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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건축의 만남
자연과 건축의 만남
  • 이정미 동양미래대학교 건축과 조교수
  • 승인 2017.04.1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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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감상하는 거장들의 자연,건축,예술 Show!!

해외로 나가야만 이국적인 정서와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국적이면서도 편하게 맞아주는 곳이 우리강산 여기저기에 있음을 감탄과 함께 경험하는 대표적인 곳. 제주다. 검은 돌들이 엉성한 듯 모여 낮게 자리한 돌담을 보는 순간 ‘아~ 제주구나!’ 심호흡이 절로 된다.

제주의 환경과 문화의 고유성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지역 풍토의 적합성과 명료성을 부여하는 지역성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화산섬이라는 천혜의 환경조건과 사회문화적 특이성을 고려한 전통과 환경에 대한 현대적 대안과 가치의 제안.

이번 호의 모토는 세계적인 두 건축거장을 이러한 시각으로 읽는 것이다. 제주의 동쪽과 서쪽에서 두 명의 아시아 건축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보는 것은 우리에게 큰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90년대부터 꽤 긴 시간 동안 차곡차곡 건축가의 작업이 쌓여 있는 것을 건축된 시간대를 따라 가다 보니 관광산업의 흐름까지도 느껴졌다. 미술관과 함께 그들의 또 다른 다양한 건축작품을 함께 이해하는 시간으로 여행을 떠나본다.

제주도 서쪽에 1998년 가장 먼저 작업된 핀크스 퍼블릭/멤버스 골프 클럽 하우스를 기점으로 2001년 포도호텔, 2005년 비오토피아, 2006년 물, 바람, 돌, 두손 뮤지움 2007년 하늘의 교회(방주교회)까지 한민족의 혈통을 가지고 일본에서 살아간 이타미 준의 작품들이다.

▲ 핀크스 퍼블릭 골프 클럽하우스 전경

서쪽의 최근 건축된 안도 다다오의 2012년 본태 박물관, 제주 동쪽의 2009년 지니어스 로사이, 글라스 하우스를 통해 두 건축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느껴보고자 한다.

이타미 (伊丹潤, 1937 ~ 2011.6.26) 동경에서 태어난 재일 한국인 건축가로, 본명은 유동룡庾東龍이다. ‘이타미 이타미 공항의 이름과 친분이 있던 음악가 길옥윤吉屋潤의 마지막 글자를 따온 예명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한국정서가 원천적으로 담겨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재료, 형태, 공간상에서 이타미 준 고유의 특성이 나타나는데, 흙이나 나무, 돌, 대나무와 같은 그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연 재료를 선택하여 그가 추구하는 야성미 표현의 방법으로써 최대한 가공하지 않은 거친 느낌을 지니게 하여, 원시적인 느낌을 주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의 오래된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게 한다. 자연적인 거친 느낌과 대비되는 금속재 사용이나 노출 콘크리트의 인위적인 느낌을 대비시켜 이들의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색채면에서도 지역적인 색채를 사용하여 동양의 먹의 색이나 일본의 종이 색, 한국의 조선 도자기 색을 의도적으로 표현한다. 색채도 명암을 대비시켜 강조한다.

형태상에서 조합, 연결, 단독형으로 대별되는 특징과 함께 평면상은 대칭을 이루는 특징을 보이며 부분적 규모에서는 지붕에서 독특한 형태를 지닌다. 지역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물들이다. 지역과 관련된 형태를 추상화시키거나, 지역의 속성을 분석하여 얻은 그의 감성을 추상화 시킨 기하학 형태를 도입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속한 지역 특징인 경사진 지붕형태를 자주 사용한다

부분요소 중 창문에서 세로가 긴 창이나 정방 형, 원, 타원과 같은 독특한 기학학적 형태를 진입부의 원형 마당이나, 계단실과 같은 곳에 사용한다.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1941.9.13~)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이다. 안도는 건축가가 되기 트럭 운전사와 권투선수로 일했고, 건축에 대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일이 전혀 없는 편의 소설 같은 삶을 살았다. 1995년에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했다. 그는 수상 상금 십만 달러를 고베 지진 고아들에게 기부하였다. 세계 각국을 여행하고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했다.

물과 빛·노출 콘크리트의 건축가로 불리며 완벽한 기하학 구조가 절묘하게 자연과 어우러지는 평온하고 명상적인 공간을 창조해냈다.

▲ 핀크스 맴버스 골프클럽하우스 내부

그의 건축은 자연과의 조화가 두드러진다. 그의 건축물 속의 ''은 얕고 조용하며 잔잔하다. 또한 건축물과 매우 인접하여 하나로써 인식된다. 그렇기 때문에 편안함과 경건함을 준다. '' 이 두드러진 건축물로는 '물의 교회', '물의 절' 등이 있다. 물 뿐만 아니라 빛과의 조화 역시 매우 중요한 자연 요소 중에 하나인데, 자연적인 빛을 이용해 어둠과 밝음을 극대화 시키고 공간을 강조하였다. '빛의 교회' 가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이렇듯 물과 빛, 그리고 바람, 나무, 하늘 등 자연은 그의 건축물과 긴밀하게 결합하고 있다. 또한 투명한 소재인 유리와 노출 콘크리트를 많이 사용함으로써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차갑지 않은 느낌을 받게 하고, 자연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였다. 자연과의

조화와 함께 큰 특징으로 보여지는 것은 건축작품이 기하학적으로 완벽하다는 것이다. 근대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그의 작품과 유사한 면을 보이고 있다.

핀크스 퍼블릭/멤버스 골프 클럽 하우스는 1998년에 제주도에 지어진 건물로 포도호텔과 더불어 이타미 준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핀크스 퍼블릭 골프 클럽 하우스의 지붕은 제주도의 타원 모양을, 핀크스 멤버스 골프 클럽 하우스의 지붕은 제주도의 산세모양의 경사와 조화될 수 있는 모양으로 지역적 요소를 계획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포도호텔은 2001년 건축된 후 건축답사지로 발길을 모았던 곳이다. 4,050m²의 건축면적을 가진 이타미 준의 두 번째 호텔 작품이다. 일본 더 킨다가 나에바 지역의 눈이 결코 낭만적이지 않고, 혹독하기만 한 자연환경에 대응하고, 스키어들을 위한 기능에 대한 요구로 지어진 V자형 건물이라면, 두번째 호텔인 포도호텔은 이타미 준 개인의 주관적인 축으로 진행되고 지어진 건물이다. 건축주 김홍주씨와의서신을보면‘중점을 둔 것은 김사장님의 첫 이미지와 의향이 중요했으며, 상징적인 단어들 – 틀어 박히다. 숨다. 해방, 열다, 닫다, 혼재한다 –을 이미지화 하고, 자연발생적인 마을의 본질, 판소리의 리듬과 본질이기도 한 연속과 불연속, 그리고 차단을 생각했다’고 밝히고 있다.

▲ 올레의 공간구성을 보이는 길고 좁은 그리고 비교적 어두운 포도호텔 복도

오름 모양을 한 지붕의 이 호텔은 제주전통민가와 같이 낮은 돌담으로 둘러 쌓여 제주민가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배어난다. 오름들이 널려있는 중산간 지역에 살포시 들어앉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포도송이 같다.

26실 규모의 단층으로 이루어져 제주도의 옛 초가집을 닮은 정겨운 지붕집이다. 제주전통가옥처럼 돌담 울타리 안에 마당이 중심이 되어 두거리집과 세거리집을 이루는 자유로운 배치와 유사하게 객실들이 배치되고 중정을 중심으로 별동이 배치되어 전체적으로 폐쇄적 형태를 지닌다.

조닝zoning(은 복도와 복도주변의 객실들로 이루어져 있다. 공간의 흐름 역시 제주 민가의 배치구조와 같다. 주출입부는 거릿길에서 집으로 출입하기 위한 긴 골목인 올레의 공간구성을 보이는 길고 좁은 그리고 비교적 어두운 복도로 시작되는데, 이 폐쇄적인 공간에 열린감을 부여하기 위해 각 블록 사이에 외부로의 열린 틈을 주어 강한 제주 대자연의 경치가 쏟아져 들어오도록 계획했다. 틈 사이에 놓여진 돌과 강한 대비를 연출한다. 올레의 입구 양쪽에 어귀돌이 놓이고 그 앞에 말을 탈 때 디딤돌로 사용하는 물광돌이 놓였던 민가에서처럼 이 돌은 주택의 입구, 시작을 암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타미 준은 이 공간을 외부로의 통행은 열지 않고 올레의 개념을 적용하여 또 하나의 명상의 공간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복도를 지나며 연속되는 실내정원 케스케이드는 제주의 안마당과 유사한데, 올레를 통한 진입으로 만나는 원형 유리 중정은 천장으로 빛을 유입하여 실질적으로 외부공간인 안마당이 되고 외부공간에는 안뒤와 우영이라 불리는 텃밭이 배치되는 구조로써 제주 전통가옥의 공간을 재현한다. 원형의 중정에서는 겨울 날 조금 어두운 듯, 아늑한 실내에서 천장에서 유입되는 빛과 눈 내리는 모습을 만나는 것은 건축공간에 대한 특별한 체험이 될 것이다. 봄날의 보리밭에 내리는 보슬비나 여름날의 강한 빗줄기 그리고 가을의 청량한 하늘을 만나는 것도 그러할 것이다. 단언컨데 추운 겨울 어느날, 여행객의 여유와 함께 이 공간에서 함박눈 내리는 모습을 만나는 것은 충격에 가까운 경험이 될 것이다.

이 장소에서 생동감이 가득한,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을 만나보기를 기원한다.

우영은 제주민가에서 돌담 안에 건물을 배치한 뒤 여분의 터가 제주도 주민의 삶이 스며있는 공간이 되는 텃밭이다. 객실 주변의 우영에 봄에는 유채와 보리가 직접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하여 건축물과 제주의 삶을 같이 하고자 하는 작가의 사상을 읽을 수 있다.

완급과 폐쇄와 트임으로 공간체험의 충실도를 높여 주고, 공간 곳곳에 하늘과 밖을 향해 열린 케스케이드와 창 그리고 테라스가 있어 제주의 빛과 자연을 끌어들여 공간의 경계와 공존, 숨김과 자유로움, 닫힘과 열림의 컨셉을 느낄 수 있다.

남향의 양실 객실에서는 산방산ㆍ형제섬 등 제주 남쪽 바다의 원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가까이에는 우영들에 의해, 제주 전통농가의 향토자연을 조망할 수 있다. 한라산 방향의 한실 객실에서는 생태연못과 울창한 숲이 창 밖으로 보인다. 모든 객실에서 온천수가 흐르는데, 한실은 히노끼 욕조를 갖췄다

이타미 준은 건물의 조형과 재료의 직접적인 사용을 통해 제주전통가옥의 재현과 공간의 배치와 구성에서 전통가옥의 관계성을 통해 적용하고 있으며, 지역의 현무암 마감이나 억새와 같은 식물울 식재하는 방법으로 재료를 통한 지역성의 현대적 적용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거대 스케일과 그곳이 그곳 같은 국적불명의 화려한 호텔들에서 느껴지는 건축공간과 인간사이의 거리감으로 인한 삭막하고 획일적인 건축공간에 실증이 난 관광객에게, 포근한 제주의 자연에 안겨 아늑하고 가깝게 자연을 만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진정한 자연과의 친밀감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한다. 이 장소는 자연을 감상하며 휴식을 갖는 휴먼스케일에 적합한 제주자연 전시장이라 명명해도 좋을 듯 하다.

자연을 감상하고 느끼는 은유적 미술관 공간의 창조자 이타미 준.

다음 호에 이어서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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