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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재 환자 주치의의 고민
어느 산재 환자 주치의의 고민
  • 원종욱 본지 편집기획위원/연세대 의대 교수
  • 승인 2015.06.28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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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환자의 경제적 어려움은 산재보험의 또 다른 기능으로 해결해야

의사 이씨는 근로복지공단 직원이 방문하기 전까지는 아무 어려움 없이 환자 김씨를 치료했다. 김씨는 48세인데, 2년전 직업성 천식으로 진단을 받고 산재보험으로 통원치료 중이다.

6개월 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김씨의 치료를 언제 중단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때는 특별한 생각 없었고, 김씨가 현재 약을 복용하고 있는 상태이고, 천식이라는 질병의 특성상 약을 완전히 끊기 힘들기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기 어렵다고 답변했었다.

그런데 일주일 전에 근로복지공단에 찾아와서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김씨는 현재 산재보험으로 치료 받고 있기 때문에 통원치료 하는 기간 동안 휴업급여를 계속해서 받고 있고, 만일 평생 동안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평생 동안 계속해서 휴업급여를 받을 것이라도 했다. 또한 천식이 있는 보통 사람들은 직장을 다니면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김씨가 현재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인지 물었다.

사실 현재 김씨의 상태는 그리 나쁜 편은 아니어서 천식 증상이 있을 때만 약을 복용하면 되는 상태이다. 그렇다고 해서 약을 완전히 끊을 수는 없다. 본래 다니던 공장에는 천식을 악화시키는 물질이 있기 때문에 다시 그 공장에서 일할 수는 없겠지만, 천식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 없는 다른 공장이나 다른 직업을 갖는다면 일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김씨의 입장은 또 다르다. 김씨는 나이도 많고, 건강도 좋지 않아서 다른 직장에 취직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산재보험에서 휴업급여라도 받아야 생활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자기가 아직도 약을 먹어야 하는데, 어떻게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느냐고 한다.

의사 이양심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의사 이양심씨의 고민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산재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많은 의사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특히 김씨와 같은 직업성 천식이나 심근경색증의 직업병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은 고민해 보았거나 고민해 보아야 한다.

천식은 환자에 따라서 상태가 여러 가지인데, 조금만 심하게 움직여도 숨이 찬 환자부터 일상 생활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환자까지 다양한 증세가 있다. 대부분 천식 환자는 급성기 치료가 끝난 후에는 약으로 유지하면서 증상이 심할 때만 적절히 치료하면 일상 생활에는 지장 없이 살 수 있다.

▲ 원종욱 연세대 의대 교수

심근경색증 환자는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가 더 흔하다. 심근경색증은 급성 발생시가 가장 위험하고, 이 시기를 지난 후에는 적절한 치료로 일상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심근경색증의 급성 발생기에 사망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환자들은 스텐트 삽입 시술을 하거나 관상동맥 우회수술을 받는다. 이런 시술이나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하지만 대부분 특별한 증상 없이 운동을 포함한 건강한 생활 할 수 있다.

산재보험에서는 환자가 치료를 원한다고 해서 무한정 치료할 수는 없다. 치료비 자체가 산재보험이라는 공적 재원으로 지불되기 때문에 적정한 기간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럼 언제까지 치료를 해야 하는가? 산재보험에서는 의학적으로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증상이 큰 변화가 없는 상태를 치유하고 하고, 이 시기에 요양을 종결한다.

의사들의 혼란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보통 의사들에게는 치료를 종결한다는 것은 더 이상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고, 약물 치료나 물리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즉, 통증이나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면 이 환자의 치료를 종결할 수는 없다. 환자가 원한다면 계속해서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의학적으로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도 현재 상태를 유지하거나, 통증이나 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 치료가 계속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심근경색증이나 천식은 완치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심근경색증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 거의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고, 천식도 또한 평생 지속적인 관찰과 필요시에는 약물 치료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를 중단할 수 없는 질병이다.

그러나 질문을 바꾸어 보면 답이 달라진다. ‘천식이나 심근경색증 환자가 현재 상태에서 일을 할 수 있는가?’ 대부분의 천식 환자나 심근경색증에서 회복된 환자들은 일을 할 수 있다. 물론 병의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특정 업무는 수행하기 어렵겠지만 일반적인 일은 할 수 있다. 산재보험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요양을 종결하거나 취업중 치료를 하는 것이 맞다.

의사들은 이 시점에서 또 한번 혼란을 겪는다. 만일 여기서 치료를 종결했다가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면 어떻게 하는가? 환자는 약물 복용 등의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데, 이것은 누가 부담해서 치료하는 것인가? 또 환자 김씨와 같이 취업할 수 없는 딱한 사정이 있는 사람을 어떻게 외면할 것인가?

이런 상태의 산재 환자들이 요양을 종결하면, 종결 시점의 환자의 상태에 따라 장해 여부를 판단한다. 천식이나 심근경색증 또한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 장해를 갖게되고, 장해 정도에 따라 장해보상을 받는다. 장해 등급이 낮은 경우에는 일시금으로 받고, 장해등급이 7급 이상이어서 연금을 받는 경우에도 4급 이하는 휴업급여보다 낮기 때문에 많은 산재 환자들이 장해급여보다는 요양을 계속해서 휴업급여를 받기를 원한다.

또한 요양 종결이 되고 장해 판정을 받은 산재 환자들은 후유증상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후유증상 치료는 기본적인 통원 치료를 포함한다. 후유증상 치료에 대한 비용은 산재보험에서 지급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인 치료는 유지된다. 물론 장해 정도에 따라 후유증상 치료 기간이 다르지만 필요한 경우 계속해서 후유증상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후유증상 치료는 요양 종결 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휴업급여는 지급하지 않고, 장해급여가 대신한다.

앞서 언급한 산재 환자 김씨 문제로 돌아가 보자. 김씨의 경우는 산재보험법에 따르면 의학적 치료 효과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증세 고정의 상태에 해당하기 때문에 요양을 종결해야 한다. 김씨의 천식 증상은 그리 심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아마도 산재장해 11급 정도의 장해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김씨는 평균임금의 220일 분의 장해급여를 일시금으로 받게 될 것이다. 물론 후유증상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김씨는 자신의 말대로 천식도 있고, 나이도 많아 취업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취업하지 못하면 경제 생활에도 많은 지장이 있을 것이다.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의사는 우선 법에서 정한대로 요양 종결을 하는 것이 맞다. 김씨의 경제적 어려움에 가슴 아픈 것은 사실이지만, 의사가 이 문제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 주고자 요양을 종결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것은 산재보험에 더 큰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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