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퇴직후 창업과 재취업, 당신이 꼭 알고 있어야 할 정부지원제도」 기사에서 인생후반전을 위한 창업과 재취업을 위해서 공공기관을 적극 이용하라고 언급한 바 있다.
퇴직후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창업 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수 있고 사무공간과 회의실 등 창업을 위한 업무공간을 지원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다. 전국 15군데에서 운영되고 있는 시니어 창업센터가 바로 그런 곳이다.
지난 11월호에 중장년의 창업을 지원하는 시니어 비즈플라자를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부터 명칭이 시니어 비즈플라자에서 시니어 창업센터로 변경되었다. 소상공인센터에서 운영하던 시니어 비즈플라자를 올해부터 창업진흥원에서 관리하게 되면서 명칭이 시니어 창업센터로 변경되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마포 시니어 창업센터를 방문하다
시니어창업센터는 전국에 15개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수도권의 5개 센터와 지방권역에 10개센터가 있다. 창업넷(www.startup.go.kr)을 통해 센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또한 국번없이 1357과 내선 3번으로 전화하면 센터에 대해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다.
필자는 서울에 있는 노원구, 마포구, 성북구 시니어 창업센터 중 마포구 시니어 창업센터를 방문하기로 했다. 서울에 있는 3개의 시니어 창업센터는 모두 서울 북쪽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어서 서울 한강 이남에 있는 사람이 찾아가는데는 큰 맘을 먹지 않고는 방문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마포구 시니어 창업센터를 방문하기 위해서 지하철을 타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탔다.
마포 창업 복지관이라는 간판이 달린 건물에 들어서니 1층에 「산책」이라는 북카페가 있다. 제과점보다는 저렴한 가격의 커피와 빵을 먹을 수 있고 책장에 비치되어 있는 책을 볼 수 있다. 마포 창업 복지관 4·5층에는 마포비즈니스 센터로 불리는 창업보육센터가 있고 6층에 시니어창업센터와 1인 창조기업센터가 함께 위치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 시니어창업센터에 방문했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복사기와 팩스, 커피가 준비되어 있고 책장에 중소기업청에서 발간한 「행복충전 시니어40+」, 서울시에서 발간한 「창업 첫걸음 아이템」등 창업 관련 책자가 비치되어 있었다.
책자를 보고 있으니 담당자가 친절하게 맞이해줬다. 마포 창업 복지관은 시니어 공동센터라고 하는데 1인창조기업과 시니어창업센터가 같이 입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1인 창조기업은 지식서비스 및 전통식품 제조, 공예품 등 제조업분야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 전문기술, 지식, 지식재산권을 사업화하는 개인, 개인사업자, 법인으로 대표자를 포함한 종사자가 1명인 기업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1인 창조기업은 나이를 불문하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한 1인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반면에 시니어 창업센터는 만 40세 이상 중장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지원 기관이다.
시니어 창업센터 회원의 추적관리가 안되는 점은 아쉬워
시니어 창업센터의 회원들이 이곳에서 창업교육을 받고 준비하여 창업한 성공사례가 많은지 궁금했다. 창업을 준비한다면 결과가 제일 중요하지 않은가. 그는 시니어 창업센터를 통해 창업을 하고 성공사례로 언론에 보도된 몇몇 사례를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이곳에 회원으로 등록하고 창업을 하는 분들에 대한 꾸준한 추적관리는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창업을 하겠다고 등록한 회원 중 실제로 창업을 몇 명이 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는지,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창업한 회원들의 경우 사업이 운영이 잘 되는지 물어봐야 하는데 시니어 창업센터 회원들이 주로 50대가 넘는 사람들이다보니 “왜 물어보냐”며 부담스러워 하는 회원도 있다고 한다.
시니어 창업센터에서 지속적인 추적관리를 하기 어려운 이유는 회원들에게 센터를 사용하는 비용를 받지 않고 무료로 운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회원들도 창업자금등 직접적인 금전적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은 없다. 그러다보니 시니어 창업센터의 시설을 무료로 이용하고 비용없이 창업교육을 받으면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창업 후 사업의 지속적인 운영현황에 대한 질문에 소극적일 수 있다.
시니어 창업센터에서 실제 창업은 주로 인사, 자금, 노무, 헨드헌터 등의 컨설팅 창업을 한다고 한다. 중견기업에서 부장급이상 직급으로 퇴직했던 분들이 많아 컨설팅 창업 후 처음에는 퇴직 전 근무했었던 자회사에서 일감을 받아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창업 후 1,2년이 지나 예전 회사에서의 예우가 끝나면 일감이 떨어져 사업을 접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창업을 하면 대표들이 직접 영업에 나서서 지속적으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널리 홍보를 해야 하는데 주로 사무직으로 경험을 쌓아온 사람에게는 영업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내가 옛날에는 이랬는데. 한 때 잘 나갔는데” 이렇게 과거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뽑았다.
시니어 창업센터에는 주로 40대 중후반에서 50대의 퇴직자들이 많다. 이들은 사회 경험이 많은 세대이며 경험을 살려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반면에 1인 창조 기업은 젊은 층인 2,30대가 주류를 이룬다. 1인 창조 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열정은 갖고 있으나 운영노하우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시니어와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사례도 있다. 창업을 준비하는 시니어가 1인 창조기업의 재무나 경영관련 임원을 맡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시니어들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력으로 창업을 했지만 판매망이 확보가 안되어 사업이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이때 1인창조기업의 젊은 대표들의 마케팅 지원을 하여 협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마포 창업 복지관처럼 1인창조기업과 시니어 창업센터가 같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장년창업센터를 방문하다
이번에는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에 입주해있는 장년창업센터에 방문했다. 장년창업센터는 창업을 희망하는 40대 이상 장년층의 「창업지원 사업」과 재능기부형 창업멘토를 육성하는 「희망설계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시니어 전문 창업지원 기관이다. 장년창업센터는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멀지 않은 서울 강남권에 위치해있다. 서울의료원 건물로 들어서자 외벽에 ‘장년과 함께하는 동행’이라는 글자와 난(蘭)을 그린 벽화가 보였다. 장년창업센터 안내 푯말을 따라 건물 입구에 들어섰다. 1층 로비에 「열린공간」팻말이 있는 공간에 탁자와 의자, 커피자판기, 책장에 책, 그리고 TV가 보이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세 대의 컴퓨터가 있다. 커피숍처럼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공간으로 꾸몄다. 로비 맞은편에는 교육장이 마련되어 있다.
창업관련 상담을 받고 싶다고 안내데스크에 있는 분에게 얘기하니 상담을 해주는 창업멘토가 곧 올테니 잠시 기다려달라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 장년창업센터의 일반회원등록 신청서를 작성했다. 회원은 일반회원과 창업회원으로 나뉘는데 일반회원은 창업 관심자로 연중 상시로 등록이 가능하며 창업회원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통과하여 사업자등록을 한 사람들이다. 특이한 건 창업하는 사업장의 주소지를 장년창업센터의 주소로 등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택외에 사업장 소재지가 필요한 창업자에게는 유용한 정보다.
신청서 작성 후 회원카드가 발급되었는데 당일부터 출입이 가능하며 공용사무실 사용이 가능하다. 필자가 신청한 일반회원의 자격은 1년이다. 일반회원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개설되어있는 창업교육을 수강할 수 있고 개방형 창업 공간과 커뮤니티 협업화 공간을 활용하는 공간지원을 제공받는다.
창업회원의 자격은 6개월이며 최대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창업회원은 창업교육외에 창업공간, 회의실, 미팅룸과 창고, 캐비넷등의 공간 지원을 받으며 전시회 및 제품상담회, 성공사례의 언론홍보 등 마케팅 및 홍보지원을 받을 수 있다.
20년 이상의 전문경력을 가진 창업멘토에게 창업에 대한 조언을 받다
잠시 후 창업멘토가 있는 창업상담 데스크로 이동했다. 창업멘토는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내방한 시니어들의 창업 상담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직종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자로 장년창업센터에서 창업멘토를 육성하는 「희망설계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12주에 거쳐 수료한 시니어들이다.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창업을 하고자 하는 청·장년사업가에게 전달하고 재능기부를 통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다. 한 명은 건설회사에서 임원으로 은퇴했고 다른 한 명은 대기업의 오랜 직장생활의 경험과 창업경험까지 있는 분이었다. 공통적으로 20년 이상의 사회생활을 하면서 쌓였던 경험과 노하우를 창업을 하고자 하는 시니어들을 위해 나누는 재능기부가 보람이 있어 창업멘토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장년창업센터는 영리기관이 아니고 창업멘토도 재능기부로 활동하기 때문에 창업 상담을 객관적이고 진실성을 가지고 진행 할 수 있다. 또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창업멘토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들은 창업상담을 할때 굳이 시니어 창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재취업도 염두에 두고 진행한다고 했다. 퇴직한 중장년에게는 무엇보다 수입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창업관련된 교육과정은 성공창업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매월 과정이 개설된다. 교육과정을 보니 사업계획서 작성과 실전 창업, 잘 알리는 마케팅 내 손으로 만들기, 개인 브랜드로 만드는 기업 브랜드 전략, 재무관리 이론과 실제 등 창업에 꼭 필요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창업멘토와 함께 장년창업센터의 시설을 살펴보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위치한 좌석선택시스템을 통해 3층 창업공간의 빈자리를 검색하고 원하는 위치를 사용 예약했다. 일반회원들이 이용하는 3층 창업공간은 고정된 좌석이 아니라 방문할 때 마다 빈자리를 예약하는 유동좌석제로 총 200석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창업회원은 4층의 창업공간을 고정좌석제로 사용할 수 있다. 2층에는 운영사무실과 창업공간, 협업공간과 공용기기실, 회의실이 있고 3층은 창업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좌석선택시스템을 통해 3층 창업공간에 예약한 좌석을 찾아가 보았다. 칸막이가 된 책상이 있고 자리마다 자신의 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시니어들을 볼 수 있었다.
운영사무실에 들러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년창업센터에 등록되어 있는 창업회원은 200여명, 일반회원은 1000여명 이라고 한다. 이곳에 등록해 활동하는 회원 중 창업해서 활동하는 회원들의 수는 어떻게 되냐고 문의하자 회원제로 변경되어 통계자료는 이제 축적중인 단계라고 했다. 등록 회원들이 실제 창업으로 진행되는 비율이 얼마가 되는지, 창업성공사례로 판단할 수 있는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가 궁금했는데 데이터가 없다니 아쉬움이 들었다.
창업을 준비하는 중장년들과 창업센터의 발전을 위하여
창업을 생각한다면 시니어 창업센터나 장년창업센터를 방문해서 상담을 받고 관련 교육과 지원받을 수 있는 내용을 확인하라. 다양한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시니어 창업멘토들에게서 조언을 받고 사무공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면 창업 초창기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한편 창업센터에서는 창업을 위한 교육과정과 센터에서 제공하는 업무공간이 실제 창업을 할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창업을 한 사람들을 추적관리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할 수 있다. 그렇게해야 창업센터를 찾는 시니어의 창업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창업센터를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베이비부머들만 해도 매년 20만명 이상 퇴직하는 현실에서 중장년 퇴직자들이 찾아갈 수 있는 창업센터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전국에 시니어 창업센터가 15곳에 불과한데 정부차원에서 시니어들을 위한 창업을 위한 지원센터를 대폭 늘려야 한다.
다음 기사에서는 노후준비를 위해 정부에서 파격적인 세제상의 혜택을 주는 연금저축계좌와 퇴직연금제도에 대해서 다룰 것이다. 퇴직을 앞두고 있는 중장년이라면 특히 놓치면 안될 정말 좋은 제도인데 의외로 잘 모르고 있는 사람이 많다. 다음 기사에서 자세히 안내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