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於我如浮雲(어아여부운)
於我如浮雲(어아여부운)
  • 이기운 카프스파트너스 전무
  • 승인 2018.02.14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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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를 알고 과도한 것을 꿈꾸지 않는다

“기쁨과 즐거움이 또한 그 가운데 있으니, 도의에 어긋나면서 부유하고 또 벼슬까지 높은 것은 내게는 뜬구름과 같은 것일 뿐이다”. 이는 논어의 술이편에 나오는 귀절이다.

가난하더라도 만족하며,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불의한 부와 자리를 탐하지 않은 소박한 삶을 그리고 있다.

우리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비교를 하게 된다. 가까운 동료들과 비교하게 되고, 동료들보다 진급이 늦어지거나, 대외비인 성과급을 서로 알아보려고 하고, 동료들 보다 적게 받으면 불편해 하거나, 다른 사람을 시기하는 경우도 많다. 또 상실감으로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그리고, 자기 연봉보다도 과도한 소비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월급을 받더라도 계획적으로 생활하기보다는 소비부터 하게 되고, 저축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다 실직을 하게 되면 바로 돈에 쪼들리게 되고, 급하게 다른 일자리를 찾게 되고, 그러다 또 새로 찾은 일이 맞지 않아서 바로 사직하게 되고, 그렇게 지내면서 경력이 망가져서 재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몇 년 전에 구직을 하려던 모 선배의 경우를 보면서 안타까워했던 적이 있었다. 그 선배는 대기업 전자회사에 20년 가까이 근속하다 퇴직하여 중견업체에서 전무로 근무했었다. 전자제품 해외영업을 오래 했었고, 중견업체는 통신 시스템을 개발 판매하던 회사였는데,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비즈니스로 진출하면서 계열사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면서 스카우트 되었다. 그 회사는 해외 수출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 방송에도 여러 차례 소개 되기도 했다.

그런데, 신재생 에너지 분야가 전세계적인 과잉 투자가 되었기에 관련분야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서 그 회사도 결국은 사업을 정리하게 되었고 그 선배도 퇴사하였다. 하지만 회사에서 고위직 임원으로 근무하던 인력에게 더구나 과잉투자로 구조조정된 산업분야에 근무했던 인력에게 재 취업의 기회는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대부분 그 연배로 퇴사한 사람들은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집에서 쉬더라도 살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선배는 그렇지 못했다. 당시에 자녀 둘이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에 자녀들을 유학 시키는 직장인들이 많이 있다. 미국에서 일류 대학이라면 학비가 6~7만 불 정도 소요된다. 그런데, 미국의 학부과정에서 한국 학생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아직도 개발도상국의 학생들에게는 미국의 여러 기관들로부터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제 한국은 개발도상국 단계를 벗어났다고 한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게다가 미국 국적자가 아니라면 등록금을 대여받을 수 있는 방법도 많지는 않다.

물론,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장학금을 주는 일류급 대학도 있다. 그런데, 잘 알아보지도 않고 유학을 보냈을 때 직장인으로 감당해야 하는 부분은 대부분의 직장인의 능력을 벗어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친구 중에 KAIST에서 박사학위를 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학위 후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이른바 큰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를 하였다. 오랜 기간 미국에서 근무하다 귀국한 후 만났는데, 그 친구가 많이 찌들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친구는 자식 두 명을 고등학교 때부터 영국으로 유학을 보내서 공부를 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영국은 생활비는 비싼 편이지만, 대학 등록금은 비싸지는 않은데 사립 고등학교라면 경우가 많이 다르다. 일류급 사립고등학교는 연 10만불 정도의 등록금이 필요하기에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연봉이 많다고 해도 두 자식을 영국의 사립고등학교를 보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친구는 미국에서 살면서 미국의 좋은 학교에서 공부시키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국의 부유층처럼 영국의 사립 학교로 유학 보내고 남은 직장 생활을 어렵게 하고 있었다.

이 두 예의 경우는 한 때는 직장인으로 잘나갔던 사람들이였지만, 그런 생활이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20년 전만 해도 회사에 입사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정년까지 근무가 가능했고, 그 때까지는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이 과거의 직장인이였다. 그렇지만 직장 생활도 본인의 잘못이 아닌 다른 외부적 요인으로 빨리 정리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특히 IMF 이후에는 직장인이 정년까지 근무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물론 강력한 노조가 있는 회사에서 노조원으로 근무한다면 충분히 정년까지 근무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은 대기업들이 국내에서 경쟁하던 시대가 아니다. 국제경쟁에서 밀려나면 대기업이라도 문닫고 구조 조정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 질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해외 파견 나갔거나 또는 해외에서 공부하다, 자녀가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학교에서 공부하게 된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런 경우가 아니거나 회사의 지원도 받지 못하면서 월급의 대부분을 자녀에게 송금하다가 갑자기 구조조정에 휘말리고, 외기러기 신세가 되어 집도 없이 싸구려 월셋방을 전전하는 아버지가 있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 이기운 카프스파트너스 전무

필자도 한 때는 저 비용으로 자식을 북미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다. 캐나다의 경우 연 2만불 대 정도면 보낼 수 있는 고등학교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과연 아이비리그나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상위권의 대학(예를 들면 미국 내 대학 랭킹 100위)을 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면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였다. 요즘 많은 학생들이 미국에서 유학을 하지만, 귀국했을 때 과연 공부한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이다.

미국만 해도 대학이 3,000개가 넘는다, 그래도 어느 정도 랭킹이 있는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귀국을 했을 때는 취업을 하기에 유리하지만, 그렇지 않고 소위 미국의 이류, 삼류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했을 때, 제대로 취업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면 자식에게 그런 유학은 보내지 않는 경우가 더 나을 수도 있다.

필자가 이따금 상담하는 후보자들 중에는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귀국했지만 취업이 되지 않아서, 초등학생 대상 보습학원에서 영어교사를 하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그러니 등록금이 싸고 장학금 혜택이 있다고,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바로 미국의 이류나, 삼류 대학으로 유학을 가는 것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식들을 고등학교, 대학으로 유학을 보내는 경우, 심하면 기러기 생활을 하면서도 유학을 보내는 경우도 많은데, 앞으로 유학문제는 많이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자녀가 미국에서 공부하면 영어를 잘하게 되어서 앞으로 자녀 인생에 도움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나, 남한테 보여주기 위한 허영심으로 자녀에게 불필요한 고생을 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을 고려해 많이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 때 한국 최고로 성공한 배우였던 남궁원씨도 아들을 하버드 대학에 유학시키기 위해 체면 불구하고 변두리의 나이트 클럽에서 불러도 나갔다고 한다. 홍 전의원이 방학 때 잠시 한국에 들었다가 수원의 변두리 클럽에 아버지가 출연한다는 광고를 보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한국에서 자기 분야에서 소위 성공한 사람도 자식을 미국의 일류 대학에 유학을 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하물며 일반 직장인들이야… 물론 남궁원씨는 자녀의 해외 유학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금 직장에서 잘 나간다고, 해도 언제까지 지속될 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시대, 특히 요즘같이 아이템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서 산업의 부침이 심각한 시대에는, 장기적인 고려 없이 자녀의 교육에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은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꼭 자녀에 대한 투자가 아니더라도, 새로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 우리는 자신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신입사원들이 입사하자마자 장기계획없이 외제차를 할부로 구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받은 월급을 상당 부분을 할부금으로 납부한다. 만약 혹시라도 구조조정 등으로 퇴직하게 된다면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직장인은 직장인으로의 커리어를 짜고 그에 맞추어 장기적인 생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주위의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부유층 자제들을 흉내 낼 필요는 없다. 직장인은 직장 생활에서 보람을 느끼고,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달성하면서 생활하면 될 것이다.

안정적인 직장 생활이란, 월급을 많이 주는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퇴직하게 되었을 때, 어느 정도 기간을 자기의 생활을 유지하면서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기간이 짧을수록 급하게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하기에 다음 직장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직장생활은 불안해 질 것이다. 그리고, 어떤 생활이든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소비 생활은, 그저 하늘을 떠가는 구름과 같이 생각하고,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의미에서, “於我如浮雲”란 귀절은 현재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챙겨야 할 덕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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