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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기본소득 도입되면 임금노예의 삶이 강요되지 않아기본소득의 도입은 한국 노동의 역사에 분수령 될 것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  |  media@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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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0  12: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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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는 ‘자유’라는 말을 유독 애호한다. 언론, 사상 등의 자유도 언급되지만, 기본적으로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자본이 생산하는 상품들에 대한) 소비의 자유다. 표현, 언론 자유도 어디까지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언론이라는, 매매대상이 되는 매체를 소비하는 행위를 전제로 하지 않는가? 소비의 자유는 달콤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 가지 커다란 부자유가 있다. 바로 대부분에게 ‘임금노예’로서의 삶이 강요된다는 것이다. 소비할 만한 ‘돈’이 있으면 필수품부터 주류적이든 비주류적이든 각종의 표현매체까지 다 소비할 수 있지만, 주식이나 부동산 등 지대 소득을 보장해주는 ‘자본’을 소유하지 않는 이상 자본주의 사회는 그 누구에게도 돈을 ‘그냥’ 주지 않는다. 소비의 자유를 누리자면 품을 팔아야 한다. 품팔이, 즉 노동시장에서는 이 사회의 다수를 이루는 노동력 판매자들은 절대 평등하지 못하다. 대체로 그 불평등들은 요즘 거의 세습된다고 보면 된다. 부모를 ‘잘 만난’ 금수저는 부모 재력으로 충분한 사교육 등을 받아 예컨대 의대로 진입해 의료기술 보유자로서 노동시장에서 일정한 ‘대접’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다수의 영세민,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녀들은 안정한 자리를 갖는 임금노예마저도 되지 못한다. 사실 직장에서 압박을 비교적 덜 받는 교사나 공무원 등 ‘안정적인 임금노예’의 자리는 한국사회에서 이제는 거의 ‘귀족’으로 이해될 정도다.

임금노예가 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어쩌면 굶어 죽어야 할지도 모를 현실은 개개인에게 대단히 폭력적이다. 기아에 대한 인간의 본원적인 공포감이 자극되고, 또 노동력 구매자, 즉 자본과의 관계에서 노동력 판매자는 무력해지고 만다. 대안이 배고픈 나날이라면 노동력을 헐값으로라도, 임금체불을 밥 먹듯 하는 불량 자본가에게라도 팔아야 한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소득의 도입은 커다란 차이를 가져다 준다. 기본소득이 보장돼 있는 이상 임금노예의 삶은 더이상 절대적인 것으로 강요되지 않는다. 비록 소비를 많이 못하더라도 굳이 임금노예가 되지 않아도 기본적 ‘생존’이 모두에게 보장되기 때문이다. 사실 기본소득은 빈민층에 사회적 시민권을 부여한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한국처럼 노인인구의 절반이 빈곤에 허덕이고 전체 노동자의 4분의 1이 저임금에 시달리는 사회에서야말로 기본소득은 노동자에게 적어도 상대적인 자율성을 부여해준다. 그런 의미에서는 기본소득의 도입은 1987년 이후 민주노조의 자율화 등과 같은, 한국 노동의 역사에 하나의 커다란 분수령이 될 것이다.

   
▲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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