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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연금의 존재이유를 되찾자
공적 연금의 존재이유를 되찾자
  • 이희우 전국공무원노조 정책연구원 부원장
  • 승인 2015.04.16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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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국민연금과 다른 고유한 성격 지녀 단순 비교 어려워…공무원연금개혁의 핵심은 공적연금 무력화와 사적연금 활성화

<공무원연금개혁 ⑤-공무원노조 입장>

불행하게도 한국에선 나이가 들면 참담한 삶의 밑바닥을 경험하게 된다. 가난하거나 스스로 삶을 포기하거나.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빈곤율과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보육, 교육, 의료, 주거 등 복지수준이 형편없이 낮아 스스로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데 그나마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이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 않아 노후의 삶이 팍팍할 따름이다.

오죽하면 최근 OECD가 “한국의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수준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소득불평등과 상대적 빈곤(특히 상대적 빈곤에 속한 비중이 49%에 달하는 노인층에 대해)을 개선하는 효과가 비교적 작은 편이다....(중략)....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이 빈곤을 줄이는데 보다 효과적이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중략)...국민연금의 포괄범위를 확대하고 소득대체율을 50%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권고까지 했을까.

빈곤한 노후의 삶은 외면한 채 정부와 여당은 공무원연금마저 국민연금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개혁’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 이 와중에 보험료가 다르고 제도의 성격이 분명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과 단순하게 비교하여 공무원연금에 대한 여론을 왜곡하는 것은 물론, 국민과 공무원 간에 갈등을 부추기는 비열한 수작을 서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내용은 무엇이며 어떤 문제가 있을까? 노후가 되어 빈곤의 나락으로 빠지지 않게 하려면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금 체제는 어떤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할까? 그 전에 먼저 공적 연금의 현황부터 살펴보자.

공적 연금의 현재

박근혜 정부는 국가재정상태도 모른 채 대선공약으로 모든 노인에게 평균 소득의 10%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가 예산부족으로 시행이 어려워지자 대상 확대는 포기하고 지급액 인상(5→10%)도 국민연금 가입연수에 비례하여 차등지급하겠다고 하여 국민연금 장기가입자(개악하지 않으면 2028년 이후 10%를 다 받을 수 있는 것을 2028년 가도 5%만 받게 됨)에게 불리하도록 제도를 변경하였다. 그 피해는 노인세대보다는 국민연금이 성숙해지면서 가입연수가 늘어나는 후세대들이 짊어지게 되었다.지난 2007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60%에서 단계적으로 40%로 낮추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하여 기초연금을 평균 기준소득의 5%에서 단계적으로 10%(‘28년)로 올려 총 소득대체율 50%를 유지하는 대대적 개혁이 단행되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은 1960년에 시행되었다. 고도성장기에 민간의 임금인상을 억제하려는 목적과 함께 낮은 보수로 공무원들의 직무전념을 유도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후한 급여를 지급했다. 1995년까지는 지급율을 상승시키면서 연금급여를 확대시켜왔고, 1996년부터 재정안정화 조치가 시작되는데 1차 개정(1996년 시행)에선 기여금을 상향시켰으며, IMF 위기 당시 10만 명 이상 공무원을 구조조정하면서 부양률이 급격히 증가하였고 2000년 기금이 고갈되기에 이르렀다. 2차 개정(2001년 시행)에서도 기여금을 상향했고 부족분을 전액 정부가 지급하기로 하여 부과식 연금으로 전환된다. 3차 개정(2010년 시행)에선 기여금 상향(27% 인상)뿐만 아니라 지급률도 하향 조정(25% 인하)되는 등 대대적인 개혁이 이루어졌지만 연금의 특성상 재정안정화를 위한 개혁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으므로 재정수지 적자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 공무원연금 개정안의 문제점

◆ 이해당사자 배제

박근혜 정부는 올해 3월 공무원연금 관련 논의기구인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서 이해당사자를 포함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그 위상을 자문기구로 전락시키면서 유명무실하게 만들었고 새누리당에서 민간보험회사 연구소가 다수 포진하고 있는 ‘한국연금학회’라는 학술단체에 연구용역을 주어 개혁안을 만들었다.

공무원연금 논의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공적 연금은 ‘연대성의 원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적 연금은 현 세대 내 다양한 계층 간, 현 세대와 과거 및 미래 세대 간 사회적 합의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미래 세대가 나의 노후를 보장해준다는 신뢰가 없다면 유지될 수 없는 정책이다. 더불어 강제가입과 신뢰 유지를 위해 정부가 책임감 있게 이해당사자간 갈등을 중재하고 해소해야 한다. 둘째, 공무원연금에는 후불임금의 성격이 가미되어 있다. 공무원연금은 낮은 보수에 대한 후불임금 및 권리제한에 따른 보상임금의 성격이 있다. 임금 문제는 노사 간 협상대상이 되므로 노사 간 대화는 필수적이다. 더구나 정부는 2006년 노사 간의 최초 단체교섭에서 “제39조(공무원연금제도의 개선) ①정부는 공무원연금제도 개선 시 이해당사자인 조합과 공직사회의 의견을 수렴하여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한다. ②전항의 실현을 위해 “공무원연금제도논의기구”에 조합의 참여를 보장한다.”고 체결한 바 있다.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무시될 때 사회적 혼란과 더불어 거대한 갈등해소비용이 든다. 일반 국민들 또한 논의과정에 노조 참여를 당연시 한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단체 소속 회원들이 2014년 11월 1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100만 공무원, 고원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인근 도로와 공원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뉴시스

◆ 공무원연금 특수성 무시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다른 고유한 성격을 지녀 단순 비교가 어렵다. 첫째, 공무원연금에는 사용자로서 국가의 부양책임이 가미되어 있다. 둘째, 적극적 인사행정 원리 구현으로 젊고 유능한 인재를 공직으로 유인하여 공직에 긍지를 가지고 충성을 다하여 장기간 근무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직업공무원제 확립에 기여한다. 셋째, 공정한 직무수행을 유도한다. 공무원이 고도의 윤리성과 책임성을 갖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도록「국가공무원법」상 영리행위 금지 및 겸직금지 의무,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퇴직 후 취업제한 규정을 두되 이에 대한 보상적 성격을 지닌다. 넷째, 산업재해보상과 후생복지 성격을 지닌다. (<표 1>참조).

구분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제도성격

노후(장애,유족) 소득보장

노후(장애,유족) 소득보장

 

 

※ 퇴직금, 산재, 고용보험은 별도 제도로 운영, 후생복지는 사용자 부담임

+퇴직금일부

+후불임금

+인사정책(인재영입, 장기근속,성실근무, 높은 도덕성)

+권리제한의 보상

+산업재해보상

+후생복지

만일 국민연금과 형평성을 맞춘다면 공무원연금이 지닌 이런 복합적 성격을 분리해야 한다. 먼저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100%를 지급하고, 낮은 보수에 대한 후불임금 성격을 없애 현재 보수를 현실화하고, 노동3권 제약 및 정치 자유의 제한 등 많은 권리 제한을 풀어야 한다. 더불어 민간산재보험에 들도록 하고 고용보험도 들어야 한다. 후생복지도 사용자(국가)가 부담해야 하고 소득기준 하위 70%에게 주는 기초연금도 지급해야 한다.

◆ 재정건전성 악화 원인 정부가 제공해

최근 수명 연장과 저출산으로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부양률이 급속히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연금제도가 성숙함에 따라 적립보다 지출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지불균형 구조가 장기간 지속된 이유는 후불임금 지급이 차기 정부로 미뤄진 탓이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낮은 보수를 주면서도 높은 충성도와 윤리성을 요구하고 미래 보수(연금)로 보상을 약속해왔다. 공무원들은 미래 보수를 믿고 낮은 보수를 참고 일해 왔다.

IMF 시기 공무원 구조조정으로 10만 명이 명예퇴직하면서 연금수급자가 급속히 늘었고 동시에 기여금을 내는 재직 공무원이 크게 줄었다. 이로 인해 연기금이 급격히 소진되었다. 게다가 국가의 부담율은 민간 고용주보다 낮다. 민간 고용주가 15.7% 보험료를 납부할 때 국가는 9.6%을 납부하였다(<그림 2> 참조).

이 밖에도 정부는 사용자 부담분을 연기금에서 부당하게 사용하였다. 사용자로서 당연히 책임져야 할 것을 공무원연기금에서 전용함으로써 기금의 고갈을 앞당겨왔다. 이 부당 사용내역을 합치면 2013년 현가로 20조원이나 된다. 공무원연기금이 최대치였을 때가 6조원이었으므로 정부가 민간 고용주처럼 제 구실을 다 하고 목적 외 사용을 하지 않았으면 고갈 시점을 많이 늦출 수 있었다(<표 2>참조).

이처럼 재정건정성 악화에 정부 책임이 크다면 먼저 정부가 잘못을 반성하고 이를 어떻게 부담할지 계획을 세우고 난 뒤 공무원에게 동참을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내 용

기 간

당시 금액

2013년말기준

현재가치

공공자금예탁 (기회비용)

82.1.1 ~ 99.12.31

17,985

27,897

군복무 소급부담금 미납

83.1.1 ~ 13.12.31

11,297

55,737

재해부조금

83.1.1 ~ 95.12.31

41

104,660

사망조위금

85.1.1 ~ 95.12.31

2,275

퇴직·유족급여가산액

85.1.1 ~ 91. 9.31

5,965

퇴직수당

92.1.1 ~ 95.12.31

6,144

공단 관리운영비*(연기금에서 지출)

83.1.1 ~ 13.12.31

4,317

16,045

합 계

 

48,024

204,339

※ 공단 관리운영비: 공무원연금법시행령 제73조에 의해 기금관리사업은 공무원연금기금에서 부담하며, 국가위탁사업(연금,재해보상)의 관리운영비는 국가 및 지차체가 부담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이를 부당사용이라고 볼 수 없음 [ 출처: 2014년 국감자료 (공무원연금공단 답변자료) ]

 

◆ 적절한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고려 없어

공적연금의 목적은 적절한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므로 연금제도를 개혁할 때 당연히 이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연금학회 안이나 새누리당 안 모두 오직 재정안정화만 목표로 하였을 뿐 노후소득에 대한 고려는 빠져 있다. 예컨대 2016년 일반직 9급 및 7급으로 임용되어 20년, 30년을 재직했을 경우 받는 첫 연금액을 보자. 새누리당 안처럼 신규자의 지급율을 절반이나 삭감하면 소득재분배로 보정이 된다고 해도 2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103만원(2014년 기준)에 못 미친다. 기초연금의 소득인정액 기준인 139만원(부부가구)에도 못 미치고 2012년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가구주가 생각하는 월평균 최소 노후생활비 184.7만원(부부기준)과 차이가 크다. 이 돈으로 과연 노후를 걱정 없이 보낼 수 있을까.  

구분

9급 임용

7급 임용

20년 재직

30년 재직

20년 재직

30년 재직

퇴직 후 첫 연금액

72만원

140만원

91만원

177만원

※ 출처 : 2014년 안전행정위 국감자료

※ 적용가정 : 2016년 임용공무원, 보수인상률 3~4.5%(기획재정부 장기재정전망 공통지침)

할인율 : 4~4.9%(기획재정부 국가회계기준)

 

◆ 공직부패 확산과 인재유출 조장

공무원연금은 부패로 징계를 받으면 연금액을 삭감하는 장치를 두어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막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무리하게 국민연금과 형평성을 맞추다보면 이 기능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또한 연금지급개시연령 연장(65세)이 정년연장과 연동되지 않는다면 5년간 소득단절기간이 발생한다. 이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는 공무원이 유관기관이나 산하 단체의 비리를 눈감아주며 편의를 봐주다가 퇴직 후 해당 기관으로 관피아가 되어 내려가는 것이다. 공무원에게 장기근무를 유도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노후걱정 없이 공직에서 충성하도록 유도하고 부패원인을 제공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현실보수가 낮음에도 유능한 인재들을 공직사회에 붙잡아 두고 있었던 것은 공무원연금 덕분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공직에 장기근무의 인센티브가 없다면 유능한 인재들은 민간으로 빠져나갈 것이다. 이미 안정적 노후생활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고 공직사회는 사기추락과 함께 큰 혼란이 올 것이다.

◆ 공적연금 축소를 계기로 사적연금 활성화

연금학회 개혁안대로라면 공무원연금의 평균수익비(2.3)는 국민연금 수준(1.7)보다 더 낮은 1.0으로 하락한다. 0%대 수익률로 원금을 까먹는 민간 퇴직연금보다는 높지만 낸 만큼만 받아가는 정기적금 수준에 그친다. 다음 수순은 국민연금 수익비도 여기에 맞출 것이고 결국 사적연금시장으로 돈이 몰려 활성화 될 것이다. 개혁안의 목적은 ‘노후소득보장’이 아니라 ‘재정안정화’라는 핑계로 공적연금의 축소를 통한 ‘사적연금시장의 확대’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퇴직수당(일시금)의 연금화(퇴직후 나누어 지급)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개정안에는 ‘퇴직수당연금’을 몰래 삽입시켜 놓았고 퇴직연금의 운용에 대해선 시행령에 위임하도록 만들어 언제든지 사적연금시장에 투입할 준비를 해놓았다. 요컨대 공적연금을 탄탄하게 하고 사적연금으로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연금을 무력화하고 상대적으로 보장성과 수익비가 낮은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다.

개혁의 방향

◆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하여 공적 연금 전반을 논의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사례로 든 오스트리아는 2005년 연금개혁 당시 사회적 합의를 통해 65-45-80의 원칙을 만들었다. 45년 가입 시 65세부터 80%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하는 내용을 이해당사자인 공무원과 정부가 참여하여 대타협을 이뤄냈다.

문제는 공무원연금이 아니다.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 수준으로 하락한다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다시 상향조정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 된다. 지금처럼 재정건전성만을 목표로 연금을 축소하다보면 공적연금은 완전히 무력화되고 사적연금에만 노후를 의존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개별 연금을 개혁논의를 하기 전에 공적연금 전반(기초연금, 국민연금, 특수직역연금)에 대한 목표 소득대체율을 정하는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 기구는 공무원연금 뿐 아니라 공적 연금이 적절한 노후소득을 보장하도록 논의를 해야 한다.

◆ 공무원연금 특수성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새누리당 개정안에는 빠져있는 공무원연금의 인사행정적 특수성(후불임금, 유보임금, 퇴직금 현실화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만일 국민연금과 통합하고 공무원연금을 폐지한다면 다른 제도를 통해 이 특수성을 보완해야 한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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