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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은 화합을 위한 지휘자입니다”
“구청장은 화합을 위한 지휘자입니다”
  • 대담․정리 : 신성은 지식문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15.06.28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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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듯한 건물을 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관악구의 핵심 비전은 ‘소통’과 ‘혁신’…‘사람’을 중심에 두는 ‘민관협치도시’를 만들 계획

“더나은 미래 리더” ② 유종필 관악구청장 인터뷰

21세기 ICT 시대에도 그는 여전히 아날로그 정치인이다.

첨단문명이 점령한 행정엔 치밀하고 잡다한 매뉴얼로 가득하다. 과도한 매뉴얼엔 여유가 없다. 분명 이게 아닌데 싶어도 거기엔 떡하니 규칙이 버티고있다. ‘정신’을 거론하면 ‘형평성’을 말하고 ‘준법’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무원들을 답답하다고 하는 것 같다. 행정엔 원칙이 중요하니 공무원들만 나무라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관악구청에 가보면 뭔가 다르다. 다른 구청과는 기준이 다른 것 같다. 활발하다. 분주하다.

플래카드가 수시로 바뀌고 계속되는 행사로 번잡하다. 구청 1층엔 사람들이 모여 계속 뭔가를 이야기한다. 관악구청엔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지식도시락, 평생학습, 작은 도서관....인구가 50만이 넘고 분주한 관악구민들이 구정(區政)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구정에 관심이 있다면 관악구청과 구정은 항상 열려 있다. 그래도 한국에선 스위스의 칸톤에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관악구는 구민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구민들이 느끼는 공무원들의 느낌도 다르다.

왜 그럴까. 답은 유종필 구청장이다.

아주 인간적이다. 카리스마가 있다. 그는 이 첨단문명의 시기에도 모든 답은 사람, 인간에 있다고 단언한다. 그가 도서관에 매달리고 경로당을 쫓아다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다른 구청장들처럼 그렇게 미세행정에 익숙해지려 노력하는 것 같지 않다.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는 구청장이란 화합을 위한 지휘자라고 강조한다. 행정관청과 구민, 보수와 진보, 기관과 기관, 모든 것이 화합할 수 있고 충돌할 수 있다.

그런데 관악구에 가보면 정말 화합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가 만나서 함께 일하고, 서로 다른 세대가 대화하고 협의한다. 한국에서 가능한 칸톤이 있다면 여기다.

관악구의 구정 활성화는 유종필 구청장의 동분서주에서 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의 활동량을 보면 ‘산소탱크’가 연상된다.

가능한 최대한의 직접 민주주의를 꿈꾸는 인문주의자 유종필 구청장과의 인터뷰는 1월 29일 구청장실에서 이뤄졌다.

산소탱크가 연상될 정도의 활동량입니다. 축구에 박지성이 있다면 지자체엔 유종필이 있다는 말이 어울립니다.

현장에 가지 않고서는 주민에게 다가설 수 없습니다. 민선 5기부터 강조해온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통해 민선 6기에도 현장중심의 정책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2011년부터 21개 동 주민센터를 찾아가 ‘목요일마다 동장이 되는 구청장’을 운영했고, 경로당, 어린이집, 뒷골목에서 대형공사장까지 직접 다니며 민원현장에서 주민과 소통한 결과 3,942건의 건의사항을 수렴했습니다. 그리고 매주 간부회의 시 처리상황에 대해 직접 확인해 최대한 신속히 민원이 해결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법령이나 예산상의 제약에 묶여 처리할 수 없는 것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건의사항의 92%를 처리했거나 처리 중입니다. 청소행정도 이른 새벽 주민과 대면하고 대화하기 위한 소통행정의 하나입니다. 현장에 가면 문제점을 금방 파악할 수 있고 대책도 바로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에도 등산화를 신고 집에서 1시간쯤 걸어서 출근을 합니다. 출근길에 푹 패인 보도블록 등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발견하기도 하고, 우리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만한 사항들이 없나 구석구석 순찰도 합니다. 최고의 스승은 바로 주민입니다. 어려워 보이던 현안도 현장에서 주민을 만나 소통하다 보면 해결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앞으로 민선 6기도 관악구를 종횡무진 누비며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해소해주기 위해 더욱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번에 박우섭인천시 남구 구청장이 최고위원직에 출마하셨습니다. 중앙당이 위기인데요. 지자체 자산들이 위기돌파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방자치를 부활시키고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하셨습니다. 당 지방자치위원회의 위상이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당이 지자체를 너무 얕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은 지방자치국도 없어지고 실무자도 거의 없습니다. 중앙당과의 교류도 거의 없습니다. 이것은 정말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당엔 풀뿌리 민주주의 인력이 엄청납니다. 이러한 생활정치 경험을 당의 자산으로 바꿔내려는 시도입니다. 진보 보수의 이데올로기를 넘어 현장이 갖는 중요성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제도적 보장을 해야 됩니다. 아마 당에서도 수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모두가 작은 도시에서 정치와 행정을 시작한 지자체 자산들 아닙니까.

▲ 직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유종필 관악구청장의 모습

지방자치의 위기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가장 큰 문제는 재정입니다. 실제로 가용할 수 있는 재정이 거의 없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재정사업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수 없습니다. 재정문제에 대한 보다 심각한 문제의식과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문제를 포함, 지방자치에 대한 중요성과 제도적 안정성을 정치권과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중앙당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평입니다. 중앙당 이력이 적지 않으신데요. 돌파할 방법이 있을까요.

여러 가지 위기가 있습니다. 다양한 진단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물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국민회의 시절 DJ라는 정치거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타정치인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초재선 의원들은 당의 젊은 피였습니다. 과감하게 주장하고 새로운 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엔 소장파 의원들의 역할이 많이 떨어집니다. 이전엔 DJ가 발굴한 정동영, 정세균, 천정배, 김한길, 추미애, 신기남 같은 스타정치인들이 발군이었습니다. 참 아쉽습니다. 결국 인물입니다. 새로운 인물들이 많이 나와야합니다. 그게 위기돌파의 핵심입니다.

제도적 측면보다 인물난, 리더십을 강조하시는 거죠.

평민당은 80석 정도였는데도 대여투쟁을 정말 잘했습니다. DJ의 지도력이 탁월했습니다. 리더십이 참 중요합니다. 허리도 중요합니다. 상임위를 기억해보세요. 탁월한 상임위원이 있으면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원내대표, 정책위원장, 대변인 등 각 파트에서 여당을 압도해야합니다. 그런데 그런 인물이 별로 안보여요. 각 분야에서 자기역할을 잘 해야 합니다. 작은 단위의 전투에서 이겨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당 위기하면 계파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지도자급, 허리급, 소장파 등 각급의 맨파워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없는데 관악구는 왜 이렇게 일을 많이 벌이십니까.

돈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의지가 중요합니다. 거기엔 여야도 없고 이데올로기도 없습니다. 친여단체로 인식되고 있는 새마을문고와도 많은 일을 했습니다. 여의도와 다릅니다. 지역 일에 진보, 보수 구분 같은 것은 없습니다. 새마을문고 분들이 저를 믿어 줬습니다. 그분들의 자산을 활용했고 자원봉사자들은 정말 많았고 우리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덕분에 세계적인 작은 도서관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입니다.

지난 해 36개 분야에서 기초단체 관련 상을 수상하셨습니다. 8억원이 넘는 시상금을 받으셨는데요. 자랑 좀 해주시죠.

지난해 관악구는 1300여 직원 뿐 아니라 주민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서울시와 중앙부처 등 외부기관의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민관협치’ 등을 포함한 36개 분야에서 8억 6천여만원의 시상금을 받았습니다. 꽃과 나무로 가득한 고향 같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서울, 꽃으로 피다’는 어린이집, 학교, 아파트, 상가 등에 주민이 함께 다양한 꽃과 나무를 심는 사업인데, 우리구가 서울시 최우수구로 뽑혔습니다. 이 사업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10회에 걸쳐 관악구가 줄곧 최우수구, 우수구로 선정되어 왔습니다. 녹화사업 분야에서는 명실공히 관악구가 최고임을 다시 입증 받은 셈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토도시디자인대전’에서는 ‘걸어서 10분거리 도서관 조성사업’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는 등 3년 연속 수상의 영광을 누렸습니다. 열악한 재정 여건을 극복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지역을 상징하는 독특한 도서관을 조성하고 문화를 이끌어가는 도서관 정책을 펼쳐 도서관을 최고의 도시공간으로 꾸민 점이 높이 평가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복지전달체계 개선 분야’ 최우수 지자체로 뽑혔습니다. 저 개인으로도 256개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활동하는 범시민단체연합으로부터 ‘좋은 자치단체장상’을 받았습니다.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 사업’이 가장 잘한 일

2번째 임기를 맞고 있습니다. 많은 업적을 남기셨는데요.가장 애착이 가는 사업을 꼽으라면.

단연 도서관 사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평소 지역을 다니다 보면 주민들로부터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본인이 자주 이용한다는 분도 있고, 자녀들이 종종 이용한다고도 합니다. 관악구 곳곳에 자리 잡은 작은 도서관에 반해 이사 와야겠다고 하는 타구 주민도 꽤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마다 매우 뿌듯합니다. 민선 5기 시작부터 추진한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 사업’으로 취임 초 5개이던 도서관이 지금은 지하철역 유비쿼터스 도서관을 포함해 43개로 늘어, 집에서 10분만 걸으면 누구나 도서관을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도시를 만들 때 도서관을 가장 먼저 계획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뉴욕에도 한복판에 도서관이 있지 않습니까? 도서관이 정말 중요합니다. 또, 모든 도서관의 책이 통합전산망으로 관리되어 52만권의 책을 도서관끼리 공유하고 있습니다. 또, 주민들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신청하면 차량 3대가 지역을 순회하며 집 가까운 도서관으로 책을 배달해 줍니다. 우리구에서는 이 서비스를 ‘지식도시락 배달’이라 부릅니다. 작년 한 해 주민들에게 배달된 지식도시락이 무려 27만권에 이릅니다. 한 권씩 쌓으면 관악산 9배 높이가 됩니다. 이러한 우리구의 도서관 사업에 대해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덴마크 등 해외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달 초에는 서울시 부시장급에 해당하는 덴마크 코펜하겐시 기술환경 부문 시장을 비롯한 17명의 공무원들이 U-도서관을 보기 위해 관악구를 방문했습니다. 13억 인구가 시청하는 중국의 CCTV는 지난해 5월 ‘전철역으로 옮겨 놓은 한국의 도서관’을 주제로, 관악구의 책 배달 서비스와 유휴공간을 활용한 작은 도서관을 소개했습니다.

자체 재정상황이 열악하다보니 재정사업엔 엄두를 못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록 저예산이긴 하지만 이렇게 많은 일을 벌여나갈 수 있는 비결이 있습니까?

저는 번듯한 건물을 짓는 것보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왔고 도서관 확충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관악구청 1층에는 ‘용꿈 꾸는 작은 도서관’이 있습니다. 2012년 11월 문을 연 이 곳은 이제 하루 1,0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찾고 있습니다. 기존 시설을 이용해 큰 돈 들이지 않고, 주민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제가 민선 5기 취임 초부터 추진해 온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 사업의 취지입니다. 우리구 도서관 사업에서 건물을 새로 지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기존 시설을 최대한 이용해 도서관을 짓고 서가를 기증도서로 채웠습니다. 이렇게 도서관 1개 짓는 비용으로 지금까지 지하철역 ‘무인 유비쿼터스 도서관’까지 포함한 도서관 38개를 설치했습니다. 또 새마을문고 회원을 비롯해서 자원봉사자들에게 사서교육을 시켜서 운영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저비용 고효율을 실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재정이 풍부하면 좋습니다. 그러나 재정난만 탓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아이디어를 내고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최선을 다해서 목적을 향해 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살아있는 행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초단체 재정난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 ‘지식도시락 배달’을 주제로 우수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유종필 구청장.

경로당을 많이 찾으시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오늘의 한국은 한평생 희생과 사랑으로 지역사회에 봉사하신 어르신들이 계시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어르신을 잘 모시는 관악이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목요일마다 동장이 되는 구청장’을 진행하면서 우리 지역에 있는 109개 경로당을 모두 빠짐없이 방문한 이후 저는 수시로 경로당을 찾아가 어르신들께 애로사항이 없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피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는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경로당 곳곳을 방문해 유리창과 문틈에 단열 뽁뽁이를 붙여 드렸고, 어르신들이 버스를 기다릴 때만이라도 추위를 피하실 수 있도록 관내 버스정류장 35곳에 비닐천막으로 만든 동장군 대피소를 설치했습니다. 지난 임기 때는 ‘경로당 활성화 종합 계획’을 수립해 경로당 운영 전반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습니다.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경로당을 고향집 사랑방처럼 편하게 찾아 오셔서 쉬고 즐기며 마음껏 여가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올해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관악노인종합복지관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해 경로당으로 찾아가 한방진료도 해드리고, 맷돌체조도 가르쳐 드리고, 컴퓨터 사용법도 알려드릴 겁니다. 신사경로당 옥상에서는 오는 3월부터 물과 배양액만으로 상추 등을 재배하는 공동작업장을 운영할 예정인데, 어르신들께 경로당이 일자리 공간으로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로당을 건축연도, 면적, 중식 인원 등에 따라 등급을 나눠 운영비와 냉난방비 등을 지원할 것입니다. 저는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니고, 경로당입니다. 매일 매일을 어르신들을 위한 날이라고 생각하고 늘 정성을 다해 모실 것입니다.

이번 정책박람회에서 큰 인기를 누리셨습니다. 정책박람회에 대해서 평을 해주시죠.

지난 해 11월 전국 81개 기초단체가 서로의 정책을 공유하고 정책 발전의 기회로 삼자는 의견에 입을 모아 ‘자치분권 정책박람회 조직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2015년은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해 올해 초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지방분권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정책박람회가 열렸습니다. 서울의 17개 자치구를 포함한 총 49개의 기초단체가 참석해 서로의 우수한 정책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서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관악구의 도서관 정책을 알리기 위한 강연자로 나서, ‘달동네’라는 이미지를 벗고 ‘도서관의 도시’, ‘지식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 준 관악구의 지식복지사업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특히, 가까운 도서관에 원하는 책이 없거나 대출 중인 경우 다른 도서관의 책을 집 가까운 곳에서 받아볼 수 있게 배달해 주는 ‘지식도시락 배달’ 서비스에 대해서는 많은 기초단체들이 배우고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정책박람회에서 선보인 각 기초단체의 우수한 정책들을 응용하고 우리구의 특성에 맞게 잘 접목하면 앞으로 관악구가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 읽는 도시’, ‘인문학 도시’ 만들기 위해 노력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개발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지역을 개발하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여건이 너무나 열악합니다. 휘황찬란한 건물을 짓고 도로를 만드는 것만이 개발이 아닙니다. 관악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삶을 의미 있게 채워주고 풍요롭게 해주는 ‘지식 복지’ 개념을 도입해 개발에 대한 발상 자체를 바꿨습니다. 관악구는 달동네 이미지가 강한 곳이었습니다. 국내 최고 서울대학교가 관악구로 옮겨온 지 벌써 수십년이 됐지만 좀처럼 종전 지역 이미지를 벗어나기가 어려웠습니다. 도시인프라도 매우 취약하고 전체 면적의 59.7%가 공원녹지라 개발 가능한 토지 또한 희박해 산업시설을 유치하는 등의 지역개발사업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이런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는 민선 5기 취임 이후 관악구를 ‘책 읽는 도시’ ‘인문학 도시’로 만들기 위해 ‘걸어서 10분 거리 작은 도서관’ 만들기 사업에 적극 나섰습니다. 우리 주민의 소득을 일시에 올려주거나 갑자기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삶의 질을 높여줄 수는 있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는 어느 곳에 가든 ‘도서관 구청장’ ‘책 읽는 구청장’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우리구의 도서관 정책은 전국 자치단체로 퍼져나가 도서관 만들기 붐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일본, 중국 등 외국 언론이 주목하고, 덴마크와 같은 선진국이 관악의 도서관 정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합니다. 지역에 잠재된 자원을 최대한 살리고 한계를 극복해 자치단체별 특성에 맞게 개발을 이루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유경제가 최근 유행합니다. 공유경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건뿐만 아니라 공간, 정보 등 유무형의 서비스를 막론하고 나눠쓰자는 것이 바로 공유경제입니다. 우리구도 이러한 사회적인 흐름에 발맞춰 함께 쓰고 나누는 ‘공유도시 관악’을 만들기 위해 물건, 공간, 정보 등 5개 분야 34개 공유사업을 발굴했습니다.

우선, 집에서 보관 중인 책을 모아 이웃들과 함께 보기 위한 ‘공유서가’를 구청 1층 용꿈꾸는작은도서관과 관악문화관도서관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감명 받은 개인 소장 도서를 공유서가에 두고 다른 사람이 기증한 도서를 읽거나 골라가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식과 감동을 이웃과 함께 나눠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것은 물론 책 읽는 분위기 확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웃과 물건을 공유하는 것 외에도 2013년부터는 자치회관 강당, 회의실 등 유휴공간을 동아리 활동, 마을공동체 모임, 토론회, 각종 단체 회의장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또, ‘사람’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공유사업으로 ‘리빙 라이브러리’, ‘대학생 멘토링’, ‘명사와 함께하는 건강강좌’ 등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부족한 자원을 이웃과 함께 쓰고 나누는 공유문화가 지역에서 활발히 이뤄지도록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공무원들이 구청장 임기 중에 구청장의 행정철학에 얼마나 따라온다고 보십니까?

정책을 판단하는데 구청장의 철학과 안목은 주민의 생활과 밀접히 연결됩니다. 저는 사람에 우선 투자하는 것이 관악구의 미래비전이라 생각합니다. 직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일례로 저는 특별한 직원정례조례를 마련했습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직원조례를 훈시 위주의 딱딱한 형식에서 탈피해 동영상과 사진을 활용해 직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테드(TED) 형식의 발표회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너의 엉뚱한 생각을 맘껏 펼쳐봐’라는 슬로건을 가진 발표회에서는 매번 생각지도 못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옵니다.

관악구 직원들이 일상에서 체득한 경험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두가 공유하고 나누기 위해 자유스러운 소통의 장을 마련해 직원들의 역량강화를 통한 자질향상과 더불어 직원과 직원, 직원과 주민 상호간의 벽을 허물어 신뢰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직원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주민들이 더욱 만족할 수 있는 유연한 행정으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관악구의 가장 핵심적 비전은 무엇입니까?

단연 ‘소통’과 ‘혁신’입니다. 민선5기에 다져진 화합과 통합의 기반 위에 직원 간 내부 소통과 주민들과의 외부 소통을 통한 혁신으로 ‘사람’을 중심에 두는 ‘민관협치도시’를 만들 계획입니다. 주민,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사람중심관악특별위원회’ 운영 등 민관 거버넌스를 구정 전 분야로 확대하고, 현장중심의 행정으로 구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관내에 서울대가 있습니다. 서울대와도 제휴가 많습니다. 요즘 다시 서울대 집중현상이 강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교육문제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주시죠.

우리구는 지난 2011년 서울대학교와 ‘포괄적 학·관 협약’을 맺은 후 ‘관악구-서울대 발전을 위한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매년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주민을 위한 사업 발굴 등 관악구와 대학이 상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주요 학관협력 사업으로 ‘관악영재교육원’, 미술영재를 육성하기 위한 ‘창의예술영재교육원’, 서울대 이병천 수의대학교수의 재능기부로 진행되는 ‘생명과학여행, 대학생이 멘토가 되고 관내 청소년이 멘티가 돼 취미생활 등을 공유하는 ‘대학생 테마별 톡톡멘토링’, 취약계층 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주말물리학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특히, ‘관악영재교육원’은 지역 내 우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전국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 서울대학교 내에 설립된 것으로 현재까지 7회에 걸쳐 총 8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수진이 관악구 평생학습관으로 직접 출강해 진행하는 ‘시민대학’은 20기까지 운영돼 약 1183명이 수료했습니다. 우리구는 서울대학교라는 훌륭한 파트너 덕분에 학생들을 위한 차별화된 교육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학생들이 꿈을 키워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원할 예정입니다. 그밖에도 서울대를 비롯해 숭실대 등 16개 대학과 ‘교육’, ‘주민복지’ 등 123개의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철학을 공부하셔서 더욱 그러신 것 같은데요. 인문학의 위기가 심각합니다.

흔히들 ‘인문학이 밥 먹여 주냐?’고 합니다. 인문학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자신 있게 대답합니다. 밥 먹여 줍니다. 우리구에서는 그동안 서울대학교, 플라톤아카데미와 함께 진행한 인문학특강, 유명 석학을 초대한 동․서양의 인문학 등 흥미로운 강좌를 열어 지난해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 25,00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앞으로는 체계적인 인문학보급을 위해 인문학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각 분야의 명사를 초청한 인문학 강좌를 지역 곳곳에서 열어 관악구를 인문학의 도시로 만들 것입니다. 특히, 지난해 한 달에 한번 꼴로 진행된 인문학 강좌를 매주 1회 열어 인문학이 주민의 삶 속에 깊이 파고 들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구청장의 역할과 관악구의 비전을 말씀해주시죠.

지식복지 관악입니다. 우리는 주거지역으로서 지식과 최대한 복지를 구현, 살기 좋은 지식도시를 만드는 것입니다. 삶의 질을 올리는 것은 돈이 없이도 할 수 있습니다. 관악구에선 걸어서 도서관을 갈 수 있습니다. 인문학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교육에도 각별히 신경 쓰는데 관내 서울대가 큰 도움이 됩니다. 서울대는 구청에 아예 팀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멘토링 사업이 인기 있습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가정 형편이 없는 학생들의 멘토링을 통해 교육도 해주고 상담도 해주는데 정말 인기가 높습니다. 강좌도 어마어마합니다. 저희도 서울대를 위해 많은 행정편의를 제공합니다. 서로가 좋은 것입니다.

구청장은 정치인이자 행정가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화를 지휘하는 것입니다. 아티스트예요. 서로 다르고 충돌할 수 있는 것들을 조화시켜내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사업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구청장의 역할입니다.

다양한 경력이 있으신데요. 다시 태어나면 무슨일을 하고 싶으십니까?

작가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세계문학기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세계적인 작가들을 탐방해서 우리가 좋아하는 작가들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3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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