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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방향은 근본적 목적에 충실하는 것
개혁의 방향은 근본적 목적에 충실하는 것
  • 김진수 연세대학교 교수, 사회복지
  • 승인 2015.04.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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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의 취지에서 어긋난 부분을 먼저 개혁한 후 재정안정화 방안 마련해야…기여와 급여 원칙을 바로잡고 소득재분배 요소 강화하면 지출의 8% 절감효과 발생

<공무원연금개혁④-공무원 연금 문제의 핵심과 해결방향>

공무원 연금 문제가 정치적 논쟁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갈등 제공의 원인으로 인식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정부는 개혁의 타당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고, 공무원 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는 방송 광고까지 동원하고 있으니 선거도 아닌 정책의 쟁점을 노조가 국민에게 선전하는 사태까지 확대되고 있다. 물론 여야 간의 대립은 물론이고 청와대와 여당 간에 혼선을 보이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결하자는 것인지 조차 국민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 만 하다.

그런데 공무원 연금 개혁을 둘러싼 이와 같은 모습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공무원 연금의 재정 문제는 이미 1990년대 초에 나타난 것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세 차례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9년 개혁 이후 불과 5년 만에 또다시 이 문제가 제기된 것은 지난 개혁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속적인 상황이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임을 보여준다.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지속적인 재정적자와 이로 인한 장기적 재정 불안정에 있다. 이미 2013년 2조원의 국고가 투입되었고, 당장 2015년에는 2조 5천억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지금 상태를 유지할 경우 해마다 누적적자가 증가하여 2022년에 46조, 2075년에는 500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정적자 문제가 국가 재정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는 전망은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무원 연금 재정적자 문제의 원인은 공무원이 내는 보험료보다 지나치게 높은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 자체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제도 설계에 있다. 현재 연금을 받고 있는 퇴직공무원은 기여에 비해 거의 6배에 이르는 급여를 받고 있으며, 2009년의 제도 개혁으로 공무원 연금의 수익비가 크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누적 시키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하는 것이 옳은 판단일 것이다.

그간의 개혁 시도는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여를 올리거나 급여를 낮추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 사실이지만 재정안정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요원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지난 1995년, 2001년, 그리고 2009년에 있었던 개혁에서 보면 재정 부담을 일부의 공무원들, 특히 경력이 짧은 공무원이나 미래 공무원에게 집중시켰다는 한계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부담이 집중된 공무원들의 강력한 반발만 불러 일으켰을 뿐 재정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고, 오히려 왜곡된 기득권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하는 것이 솔직한 평가라고 할 것이다. 현재 공무원 연금의 문제가 과거보다 더욱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른 것은 이처럼 땜질식으로 이루어진 과거 개혁이 반복적으로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오히려 공무원연금이 노후보장이 아니라 종합사회복지제도라는 명분을 주장하기도 하면서 퇴직과 동시에 연령 제한을 두지 않고 연금을 지급한다든지 퇴직 후 소득과 관계없이 연금이 지급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당연시 하는 상황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2차 개선 때에는 오히려 노후보장 수준이 상향 조정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재정안정과는 동떨어진 결과를 야기 한 것도 사실이다.

연금학회 개혁안, 공무원연금 문제의 원인 규명보다 재정적자 축소 방안만 제시해

그런데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공무원 연금 개혁안 또한 이와 같은 과거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번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한 근본적인 지적이다. 처음 연금학회가 제시하고 여당이 발의한 공무원 연금 개혁안은 근본적으로 공무원 연금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원인을 규명하기보다는 단순히 재정적자를 축소하는 단순한 방안을 제시하는 데 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와 마찬가지로 일부 공무원에게만 재정 부담을 집중함으로써 실질적인 재정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한계를 가진다.

현재 정부와 여당이 제안한 개혁안은 기본적으로 퇴직공무원과 재직 공무원 그리고 미래공무원에게 차등적으로 연금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까지 정부는 재직 공무원에 대해 기여율을 14%에서 20%로 올리고 연금액을 단계적으로 63%까지 하향조정하며, 2016년 이후 임용되는 미래 공무원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과 동일하게 9%를 기여하고 급여는 납부 총액을 연금으로 분할하여 지급하도록 설계하였다. 반면에 공무원 연금 재정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현재 연금 수급자 계층에게는 3% 수준의 상징적 부담만을 지운다. 이와 같은 조치는 2016년 이후 임용된 공무원의 재정수입을 축소시킴으로써 재정에 오히려 부담을 주는 측면을 가지고 있으며, 2016년 이전에 임용된 재직 기간이 짧은 공무원은 지나치게 큰 부담을 갖게 된다. 또한 2016년 이후 신규 공무원은 훨씬 더 열악한 조건을 감수해야 한다. 심지어는 국민연금보다 오히려 불리한 조건에 따른 노후보장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직 공무원과 하위직 간, 재직기간이 긴 공무원과 짧은 공무원 및 미래공무원 간 부담에 있어서 고위직, 장기재직 공무원의 기득권을 유지하도록 한 반면 신규공무원에게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재정 안정 효과는 정부 여당은 재정 효과가 약 17% 수준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처음 제시한 2080년까지 5% 정도의 국가의 재정 부담이 축소될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즉, 오히려 재정 절감 효과에 대한 예측에 신뢰가 서지 않는다는 비판만 야기 시킨 셈이 된다. 이러한 개혁 방안은 결국 개혁의 근본적 취지는 실행하지 못하면서 사회적 혼란과 공무원과 국민, 공무원과 공무원 사이의 갈등만 야기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로 연결되게 된다.

정부 개혁안, 기득권은 보호하고 발언권 약한 일부 공무원에게만 부담 집중시켜

이번 제시된 공무원 연금 개혁안은 지난 몇 차례의 개혁 시도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제도적 왜곡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득권은 그대로 보호하고 발언권이 약한 일부 공무원에게만 부담을 집중시킴으로써 공무원의 반발만 초래하면서도 실질적인 재정 효과는 미미하다 보니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에는 지극히 실망스럽게 보일 것이다. 아마 정치적으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잃는 격이 되는 정책안이라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기득권에 대한 보호가 개혁의 걸림돌이 되는 핵심적 요소인데, 이에 대해서는 위헌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개혁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정당화 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부터 새로이 개혁된 제도를 적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는 이미 선진국의 경우에서 위헌에 대한 판단이 명확히 해석되고 있다. 즉,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 것은 타당한데 다만 일반 국민연금과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또한 공무원연금을 삭감하여 일부 계층이 생계에 지장을 받게 되는 경우는 배제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이 삭감하여 신뢰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주된 이유가 선진국의 공무원연금의 개혁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이 세 가지에 우리나라는 해당되지 않는 것은 명확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무원연금은 그대로 두고 국민연금을 크게 삭감해서 오히려 불평등을 야기했고, 공무원연금을 감액을 하더라도 생계를 위협 받거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득권 보호에 대한 위헌 소지는 실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오히려 정부 여당의 개혁안이 통과되면 미래 공무원이 공무원연금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위헌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또한 퇴직 근로자가 산하기관이나 관련 기관 등에서 일정액 이상의 소득활동을 하는 경우에 연금을 정지하여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본인이 절반을 부담했기 때문에 연금도 최대 절반까지만 정지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아마 어느 학자에게서도 그동안 주장되거나 논의된 적이 없는 새로운 학설로 밖에는 볼 수 없는 논리이다. 이러한 주장은 오히려 국민으로부터 개혁의 진정성을 의심 받게 되고 정책의 정당성에 있어서는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 2014년 11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공적연금 TF주최로 ‘공무원연금 개혁방향에 대한 전문가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왜 여권이나 정부는 이러한 간단하고도 명확한 국민적 판단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기득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대답은 OECD 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다. 공무원 연금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부터 관리하고 운영하는 과정 모두를 공무원 스스로 해왔기 때문이고, 우리나라는 특히 관료들의 상하관계가 명확하고 뚜렷해서 고위직에 대한 기득권을 유지하는 강력한 저항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적연금이라는 일반적인 노후보장체제 기본에 충실해야

그렇다면 바람직한 공무원연금 개혁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적연금이라는 가장 일반적인 노후보장체제 기본에 충실한 체제를 구축하는 데 우선적인 노력을 하여야 한다. 재정안정을 위해서는 단순히 부담을 늘리고 급여를 줄이는 방향은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다른 것에 앞서서 해결하여야 할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불필요하고 낭비적인 요소를 먼저 제거하고 노후보장제도에 맞는 형태로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가 가장 먼저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공무원연금의 도입 당시 상황이 공적연금이라는 것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공적연금 성격을 명확히 하지 못한 채 제도가 설계되었고, 또한 오랜 기간 동안 공무원 실무 차원에서 제도의 근본적 역할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공무원에 유리한 규정을 삽입하는 등 상황에 따른 임시조치적 규정을 유지하여 지속적인 왜곡을 야기한 결과가 제도 곳곳에 낭비적 요소와 비합리적 요소로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연금 개혁의 구체적 방향은 무엇인가? 즉 공무원연금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하는가? 에 대한 명확한 결정이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하여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공무원 연금 제도의 근본적 성격과 이에 따른 제도의 목적에 충실하여야 한다. 제도의 개혁이 올바른 방향을 갖기 위해서는 제도가 본래의 취지에서 어긋난 부분을 먼저 개혁하고, 그 이후에 재정 안정화를 위한 부담과 보장의 수준의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제도의 역할과 기능을 정상화 하지 않고 단순히 수식에 의한 산술적 개혁을 추진할 경우 개혁의 정당성이 취약할 뿐 아니라 방향을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원 연금 개혁의 순서는 우선 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부적합한 제도 규정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왜곡된 규정으로 인한 비합리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제도를 정상화 하는 것은 공무원연금의 낭비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정안정 효과는 당연히 발생하게 된다. 더구나 직접적으로 공무원연금의 부담을 늘리거나 보장을 삭감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제 공무원의 반발이나 거부가 크지 않기 때문에 매우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공무원연금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게 하기 위해서는 근본 성격을 확고히 해야 하는데, 그 기본은 공무원연금제도는 공적연금제도라는 것이다. 공적연금제도는 소득이 있는 경우 보험료를 부담하고 노후에 은퇴하여 소득이 단절되거나 감소되면 이를 보장하는 것이 기본 형태이다. 누구라도 연금개시연령이 되기 전에 경제활동을 해서 소득이 있으면 공적연금에 가입해서 재정 부담을 해야 한다. 공무원이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면 재직기간에 상관없이 공무원연금에 보험료를 부담해야하고, 퇴직을 해서 산하기관이든 금융기관이든지 어디에서라도 소득이 있으면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그리고 연금지급연령이 되면 그동안 가입했던 공적연금에서 각각의 연금을 합산해서 받으면 된다.

또한 보장 수준의 적절성과 노후 소득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과잉보장과 과소보장을 최소화함으로써 제도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장치가 가입자들 간의 ‘소득재분배 원칙’이다. 따라서 공무원 연금 제도가 그 목적과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기여와 보상 원칙과 재분배 원칙이 제도에 구현되어 있어야 한다.

현재의 공무원연금제도는 이와 같은 제도의 근본성격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첫째, 퇴직한 이후 산하기관이나 관련기업에서 높은 소득을 보장받는 경우에도 연금을 지급하고 있어 공적연금의 원칙에 어긋난다. 둘째, 노후의 안정적 생활보장을 위해서는 연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필요한 데 공무원연금에는 연금, 일시금이 혼재되어 있다. 공적연금에서 일시금 지급 제도는 지금은 제 3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과거 연금제도 초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노후보장을 위해서는 재직 중에는 재정 부담을 해야 함에도 공무원 연금은 33년 이상 재직 시 보험료 납부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

따라서 제도적 개선을 위해서는 먼저 경제활동에 의한 소득이 있을 경우 연금지급연령이 되기 전까지는 공무원 연금의 지급을 중단하여야 한다. 또한 모든 노후보장급여를 연금 형태로 전환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래서 모든 급여는 물론 퇴직수당도 연금 형태로 지급되어야 한다. 또한 과잉보장과 과소보장을 적절한 수준으로 보장하게 하기 위해서는 퇴직급여와 장해연금 등의 중복급여에 대한 적절한 수준이 되도록 조정이 필요하고, 연금급여의 상하한선을 도입함으로써 적절한 보장 수준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기여와 급여 원칙을 바로잡고 소득재분배 요소를 강화함으로써 적절한 노후보장을 하면서도 낭비적이고 과도한 지출을 제거할 수 있다. 이를 통한 재정안정 효과는 전체 지출의 약 8%가 절감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규모는 처음 연금학회가 제시한 개혁안에서 예상된 재정 안정 효과 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급여 삭감을 통한 재정안정화 추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형평성과 객관성

제도가 근본적 성격과 목적에 맞도록 정상화하는 조치가 이루어진 후에는 재정안정화를 위한 직접적인 조치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제도 정상화로 발생되는 8%의 재정 효과로는 재정 안정이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가적인 재정안정 조치가 있어야 한다. 재정안정을 위한 모수적 개혁에는 재정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과 연금급여를 낮추는 방안이 있다. 그런데 재정 부담을 늘리는 것은 재직 기간 동안 소득이 지속적으로 변화됨으로 인해 생활안정을 해치고 장기적 재정 설계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될 수 있으면 급여 수준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다.

실질적인 급여 삭감을 통한 재정 안정화 방안을 적용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형평성과 객관성에 있다. 과거 개혁처럼 경력이 짧은 공무원이나 미래 공무원에게 개혁을 집중하는 방식은 재정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음은 물론, 공무원과 공무원 간, 공무원과 국민 간 상호 불신과 갈등을 증가시킬 뿐이다. 특히 재정 안정화 정책은 현재 공무원 뿐 아니라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퇴직 공무원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퇴직자의 연금을 삭감하는 것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이미 연금수급자의 급여를 삭감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연금수급자가 현재 재정적자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연금수급자를 제외하거나 형식적 책임만을 지우는 방식의 개혁은 심각한 세대 간 불공평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재정 안정을 위한 노력이 과거, 현재, 미래의 공무원을 모두 포괄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재정에 대한 분담을 국가와 모든 공무원이 공동으로 책임지는 사회 연대적 원칙을 확보해야 한다. 공평한 부담을 통한 형평성 확보가 없는 개혁은 또 다시 왜곡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모든 공무원연금 관련자가 동일한 수준의 급여를 감액하는 방안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 방안은 각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부담을 적게 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재정안정 효과가 크게 나타나게 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퇴직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에게 5%의 급여를 감액하게 되면 실제 5%의 재정 안정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현재 개혁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일부 신규 공무원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워도 전체적으로는 그리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공무원 연금의 재정 안정을 위해서는 제도 정상화에 추가하여 약 15%의 급여 삭감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재정 감액은 현실적으로 한 번에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가가 한 푼도 추가 부담하지 않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또한 한 번에 이를 추진하는 것은 충격이 커서 논의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여러 차례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논의하고 공무원과 함께 논의하고 상호간의 이해와 양보를 찾는 노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공무원 연금 개혁은 복지국가 위기의 전형적 과제로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가가 예외 없이 겪었거나 겪고 있는 어려운 과제다. 선진국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공무원 노후보장은 초기에는 일반 근로자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가 점진적으로 그 차이가 좁혀지는 경향을 보여 왔다. 특히 개혁을 상대적으로 먼저 시작한 국가는 점진적으로 개혁에 대한 부담을 조정할 수 있었던 반면, 늦게 한 국가의 경우 개혁의 강도가 높았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미 1990년대에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 노력 부족으로 2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허송세월 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개혁의 강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를 더욱 키우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공무원 연금이 노후 보장을 위한 제도로서의 성격을 찾고, 지속가능한 제도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 연금 개혁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정치적 어려움과 기득권 상실을 이유로 또 다시 개혁을 회피하거나 어설픈 정책으로 눈가림하려 한다면, 개혁은 또 한번 좌초될 것이고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반대로 공무원과 정치권이 스스로 연금 개혁을 위해 노력한다면 국민은 공무원에 대해 신뢰를 보낼 것이고, 공무원 연금 개혁이 사회적 합리성을 회복하고 발전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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