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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건축의 만남-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 본태박물관
자연과 건축의 만남-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 본태박물관
  • 이정미 동양미래대학교 건축과 교수
  • 승인 2018.01.15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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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감상하는 거장들의 자연, 건축, 예술 Show!!

이번 호에서는 자연과 건축과의 관계를 또 다른 해석으로 만들어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 본태박물관을 살펴보기로 한다.
본태박물관을 설계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1941. 9. 13 ~ )는 당대 최고의 일본 건축가이다. 비판적 지역주의와 관련한 현대건축계의 대표적 비평가인 케네스 프램튼은 안도 다다오를 아시아를 대표하는 건축가로 꼽고 있다. 안도 다다오는 세계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일본이라는 브랜드가 창출해낸 훌륭한 공간적 표현의 생산자라 할 수 있다.
형태위주의 가벼운 모양 양산 등의 반성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일본의 전통적 색채를 훌륭하게 드러내고 있는 건축가의 제주 프로젝트를 통해 그의 건축작품에 드러난 한국전통문화와 건축의 관계를 읽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국적 디자인 정체성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안도는 트럭 운전사와 권투선수로 일했고, 건축전문 교육을 받은 일이 전혀 없는 삶을 살았다. 1995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했다. 수상 상금 십만 달러를 고베 지진 고아들에게 기부했다. 세계 각국을 여행하고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했다.
안도 다다오는 건축에서 물과 빛·노출 콘크리트의 건축가로 불리며 완벽한 기하학 구조가 절묘하게 자연과 어우러지는 평온하고 명상적인 공간을 창조해낸다.
그의 건축은 자연과의 조화가 두드러지는데, 그의 건축물 속의 '물'은 얕고 조용하며 잔잔하다. 또한 건축물과 매우 인접하여 하나로써 인식된다. 그렇기 때문에 편안함과 경건함을 준다. ‘빛’과의 조화 역시 매우 중요한 자연 요소 중에 하나인데, 자연적인 빛을 이용해 어둠과 밝음을 극대화 시키고 공간을 강조한다. 이렇게 물과 빛, 그리고 바람, 나무, 하늘 등 자연은 그의 건축물과 긴밀하게 결합하고 있다. 또한 투명한 소재인 유리와 노출 콘크리트를 많이 사용함으로써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차갑지 않은 느낌을 받게 하고, 자연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한다. 자연과의 조화와 함께 큰 특징으로 보여지는 것은 건축작품이 기하학적으로 완벽하다는 것이다. 근대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그의 작품과 유사한 면을 보이고 있다. 본태박물관과 ‘지니어스로사이’에서도 안도 특유의 프레임을 통한 자연 보기가 나타난다.

▲ 안도 다다오 특유의 프레임을 통한 자연보기

2012년 본태박물관의 개관으로 제주 서쪽 핀크스 비오토피아 단지 인접지역을 관광하는 관광객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가 제공된 셈이다.
본태박물관의 ‘본태本態’의 의미는 본연의 모습이란 뜻이다. 인류의 문화적 소산에 담겨진 본래의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복합문화공간을 추구하는 것이다. 소장품을 통해 한국공예의 미래가치를 탐구하고 국제사회와 한국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나누는 것을 목표로 개관했다. 제주를 방문하는 세계 관광객들에게 한국전통문화를 나누는 박물관의 역할이 기대된다.
안도 다다오는 지형을 이해하고 자연을 의식하면서 인공의 것과 자연의 것이 융합하여 이루어지는 일본건축을 지역주의 건축으로 이해했다. 자신의 전통문화 요소를 통해 일본의 전통적 색채를 훌륭하게 드러내었고 또한 해외 프로젝트에서도 지역이나 장소에 뿌리를 둔 그 지역의 문화적 환경을 구체화하는 건축을 추구했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본태 박물관의 건축가로 선정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연결된다. 그가 설계한 국내 최초의 박물관이다.
본태박물관의 설립은 현대가 며느리 이행자 여사의 40여년 취미인 전통 수공예품 ‘수집’으로 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전통 한옥에서 사용됐던 조선시대 생활용품이 고르게 수집돼 있다. 가구들로 책장, 책탁자, 문갑, 서류함 등, 일상용품으로 담배함, 좌등, 재판 등, 규방의 화사한 물건들로 자개농, 장, 경대, 반짇고리 등, 주방가구들로 찬장, 뒤주 등, 조선시대 목공예품인 소반, 선과 빛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조각보 등 민간 공예품이 다양하게 모여 전통미술박물관을 구성하고 있다.
본태 박물관은 ‘제주대지에 순응하는 전통과 현대’를 컨셉으로 설계됐다.
박물관은 경사진 대지의 성격을 거스르지 않고 공간적 조화를 이루기 위해 서로 다른 높이에서 만나는 삼각과 긴 사각마당을 가진 두 공간으로 구성됐다. 두 개의 L자형 볼륨은 동질감을 가지면서도 단의 차이를 두고 만나 다양한 공간감과 느낌을 연출한다.

▲ 지역의 문화적 환경과 같은 것을 구체화하는 건축

안도 다다오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 콘크리트는 재료의 단단함, 미려한 색채, 자연과의 조화를 수준 높게 보여준다.
전시 내용과 프로그램에 맞춰, 이원적으로 구성하여, 제1관은 전통 미술품과 수공예품에 적합한 소박하고 휴먼스케일에 맞는 공간들의 반복으로 구성됐고 제2관은 높이의 볼륨감이 강조된 공간으로 현대미술품과 다양한 문화행사를 수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박물관 진입을 위한 주동선에 들어서면 콘크리트 구조물군 중앙에 한국전통공법과 의장으로 만들어진 담장이 나즈막이 한 개의 묵직한 점으로 위치한다. 현대건축물과 현대사회의 한가운데 조선시대 문화를 담고 있는 전통공예품들을 위한 박물관이라는 의미였을까.
진입로 계단을 올라 우측에 티켓박스 및 샵이 위치한다. 제1전시관을 향해 걷는 좁고 긴 통로는 좌측 노출콘크리트의 성벽과 같은 높은 벽과 우측의 낮은 벽으로 반개방된 공간으로 구성된 건축적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막다른 곳 정면에서 제주의 바다와 산방산을 한눈에 관조할 수 있다. 안도 다다오의 특징적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제주의 자연을 확 트인 전망으로 조우한 뒤, 좌측으로 이어지는 두 건물 사이 공간에는 한국전통공법과 의장으로 만들어진 담과, 경사로로 이루어진 골목을 따라 가늘고 긴 물의 정원이 있다.
밝고 확 트인 시야를 경험한 뒤 만나는 폐쇄적인 외부공간에 나타난 긴 물의 정원에서는 하늘과 그 하늘이 비춰진 물을 느끼며 다음 전시장으로 진입하게 된다. 빛과 어둠, 하늘과 물의 조화로 자연에 가까운 건축을 보이는 안도의 건축철학이 담긴 공간이라 할 수 있다.

▲ 콘크리트 구조물군 중앙 한국전통으로 만들어진 담장

이 물의 정원을 횡단하는 다리를 건너 미술관으로 유도된다. 제1관은 한국 전통공예품 전시공간으로 2층부터 1층까지 한 획으로 이루어져 복도 없이 한 공간이 차례대로 펼쳐지는 소박하고 인간적인 공간이다.
다양한 소반과 목가구, 보자기 등을 전시하여 화려함과 소박함, 단정함과 파격을 동시에 보여주는 전통수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통미술품 전시관의 전시실들은 각각의 한 개의 볼륨공간으로 구획되는데 삼각형 중정은 레벨차에 의해 형성된 전시홀 간의 완충공간의 역할을 한다. 이 곳에서 제주 텃밭과 본태박물관 정면의 호수를 지나 제주 전경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공간간을 연결하는 곳에서 자연의 현상을 적극적으로 느끼고 경험하게 하는 건축적 장치는 안도 다다오 건축공간에 즐겨 나타나는 요소이다.
제2관은 기획전과 안도 다다오를 위한 곳으로 깊은 처마 아래로 높은 홀과 주전시실이 연결되는 개방감 있는 공간으로 이루어진다. 1층에는 팝 아트 조각가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불타는 입술 등이 전시되었고,
2층에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안도의 특별 공간이 있다.
2층 실내 다리를 지나면 본태박물관의 건축과정을 볼 수 있는 스터디 모델이 있다.
 미로와 같은 좁은 통로를 통해 마지막으로 한국의 모시 조각보를 형상화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는 안도 다다오 ‘명상의 방’이 전통 공간으로 계획되어 있다. 
외부로 나와 이어지는 제3관에서는 쿠사마 야요이 상설전 공간으로 대표작 ‘무한 서울방-영혼의 반짝임 2008’과 한 점의 야요이 작품이 영구 설치되어 있다.
제4관은 우리나라 전통 상례를 접할 수 있는 ‘피안으로 가는 길의 동반자 – 꽃상여와 꼭두의 미학’전을 만나게 된다.
꼭두와 상여들로 구성되어 있어 전통상례공예를 통해 목공예 상여를 만나는 신선함을 경험할 수 있다.
박물관 공간에 제주도의 자연을 취해 넣으면서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이라는 작품의 성질과 스케일까지도 다른 예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인접한 두 개의 건물에 위화감 없이 마련하는 것이 건축 설계의 과제였다고 한다.
안도 다다오는 그 해답으로 자신의 건축 특징인 완벽한 기학학적 구성을 시도하는 두 개의 L자형 평면에 전통미술박물관은 천정고가 높은 한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통층 구조공간을 많이 배치함으로써 공간의 개방감을 확보했다. 닮은 형상의 두 개의 평면의 병립으로 시설 전체의 공통의 리듬과 조화가 이루어진다. 그 양 매스가 내포하는 공간은 또 다른 역할을 하고, 서로 다른 형체가 긴장감을 가지면서 조화를 이룬다.
 미술품뿐만 아니라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의 만남, 그것들과의 대화 속에서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원했던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기대와 바램이 관람객들에게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음 호에서는 제주 동쪽에 위치한 안도 다다오 건축물로 명상 공간 ‘지니어스로사이’를 만나볼 것이다.

▲ 복도 없이 한공간으로 이어지는 한국 전통공예품 전시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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