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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의 뇌관 그리스
유로존의 뇌관 그리스
  • 조양현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부소장
  • 승인 2015.07.06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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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와의 협상 통한 위기해결 불가피…독일, 그리스 지원에 소극적인 반면 프랑스, EU 기금 통한 지원 찬성…역내 국가간 차이가 결국 유럽 재정위기 유발 가능성 내포하고 있었던 것

<위기의 유로존 ②-그리스 어디로 가고 있나>

유로존이 흔들리고 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무력이 아닌 합의로 유럽 국가들이 유럽연합을 출범시키면서 세계의 이목을 받았다. 더 나아가 유럽연합은 자유로운 무역과 통합 수준을 높이기 위해 화폐통합이라는 거대한 출발을 하였다. 유로존의 구성은 분명 새로운 시도였다.

유로존의 출범으로 유로존 국가들은 낮은 인플레이션과 저금리라는 경제적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저금리 기조가 안착되면서 투자가 활성화되고 실업률이 낮아졌다. 이 때까지만 해도 유로존은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유로존의 영광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흔들리고 있다. 특히 남유럽발로 시작된 유로존의 위기는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화폐통합으로 개별국가가 더 이상 환율정책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결국 유로존의 성패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흔들리는 유로존의 현황과 평가, 전망 등을 살펴본다.

<이코노미21>은 그리스 재정위기로 촉발된 유로존의 위기를 3월호 특집으로 다루었다. 그리스의 현재 상황은 3월 당시보다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이며, 그리스 문제는 결국 유로존 전체의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 편집자 주

 

2007년 이후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는 2010년 들어 그리스 등 남유럽을 강타했으며, 유로존 국가의 재정위기가 EU 경제권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마침내 2010년 4월, EU가 긴급 구제금융(bail-out) 지원방안을 발표했으나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이른바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더욱 확산되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남유럽 경제위기 가능성이 예상되는 국가의 정부채권 가격이 급락했고, S&P, Moody's 등 정부채권 신용평가기관들도 그리스 등 남유럽 정부채권 신용등급을 대거 하향조정하면서 2011~12년 중 글로벌 금융위기는 심화되었다. 그런 가운데 2013~14년에는 EU 경제권의 거시경제상황이 호전되었으나, 2015년 1월의 그리스 조기총선을 전후하여 그리스 정국불안이 또 다시 유럽지역과 글로벌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리스 총선 이후 집권한 시리자(Syriza Unifying Social Union, 급진좌파연합) 정부의 EU, IMF 등의 채권단에 대한 금융지원 재협상과 긴축 재정정책 전환 등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불안한 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5년 1월 조기총선에서 그리스 제1야당이던 시리자가 승리하면서 기존의 신민주당이 추진한 긴축재정정책과 경제개혁이 일단 중단된 상태다. 집권한 시리자 소속 치프라스(Alexis Tsipras) 총리는 공공부문 인력감축과 긴축정책 등의 기존 정책을 반대하면서 경기부양(110억 유로 지출), 채무재협상을 통한 부채탕감(3분의 1 이상) 등을 선거공약으로 주장하면서 EU 정책과의 대립과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리스 신정부는 2010년부터 2,400억 유로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승인받았지만, 실업률이 27%로 치솟는 등 기존 구제금융 처방이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그리스 국민들은 공공부문과 노동시장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연금수급액 감소, 임금 삭감 등으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이와 관련하여 유로존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는 그리스 위기상황 전개과정과 EU의 지원대책, 그리고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의 현황과 위기 해결과제 등을 재검토하면서 그리스 문제 해결 가능성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그리스 위기상황과 EU의 지원대책

2009년 4분기 이후 그리스 재정위기가 가시화되면서 그리스 정부채권 수익률 스프레드가 급상승하기 시작했고 정부채권 신용등급이 급락하는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2010년 3월 말 그리스는 EU와 IMF에 긴급 금융지원을 요청하면서 위기국면에 진입했다. 그리스 5년 만기 정부채권 수익률(최고 수준) 추이를 살펴보면, 2007~09년 중에는 2~4% 수준을 형성했으나 2010년 12.89%, 2011년 34.85%, 2012년 50.35%(사상 최고치, 10년 만기 44.05%)로 급등추세를 나타냈다가 2013년 이후 안정세를 보였는데, 2014년에는 최고 8.55%, 최저 2.71%(연말 8.42%)를 기록했다가 2015년 1월 이후 최고 14.53% 수준으로 상승했다. 또 10년 만기 그리스 정부채권 수익률도 2012년 2월 33.27%를 기록한 이후 2013년 12월에는 8.7%까지 하락했고, 2014년 4월에는 6.2% 수준을 형성했다. 한편, 그리스 정부채권 신용등급은 재정위기 이전인 2009년에는 S&P A-, Moody's A1 등급으로 상위수준이었다. 그러나 S&P는 2009년 12월 그리스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조정한 이후 2010년 4월 BB+로 강등했고, 이후 2011년 3월 BB-, 5월 B, 6월에는 CCC로 다시 강등했다. S&P는 2012년 2월 그리스 신용등급을 SD(부분적 채무불이행 수준)로 추가 강등했으나 5월 그리스 부채감축 등을 반영하여 CCC로 상향조정했다가 12월 5일 그리스 정부의 국채매입설이 나온 직후 SD로 하향조정했으나, 구제금융 지원이 재개되면서 12월 18일 B-, 2014년 9월 B로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의 채권단과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협상시간 부족, 그리스 금융기관의 유동성 제한, ECB의 그리스 정부채권 담보인정 제외 중단 등을 이유로 S&P는 2015년 2월 6일, 그리스 신용등급을 B-로 다시 강등했다.

그리스 위기 전개과정을 요약하면, 2009년 10월 총선 이후 집권한 사회당 정부는 재정적자 및 정부채무가 각각 GDP의 -12.7% 및 11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리스 정부채권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2010년 3월 EU는 250억 유로 상당의 긴급 금융지원에 합의함으로써 그리스는 일단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의 단기외채를 상환하기에는 가용재원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더욱 더 문제가 되는 것은 EU에서 합의한 그리스 지원내용이 명확하게 구체화되지 않았으며, 지원내용도 원칙적인 합의 수준에 그쳐 그리스의 채무불이행이 현실화될 경우 EU 차원의 지원체계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우려되었다. 마침내 2010년 5월, EU 및 IMF가 그리스 지원 규모를 3년간 1,100억 유로로 확대하는 긴급 금융지원방안(1차 구제금융)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유로존 국가는 800억 유로, IMF는 대기성차관을 통해 300억 유로를 각각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그리스 사태가 유로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EU 재무장관회의에서 총 7,500억 유로에 달하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2013년 7월 상설기구로 정착)의 조성방안이 결정되었다. 즉, EU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600억 유로(국제수지균형기금), 유로존 국가는 4,400억 유로(지급보증), IMF는 2,500억 유로를 각각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2011년에 그리스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자, 7월 유로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EU, IMF 및 ECB의 긴급 금융지원 방안이 2012년 2월 최종 결정되었다. 동 지원방안(2차 구제금융)에 따르면, 총 1,300억 유로의 유동성을 지원하되, 민간채권단 보유 정부채권 2,050억 유로에서 53.1%(1천억 유로 상당)를 탕감하고, 나머지 31.5%(700억 유로)는 최대 30년 만기의 정부채권 스왑, 15%(300억 유로)는 직접대출로 지원하는 것이었다. 그리스 지원조건으로 최저임금(22% 수준), 임금(15%), 연금 및 실업수당 삭감, 공무원 1만 5천명 감원(2015년) 등을 통해 재정지출(GDP 대비 1.5% 수준) 축소, 3억 2,500만 유로 추가 재정감축 등으로 GDP 대비 재정적자비율을 -7%(2014년) 이내로 억제하는 긴축 재정조치가 요구되었다. 실제로 그리스의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비율은 2009년 -15.6%에서 2014년 -4.2% 수준으로 크게 개선되었다.

2014년 말 이전에 다소 소강국면이던 그리스의 조기총선에 따른 정치․사회 불안정성 증대로 국제금융시장이 다시 동요하고 있다. 시리자 정부가 제시한 요구사항을 정리하면, 기존 구제금융 이행조건의 70%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나머지 30%를 OECD와의 합의에 의한 10대 개혁정책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의했다. 또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시점(2015년 2월말)부터 신규 협상체결 예상시한(2015년 8월) 이전의 유동성지원(40억~50억 유로)을 위한 브리지론 지원과, 구제금융(2월 28일 종료예정인 구제금융 분할지원금 72억 유로 집행지연) 대신에 EU와의 합의에 의한 개혁 4개년 계획을 통한 채무재조정을 주장하고 있다. 또 명목GDP 증가율에 연동한 정부채권을 EU 구제금융(EFSF가 보유한 1,420억 유로)과 교환하고, 무기한 채권을 ECB가 보유한 그리스 정부채권(270억 유로)과 교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리스는 채권단과 합의한 2015년 기초재정수지 흑자 목표를 GDP의 3%에서 1.49%로 낮춰달라고 추가로 제안했다. 요컨대, 그리스 정부는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은 수용할 수 없으며 기존 채무에 대한 상환을 거부하고 신규 구제금융 방안을 수용하자는 데 대해, 독일 정부는 그리스가 채무상환 연장을 요청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채무삭감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ECB(유럽중앙은행)는 2월 11일부터 그리스 정부채권을 담보로 한 대출승인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ECB는 2010년 이후의 구제금융 합의조건으로 그동안 그리스 긴급구제를 위해 투자부적격 평가등급을 받은 그리스 정부채권도 예외적으로 담보로 인정, 초저금리(0.05%)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번 조치로 ECB의 저금리 대출혜택을 누리고 있던 그리스 금융기관은 ECB의 긴급유동성지원(Emergency Liquidity Assistance)을 통해서만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어 유동성 확보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또한, ECB는 그리스 정부의 재정증권 증액 요청도 거부했는데, 그리스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하지 않고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재정증권 발행한도를 현행 150억 유로에서 250억 유로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유로존 위기의 발생요인, 해결과제 및 시사점

2010년부터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는 유로존 국가의 경제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견해가 대체적이다. EU 28개 회원국뿐만 아니라 유로존 국가(19개국) 내에서도 국가간 경제력 격차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U와 유로존의 역내 국가간 산업구조, 노동생산성 및 대외경쟁력 등의 차이가 결국은 유럽 재정위기를 유발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그리스는 소규모 경제권, 산업경쟁력 저하 등에 기인한 저성장, 경상적자 확대에 따른 외채상환부담 가중 등으로 경제 구조적 취약성에 노출되어 왔다. 그리스 정부는 2001년 유로존 가입 당시 정부채무 등의 통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고, 유로존 가입 이후에도 재정개혁을 소홀히 하였으며 선심성 경제정책을 남발하는 등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EU가 그리스 재정위기 극복을 지원하기로 합의했으나,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재정적자가 악화되었고 유럽 지역의 전반적인 정부채무 급증이 유로존 결속의 최대 위험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그리스 지원대책에 대해 프랑스와 독일 등 EU 회원국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EU 차원의 그리스 지원해법이 계속 지연되었다. 특히 국제금융시장에서는 IMF가 그리스를 지원하게 된 것도 EU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았다. EU의 그리스 지원에 대해 독일 정부는 리스본조약의 유로존 국가에 대한 지원근거가 불명확하고 도덕적 해이 등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함에 따라 그리스 지원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가 재정위기에 직면한 그리스를 지원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에는 양국 은행들의 그리스에 대한 외화자산(exposure)이 많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독일과 프랑스는 자국 은행들이 그리스 재정위기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그리스를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유럽 재정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EU는 자체적으로 조성한 자금이 부족할뿐더러 최종적으로 구제금융 지원의 최종 대부자(last resort) 역할을 하는 독일이 위기 초기부터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체계적인 문제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 EU는 관세동맹 및 실물거래 자유이동보장(Single Internal Market), 단일화폐도입(EMU) 등의 통합단계를 거쳐 이론적으로는 재정동맹(Fiscal Union)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재정동맹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EU 역내 회원국의 주권(sovereignty)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있으므로 그 중간단계로 은행동맹(Banking Union)을 추진하기로 2012년 6월 합의했다. 이에 따르면, EU는 은행감독기구(SSM) 및 부실정리기구(SRM) 출범, 유럽 예금보험기구(SDG) 설립의 단계를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은 양적완화(QE) 조치 등을 시행하면서 EU 역내 경기부양 및 유동성지원 조치를 강화하고 있어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관한 문제는 그리스 및 독일 정부가 모두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EU 확대과정에서 아직은 유로존 탈퇴의 선례가 없고 관련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관한 국제사회의 시각은 비현실적 제기론에 불과하다. 다만, 그리스 정부가 독일, 프랑스 등 EU 중심국과의 구제금융 협상 및 이행조건에 관한 갈등이 남아 있어 그리스 문제는 다분히 정치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리스는 유로존의 구제금융 지원 없이는 채무불이행이 가능성이 크므로 EU와의 협상을 통한 위기해결이 불가피하다. 현재 그리스의 외환보유 사정과 외채구조 및 단기외채상환부담 등을 고려할 때, 그리스가 자국민 입장만을 고려하여 더 이상 버티기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3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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