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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공든 탑 무너지나
10년 공든 탑 무너지나
  • 이승현 통일뉴스 기자
  • 승인 2017.12.2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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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전면 중단...북핵 해결책인가, 자해적 조치인가

“3월 21일 이후 방북신청을 할 예정이다. 우리가 줘야 할 밀린 임금은 주고 또 거기 수많은 자산이 남아있는데 이동 가능한 유동자산은 갖고 와야 되지 않겠나.”

지난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가 발표된 이후 기존 개성공단기업협회를 비대위 체재로 재편한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대표 공동위원장 정기섭, 이하 개성공단비대위)는 3월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개성공단을 다시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3월 10일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개성공단내 남측 자산의 완전 청산을 발표한데 따른 대응 조치로, 북측은 지난 1월 1일부터 2월5일까지 북측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지 못한 임금과 보조금 정도의 청산을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청산 주체인 기업이 빠진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청산절차가 진행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주장이기도 하지만 미처 가지고 나오지 못한 완제품과 원부자재 등을 싣고 올 수 있다면 기업들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가 더 크게 다가왔다.

정부의 일방적 조치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됐으니 ‘합당한 보상’을 해 달라는 기업들의 요구는 번번이 경협보험과 특별대출을 앞세운 정부의 ‘지원’대책에 막혔다.

고정자산에 대한 피해지원 대책인 경협보험은 그나마 보험 미가입 기업들에게는 그림의 떡이고 정부가 5차례에 걸친 지원책을 제시했지만 5,500억 원에 달하는 금융대출 중 실제 기업이 쓸 수 있는 규모는 20%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해 실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주장이다.

어느 덧 공단 전면 중단 한 달이 훌쩍 지나면서 기업들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공단 주재 남측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은 심화되고 있다.

공단 주재 근로자들은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를 구성해 3월 8일부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하고 있고 기업대표들은 한사코 보상을 꺼리는 정부를 상대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거리 청원운동을 벌이겠다며 매일같이 격론을 거듭하고 있다.

3월 16일에는 임진각 망배단에서 통일대교까지 개성공단비대위와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 개성공단협력업체협의회 등 2,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평화대행진을 벌이는 등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공단 재가동에 대한 꿈은 멀어지고 절망은 깊어지고 있다. 

‘날마다 통일의 기적이 이루어지는 기적의 공간’

북측 개성시 판문군 및 봉동리 일대, 서울 여의도의 60% 규모인 330만m2 면적에 조성된 개성공단에는 124개 국내 기업들이 입주하고 5만4,000여 명의 북측 근로자들과 2,000여 명의 남측 주재 근로자들이 함께 일해 왔다.

지난 2005년 3월 시범단지에 전력이 공급되면서 숨결이 돌기 시작한 공단은 11년 동안 ‘날마다 통일이 이루어지는 기적의 공간’으로 관심을 받아왔다.

전력이 들어가고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한 2005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입주기업 124곳, 누적 생산액 31억 8,523만 달러, 북측 근로자 5만 4,763 명으로 외형은 커졌지만 그만큼 갈등도 적지 않았다.

2013년 4월에는 초유의 잠정 중단 사태를 맞아 그해 8월 14일 남북이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까지 160여 일을 만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은 의연히 ‘남북경제협력의 아이콘’이자 ‘남북관계를 위한 마중물’이었으며, 매일 매일이 ‘통일경제를 위한 실험장’이었다.

그러나 2016년 2월 10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입술이 부르튼 채 굳은 표정으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 관련 정부 성명’을 발표하는 순간 10년 공든 탑은 무너졌다.

이날 전면 중단 발표로 인해 개성공단은 지난 2013년 4월 중단됐다가 그해 9월 재가동된 지 2년 5개월 만에 다시 멈춰 서게 됐다.

정부 발표 다음 날인 11일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을 통해 △2016년 2월 11일 10시(이하 평양 시간, 서울시간 10시 30분)이후 개성공단 폐쇄 및 군사통제구역 선포, △개성공단내 남측 자산 전면 동결, △군 통신 및 판문점 연락통로 폐쇄, △북측 근로자 전원 철수 등을 선언했다.

북한에서도 ‘6.15의 옥동자’로 부르며,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로 남아있던 개성공단이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이제 남과 북을 연결할 수 있는 끈은 완전히 없어졌다. 

▲ 개성공업지구 모습. 출처=위키백과

‘개성공단 폐쇄’ 실효적이지도 않은 자해적 제재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2월 7일을 지나 설 명절이 끝나는 2월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 전면중단 관련 정부 성명’을 발표, “더 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전면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 장관은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원(5억 6천만 달러)의 현금이 유입되었고, 작년에만도 1,320억원(1억 2천만 달러)이 유입되었으며,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 190억원의 투자가 이루어졌는데, 그것이 결국 국제사회가 원하는 평화의 길이 아니라,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며 자금 유입설을 언급했다.

개성공단에 들어간 자금이 북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됐으니 자금줄을 끊는 차원에서라도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 장관은 2월 1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는 “달러로 지급된 임금의 70%가 노동당 서기실과 39호실로 가 핵과 미사일, 치적사업 등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들이 받는 월급은 150달러 정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북측 근로자를 5만4,700명으로 계산하면 대략 1억 달러(54,700명 X 150달러 X 12월=98,460,000 달러)의 현금 수입이 날아가게 된 셈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따르면, 북측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 중 30%는 ‘세금’과 같은 ‘사회복지비’ 명목으로 공제되고 나머지 70%의 임금에서 5%가 국정환율로 환전한 북한 화폐로 근로자들에게 지급된다. 나머지 95%는 무역은행의 고려합영회사 계좌로 입금된다고 한다.

북측 근로자들은 고려합영회사 계좌에 입금된 금액 한도 내에서 쌀, 설탕, 밀가루, 조미료 등 생필품을 저렴한 국정가격으로 살 수 있다.

세금 떼고 임금의 3분의 2 정도를 고려합영회사에 맡기고 현물로 공급받는 셈인데, 이 회사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무역업을 하는 송용등 씨가 51%의 지분을 갖고 개성시 인민위원회 산하 송악산무역회사와 함께 개성시내에 12곳의 보급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북측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임금의 70%가 전용되고 있다는 홍 장관의 발언은 따져볼 대목이 적지 않고 심지어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중심으로 개성공단 폐쇄 조치는 대북제재가 아니라 대남제재이며, 자해적 조치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당장 남측 기업과 근로자들은 연쇄 도산과 대량 실직 위기에 봉착했고 5,000여 곳으로 추정되는 협력업체들도 제때 납품을 받지 못해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비대위가 2월 24일 발표한 개성공단 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120개 입주기업이 입은 고정자산 피해액은 총 5,688억여 원이며,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인해 가져오지 못한 재고자산이 원부자재 1,052억원, 재공품 569억원, 완제품 843억원 등 총 2,464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원청업체의 클레임에 따른 영업 손실 등은 집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이고 추정을 요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손실 규모는 8,152억원 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한 현황 자료는 120개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주유소, 편의점 등 영업기업과 예정기업 들의 손실규모도 별도로 계산되어야 한다고 비대위는 덧붙였다.

특히 경협보험에 가입된 기업은 50%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북한과 중국과의 연간 교역 규모가 60억 달러를 넘는 상황에서 연간 1억 달러 정도의 경화 수입이 들어오는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가 과연 실효적이냐는 의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개성공단에서 북한에 들어가는 몫과 남측이 챙기는 몫의 비율은 1:15~30으로 일각에서 주장하는 ‘퍼주기’가 아니라 오히려 ‘퍼오기’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캄캄한 어둠뿐 출구는 있나 

야당과 개성공단입주기업, 시민사회단체들이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발표의 법적 근거가 없다며 전면 무효를 주장하자 정부는 ‘정치적 결단에 의한 행정조치’라는 점을 내세우며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대책을 발표하는 등 후속조치를 밟아나가기 시작했다.

홍 장관은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 노동당으로 흘러들어가 전용되었다는 근거를 제시하라는 요구에 대해 처음에는 ‘모든 것을 다 말하기는 어렵다’며 얼버무리고 넘어갔으나 며칠 뒤 KBS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확증이 있다’고 말했고 이틀 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서는 ‘확증이 없다’고 말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여 눈총을 받았다.

이 논란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2월 16일 국회 연설에서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현금이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됐다고 주장함으로써 봉합은 됐지만 앞으로 두고두고 문제가 될 여지를 남겼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제대로 된 북핵 문제 해결책일 것이라는 확신보다는 최후의 완충장치마저 풀어버린 채 한반도 긴장을 극단적 상태로 몰고 가면서 정부 내에서조차 대화의 ‘대’자도 꺼내지 못하는 살벌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재가동 문제를 검토할 수 없다는 비현실적인 상황이 조성되어 있지만 긴장이 고조되어도 출구에 대한 모색도 할 수 없는 더욱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게 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는 국민의 재산권을 법에 의하지 않고 제한할  없다는 헌법정신을 위배한 것이며, 국제법상의 조약에 해당하는 남북 경협 합의(2013년 개성공단 재가동에 관한 8.14합의)를 파기한 행위이자 이후 전개된 국제사회의 제재와 상관관계를 따지기에 앞서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극심한 자해적 조치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개성공단 폐쇄와 관련한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며, 개성공단비대위가 앞으로 “행정쟁송, 헌법소원, 민사 손해보상 소송”등을 제기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민변 개성공단 대책위원회 양승동 변호사는 “이번 개성공단 폐쇄와 관련해서는 어떤 행위가 적법한 경우에 제기할 수 있는 손실보상청구가 아니라 위법을 전제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먼저 특별법 제정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측에서 대법원 판례로 자주 언급하는 5.24 대북제재조치에 대한 소송의 경우처럼 법원의 판단이 결코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이번 개성공단 폐쇄 결정의 경우 워낙 근거없이 진행된 일이어서 쟁송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가장 큰 쟁점은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서 어떤 결정을 했는지에 있다며, 개성공단 폐쇄 결정의 내용과 형식, 절차를 객관적으로 뚜렷히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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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연혁>

2000년 8월 현대아산-북측 아태·민경련 ‘공업지구 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 체결

2002년 11월 북측 ‘개성공업지구법’ 제정

12월 한국토지공사(LH공사), 현대아산-북측 아태·민경련 ‘개발업자 지정 합의서’ 체결

협력사업자 승인(통일부, 12.27)

현대아산, 토지이용권 지분 전체 LH공사에 양도, 시공

2003년 6월 개성공업지구 착공식

2004년 6월 시범단지 15개 입주업체 선정 및 계약 체결

시범단지 2만 8천평 부지조성 완공

10월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개소

2005년 3월 시범단지 전력 공급 시작

12월 통신 개통

2006년 11월 북측근로자 1만 명 돌파

2007년 1월 누계생산액 1억 달러 돌파

5월 남측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제정

6월 1단계 2차 183개 업체 입주업체 선정 및 체결

12월 문산역-판문역간 화물열차 정기운행 개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출범

2008년 7월 누계생산액 4억 달러 돌파, 북측 근로자 3만 명 돌파

2009년 5월 누계생산액 6억 달러 돌파, 9월 북측근로자 4만 명 돌파

12월 종합지원센터 준공

2010년 1월 누계생산액 8억 달러 돌파, 8월 누계생산액 10억 달러 돌파

2011년 9월 누계생산액 14억 달러 돌파, 12월 누계생산액 15억 달러 돌파

2012년 1월 종합지원센터 입주, 북측근로자 5만 명 돌파

2013년 1월 누계생산액 20억 달러 돌파

4월 개성공단 가동 잠정 중단

8월 ‘개성공업지구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채택(8.14)

9월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공동위사무처 개소

2014년 3월 RFID 전자출입시스템 운영

9월 외국인투자지원센터 개소

2015년 7월 개성공단공동위원회 개최

2016년 2월 남측, 개성공단 전면중단 발표(2.10)

 

본 기사는 <이코노미21> 437호(2016년 4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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