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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출 기업 76% "한중 관계 악화 영향 체감"
중국 진출 기업 76% "한중 관계 악화 영향 체감"
  • 신성은 선임기자
  • 승인 2018.02.1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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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태국 등 중국 외 해외 진출 면세점도 타격 입어…현대차, 중국 진출 15주년 기념행사마저 생략해

커버스토리2 - China Stress 사드보복과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의 위기 

“사드 수렁에 빠진 한국”.

한국기업들이 좀처럼 사드(THAAD)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관광산업만이 아니다. 분야가 넓다. 강도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보복은 집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다.

롯데가 정부의 성주 사드 부지와 인근 롯데 소유 골프장의 교환 제의를 수락한 이후 한국 경제보복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롯데가 경북 성주에있는골프장스카이힐CC를 정부의 사드 설치 대체부지로 확정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중국내 롯데마트는 중국의 소위 '합법적' 제재에 영업정지를 당하기 시작했다. 소방점검 등 중국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행정적, 법적 제재가 진행됐으며 그 범위는 롯데마트를 넘어서서 롯데의 중국 사업 전체로 확산됐다.

롯데가 중국내 대형마트 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08년 '마크로'를 인수하면서부터. 롯데 신동빈 회장은 롯데의 중국진출을 주도했다. 덕분에 격화된 신동주 회장과의 경영권분쟁에서 큰 암초가 되기도 했다. 초기부터 쉽지 않았던 대형마트사업은 과감한 폐장과 각종 현지화전략으로 지난해 매출신장률이 동북사업법인은 7.2%, 화중사업법인은 11%나 오르는 신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드보복으로 이제 빠른 철수를 위한 조치들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사드보복이 더욱 강화된 이후 롯데마트는 10월 현재 현지 99곳의 영업장중 무려 87곳의 영업이 중단되었다.

2017년 1월부터 8월까지 매출은 전년 대비 약 7,500억원이 줄어든 4,100억원에 그쳤다. 무려 64.7%나 급감한 것. 동기 영업손실도 800억원 늘어난 1,450억원을 기록, 적자가 800억원이나 늘어났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 대비 1조2,250억원 준 4,500억원에 그치고 영업손실도 무려 2,5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한국의 면세점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롯데면세점 역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세계면세점 매출 순위 2위로 도약했다. 미국의 DFS사를 제치고 스위스 듀프리사에 이어 2위로 올라선 것. 올해는 이미 2위 수성이 어렵다는 평가다.

지난 3월 중순 중국정부의 한국 단체 관광 금지이후 사드보복 여파는 전체 관광산업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그런데 롯데면세점의 경우 그 보복이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면세점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롯데와 신라의 경쟁은 해외에서도 치열하다. 롯데는 올해 태국 방콕, 베트남 다낭 등에서 해외 면세점을 오픈했다. 태국의 방콕 시내면세점의 경우 태국 면세점 독점사업자 킹파워와의 갈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 큰 기대를 모았던 다낭점의 경우에도 암묵적인 중국정부의 단체관광객 롯데면세점 금지 조치(?)로 '롯데' 간판을 내릴 지경이다.

이러한 고전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롯데면세점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조55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326억원에서 74억원으로 96.8% 급감했다. 분기별로는 1분기에 372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2분기에는 298억원 적자를 봤다.

그만큼 롯데에 대한 중국정부의 보복은 지속적이고 집요하다.

롯데는 결국 롯데마트 매각 결정을 내렸다.

지난 10월 12일 롯데지주사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롯데의 임병연 경영혁신실 부사장은 “중국 롯데마트는 자문사를 선정해서 매각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올해말까지 결과를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매각 주관사는 골드만삭스.

롯데의 야심 찬 중국진출사업중 하나인 롯데월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 현지서 롯데 계열사 7곳이 참여한 '롯데월드 선양'의 경우 총 3조원을 들여 2019년 중국판 롯데타운을 완성할 계획이었다. 이 계획이 점차 커지고 일정이 지연되면서 전체 예산이 2배로 증가했다는 진단마저 나오고 있지만 지난해 11월 소방 점검 등의 이유로 건설공사가 중단됐다. 투자규모가 큰 만큼 피해규모도 엄청나다.

1조원 가량을 투자한 청두 복합몰 사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정부가 쇼핑몰, 시네마, 호텔 등 상업시설의 건설 공사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덕분에 터파기만 하고 공사가 이미 중단된 상태다.

신동빈 회장이 주도한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은 매우 힘겨운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형제의 난을 극복하고 그룹 정상화, 롯데호텔 등 다양한 그룹사내 기업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롯데그룹에겐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상황도 매우 좋지 않다.

현대자동차가 중국에 야심 차게 진출한 시기는 지난 2002년. 현지 합작사인 베이징현대를 설립한후 현대자동차는 '현대속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승승장구했다.

'현대속도'는 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이룩한 엄청난 속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현대는 중국 진출 완성차 업체중 최단기간에 현지 공장을 완성했고 63개월만에 생산 및 판매 100만대를 달성했다. 이후에도 최단 기간에 200만대, 500만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에는 800만대 고지에 올라섰다. 올해에는 누적 생산 및 판매 9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15년째를 맞는 중국 현대자동차는 회사발전의 전기를 중국을 통해 확보했다는 평가마저 받았지만 올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위기상황은 지난 10월18일 현대자동차 중국 진출 15년 기념식에서도 잘 드러났다. 현대자동차는 어떠한 행사없이 조용하게 15주년 기념식을 마감했다.

더욱이 올해 초유의 공장 가동중단 사태를 맞았다. 더욱이 현지 파트너와의 불화설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 중국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전 신화를 일궈낸 현대자동차는 왜 이러한 고전에 직면한 것인가? 역시 중국의 사드보복 피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의 관광산업과 같은 직격탄은 아니지만 중국 현지의 반한(反韓) 분위기가 현대차 판매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중국의 엄청난 자동차 증가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5년 제 1공장이 30만대 증설을 완료했고 2008년, 2공장, 2012년 3공장을 준공하면서 중국 100만대 시대를 열어냈다.

이러한 속도는 타사와 비교하면 현대가 중국에서 얼마나 선전했는지 알 수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메이커로 부상한 폭스바겐과 GM이 합작한 상하이폭스바겐사는 100만대 생산시설을 구축하는데 무려 25년이 걸렸다. 이치 폭스바겐은 20년, 상하이 GM이 13년이 걸렸다. 그런데 현대자동차는 고작 10년만에 100만대 시설을 완성한 것이다.

특히 아반테는 현대 자동차 신화의 상징이었다.

4세대 아반테인 중국 위에동이가 134만 7046대, 엘란트라, 베르나, 랑둥이 각각 127만3200대, 116만7478대,114만 1308대를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데 15주년을 맞는 올해는 기념행사마저 생략할 만큼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정부의 사드보복이 강화된 지난 3월부터 중국의 반한 여론은 확대되기 시작했고 현대자동차는 전년대비 매출이 44.3% 가 급감했다. 지난 4~6월 사이엔 역시 60%가 넘게 매출이 감소했다.

지난 9월까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무려 37%나 줄어 들었다.

이에 중국 현대자동차는 판매목표를 125만대에서 80만대로 낮췄다.

판매부진에 따라 빠른 속도로 확대한 시설은 결국 공장가동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지난 8월, 판매부진에 따른 납품대금 지연으로 부품사들이 부품공급을 중단하는 상황에 직면, 5공장중 1공장부터 4공장까지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에 직면하기도 했다. 9월에도 4공장은 가동이 중단됐으며 9월에서야 모든 납품대금을 지급했다.

합작사인 베이징기차와도 불화설이 나돌기도 했다.

중국 현대자동차는 최근 베이징기차와의 공개행사 등 불화설을 일축했으며 중국 최대 인구도시 중경공장에서 뉴 루이나를 출시하고 더욱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현지판매전략을 강화하며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정부의 반한 경제보복 및 여론정책에 대해 현지화 전략으로 공세를 강화한 것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지만 아직 회복세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중국내 현지 기업들의 사드피해는 롯데와 현대자동차로 대표되지만 이들 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현지기업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

최근 산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4곳 중 3곳가량은 중국의 사드보복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과 대한상공회의소 베이징사무소 및 중국한국상회가 공동으로 6월 한달간 총 7개 업종의 212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기 설문조사(제10차)를 진행한 결과다.

“2017년 2분기 중국 진출 한국기업 경기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상 기업의 76%가 “한중 관계 악화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 1분기의 66% 에 비해 무려 10%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부문별로는 현대자동차로 상징되는 자동차 분야가 압도적이었다. 자동차업계는 무려 93%로 대부분이 사드보복을 체감하고 있다.

롯데마트로 대변되는 유통분야도 77%다. 화학분야도 77%로 매우 높다.

산업연구원 보고서는 사드보복의 영향을 명백히 확인하고 있다. 대표적인 중국시장내 현상은 바로 한국제품에 대한 반감이다. 2분기의 한국제품 수요 감소는 38%로 전 분기(23%)에 비해 많아졌다. 그리고 그 영향이 가장 큰 분야가 자동차와 유통업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이 사드때문이라는 분석에는 이견도 적지 않다. 물론 사드로 인한 피해는 명백하다. 그 여파도 엄청나다. 그렇지만 중국의 외국기업 정책, 중국의 경제구조 등 구조적인 면도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즉 사드가 아니더라도 중국내 현지 한국기업들은 새로운 생존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사드갈등으로 롯데그룹은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그룹은 중국 롯데마트의 철수를 진지하고 준비하고 있고, 국내외 롯데면세점 또한 중국인 관광객의 급감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 롯데마트의 모습. 사진=위키미디어

최근 이와 관련 중국대사로 부임한 노영민 전의원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다. 노 중국대사는 부임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롯데마트 사태는 사드때문만은 아니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여론에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그의 발언은 정치적으로 부적절했을 수 있지만 사실관계는 맞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의 발언이 중국부임을 앞두고 중국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려는 의도적 발언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사실관계를 보면 이미 중국내 한국 유통기업들의 진출은 실패로 귀결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유통분야에서 롯데와 함께 한국에서 양강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신세계는 이미 중국내 이마트사업을 포기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신동빈 회장의 중국진출사업이라는 명분 때문에 더 오래 버틴 감이 없지 않다.

롯데유통 관계자들은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만큼 중국내 외국 유통기업들의 현지화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홈쇼핑업체 등 대부분의 유통기업들이 철수를 했거나 이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철수가 정답이라는 평가다.

현지기업들은 구조적으로 힘든 이유로 인력난과 높아지는 인건비 등을 꼽고 있다. 최근 한국 무역협회 베이징 지부에서 실시한 현지 조사에 따르면 인력난과 인건비를 경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조사 대상 기업 21.8%가 인력난·인건비를 가장 큰 경영 애로사항으로 답했다. 또한 빠르게 오르는 현지 임금을 꼽는 기업이 많았다. 지난해 중국에서 최저임금을 새로 공표한 10개 지역의 평균 인상률은 9.4%다. 중국의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3년 11.1%, 2014년 7.2%, 2015년 10.2%에 달할 정도로 인상률이 가파르다.

여기에 노사분규도 많아지고 있다. 중국노동자통신(CLB)는 2015년 중국 노동자 시위가 전년에 비해 2배 늘어난 2,700건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상반기 노동자 시위는 전년 대비 18.6% 증가한 1,454건이었으며 전체 노동자 시위 가운데 제조업 시위는 약 20% 수준이다.

이외에 기업들은 경쟁심화(21.3%)와 원자재 조달·가격상승(13.9%), 현지정부규제(7.4%)도 주요 경영 어려움으로 꼽혔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경제의 가파른 성장과 함께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좀더 근원적인 이유로는 중국정부의 해외기업에 대한 정책을 꼽는 경우가 많다.

세계최고의 전자업체로 부상한 삼성전자는 중국 생산을 줄이고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중국내 스마트폰과 가전시장에서 중국업체들에게 이미 밀려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절반 가량이 베트남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TV·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 가전제품도 베트남 생산을 늘리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 삼성전기 등 삼성의 부품 계열사들도 베트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삼성전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진출 글로벌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세계 최고의 인구, 엄청난 경제성장률과 급증하는 소비력은 중국시장의 매력이다. 이에 따라 앞을 다투어 중국현지기업 확장에 나섰지만 미래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기업들의 무덤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는 지난 2월 실적 발표에서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동기대비 12%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최근 애플의 실적 발표에선 미국, 유럽, 일본 시장에서 5%이상 성장했지만 중국에서만 매출이 14%나 감소했다. 세계 최대 시장 중국에서 기술장벽이 가장 큰 최첨단 글로벌 IT기업들마저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중국가전시장을 주름잡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요 제품 점유율이 급감했고,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IT 기업과 우버 등 첨단기업들도 힘을 못 쓰고 있거나 철수 했다.

최근 시장조사 기관 SA에 따르면 올해 1사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선 중국업체 화웨이, 오포, 비보 등이 나란히 1,2,3위를 차지했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무려 54.4%에 달한다. 반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은 7.7%의 점유율로 4위에 머물렀다. 최근 세계시장 1위로 오른 삼성전자는 중국의 신생업체에도 밀리며 8위로 내려 앉았다. 스마트폰뿐이 아니다. 백색가전을 대표하던 삼성과 LG의 중국신화는 이미 흘러간 옛 노래다.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1, 2위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선 점유율이 각각 7%, 1.4%에 불과하다. 시장랭킹에선 중국 업체들로 가득하다. 하이센스(14.6%)와 스카이워스, TCL이 중국 TV 시장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가전에서 글로벌 기업의 기반을 일궈낸 중국 IT, 전자업체들은 이제 세계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들은 프리미엄 제품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하이얼은 지난해 미국 GE의 가전사업 부문을 인수하며 프리미엄 분야로 진출했다. 중국내 스마트폰 1위 화웨이는 통신장비 부문에서 핀란드 노키아나 스웨덴 에릭슨을 넘어서는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그렇다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FANG'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첫 글자를 딴 신조어다. 그런데 세계 IT,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는 이들은 중국에선 명함조차 내밀기 힘들다. 중국정부는 톈안먼(天安門) 사태나 티베트 독립 등 정치적 이슈가 언급되는 것을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트위터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콘텐츠를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는 중국 공산당의 강력한 정책이다.

반면 BAT로 불리는 중국의 3대 글로벌 IT기업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은 월간 이용자 숫자가 8억8900만명으로 페이스북의 왓츠앱(12억명)에이어 2위다. 지난해 알리바바 고객 수는 4억4300만명으로 이미 아마존(3억명)을 넘어섰다.

철수하는 글로벌기업들도 늘고 있다. 우버는 지난해 8월 중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발 업체 오라클은 연구개발(R&D) 사업을 담당하는 200여명을 해고했다. 일본 소니도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소재 가전제품 공장을 현지 기업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공산당이 주도한다. 또한 공산당의 주도적 정치구조는 모든 경제의 상수로 작용한다. 외국 기업들도 이를 쉽게 인정한다. 그러나 결국 중국의 공산당 일당 독재의 정치구조를 유지한다는 최고의 가치는 경제영역에서도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을 가로막는 보호장치가 된다는 분석이다. 중국에 투자하는 해외 기업 관계자들은 중국 시장의 진입장벽과 중국 기업에만 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비판해왔다.

결국 투자 우대조치와 엄청난 인력, 저임금 구조로 외국기업들의 중국진출을 확대했지만 중국기업들의 성장과 함께 중국내 시장점유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추세가 일반적이다.

결과적으로 외국기업의 생존을 어렵게 하는 중국 경제구조의 변화와 정책, 최근 급증하는 사드 경제보복과 이로 인한 반한감정 등은 복합적으로 한국기업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중국 현지 진출 국내 기업들의 탈중국 행렬도 이어지는 추세다.

물론 제19차 전당대회를 계기로 많은 변화가 예견되기도 한다. 역대 지도자중 가장 마오쩌뚱을 닮았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이 이뤄질 경우 보다 안정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국가주석은 최근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에 안정적인 사업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시 주석은 해외 기업에도 '내국민 대우' 자격을 부여할 것을 약속했다. 내국민 대우 자격이 부여되면 해외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동일한 대우를 받게 된다. 시 주석은 지적 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중국 국내 금융 부문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점진적으로 개방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 시 주석은 해외 기업의 중국 진출을 칭찬하고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 했다. 시주석의 이러한 평가는 극히 이례적이다.

물론 이러한 급격한 조치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최근 미국과 인도 등의 국가가 중국을 대신한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시주석의 이러한 발언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올해 상반기 중국에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약 74조 원으로 전년 대비 0.1% 감소했다. 상하이 소재 미국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하이에 있는 미국 기업 다섯 개 중 하나는 중국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이 어떠한 정책변화를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중국진출 한국 기업들은 이제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구조적인 난제와 사드보복이라는 이중고에서 새로운 전략이 요구된다. 아무튼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는 빠르게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은 모든 중국 진출 기업들의 공통적인 요구다. 그리고 매우 간절하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444호(2017년 11월)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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