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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橘化爲枳(귤화위지)
이기운 카푸스파트너스 전무  |  media@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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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01  16: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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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橘生淮南則爲橘 生于淮北爲枳: 귤생회남칙위귤 생우회북위지). 중국의 고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같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환경에 따라 기질이 변한다는 말이다.

요즘 우리나라 기업들도 전세계로 많이 진출하고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본사에서 인력을 채용해서 주재원으로 해외로 보냈지만, 요즘은 많은 기업들이 아예 현지에서 채용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의 현지 채용 인력을 보면, 외국 현지에서 활용할 인력을 채용하는 데도, 그곳 현지에 잘 적응하거나, 현지에 뿌리내릴 사람을 채용하기 보다는 한국적인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외국 현지에 있는 법인이나 지사에서 근무할 사람을 한국 안에서 근무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나, 최고 경영자가 좋아할 만한 인력을 채용해서 현지로 보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현지인을 불러서 한국에서 면접을 보고, 다시 현지로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해외 여러 곳에 지사가 있는 모 기업에서 현지 지사에 근무할 현지의 한국계 기술영업 인력 추천을 의뢰해 온 적이 있었다.

채용을 의뢰한 인력의 자격요건(스펙)은 대략 아래와 같았다.
   
▲ 이기운 전무

1. 한국식으로 대리~과장급

2. 한국어 잘할 것

3. 기술에 대한 이해력이 좋을 것.

대략 위의 기준을 제시했다.

그런데, 제가 현지인을 여러 명을 접촉하고, 수백 명의 현지 거주 한국계 인력들의 리스트를 만들었지만, 그 기준에 적합한 인력을 찾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대략 아래와 같았다.

1. 한국어를 잘하려면 대략 고등학교 이상의 나이가 되어 이민을 간 사람이어야 하고

2. 기술을 잘 이해하는 엔지니어 출신이어야 하고,

3. 대리 과장급의 연배였다.

즉 대학교 졸업하고, 10년 이하의 경력을 가진 엔지니어 출신을 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나라로 이민을 간 사람들은 엔지니어로 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엔지니어들이 기술 이민으로 이민을 가기가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이민을 간 사람들이라면 현지에서도 대부분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 사람들은 현지에서 외국어로 Technical sales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부장급 이상이나, 20년 정도 근무한 사람 중에는 세일즈가 가능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런 사람을 찾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렸을 때 이민가서 현지에서 대학 졸업하고 짧은 엔지니어 생활을 하고, 기술영업을 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이런 사람들은 한국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한국의 기업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 하는 경우가 있었기에 회사에서도 원하지 않았다.

답답한 현실이었다. 외국 현지에 있는 지사라면, 좀 더 현지화된 회사로 현지에 뿌리내리고, 현지 회사로 크게 성장시키고, 이 성장을 이용해서 본사가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될 텐데, 한국화된 기업 문화를 고수하고 한국화된 인력을 채용해서 현지에서 성장하려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회수를 건너서, 북쪽 현지에서는 탱자 같은 인재들만 있다면, 그 사실을 인정하고 탱자를 찾아서 탱자로 키워야 하는 데, 회수를 건너서도 계속 귤만 찾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사실, 요즘은 탱자 열매는 약재로 잘 만들어서 팔면 식용 귤보다 훨씬 많은 이익이 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어떤 회사는 동구권에 위치한 지사에, 동구권에 거주하는 한국인 또는 한국계 인력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동구권에 거주하는 사람을 꼭 한국에서 불러서 면접을 하고, 채용확정을 하고 다시 현지에서 채용하는 방식으로 채용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요즘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화상통신 시스템을 활용하면, 굳이 한국까지 면접을 보려고 올 필요도 없는 데, 이런 쓸데 없는 활동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경우도 보았다. 현지에서 인터뷰를 하고, 최종 확인을 위해 통신을 이용한 면접을 해도 현지에 적합한 인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시간, 비용, 노력을 투자해서, 한국까지 불러서 한국화된 인력을 찾는게 효율적일까?

한편 회사로서는 탱자밖에 키울 수 없는 토지인데도, 큼직한 귤이 될만한 인재만을 찾고 있는 회사도 부지기수다.

또 탱자인 인재가 멀쩡한 귤들만 진열되어 있는 회사에 입사하려고,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인재들도 많이 있다. 탱자들이 많은 회사에 입사해서, 좋은 탱자가 되어서 탱자로서 좋은 대접을 받으면 될 텐데, 탱자이면서 귤처럼 포장을 하는 작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록 귤과 탱자는 같은 나무에서 자랐다 하더라도, 팔 수 있는 시장이 전혀 다르다. 그래서, 탱자는 탱자가 필요한 시장에 적합한 좋은 탱자로 키워낸다면, 회사로서도 큰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귤과 탱자가 성장할 토양이 다르면, 이 다름을 인식하고 다른 각각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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