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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중심 명품도시 종로’를 만들고 싶습니다”
“‘사람중심 명품도시 종로’를 만들고 싶습니다”
  • 대담 : 원성연 편집인 정리 : 양경모 기자
  • 승인 2016.02.1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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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종 종로구청장 인터뷰〕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도시를 만들어 가는 ‘문화 구청장’의 역할 다할 것…‘윤동주 문학관 건립’ 등 도시를 재생시키는 일에 가장 보람 느껴

〔김영종 종로구청장 인터뷰〕

스페인 북부에 있는 도시 빌바오는 죽어가던 도시를 다시 살린 이른바 ‘도시재생사업’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빌바오는 1980년대 주력 산업인 철강업이 붕괴하면서 실업률이 25%까지 치솟고, 황폐해진 낡은 공장은 지역의 붕괴를 상징하였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대에도 1997년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1억 달러를 들여 유치한 구겐하임 미술관 건립 이후 도시는 다시 생기를 얻었다. 이젠 한 해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빌바오의 성공사례를 한국에 접목시키려는 구청장이 있다. 바로 김영종 종로구청장이다. 김 구청장은 정치인으로는 특이하게 도시계획전문가이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도시재생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는 종로구를 ‘사람중심 명품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또 서촌 등이 포함된 지역 특성을 반영해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역할을 ‘문화구청장’이라고 표현한다. 김 구청장이 추진한 도시재생사업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모범적인 사례로 인정하고 있다.

‘문화구청장’으로서 어떤 종로구를 만들어 가고 싶은지를 알아보기 위해 김영종 구청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3월 9일 종로구청장 집무실에서 이루어졌다.

<정치일반>

<이코노미21> 대한민국 지자체가 많이 발전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정치참여보다 지역 행정일을 하다보니 정치쪽에 관심을 많이 안가졌다고 스스로 느끼지만 제 생각은 정치인들이 주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현안들에 대해서는 공개하고 국민들과 둘러 앉아서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해야함에도 몇몇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다보니 갈등이 생기고 정책이 엇나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여야는 물론이고 당 내부에서도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그것을 유연하게 다른 당이나 시민단체, 국민들과 충분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여건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이 토론을 잘 하지 않는데 싸우는 모습보다는 토론하고 의논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면 국민들이 정치를 잘 한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구에서는 행정업무를 처리하면서도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사업에 있어서 문제가 생기면 잠시 멈추고 토론을 충분히 한 다음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21> 우리나라 기초단체의 어려움이나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재정문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재정의 불균형, 지자체에서 재정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행정서비스를 하는 것 같아요. 중앙정부와 광역시는 자기들이 직접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부분을 나눠서 하면 더 잘할 것 같은데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기초단체와 업무를 나눠 하려면) 대신 예산낭비를 철저히 감시하고 제도화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예산낭비를 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시스템을 충분히 갖춰서 검토를 거쳐 진행해야 하는데 주민들에게 당장 서비스하기 위해 섣불리 공약을 이행해야한다는 논리로 강행한 것들이 실패하면 다 예산낭비로 되는 거예요.

지자체가 한 번에 다 하려고 하지 말고 충분히 검토를 해서 시행하면 낭비를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정부는 그런 문제들을 보완해 나가면서 예산도 과감하게 지원도 해주고 하면 지자체 부담도 줄어들 것입니다. 정치는 함께하는 것이지 지자체나 중앙정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국민들이 보기에는 이 국가사업이 중앙정부에서 하는건지 지방정부에서 하는건지 도에서 하는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무리하지 말고 중앙정부와 협력해서 ‘이것이 꼭 필요한 사업인지’ 논의하고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면서 진행 한다면 결과가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종로구 직원들한테 일을 하나하더라도 ‘천천히’하라고 합니다. 작은 일도 천천히 하되 제대로 하라고 지시합니다. 

<이코노미21> 기초단체장 선거를 하지말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특히 여권에서 자주 거론되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부분은 민주주의를 하지 말자고 해석되는 얘기 같습니다. 민주주의, 해야죠. 지자체가 제대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할텐데 몇몇 지자체 단체장들의 일부 일탈행위 때문에 지자체를 근본적으로 믿지 못해서 하는 얘기 같아요.

‘세계화의 지방화’라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인데 지방의 역할을 없애버리겠다는 발상은 완전히 중앙집권적인 발상이죠. 제 생각으로 주민들의 욕구를 제대로 잘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앙정부가 지방까지도 다 컨트롤하겠다고 하는 것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지방자치를 함으로써 주민들의 편익과 권익이 얼마나 증가됐는지는 증명된 사실이고 그 부분을 돌려놓겠다는 것은 맞지 않는 얘기입니다.

<구정 업무>

<이코노미21> ‘행복드림 1.0 프로젝트’의 개념과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입니까?

주민들이 살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라고 생각합니다. 몸만 편한 것과 행복한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느낍니다. 행복지표로 사회의 물리적인 환경이나 객관적 지표뿐만이 아니라 개인차원에서 행복은 크게 볼 때 다섯가지라고 봅니다. 자신의 건강상태, 재정상태, 친지·친구와의 관계, 가정생활, 사회생활 등에 초점을 두고 이것들이 어떻게 경험되면서 행복이라는 느낌을 주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행복의 조건은 다분히 주관적이지만 종로구에서는 ‘주민들이 행복해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2015년부터 ‘행복드림 1.0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종로구는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조성 뿐만 아니라 특히 오랜 전통유산과 많은 문화시설을 주민이 경험할 수 있는 여건 등을 조성하여 행복지수를 높이도록 할 것입니다.

 

 

 

「행복드림 1.0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행복에 관하여 주민들이 직접 정의하고 구의 기본 정책이 궁극적으로는 주민의 행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제도적으로 명시한, 전국 최초의 행복 조례, ‘서울특별시 종로구 행복증진에 관한 조례(가칭)’를 주민발의로 제정할 것이며, 조례에 의해 구성된 종로행복위원회는 종로구 행복지표 개발과 행복 정책 제안, 시민 행복실천운동 등을 전개할 자발적 참여위원회로서 일반시민과 전문가 등 약 170여 명으로 구성하여 오는 10월 출범할 계획입니다.

 

 

현재 조례제정 이후 종로행복위원회이 모체가 될「행복드림 1.0 프로젝트」에 참여할 주민그룹인『종로 행복드림 이끄미』를 모집하였습니다 .

『종로 행복드림 이끄미』는 종로구 행복정책을 만드는데 자발적으로 참여한 주민(28명)과 전문가 및 시민단체 5명, 공무원 등 총 40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지난 3월 10일 위촉식과 오리엔테이션을 가졌습니다.

행복조례 제정이후 종로구만의 행복지표를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정기적으로 측정하여 정책에 반영하고 주민들이 행복에 대한 보편적 기준을 공감하는 시민운동도 함께 병행할 예정입니다.

<이코노미21> 종각역(1호선)~종로구청~광화문역(5호선) 연결 지하 보행로 사업은 무엇인가요?

종로구는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청진동 일대(청진구역 1, 2·3, 5, 8, 12~16지구)에서 시행되고 있는 청진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의『종각역-광화문역 지하연결보행로 기공식』을 지난해 2월 27일 가졌습니다.

2010년도 7월 구청장 취임을 하고 청진구역의 도시환경정비 사업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고 착공은 물론 계획조차 하지 않고 있는 사업장들로 언제 지하보행로가 조성이 될지 묘연한 상황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이에 ‘각 지구를 하나의 사업장으로 간주하여 보행동선과 지하공간을 개발하면 각 빌딩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물론 하나의 관광명소로 재탄생 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설득한 결과 5개 사업장이 협의체를 구성하여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크게 ▲종각역 1호선과 광화문역 5호선의 연결통로 설치 ▲종각역 확장 개선 ▲각 지구 연결 지하 공공보행 통로 설치 ▲전통 문양의 보행로 조성 ▲전통 근린공원 조성을 하게 됩니다.

지하보행로에는 쇼핑몰과 편의시설이 들어설 예정으로 지역상권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며, 각 사업지구별로 지하보행로가 연계되면 종각역(1호선)에서 종로구청과 광화문역(5호선)까지 연결되어 보행편의도 크게 개선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청진구역 지상부에는 600년 역사·문화 종로의 전통미를 상징적으로 담아낼 근린공원과 옛 피맛길과도 연결되어 주변지역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지상보행로가 조성되며, 특히 근린공원과 지상보행로는 한국 고유의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전통 문양과 다양한 형태로 특색있게 꾸며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 계획입니다.

종로구 청진구역은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는 것과 동시에 예술, 금융, 초고층 업무시설 등 현대적 모습 또한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 큰 지역으로, 이 사업은 큰 그림과 섬세한 부분까지 파악할 있는 오랜 건축가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사업은 약 567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가야 하지만, 모두 민간 자본으로 이루어져 예산이 부족한 우리 구 현실을 감안하면 예산절감과 사업 효과는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코노미21> 자문밖(구기·부암·신영·평창·홍지동) 창의예술마을 조성 계획은 어떤것인가요?

자문밖 지역의 자연환경과 지역의 인적, 물적 인프라를 활용하여 지역주민들과 함께 세계적인 아트밸리(Art Valley)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북한산이 감싸 안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미술관, 갤러리 등이 밀집되어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예술가들이 살고 있는 문화마을입니다.

세계적인 아트밸리(Art Valley)를 만들기 위해 복합문화시설, 종로문학관 건립 등 물적 인프라 확충뿐만 아니라, 지역의 예술가와 주민들을 연계하여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문화예술마을로 만들어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2013년 12월 이 지역을 아트밸리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이래 직원 토론회와 주민 간담회 등을 통해 추진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였으며, 지난해 4월에는 아트밸리 조성사업과 연계하여 국민대와 종로구가 상호협력을 통해 지역의 문화·예술 및 교육 발전을 도모하고자 ‘상호 업무협력 및 교류협약’를 체결 하였습니다.

2014년 5월부터 11월까지 아트밸리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하였고,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아트밸리의 정식 명칭을 ‘자문밖 창의예술마을’로 명명하였습니다. 또한, 지난 11월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재능기부로 문화특강, 전시회, 공연을 열고, 예술가의 집과 스튜디오를 개방하는 등 자문밖 문화축제를 개최하였습니다.앞으로도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예술가들의 활동을 돕고 마을 전체를 예술작품처럼 디자인하여 세계적인 아트밸리(Art Valley)로 만들어 간다면 우리 종로는 옛 전통과 현대 문화가 잘 어우러진 ‘문화 종로’로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코노미21> 임기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사업을 꼽으라면?

종로의 문화적 자긍심은 정통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 왕조의 중심지였던 지역이라 역사적 유물과 흔적이 곳곳에 집중 되어 있으며, 이와 더불어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위인들의 생가터는 물론 문학․예술인들의 다수가 종로에서 사시면서 작품활동을 한 본거지이기도 합니다. 또한, 도심 속에 있지만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는 공기 좋고 살기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역사 문화가 바로 종로의 정체성이기에 구민과 함께 옛 것을 그대로 잘 지키면서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종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윤동주 문학관 건립’과 ‘인왕산 자락의 수성동 계곡 복원’, ‘전통문화시설 무계원 건립’, ‘청운문학 도서관 건립’을 들 수 있습니다.

윤동주문학관은 기존의 공간적 특성을 활용하면서도 열림과 닫힘, 옛것과 새것, 빛과 공간이라는 건축의 기본명제를 정교하게 재구성한 작품으로 높게 평가 받았으며, 다른 문학관과 달리 스토리텔링을 통한 독특한 전시 기획으로 하늘과 바람 그리고 별, 민족 등 윤동주 시인의 시 세계를 잘 표현하여 문학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2012년 7월 복원한 수성동 계곡(수성동천)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하여 자연을 훼손하고 인왕산 조망권과 경관을 저해하고 있던 옥인시민아파트 9개동을 철거하고 철저한 고증을 거쳐 전통조경방식으로 원형 그대로 복원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고 문학을 테마로 하는 종로구립 청운문학도서관을 개관하였습니다. 인왕산 자연과 가장 잘 어울리도록 지상에는 우리 전통건축 양식인 ‘한옥’으로, 지하부분은 건축물 이용의 효율성을 고려하여 양옥으로 구성하여 한옥과 양옥이 자연스럽게 결합한 형태의 건축물입니다.

<이코노미21> 재정상황이 열악하여 재정사업에 대한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종로구는 재정자립도가 50%로 서울시 자치구 중 4위이지만 문화재 공공기관 등 비과세 및 감면대상이 많아 세입 증대에 어려움이 있으며, 구 도심지로서 도로, 하수도 등 도시기반시설이 노후하여 관리비용 등 재정수요가 많고, 상주인구는 16만명이지만 유동인구가 200만명을 상회하고 있어 추가적인 행정수요 발생으로 인한 세출요인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정의 어려움으로 해결하고자, 신규 사업은 계획단계부터 타당성을 철저히 검증하는 등 세출부분에 있어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여 주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을 위주로 구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구 등 인근 구와 협력을 통한 지역자원 활용성을 극대화 하는 등 예산절감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여 왔습니다.

일례로 우리구에서는 그동안 ▲종로 장애인복지관 건립비 75억 전액시민모금 및 재능기부 ▲방통대, 홍익대 나눔주차장 458면 이용협약으로 약 549억 ▲한강천변 다목적 운동장 조성 공시지가대비 약 432억 ▲자동차 견인보관소 서대문구와 공동이용협약으로 약 42억 ▲평창동 생명숲어린이집 건립비 25억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 전액 부담 ▲광화문역~종각역사이 지하보도 공사 567억 전액 민간자본시행을 하는 등 열악한 재정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1,690억 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예산절감을 위한 노력과 창의 행정으로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서울시를 포함하여 인접한 자치구, 또한 민간기관의 적극적인 협력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이코노미21>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개발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오랜 시간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을 잘 보존하는 일과 함께 미래의 도시는 양적개발과 확장 보다는 사람중심의 질적 재생과 정비를 우선하는 도시재생에 의한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사례로 빌바오 효과를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스페인 북부 소도시인 빌바오는 1980년대 주력 산업인 철강업이 붕괴되면서 실업률이 25%까지 치솟으며, 오염된 강 옆으로 보이는 낡은 공장은 바로 절망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1997년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시설인 구겐하임 미술관을 1억 달러를 들여 유치하였습니다. 처음에 시민들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그런데 투자할 돈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크게 반대하였지만, 주민들을 설득하여 미술관이 건립되면서 산업폐기물로 더러워진 강이 정화되고 관광객이 찾아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제 빌바오는 예전과 달리, 생기가 넘치고 아름다운 도시로 바뀌어 한 해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관광명소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명소가 도시 전체에 변화를 주는 것처럼 도시재생에 양적인 확장보다는 질적인 개발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청장 취임 후 저는 구도심인 종로구의 도시재생도 한방의 침술효과와 같은 도시재생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시를 생명체라 가정할 때 이런 원리를 적용해 본다면 종로구와 같이 정체된 구도심의 재생을 위하여 대단위 아파트 단지나 거대 상업 건축과 같이 한 지역에 집중되는 블록 단위의 면적인 개발 보다는 도시 곳곳에 중소규모의 공공 공간을 분산시켜 개발하고 점차 이러한 점적인 공간이 서로 네트워크를 이루면 주변 지역에까지 치유의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종로구의 대표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세종마을의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경복궁 서측에 위치한 세종마을은 통인시장과 금천교시장 외에는 별다른 특색이 없는 마을로 상권이 활성화 되지도 않고 조용한 동네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통인시장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전통시장 조성사업’, ‘윤동주 문학관 건립’, ‘수성동 계곡 복원’, ‘구립 박노수 미술관 건립’, ‘한옥 구립 청운문학도서관 건립’ 등 환경개선과 문화 인프라를 구축한 결과 2~3년 사이 세종마을은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변모하였습니다.

<이코노미21> 공유경제가 최근 유행합니다. 공유경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유경제란 물품은 물론, 생산설비나 서비스 등을 개인이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자신이 필요 없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빌려 주는 공유소비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경기침체와 환경오염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사회운동으로 확대돼 쓰이고 있으나, 우리 구에서도 공유도시 종로만들기의 일환으로 나눠 쓰고 함께 쓰는『공유사업』을 곳곳에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유도시란 물건, 공간, 정보 등의 유·무형의 서비스를 독점적 소유가 아닌 공유와 교환, 대여의 형식으로 여럿이 함께 사용함으로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주민 편의를 증진하고 지역 내 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도시를 말합니다.

공구를 나눠쓰는 ‘우리동네 공구상점’과 책을 돌려읽는 ‘공유서가’를 운영하고 있으며, ‘꿈나무 영유아 장난감 나눔터’, 종로구청사 내 자전거 보관대 옆에는 ‘나눔 자전거 수리대’를 설치하여 필요한 사람에게 무료로 대여하여 함께 나눠 쓰고 있습니다.

또한 활발한 공유도시 추진을 위해 종로구 공유도시 촉진계획을 수립해 공간, 물건, 정보 등 각 분야별 공유사업을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나눔 주차장 ▲공공시설 유휴공간 ▲민간분야 공간공유 ▲어르신-대학생 주거공간 공유 ▲휴먼 라이브러리 등이 그동안 추진해 온 대표적인 공유 사업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코노미21> 종로구에서 추진하는 ‘도시시설물 비우기’사업은 어떠한 것입니까? 

저는 주민들이 느끼는 사소하고 작은 불편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고민한 결과 구민이 안전하고 행복한 건강도시를 만들기 위해 2013년부터 시설물을 정리 정돈하는 ‘도시시설물 비우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변 환경이나 이용자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고 도시 곳곳에 세워져 있는 안내 표지판, 전신주, 신호등, 펜스, 교통시설물 등 각종 시설물들이 도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선 관련기관과 협의하여 도로 곳곳의 주민보행에 불편을 초래하고 미관을 저해하는 중복되거나 사용빈도가 낮은 시설물을 없애고, 기능이 유사한 것은 통합하는 등 도시를 새롭게 디자인하여 실용적인 공간으로 바꿔가고 있습니다.

종로구는 그동안 도시비우기 사업을 통해 총 11,764건(비우기 3,519건, 줄이기 144건, 보수 8,101건)에 이르는 시설물을 정비해 도시를 정돈했으며, 지난해 4월부터는 시설물 설치 전에 유관단체와의 실무협의회를 거쳐 91개의 시설물을 통합․설치하도록 유도해 2억여원의 예산 절감을 이루어냈습니다.

2015년에는 지난 2013년부터 추진해 온 ‘도시비우기사업’ 3년째를 맞아 도시비우기 사업이 전국에 확산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여 체계적으로 정비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도시비우기 사업 제도화를 위한 조례 제정 ▲주민과 함께하는 ‘1동 1비움․정돈의 거리’ 만들기 ▲효과적인 시설물 정비를 위한 업무 협약 (MOU) 체결 등을 중점적으로 확대 추진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말 서울시에서도 종로구의 도시시설물비우기 사업을 벤치마킹하여 보행자들이 걷기 편한 인도를 만들기 위해서 구체적인 10가지 계획을 담은 인도 10개명을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우리 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시시설물 비우기 사업이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 시설물 관리기관에 전파되어 추진 영역이 점차 넓어진다면, 미래의 도시공간이 한결 여유로워지고, 생기와 활력이 넘치는 거리, 보행자 중심의 행복도시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코노미21> 구청장의 역할과 종로구 비전을 말씀해주시죠. 

종로구의 구정목표는 ‘사람중심 명품도시’입니다. ‘명품도시’란 안전하고, 편리하며, 아름답고, 장인의 혼이 깃든 도시를 말합니다. 할머니가 어린손자를 유모차에 태우고 거리를 걸어 갈 때 어떤 위험이나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그런 사람 중심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또한, 종로는 곳곳에 많은 문화유산들이 산재해있어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저는 종로만의 정체성을 잘 보존하고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도시를 만들어 가는 ‘문화 구청장’으로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종로는 전통을 잘 보존하면서, 지역특성에 맞는 개발을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 사람이 행복하고 살기 좋은 도시인 건강한 지속성장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민선6기에는 구정목표인 ‘사람중심 명품도시 종로’를 만들기 위해 ▲안전한 건강도시 ▲생동하는 문화도시 ▲따뜻한 복지도시 ▲꿈꾸는 교육도시, ▲참여하는 맞춤도시 등 5가지 구정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21> 도시계획 전문가이신데 정치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1990년 대학로 인근의 동숭동으로 이사를 와서 벌써 24년이 넘게 종로 구민으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서울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중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종로는 도심이지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고, 또한 60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문화재들이 고풍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건축사로 일해 온 경험과 도시계획 전문가로써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좋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종로의 문화예술 인프라에 행정을 더해 내가 살고 있는 종로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잘 지키고 보존하면서 살기 좋은 명품도시로 디자인해 보고 싶어 구청장 출마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이 살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라고 생각합니다. 몸만 편한 것과 행복한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느낍니다. 행복지표로 사회의 물리적인 환경이나 객관적 지표뿐만이 아니라 개인차원에서 행복은 크게 볼 때 다섯가지라고 봅니다. 자신의 건강상태, 재정상태, 친지·친구와의 관계, 가정생활, 사회생활 등에 초점을 두고 이것들이 어떻게 경험되면서 행복이라는 느낌을 주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433호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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