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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그리고 북유럽 사람들북유럽에 대한 막연한 인식에서 구체적인 이해로 관심 높아져
이재식 스칸디나비아사회문화연구소 소장  |  media@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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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18  2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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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pital of Scandinavia!

오만하게까지 느껴지는 이 슬로건을 처음 본 것은 스톡홀름 시청 Business Region이었다. 말하자면 스톡홀름이 북유럽의 수도라는 의미쯤 되겠는데, 만약 서울이나 도쿄, 북경 시청에 The Capital of Asia!란 슬로건을 떡 하니 붙여 놓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잖아도 사사건건 시시비비가 많은 3국의 네티즌들 간에 SNS와 온라인에서 한바탕 전쟁이 벌어졌을 것이다.

북유럽 사람들은 개인적인 성향이 몹시 강해 남의 일에 대체로 관심이 없다. 이 문구가 내걸린 후 인근 북유럽 국가들의 저항(?)노르웨이의 유일한 수도는 오슬로입니다.’ 정도의 매우 소극적인 수준이었다.

북유럽 사람들이 스톡홀름의 오만함에 특별히 반기를 들지 않은 실질적인 이유는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실제 북유럽의 사회, 문화, 경제의 중심국가로 평가 받는데 손색이 없다. 우선 스웨덴은 북유럽에서 대국(?)에 속하는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보다 인구가 거의 두 배가 된다. 산업 분야 또한 인근 국가들이 감히 넘보지 못할 확고부동한 수준에 올라 있다.

북유럽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유일한 국가가 스웨덴인데,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명차 볼보와 사브(현재는 승용차 부분의 매각 실패로 마니아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재생산은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는 물론, 상용차의 루이비통으로 불리는 스카니아 역시 스웨덴 브랜드이다. 볼보와 사브는 승용차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볼보의 상용차와 중장비는 스카니아 만큼이나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사브는(스카니아는 사브 자회사이다) 명품 전투기인 그리펜은 물론 공중조기경보기와 여객기까지 만드는 명실상부한 초우량 중공업 회사이다. 중공업만이 아니다. 세계 유무선 통신산업의 역사를 쓴 에릭슨 역시 스웨덴 기업이다

북유럽 국가들을 살펴 보면 좀 복잡하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위치한 국가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지만 스칸디나비아 3국이라고 하면 핀란드가 빠지고 덴마크가 들어간다. 덴마크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위치하지 않고 유럽 대륙에 붙어 있으나 다양한 이유로 스칸디나비아 3국에 포함된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북유럽 5개국은 노르딕 국가라고 표현하며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가 그들이다.

여기에 페로제도와 그린란드라는 재미있는 변수가 있다. 두 나라(?) 모두 덴마크령이었고, 현재는 자치국가로 거의 독립국 수준을 유지하며 완전 독립을 꿈꾸고 있다. 양국 모두 국기, 자국 언어, 화폐가 있으며, 페로제도는 월드컵 축구팀까지 보유하고 있어 비록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지난 월드컵에 출전한 경력이 있다. 다만 이들이 현실적으로 독립국가가 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데 그 이유를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인구가 너무 작다. 페로제도가 4만 여명, 그린란드가 5만 여명, 대형 종합대학 수준의 인구로는 자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페로제도는 나라 크기가 작지만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고 그 면적은 멕시코보다도 크다. 인구밀도는 서울 크기의 땅덩어리에 1명 미만이 거주하고 있는 수준이니 자기나라조차 통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의 인구로는 자력으로 정치, 경제, 외교, 국방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둘째, 경제의 자립이 쉽지 않다. 페로제도와 그린란드는 예산의 상당 부분을 아직까지 덴마크로부터 제공받고 있다. 그린란드는 미개발 자원이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라지만, 자신들의 능력으로는 석유 시추공 하나 박을 능력이 없다. 자국 화폐 역시 덴마크 중앙은행의 직간접 통제 속에 발행되고 있다.

셋째, 외교와 국방 분야의 독립은 더더욱 쉽지 않다. 작은 인구에서 외교 전문 인력을 발굴,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고, 전 국민의 반을 동원해야 1개 사단이 만들어지니 자주국방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제대로 된 군대를 보유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전투기 조종사처럼 전문적인 국방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가능, 불가능을 논할 수준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 옳은 판단일 것이다. 그렇다고 자국의 국방을 용병을 통해 해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북유럽에는 세계에서 가장 위도가 높은 수도를 보유한 아이슬란드라는 특별한 국가가 있다.

아이슬란드라는 국가명에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의 이름이 바뀌었다는 건데, 척 봐도 아이슬란드는 살만한 환경을 가진 국가이고, 그린란드는 얼음 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에 불구하고 왜 이렇게 이름이 붙은 것일까? 옛날옛적 바이킹들이 두 나라를 개척할 당시,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그린란드에 가서 살려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으로 판단해 바꿨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 아이슬란드의 오로라 모습. 출처=Photographer: Volundur Jonsson/Visit Iceland

아이슬란드는 완전한 독립국가이고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이지만, 인구가 30만 명 정도로 북유럽 정식 국가 중 최소국이다. 한때 유럽의 돈을 다 빨아 들인다고 평가 받았던 금융산업은 이미 몰락하였고, 여타 북유럽 대국들은 아이슬란드 보기를 자신들이 돌봐야 할 대형사고를 친 막내 동생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라면 심한 평가일까?

북유럽에 대한 막연한 인식에서 구체적인 이해로 관심 높아져

정리하자면, 북유럽은 자치령을 포함하여 7개국이고, 모든 국가의 인구를 더해봤자 남한 인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니, 아무리 잘 산다지만 비즈니스 시장으로 봐도 규모가 너무 작아 보인다. 그런데 왜 요즈음 대한민국은 북유럽에 열광하는가? 사실 북유럽은 국가나 국민 모두 나서길 싫어하는 수줍은 소년 같은 스타일이라, 실제보다 평가절하된 부분들이 적지 않다.

IKEA라는 세계적인 기업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들의 대부분은 그 존재를 몰랐고, 명성황후의 능지기와 고종황제 간의 첫 통화를 가능하게 하고, 선생의 사형집행을 막은 것이 에릭슨의 통신 시스템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선진국 중의 선진국이며, 국민소득 10만 불이 넘는 노르웨이가 불과 100여 년 전에는 전 국민의 30%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야 했던 척박한 땅이라는 것도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유럽에서 역사와 발전과정이 한국과 가장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핀란드가 독립한 지 100년이 되지 않았고, 인류 역사상 전쟁 배상금을 전 국민이 힘을 모아 모두 갚은 유일한 나라라는 사실도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우리가 그들을 주목하게 된 것은 선진국, 복지국가,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같은 막연하게 알고 있던 수준을 벗어나 왜,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잘 살고 행복하게 만들었냐는 원초적인 질문을 하도록 하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의 정치를 한 번 살펴보자.

스웨덴 국회의원은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누리는 권력과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국회의원들보다 입법률(국회의원의 가장 큰 임무는 입법활동이다)은 훨씬 높다. 보좌관이 한 명도 없고, 커피도 직접 끓여 마셔야 하며, 스케줄도 직접 짜야 하고(전화를 대신 받아줄 사람도 없고, 보좌관도 없으니), 시골 출신 국회의원에게 제공되는 조그만 아파트도 가족이 와서 머물게 되면 숙박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런저런 부분을 살펴보면 거의 3D 업종으로 분류될 만큼 이직률(30% )이 높은 것을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그들의 교육도 부쩍 관심을 끌고 있는데, 돈이 인생을 허비할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생활과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만드는 훌륭한 교육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불행히도 한국의 부모들 눈에 번쩍 띄는 것은 PISA 1위라는 핀란드의 교육 관련 결과물이다.

얼마 전 언론에도 보도된 우리나라 중학생들의 의식조사 결과는, 10억을 준다면 1년 정도 교도소에 갈 수도 있다는 비율이 60%대를 넘어 우리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스웨덴 학생들을 대상으로 돈을 많이 받는다면 자신의 삶의 질이 침해 당해도 괜찮느냐?는 설문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그러고 싶지 않다는 대답을 했다는 사실이 딱 그들과 우리들 의식의 간격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복지문제도 그렇다.

현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외치다가 담뱃값을 올리고 복지공약을 하나씩 철회하는 것을 애초에 지킬 수 없는 공약을 남발했다고 비난하기에 앞서, 지금이라도 증세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여러 이유를 들어 북유럽과 우리를 똑같이 대입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아래로부터의 복지가 가능하게 하는 것은 세금 징수를 통한 재원조달이 유일한 방법이고, 투명하고 공정한 세금부과와 사용이 담보되면 국민들의 조세저항이 없다는 것을 북유럽 국가들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수입의 절반 이상이 세금이라는 것도 북유럽에 관한 오해 중 하나

번 돈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낸다는 것이 흔히들 가지고 있는 북유럽에 관한 오해 중의 하나이지만, 북유럽 국가의 국민들이 모두가 그렇게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용세라는 형태의 세금을 개인이 내는 세금과 똑같은 비율로 기업이 내야 하는데, 우리나라라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고 난리가 날 일이다.

과연 그런가? 그렇다면 고임금에다 해고가 자유롭지 않고, 고용세까지 물어야 하는 스웨덴 기업들은 전부 망했어야 옳지만, 얄미울 정도로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최강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니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요즘 정치권에서 법인세 인상에 대한 논란이 많다. 이 부분에 대한 필자의 판단은 당연히 한국의 법인세는 올려야 한다이다.(참고로 스웨덴의 법인세는 한국보다 낮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보자. 한국 기업은 접대비라는 이상한 명목의 절세인지 탈세인지 모를 항목으로 실질적인 세금 감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각 국가의 경제환경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소위 말하는 실효세율이라고 불리는 부분으로 들어가면 한국의 징세정책은 참담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이 부분 역시 각 나라의 경제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비교가 어렵다고 주장하면 더 이상 논쟁이 불가능해지지만, 법인카드로 골프 비용 내고, 룸살롱에서 접대여성 앉혀 놓고 술 퍼 마신 후 소위 2차라는 성접대까지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는 관행이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비정상의 정상화는 이런 때 갖다 붙여야 할 말이다.

비즈니스 미팅을 하고 같이 밥을 먹어야 하는 경우에는 회사 식당에서 간단히 먹고, 저녁식사는 어지간한 관계가 아니고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그들의 관점으로서는, 만나기만 하면 퍼 마셔대야만 비즈니스가 이루어진다고 믿는 한국인들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는 비즈니스, 선진사회문화탐방, 교육벤치마킹이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북유럽을 방문하는 사람들과 동행한 적이 여러번 있다. 대부분 사전 섭외가 필요한 방문인데, 방문자의 요구와 방문 받는 자의 이해가 상충하여 난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기서 말하는 이해는 이해관계의 의미가 아니라 방문 목적에 대한 이해를 의미한다.

한국과 다른 북유럽의 비즈니스

비즈니스부터 예를 들어보자.

한국 비즈니스맨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독점이다. 독점적인 계약을 하지 않으면 서로간의 신뢰가 생기지 않으며 비즈니스가 성사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한국인과, 비즈니스에서 독점이, 그것도 처음부터 왜 필요한 지에 대해 납득을 하지 못하는 북유럽 사람들 사이의 간극을 해소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거나 팔거나 간에 컨테이너 베이스로 거래를 하려는 한국 사람들도 그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겠으나, 필자가 겪은 북유럽 기업들은 자신들도 처음부터 대량으로 판매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고, 상대로부터 그런 요구를 받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의 규모를 뻥튀기 하거나, 예상 매출 규모를 과장되게 부풀려서 말하는 한국 비즈니스맨들의 관행을 북유럽 비즈니스 관계자들도 조금씩 알아 가고 있다는 것에서 희망이 보인다는 업체 관계자의 자조 섞인 농담을 미팅 중에 들은 적이 있는데, 실로 기막힌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사회문화탐방은 주로 정부나 지자체 관계자들이 대다수다.

필자의 딸과 가깝게 지내는 친구의 어머니를 만난 적이 있다. 한국 사람들의 방문 요청이 많은 스웨덴 정부 요직에 있는 관계자였는데, 자신이 느끼는 한국인의 집요함이 놀랍다고 칭찬(?)을 해 준 적이 있다.

코디 역할을 하는 사람이(현지에 있는 한국인인지, 한국에 있는 한국인인지 알 수 없다), 어떤 부서의 장관과 한국에서 방문하는 사람들이 면담을 갖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전화를 걸어왔는데, 장관과 일정도 맞지 않고 목적도 불분명하여 거절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코디는 수십 차례 전화를 걸어 막무가내로 장관과 통화를 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였고, 해당 장관에게 이후 전해 들은 이야기는 일정이 허락되지 않으면 5분만이라도 시간을 내어 사진이라도 찍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결국 그 눈물겨운 읍소는 성사되지 못했고, 한국인의 놀라운 집념에 대해서 사무실 직원들의 인구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혁혁한 성과를 낳았다는 레전드급 이야기였다.

사실 이런 일이 흔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시스템이 한국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사람들은 흔치 않다.

실제 예를 들어 보겠다.

모 지자체 고위 관계자가 유럽을 방문하는데, 스웨덴에 잠시 들러 정부 관계자를 만나고 싶으니 섭외를 해 줄 수 없느냐는 요청을 해왔다. 방문 목적에 대해서는 두루뭉실한 설명 밖에 없었고, 오로지 관심사는 의전이었다. 자신이 모시는 분이 방문하였을 때 격에 맞는 의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몹시 곤란하다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요구 받은 필자 역시 몹시 곤란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몇 번의 통화 끝에 급조한 의제는 해당 도시와 스톡홀름 간의 자매결연으로 낙찰되었지만, 불행히도 외교 관례상 도시 간의 자매결연은 도시의 규모가 아니라, 수도는 수도끼리라는 대명제가 있다는 것을 필자조차 모르고 덤볐으니, 섭외를 받는 쪽에서는 대단히 황당한 제안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결국 필자도 한국인이라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밀어 붙여, 방문자와 동급인 관계자가 오찬을 베풀며 현안(현안이 없는 것이 현안이었다)을 논하는 것으로 수습은 되었고, 짐작하겠지만 할 말이 없는데 쥐어 짜내야 하는 몹시 불편한 점심식사 자리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스톡홀름 시청 관계자들은 50만원 상당의 밥값을 내며 한국 사람들은 이런 일로도 만나자고 하는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어 향후 한국인들을 만나는데 대응방침을 정할 수 있어 만족(?)을 하였고, 한국에서 방문한 고위 관계자는 북유럽을 대표하는 도시의 고위 관계자로부터 대접을 받고 사진을 찍었으니 만족한 눈치였고, 자신이 모시는 고위 관계자가 만족한 눈치니 담당 직원 또한 만족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모두가 만족했으니 필자 또한 만족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지만상대편 관계자들 중 한 사람의 명함을 받아 든 필자는 쓴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은 스톡홀름 시청에서 고용한 로펌의 변호사였는데, 그들의 관행으로 보아 스톡홀름 시청은 적지 않은 출장비를 로펌에 지불했을 것이지만, 불행한 일은 그 변호사가 거들어 줄 상황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만나자고 하는 상대 국가의 고위 공무원이 온다고 하니, 비록 섭외를 한 필자가 시원찮게 설명을 했더라도 뭔가 현안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고, 그 현안을 협의하는데 있어 변호사가 필요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될 수 있었으므로, 변호사를 불러 예산을 낭비한 그들이 행위는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여기서 그들이 사용한 비용을 정정하자면, 변호사 출장비와 식사비용을 더해 백만 원 이상이 소요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마지막으로 교육벤치마킹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방문단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포털에서 북유럽 교육 연수라고만 검색해 봐도 얼마나 많은 수의 교육 관계자들이 북유럽을 방문했고, 향후 방문할 예정인지 금방 판단이 될 것이다.

필자의 딸은 학교생활의 대부분을 미국과 스웨덴에서 보낸 터라 필자 역시 한국 교육현실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몹시 열악한(학교 시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필자는 북유럽을 방문한 교육 관계자들과 동행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그 분들은 한국의 열악한 교육현실을 잘 알고 있었으며, 그것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지상 최고의 교육환경이라는 북유럽 교육기관을 방문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런 주장에 대해 필자 역시 글쎄올시다라고 주장할 수 있다.

여행업계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을 이야기겠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의 방문이라면 대표선수 한 명이 방문하여 캠코더로 촬영해서 보여주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교육 관계자들의 북유럽 성지순례(?) 길을 터 준 또 다른 교육 관계자의 순수성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여기에 이해관계가 개입되고, 교육청의 예산이 투입되고, 현지 유명학교에 금액의 적고 많음을 떠나 방문비를 갖다 바치고, 떠난 후에 그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렇게 몰려 오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방식의 벤치마킹은 지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물론 북유럽 교육기관 방문을 통해 한국 교육현실이 개선된 부분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많은 교육 관계자들이 방문하고도 한국 교육현실이 여전히 그대로인 것이 의문이라는 북유럽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 출처=Jeppe Wikstrom/Stockholm Media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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