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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양육비 이행관리원을 통해 본 여성의 삶과 복지국가이혼(한부모) 가족이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국가기관 지난해 3월 출범…57명에 불과한 적은 정원과 서울 한곳에만 있는 것은 해결 과제
이상구 본지 편집기획위원/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  |  media@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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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13  15: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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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고문을 하셨던 박영숙 총재님에 대한 감사와 평생을 여성 인권과 양성 평등 운동에 헌신해 오신 총재님의 뜻을 이어받고 싶은 마음에 나는 몇 년째 한국여성재단의 건강지원 소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위원회는 심사의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 전문가 뿐 아니라 사회복지 전문가와 여성활동가 등 다양한 전공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 나는 한부모 여성 가장에 대한 건강지원사업이나 여성 활동가 암 치료를 위한 최명숙 기금 지원사업, 빈곤으로 질병이 있어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여성가장 및 자녀를 지원하는 “엄마에게 희망을”이라는 이름의 의료비 지원 사업에 참가하여 매달 신청된 건들에 대한 심사를 한다.

심사는 신청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인지에 대한 의학적으로 심사에서부터 시작하여, 적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치료 방침에 대한 심사와 신청된 의료비의 적정성 까지 다양하게 심사한다. 기부해 주신 분들의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재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정해진 금액 내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소 냉정하게 심사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다른 심사에서와는 달리 의사나 치과의사는 심사의 후유증(?)이 더 심각하다. 일단 오랫동안 진료에 종사한 의사라면 통상적으로 환자의 진단명이나 치료 계획서만 보아도 그 환자가 상황이나 현재의 고통이 저절로 느껴지게 된다. 특히 심사 관련 필수 서류로 제출된 가족관계나 기초생활 급여 수급여부 등 사회경제적 상태를 증명하는 서류를 보면 지원 대상자의 살아온 삶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다들 왜 이리도 어렵게 살고, 힘들고 고통스럽게 지내야 하는지 답답해지고 마치 무서운 공포영화를 보고난 듯이 그 후유증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가슴을 짓누르게 된다. 그렇게 생긴 답답함을 극복하는 길은 내가 먼저 나서서 새로운 후원자를 찾거나 다른 쪽에서 의료비 지원 기금을 더 받아와서 사업의 규모를 늘리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받도록 하면 마음도 편해지지만, 심사의 부담도 줄어든다. 특히 올해부터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에서 이러한 사업의 취지에 동의하여 전체 치료비의 반을 ‘재능기부’로 처리해 주시기로 해서 같은 기금으로 2배나 더 많은 분들이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는 고마운 일도 있었다.

또 한편으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과정은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삶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어느 나라나 취약계층의 삶은 어렵고 힘들 것이다. 그 어려움은 남녀를 불문하고 찾아오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여성은 같은 처지의 남성보다 유독 더 어려운 삶을 강요당하는 것 같다. 거의 남성에 의한 여성들에 대한 착취라는 상황만으로 보면 ‘내부 식민지’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불평등과 질곡이 심각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여성 운동을 하시는 분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박영숙 총재님과 같이 여성의 문제를 호주제 폐지 등 양성 평등과 가부장 제도의 극복을 넘어 여성의 삶의 영역까지 대상을 확대하신 것만 보아도 참으로 훌륭하신 분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간통제 폐지와 여성의 삶-이혼에 따른 여성과 자녀의 삶, 여전히 제도적 보장 받지 못해

지난 2월 헌법재판소에서는 형법 제241조의 간통죄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을 하였다. 그 동안 4차례나 ‘합헌’ 결정을 내린바 있는 헌법재판소에서, 이번에 간통죄를 위헌이라고 판시한 이유는 급격한 사회상의 변화로 인해 간통죄 폐지가 가져올 혼인과 가족 공동체의 해체에 대한 우려 보다 성에 대한 자기 결정권 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번 합헌 결정이 있은 다음날(2008년 10월 31일)부터 지금까지 6년여의 기간 동안 판결된 간통죄는 효력을 상실하게 되고, 간통죄로 피소되어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지며, 현재 소송 중인 재판들이나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건들도 재심이나 상고를 통해 무죄로 판결을 받게 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간통죄 폐지를 넘어, 동성 결혼이 수정헌법 14조의 결혼 평등권에 따라 ‘합헌’이라고 판단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한 판결의 배후에는 20년의 시간 동안 개발된 법 논리와 36개 주에서 이미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전체 국민의 60%가 찬성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더불어 동성결혼 가정의 자녀에 대한 차별의 해소와 교육권의 보장, 동성결혼 부부의 사회보장 급여 보장과 세금 감면 혜택, 동성결혼 배우자의 연방 공무원 건강보험 혜택 등 실질적인 삶의 보장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의미가 클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간통죄 폐지 여부만큼 중요한, 이혼에 따른 여성과 자녀의 삶은 여전히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나 제도적으로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 이상구 본지 편집기획위원/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간통에 대한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해도, 혼인 계약에 따른 정조의무 위반에 대한 민사상의 처벌은 여전히 존재하게 된다.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에 대한 이혼 소송 청구 뿐 아니라 재산적, 정신적 손해 배상(민법 제843조, 제806조)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위자료 청구, 친권 행사자 및 양육자 지정 청구, 양육비 청구 등의 제도를 포함하고 있지만 이들 제도들이 아직은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가부장적인 문화가 유지되어온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경제적 권한이 남성에게 집중되어 있고 전통적인 가정의 경제적 단위가 남성 1인 생계 부양자 가구를 전제로 한 사회 구조이므로 ‘이혼’이라는 의미는 그로인한 정신적 충격과 더불어 현실 생활에서의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진다는 것으로 구체화된다.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의 등기는 통상 ‘가장’인 남편이 하는 것이 일상적이고, 호주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산의 상속은 아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전체 근로자의 반이 비정규직이고, 이들 비정규직 근로자들 중 다수가 여성이라는 통계는 경제권을 가진 남편과 이혼한 여성의 삶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양육비 이행관리원의 출범의 의의와 한계

한국은 OECD 국가들 중 여러 항목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노인 빈곤율이나 자살율, 보행자 사망율 등은 높은 쪽으로 1위이고 출산율이나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움을 요청할 친척이나 친구, 이웃 등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수인 사회적 연계 등에서는 낮은 쪽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살기가 어렵고 각박한 나라이다. 그런데 이들 세계 최고나 최저의 통계 중의 하나로 이혼율이 포함된다는 것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2014년의 경우 총 결혼이 322,807건인데 비해 같은 기간에 이혼은 115,292건으로 단순 비율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새로 결혼하는 부부 대비 35.7%의 부부가 이혼한다고 볼 수 있다(통계청, 2015). 평균 결혼 연령이 남성은 32.2세, 여성은 29.6세인데 이혼 연령은 각각 46.2세와 42.4세로 평균 결혼 기간도 약 13~14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10에 이르는 9.4%가 한 부모 가정인 것으로 조사되었다(2015, 한부모가정의 복리증진을 위한 토론회).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서 83%(39만 가구로 추정)의 가구가 이혼 이후 한 번도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최근 유명 정치인이 종교계의 후계자에 대해 친자 확인소송을 벌여 성공한 것도 가장 중요한 이유는 수억 원에 이르도록 미루어진 양육비 이행을 강제화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우리나라 이혼 부부의 평균 결혼 기간이 13~4년인 점을 고려한다면 다수의 이혼한 부부가 자녀를 두고 있는데, 이혼 후에 자녀의 양육은 아직도 대부분의 경우 여성이 떠안게 되므로 여성 자신의 삶이 어려워지는 것과 더불어 자녀들의 양육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또 하나의 사회적 이유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3월 25일 여성가족부 산하의 국가기관으로 양육비 이행관리원이 출범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양육비 이행관리원에는 변호사 20명과 법무사 2명이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세 미만 자녀 양육자와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자녀 양육 한 부모․조손 가족, 취학 중인 22세 미만 자녀 등이 신청한 양육비와 관련한 상담, 양육비 청구 및 이행확보 등을 위한 법률지원, 그리고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양육비 채권 추심 지원과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제재 조치를 담당한다(여성가족부, 3/23).

쉽게 말해서 이혼과정에서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한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 강제적으로 양육비를 지원하도록 하거나 재산을 압류하는 등의 역할을 해 주는 국가기관이 생긴 것이다. 대통령 선거 때 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부모 가족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적이 꽤 오래되었지만, 관련 법이 만들어지고서야 그 실제적인 역할을 하는 기구가 발족을 한 것이다. 양육비 이행관리원이 출범한지 100일 만에 상담은 14,897건에 이르고 직접 서류를 갖추어 신청한 경우도 3,747건이나 접수가 되었다고 한다. 강제집행 없이 양육비 이행관리원의 개입으로 당사자 간의 이행 확약이 성립된 건수만 벌써 110건이라고 한다(여가부 보도자료, 7/2).

복지국가, 근본적으로 여성의 삶이 보장되는 나라

물론 양육비 지급 의무를 판결 받은 양육비 채무자라도 소득과 재산 조사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 대한 제재 수단이 없거나 양육비 불이행자에 대한 여권제한이나 해외 출국 금지 명령, 그리고 연금 등 사회보장 급여에서의 차감 등 다른 나라에서 이미 도입하고 있는 이행강제를 위한 수단이 아직은 우리에게는 없다. 또한 양육비 이행관리원이 지급하는 긴급 지원 양육비의 예산도 한정되어 있고, 지원 기간도 6개월에서 9개월로 한정되어 있는 등 근본적인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무엇보다도 양육비 이행관리원의 정원이 비정규직을 포함해 57명에 불과하여 신청 건수를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고, 서울 한 곳에만 소재하고 있어 지방에 계신 분들의 접근성이 낮은 것도 문제이다. 적어도 17개 광역단위로 양육비 이행관리원의 지원을 설치하거나 근무하는 인원을 신청자들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충하는 것 또한 이번 9월의 정기 국회에서 시급히 다루어야 할 사안이다. 직접적인 조직을 신설하거나 정원을 확충하는 것에 시간이 걸린다면, 우선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의 변호사회와 연계하여 신청 창구를 신설하고, 추심 및 상담을 위탁하는 업무라도 확대하기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전국에 이미 설립되어 있는 ‘건강가정 지원센터’를 이러한 역할로 활용하는 것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수요가 폭증하고, 기구의 설립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을 지금까지 미루어 왔던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였던 정치권에 1차적인 책임이 있겠지만 이렇게 늦어진 근저에는 ‘작은 정부’를 추구하면서 이러한 조직을 만드는 것에 대해 반대해 왔던 일부 공무원들이나 보수 언론들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심지어는 민주진영이 집권하던 기간에도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라는 이름으로 필요한 정부 조직을 늘리거나 만드는데 스스로 내부검열을 해 왔던 점은 반성되어야 할 것이다. 양육비 이행관리원 뿐 아니라 사회서비스 여러 분야가 담당하는 공무원이나 종사하는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내년 총선부터라도 작은 정부에 발목을 잡히지 말고 국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로 가져가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과 조직은 채용하고 만드는 것이 ‘복지국가’다.

또한 제대로 된 복지국가라면 양육비 이행 관리원이라는 조직 자체가 필요 없을 것이다.

복지국가에서는 한부모 가정이나 양부모 가정의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은 아동 수당부터 시작하여 학생수당을 제공한다. 국민들에게 기본적인 주거의 제공, 대학교육을 넘어 대학원 교육까지 국가가 보장하는 것을 국방이나 치안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의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복지국가가 되어야 결혼이나 가족이 더 이상 여성 자신과 자녀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필요악이나 족쇄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애정의 공동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복지를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은 요인으로 생각하거나, 구체적인 내용과 대안도 없이 “경제와 복지가 선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하는 입 발린 소리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판단을 해야 한다. 기존 정당 중에 어디가 제대로 된 복지국가를 만들 것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

여성들과 아이들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치세력의 출현이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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