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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B, 신국제통화금융 질서의 서막
AIIB, 신국제통화금융 질서의 서막
  •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
  • 승인 2016.03.18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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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B, 중성장기로 진입한 중국경제 재부흥과 신실크로드 추진에 필요한 소요재원 확보 목표

<AIIB 세계경제의 새질서를 꿈꾸다①-중국의 AIIB 구상과 한국의 대응>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이 눈앞에 다가왔다. 중국은 오는 6월 25일 57개 창립회원국으로 창립협정식을 갖고 하반기 중 각국의 비준을 거쳐 연말에 정식 출범시키고 내년 초부터 공식 업무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30여개국만 참여해도 성공이라고 평가해 왔으나 이보다 거의 두 배 가까운 57개국이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함으로써 중국은 예상 밖의 흥행에 고무되어 있는 분위기다. 아시아태평양지역 24개국, 중동 10개국, 유럽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20개국, 아프리카 2개국, 미주에서 브라질 1개국이 참여했다.

AIIB 설립 추진 경과

일자

주요 내용

2013년 10월

시진핑 주석과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정상회담 시 AIIB 설립 제의

2014년 10월 24일

21개국 MOU 서명으로 예정창립회원국 확정(본부 베이징)

2015년 3월 27일

한국 AIIB 예정창립회원국 참여 결정, 중국에 서한 통보

2015년 3월 말

창립회원국 모집 마감

2015년 4월 27~28일

한국 AIIB 4차 교섭대표회의 참석(중국 베이징), 지분율 및 설립협정문 제정 등 협상

* 1차(중국 쿤밍, 2014.11), 2차(인도 뭄바이, 2015.1), 3차(카자흐스탄 알마티, 2015.3)

2015년 6월

협정문 서명

2015년 하반기

창립회원국들이 국내 비준절차 진행

2015년 말

AIIB 공식출범 예정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AIIB 추진 현황과 한국의 대응방향” 2015. 4

▲ 그림: 중앙일보 2015 4 16

AIIB를 둘러 싼 미국과 중국 간의 1라운드는 영국 프랑스 호주 등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국가들도 참여함으로써 중국의 완판승으로 끝났다. 전 세계 GDP의 58%, 인구의 68%를 커버해 외견상으로는 다자간개발기구로서 손색 없는 면모를 가지게 되었다. 그 동안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참가를 보류해 왔던 일본도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6월 중 열리는 중일 재무장관 회담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IB는 중국이 두 가지 큰 전략 하에 추진하고 있는 다자간 개발은행이다. 하나는 30년간 고성장을 마감하고 중성장기로 진입한 중국경제를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추진하고자 하는 중국 서부대개발 등 신실크로드 추진에 필요한 막대한 소요재원을 마련하고자 하는 방안이다.

▲ 그림: 뉴스핌 2014 11 5

일대일로라고도 불리는 신실크로드 구상은 중국의 시안→우루무치→중앙아시아→이스탄불→독일 뒤스부르크에 이르는 육상 루트(一帶)와 중국 푸젠성의 취안저우(泉州)→광저우 →싱가포르→방글라데시→탄자니아 바가모요 항구→홍해→지중해에 이르는 해상 루트(一路) 건설 구상을 말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9월 7일 카자흐스탄에서 ‘실크로드 경제벨트(絲綢之路經濟帶)’ 구축 구상을 처음 발표했다. 2013년 10월 3일 인도네시아 국회 연설에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海上絲綢之路)’ 공동 건설을 제안했다. 이어서 리커창 총리는 2014년 4월 10일 보아오 포럼에서 아시아 지역 경제협력 전략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 건설 추진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국가전략으로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육상 실크로드 구축의 일환으로 유라시아 고속철의 일부로 중국에서 독일까지 운행하는 노선을 개통하였으며, 중앙아시아 고속철의 일부로 카자흐스탄까지 잇는 고속철을 개통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해상 실크로드 연계를 위한 항구 건설 협력을 추진하고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예멘, 탄자니아, 그리스 등 해상 루트의 주요 거점 국가를 대상으로 항구 건설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실크로드 전략은 인프라가 열악한 주변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므로 향후 추진에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나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서방 국가들과 일부 신흥국들의 거부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일대일로 구상에 소요되는 재원마련 위해 AIIB 추진

중국이 이와 같이 일대일로 구상을 추진하게 된 데는 무엇보다도 그 동안 추진해 왔던 동부해안벨트 중심의 지난 30년간 연평균 10% 고성장 전략이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은 1982~2011년 30년간 연평균 10.2%의 고성장을 달성해 왔으나 그러한 장기 고성장 결과 부동산버블이 발생하고, 분배욕구가 증가하며, 과잉투자와 부채가 증가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노정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1980년 대 후반과 유사한 증상들이 여기 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은 2012년부터 7% 대의 성장으로 성장률이 둔화되었다. 이른바 중성장기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1962~1991년 중 30년 간 9.5%라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었던 세계 최초 장기 고성장기를 마감하고 1992년부터 연평균 5%대의 중성장기로 접어들었는데 중국도 20년 시차를 두고 한국을 뒤따라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으로 중국은 아직 개발이 상대적으로 더딘 서부내륙개발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유럽 동남아 서남아 아프리카를 연결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포괄하는 중국 중심의 성장벨트를 건설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서 다가오는 새로운 30년을 모색하는 원대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1980년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한 채 내부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과도한 개방과 흔히 1987년 체제로 불리는 민주화로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해소하지 못해 1997년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중국의 이러한 새로운 30년 성장 전략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30년 고성장기에 누적된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해 한국처럼 경착륙 또는 위기를 초래하고 말 것인지 중국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이러한 방대한 일대일로 구상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이 재원 조달 방안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 바로 AIIB라는 다자간 개발은행의 설립 추진이다. AIIB는 수권자본금(authorized capital) 1,000억 달러, 초기 청약자본금(subscribed capital) 500억 달러로 구상하고 있다. 다자간개발은행의 강점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높은 신용도를 이용해 수권자본금의 약 10 정도의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AIIB가 수행하게 될 프로젝트의 건전성을 유지해 AIIB가 국제금융시장에서 AAA 신용등급만 유지한다면 약 1조 달러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와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개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2010~20년 중 약 8조 달러(매년 7,3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68%(5.4조 달러)는 신규 수요이며, 에너지전력과 도로부문이 각각 전체의 51%와 29%로 가장 투자가 많이 요구되는 분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별로는 동아시아태평양이 전체의 58%(4.67조 달러), 남아시아 36%(2.87조 달러), 중앙아시아는 6%(4,600억 달러)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수권자본금 1,000억 달러의 AIIB로 아시아지역의 인프라투자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중심의 새로운 국제통화금융질서 구축도 원대한 전략 중 하나

둘째는 아직 내심을 드러내지는 않고 있지만 전후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으로 대표되는 미국 중심의 국제통화금융질서에 대항해 중국 중심의 새로운 국제통화금융질서를 구축하고자 하는 중국의 원대한 전략이다. IMF에 대응해 긴급외환보유기금(CRA), 세계은행에 대응해 신개발은행(NDA), ADB에 대응해 AIIB를 설립하고자 하는데서 중국의 의중이 드러나고 있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고도성장결과 축적된 4조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과 거대시장이라는 무기를 활용해 팍스시니카(Pax Cinica)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IIB NDB CRA 구상 중 중국은 우선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 질 수 있는 구상부터 추진하려고 할 것이다. 그 첫 번째가 AIIB다. AIIB는 우선 아시아지역의 낙후된 인프라와 기존의 아시아개발은행(ADB)만으로는 부족한 재원여건을 고려해 볼 때 상당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구상이다. 이 때문에 세계은행도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또한 10년 간 8조 달러로 추정되는 인프라투자 시장이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세계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헤메고 있고 회복이 된다고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성장수준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뉴노멀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10년 간 8조 달러, 연간 8천 억 달러라는 막대한 인프라투자 시장을 외면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미국의 맹방인 영국 프랑스 호주 등도 참가를 선언한 것이다.

아마도 그 다음은 세계 빈곤퇴치 환경보호 등을 명분으로 NDB를 들고 나올 것이다. 이것도 크게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 더구나 중국이 자본금의 상당부분을 내겠다고 하는데 자금의 부족한 세계은행 자본금 상황을 고려하면 반대할 명분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브라질 러시아 인도와 설립에 합의를 본 상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특히 서구 선진국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CRA(긴급외환보유기금)다. 이는 전후 국제통화금융제도의 근간이 되어 온 국제통화기금(IMF)을 보완하거나 부분적으로 대체함으로써 전후 유지되어 온 국제통화금융제도에 지각변동 수준의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 중심의 전후 국제금융통화질서에 명실공히 위안화가 등장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미국 등 서구선진국의 반발도 그 만큼 거셀 것이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적절한 타이밍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 적절한 타이밍이 아마도 동아시아지역에 외환위기가 발생할 때가 될 가능성이 높다. 1997년 외환위기 시 동아시아국가들은 IMF의 가혹한 조건을 이행하느라고 많은 고통을 치룬 경험이 있다. 다시 위기가 발생하면 동아시가국가들은 다시 IMF로 가는데 주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때 중국은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긴급외환보유기금을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IMF로서도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조건 반대만 할 여건도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은 IMF 추가 분담금도 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르면 금년 말, 늦어도 내년부터 미국금리 인상이 시작되고 외환사정이 충분치 않은 취약 신흥시장국의 외화유동성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어 그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 질 가능성도 있다.

AIIB, NDB 그리고 CRA까지 완성되면 그 때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중국 중심의 국제통화금융질서가 창출되는 것이다. 전후 지속되어 온 IMF WB ADB로 대변되는 국제통화금융질서에 일대 변혁이 몰아칠 것이다. 문제는 지금 AIIB는 막대한 인프라투자시장의 매력으로 인해 영국 프랑스 호주 등 전통적인 미국의 맹방들이 가입하는데도 미국이 적어도 겉으로는 별다는 제지가 없었지만 CRA 창설 단계에 이르면 미국이 가만히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1980년대 일본의 파워가 지금의 중국처럼 하늘을 찌르면서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을 때 미국은 플라자회담(1985) 한 방으로 일본을 “잃어 버린 20년”으로 잠재운 적이 있다. 중국은 과연 미국의 제지를 뚫고 새로운 중국 중심의 국제통화금융질서 창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중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고 말 것인가는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수 년 내 국제통화금융질서를 두고 건곤일척의 쟁패가 예상된다.

미·중 사이 딜레마에 빠진 한국…연미화중 합종연횡의 지혜 필요해

문제는 한국이다. 미중 사이에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한 때 주춤했던 미국도 근년에 다시 부활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성장세가 확연히 둔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도 대국굴기 보다는 신도광양회를 언급하며 조심하는 자세가 역력하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의 상당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전통적인 한미동맹관계를 절대로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부분이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중국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중요함은 물론이다. 이런 가운데 AIIB, 앞으로 NDB, CRA를 두고 중국과 미국이 대립할 경우 한국은 어떤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인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들의 방대한 아시아 인프라개발 프로젝트 참여, 북한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조 등 AIIB가입이 한국에 가져다 줄 적지 않은 실익을 고려해 미국이 배제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창립회원으로 가입키로 했다. 어렵게 결정한 만큼 한국의 과제와 역할도 막중하다. 세심한 준비와 철저한 전략으로 주요 창립 멤버로서 역할을 다하고 국익 신장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첫째,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는 일이 중요한 당면과제다. 당초 30여 개국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57개국이 참여함으로써 한국은 지분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분이 낮으면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힘들어 지고 그 만큼 국익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역내와 역외의 비중, 지분 산정 기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3.5% 안팎의 지분 밖에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를 역내로 분류하기로 함에 따라 한국은 그 만큼 불리하게 되었다.

둘째, 중국이 전횡하지 못하도록 한국과 우방이 협조해 다자간 개발기구로서 글로벌 기준에 맞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지배구조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상임이사도 없이 사무국 중심으로 운영해 중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바 수익성이 보장 안 되는 중국 주도의 프로젝트에 투자되는 경우 부실화로 이어져 다자간 개발기구로서 기능을 할 수 없을 수도 있게 된다. 다자간 개발기구가 인프라 투자에 유리한 이유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본금 10배 내외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언제나 트리플A 신용등급을 유지해야 한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지배구조가 핵심이다.

셋째, 국익 신장을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AIIB를 통해 연간 8000억 달러가 넘는 대형 프로젝트가 추진될 전망이다. 8000억 달러의 10%만 수주해도 연간 800억 달러다. 한국의 작년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이 700억 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알 수 있다. 한국의 재도약 전기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한국은 건설 통신 플랜트 등 인프라 건설 기술과 경험이 풍부하다. 토목 플랜트 중심에서 한 단계 발전시켜 엔지니어링 설계 분야에도 도전해야 한다. 기술, 금융, 세제 등 한국 기업 진출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넷째,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앞으로 제정될 AIIB 규정에 반영해야 한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은 드레스덴 선언에서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동북아개발은행을 제안했다. 그러나 AIIB가 설립되면 또 하나의 개발기구를 역내에 설립하는 것은 힘들 수 있다. 북한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동북아개발은행 창설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역내에 ADB와 AIIB가 있는데 새로운 다자간개발은행을 설립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선언에서 북한 경제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제안한 동북아개발은행은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하다. 하나는 우리 정부가 북한이 핵만 포기하면 경제개발을 지원하겠다고 수 차례 제의했음에도 번번이 안되는 배경에는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 가능성을 우려하는 북한의 대남울렁증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면서 북한을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다자간개발은행을 통한 지원이다.

다른 하나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한국은 물론 중국에도 중요하다. AIIB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인프라 투자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회원국은 아니지만 비핵화, 개혁·개방 등 국제사회의 요구를 충족하는 경우 총회나 이사회 특별 의결을 거쳐 북한 인프라 투자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후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개방이 진전되면 회원으로 가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AIIB는 중국이 추진하는 신국제통화금융 질서의 서막이다.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고 인프라 투자와 같은 유인이 있는 것부터 먼저 시작하고 있다. 내년에는 중국이 주도하고 인도와 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신개발은행(NDB)이 설립된다. 신흥시장국에 외환위기가 발발해 긴급히 외환이 필요해지면 IMF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긴급외환보유기금(CRA)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이 경우 중국 중심의 신국제통화금융 질서가 제도면에서 완성되고 위안화 위상은 기축통화를 넘보는 지위까지 급신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한국은 달러 엔 위안에 둘러 싸여 통화정책도 제대로 하기 힘든 통화샌드위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일본은 물론 동아시아 우방국들과 협조 하에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434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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