베노믹스가 6년 여간 지속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셈이다.
이처럼 아베노믹스의 장기화 속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엔화의 향배이다. 일본은행이 2014년 10월 추가적인 양적완화(본원통화 규모 연간 60~70조 엔→80조엔)를 결정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엔화 역시 지속적인 약세가 전망된다. 일본의 주요 기관투자자와 투자은행 등도 2015년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23~132엔(평균 126 엔/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유가의 급격한 하락이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급락하고 자원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의 경제 위기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안전자산인 엔화 수요가 확대되어 엔화 가치가 상승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변수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 탈피 및 2% 물가상승 목표를 위해 일본이 양적완화를 수년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 같은 유가하락은 일본 경제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엔화 약세의 부작용으로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가 문제화되었던 일본으로서는 유가 하락이 경제 주체들의 부담을 완화시켜줄 것이다. 엔화 약세 영향으로 일본의 휘발유 가격(리터당 소매가격)은 2012년 12월 146엔에서 2014년 7월 168엔까지 급등했으나 국제 유가 하락으로 2014년 12월 현재 149엔까지 안정화되고 있다.
임금의 경우도 일본 경제를 뒷받침할 핵심 요소이다. 양적완화를 통해 디플레 탈피와 물가상승을 도모하고 엔화 약세를 기본으로 한 아베노믹스의 구조상 임금 상승 없이는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소비를 진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 진작과 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져야만 증세와 세수 확보를 통해 막대한 정부 부채를 완화할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다. 때문에 연초부터 아베 총리는 주요 기업들에게 임금을 올리도록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 등의 인센티브를 공약하면서 임금 인상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유가하락으로 수입 물가 상승 요인도 완화된 만큼 그동안 감소세를 지속하던 실질임금의 상승을 기대해볼만 하다.
이같은 경제 상황을 바탕으로 판단할 때 일본 경제는 2015년 0.4~1.6%(평균 1.1%)의 실질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수출 시장인 미국의 경기 회복, 유가 하락 등 수입 물가 안정, 실질임금 상승 가능성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엔화 약세 장기화 영향으로 파나소닉(세탁기, 전자렌지, 에어컨), 혼다(미니오토바이), 캐논(카메라 등), 다이킨(에어컨) 등 중국, 동남아 등에 진출했던 일본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국내로 회귀하는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기업의 해외 투자가 확대되는 한편에서 엔저 장기화를 바탕으로 일본 기업의 회귀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산업공동화 해소와 투자 활성화, 고용 등의 측면에서 일본 경제의 훈풍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베노믹스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경제 회복 움직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경제정책만으로 부족하다.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룩해 나가는 것이 일본 경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 정부부채, 디플레이션 등 일본 경제를 짓누르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을 달성해 잃어버린 20년의 일본으로부터 탈피가 중요한 과제이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