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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실질적인 빅데이터 혁명
4차 산업혁명은 실질적인 빅데이터 혁명
  •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
  • 승인 2018.02.14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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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핵심 성공요소는 기술이 커나갈 수 있는 생태계의 육성

커버스토리1-4차 산업혁명의 의미와 빅데이터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초 다보스 정상회담 이후 초미의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 그 간 실체가 묘연했던 혁명의 성과도 우리 주변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증권사와 IT회사의 업무제휴에서부터 업무영역을 드나드는 여러 형태의 합종연횡이 전 산업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강력한 변화의 파고가 안온하게 보호되어 온 우리 산업 생태계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예상되는 문제와 대응전략을 고민해볼 때가 되었다. 대체 이러한 변화가 왜 나타나는 것일까? 과거와는 무엇이 다른가?

4차 산업혁명은 증기 및 기계화로 표방되는 1차 산업혁명, 전기와 대량 생산으로 대표되는 2차 산업혁명, 그리고 컴퓨터와 자동화를 이룩한 3차 산업혁명 이후에 등장한 전례 없이 진화된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이는 정보통신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모든 산업분야의 와해와 재구성 그리고 새로운 융합을 구동하고 있다. 즉, 산업 간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만들어지는 서비스와 물품도 소비자와 시장의 반응을 토대로 업그레이드되는 협업의 구조다. 경쟁에서 이기면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주변과의 연관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핵심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이다.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은 이 어려운 시도의 근저에는 데이터 분석이 필수적인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은 실질적인 빅데이터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

어떤 식으로 접근하던 작금의 변화를 주도하는 결정적 요소가 광범위한 데이터의 분석 능력에 있음은 틀림없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에 충분히 다루어지지 못했던 모든 사물과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그리고 인간 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조명을 통해 데이터를 가치창출의 기반으로 활용하는 궁극적인 데이터 혁명이다. 어쩌면 우리와 주변을 되돌아보고 새로움을 추구할 데이터 활용 노력은 온고지신의 또 다른 형태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변화가 도래하였는가? 일부 기술전문직의 주도에 사회의 다수가 끌려 다니는 모습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미 인공지능은 자연지능을 앞지르고 새로운 종속과 지배의 수단과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의 근본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초연결의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연결이 주는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 연결된 시장과 그렇지 않은 시장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과거에는 소위 사일로(silo) 식의 전문화와 대량생산 방식으로 접근 가능했던 시장이 연결로 인해서 수급요인이나 취향마저 수시로 변화하는 전례 없는 국면으로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의 생산과 접근방식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청진기가 아닌 MRI가 필요해진 세상이 되어버렸다. 연결된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파악하려면 연관을 파악할 수 있는 다방면의 데이터 분석이 기본이다.

여건이 이렇게 바뀌다 보니 시장과 고객 간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이들을 상호 만족시키기 위한 고객참여유도 방식의 협업과 개방적인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졌다. 실제로 소위 잘나가는 선진국 기업들의 대부분은 플랫폼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즉, 자체적인 생산시설이나 고용인원으로 가치창출을 주도하는 과거의 방식이 아니라, 고객이 가치창출의 일부가 되는 개방장터의 모습을 띄고 있다. 구글(google)이 주도하고 있는 탐색엔진 전략 또는 롱테일(long tail) 전략은 이러한 다면적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합당한 선택인 것이다. 구글의 수익이 80% 이상 우리가 클릭하는 탐색엔진과 연관된 광고수입임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아마존(Amazon)도 마찬가지다. 모든 전자상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는 시장을 바탕으로 O2O까지 가치체계를 구성하였기 때문에 엄청난 가치창출의 기적(scalability)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시장의 본질적 변화 즉, 연결된 세상이 가져다주는 모든 참여자들의 행동패턴 변화, 영역 구분의 와해, 데이터 중심의 접근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기업들만이 소위 ‘요새 잘나가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은 과거와 무엇이 다른가?

인류변화의 역사가 비약적인 발전(quantum jump)이라고 간주될 수 있지만, 다윈(Darwin)의 지적과 같이 많은 경우 끊임없는 진화의 결과이다. 수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되어온 연결이라는 요소가 새로운 가치창출의 기반이 된 것이다. 개별요소가 아닌 연관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창출되는 가치는 과거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파괴력을 지닌다. 이는 소위 경제학의 네트워크 효과에다가 연결이 가져다주는 범위와 규모에 더하여 또 다른 차원의 연관이 합해져서 생기는 폭발적인 가치창출능력이다. 길게 보면 인류는 인류시초에서부터 지금까지의 경험을 단 몇 년간에 축적하는 것이고 이러한 추세는 더욱더 가속화될 것이다.  

주목할 사실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성공요소가 기술이 아니라, 기술이 커나갈 수 있는 생태계의 육성이며 이는 법과 규제, 문화적 환경, 교육과 윤리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을 기술혁명으로 간주하는 것은 편협한 접근이다. 오히려 인간성을 보호할 수 있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활용에 관한 폭넓은 공감대 형성이 더욱 중요하다. 이는 코딩에서의 윤리적 요소가 강조되고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가능케 하는 핵심요소가 연결의 네트워크보다 개방과 협업의 사회 문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즉, 생태계 차원에서 자기 것을 공개하고 발표하고 더 큰 세상의 관심을 이끌어내어 투자도 받고 성장해가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신뢰가 중요한 것이다. 사실 연결 면에서는 우리나라의 ICT 환경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민간들의 움직임이 제한적이다. 하드웨어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마인드가 우리나라의 풍토에서는 커나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사회의 신뢰 수준은 여전히 바닥이다. 신뢰 토대가 다른 방식으로 커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공유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기득권의 그늘이 너무 크다.

아무래도 미래 산업 차원의 연결을 주도하려면 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의 지원과 보호만으로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법과 규제의 틀을 바꾸어야 하는 보다 높은 차원의 이해상충관계를 극복해야 하는데, 이 노력은 사회구성원의 합의도출 없이는 불가능하다. 실제 미국에서도 혁신의 모멘텀(momentum)이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에 집중되어 있는 사실만 보더라도 쇼클리(Shockley)박사 이후 50여 년에 걸쳐 꾸준히 성장해온 그들만의 생태계에 관한 이해나 준비 없이 스타트업을 모내기 하듯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따라서 대기업 위주의 고도성장 패러다임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경우 4차 산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우려는 모두의 바람을 현실로 구체화시키는 데 있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있다. 4차 산업을 미래성장의 계기로 활용하고자하는 다수의 바람이 구체화되려면 모두의 사고방식에 근본적 변화가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요 요소는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이다. 사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힘의 원천이 바로 데이터이다.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거듭된 중소기업 관련 정책적 실수나 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일례로 실리콘 밸리의 사이즈업(SizeUp)이라는 스타트업의 경우, 소위 ‘감’이나 ‘발품’으로 얻어진 정보보다 훨씬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사업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또 다른 예로 블렌더(BLender)라는 금융 서비스 업체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과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각자의 여건에 맞는 다양한 밀착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비즈니스 목적이 아닌 사회적 난제해결에도 빅데이터는 적극 활용되고 있다. 파라과이(Fundación Paraguaya)의 빈곤퇴치프로그램(Poverty Stoplight)은 해당 지역의 빈곤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찾기 위해 지구촌 전체의 데이터를 연결하여 양극화 해소에 활용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돈만 뿌리는 방식보다 훨씬 효과가 좋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렇게 빅데이터는 다양한 영역에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약속하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핵심요소이다. 그러나 데이터와 집단지성으로 사회 문제도 해결하고 돈도 버는 앞서 살펴본 사이즈업이나 블렌더의 개방과 공유의 모습은 정부의 지원이나 드라이브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완전히 자발적인 민초들의 모습이다.

기가 막힌 사실은 우리나라가 미래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이 예상 밖으로 잘 갖추어져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모바일 트래픽만 따지면 세계 1위로서 데이터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데이터 생산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들이 주도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쓸 만한 데이터가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나라가 세계 공공데이터 평가에서 5위를 차지했지만, 유독 개방도 점수는 59점으로 전 세계 14위에 그치고 있다.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개방에 국한되어 시장 인센티브와는 거리가 있다.

두 번째로, 정부주도의 데이터 관련 지배구조이다. 이로 인해 데이터의 순환이 제한되고 있으며 민간 유통도 어렵다. 미국의 켄쇼(KENSHO)는 고액 연봉의 애널리스트가 40시간 걸리는 보고서 작업을 단, 5분 만에 마무리 할 수 있고 요들리(Yodlee)는 모든 금융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가공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서비스는 꿈도 못 꾸고 있다.

게다가 각 부처는 자기 부처의 문제만 보고 해결하는 사일로식의 사고에 갇혀 있다. 각자 열심히는 하지만 ‘연결된 세상’에서 ‘분열된 처방’을 하는 모순에 싸여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데이터 관련하여 거미줄 같은 법규와 규제가 당국의 책임회피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졌다. 그렇다 보니 데이터의 오남용은 제대로 처벌하지도 못하면서 데이터의 원활한 흐름만 방해하는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네 번째로 데이터 활용이 저조한 이유는 정책분야의 수요가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여러 요인이 얽혀진 복합적 문제에 대해 증상 위주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단기적 처방만 강조되면서 데이터 활용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각 정부부처는 부처별 산하연구기관을 통해 정책자문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민간의 의견개진이나 검토과정은 사전 배제되기 쉽다. 핀테크 육성정책의 경우에도 신규 핀테크 업체들이 정작 필요로 하는 법규나 규제 가이드라인, KYC-AML 등 법규준수 서비스나 데이터 활용 관련 지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시행령 위주의 대응책, MOU체결, 창업지원 노력만이 강조되고 있을 뿐이다.

다섯 번째, 우리는 시장 신뢰 구축에 실패했음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세질 때마다 우리사회는 지나칠 정도로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한 법적 조치만 강화해왔다. 이는 결국 옵트인(opt-in) 제도를 통해 소비자의 책임으로 전가되었으며, 정부는 시장교란요인에 대해 솜방망이식 규제로 일관하면서 시장의 불안요인을 관리하지 못했다.

경제의 틀을 바꿔야 하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이슈들이 생성되고 있다. 그러나 수직적이고 분열적인 체제 안에서 정작 경제주체들은 잔뜩 움츠러들어 있다. 글로벌 시장에 참여하는 일부만이 생존을 위해 불리한 합병대상을 자처하고 있다.

계속해서 강조해온 우리 성장을 견인할 데이터 관련 역량은 데이터의 공개와 결합, 가공이 가능한 미래지향적 여건 조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빅데이터도 심층, 다각적으로 분석되어야 실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공개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결합은 데이터 산업의 시작으로 입체적인 인사이트(insight)를 도출하는데 절대적 필수요소다. 우리나라는 모든 개인정보를 민감 정보 수준으로 일괄 규제하고 있어 분석과 활용과정에서 과도하게 사전 동의 의무가 부과되고 있다. ‘특정한 목적’을 사전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면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가공할 수가 없다. 따라서 데이터를 모아봐야 실제 써먹기 어려운 데이터뿐일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데이터가 제대로 활용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 가야 한다는 면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2017년 개정 개인정보법이 시행되면서 데이터 거래 등 결합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었으며, 주요 기업들은 연합해서 사물인터넷 데이터 거래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된 법률에 따라 익명가공정보의 경우 정보주체 동의 없이도 재이용할 수 있다. 또한 정보 취득 시에 확정된 이용목적을 이후에 변경하는 절차가 간소화되어 적극적인 데이터 분석도 가능하다.

물론 데이터 공개만 주장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유럽이 지급결제서비스지침(PSD2, Payment Service Directive 2)을 통해 은행의 데이터를 핀테크 기업과 공유하도록한 것은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라는 데이터 보호정책이 뒷받침하고 있어서 가능해진 변화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면에서 큰 그림도, 미래를 위한 로드맵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사후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나 책임보험제도 등 엄격한 책임을 부여해서 데이터를 보유하거나 이용하는 기관들의 보안의식을 자발적으로 제고시켜야 한다. 데이터 유출에 대한 엄중한 책임이 확인되어야 국민들도 데이터산업을 신뢰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란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데이터 활용의 근본은 사회적 믿음이다. 시장 신뢰 없이 데이터 공개를 기대하는 것은 말을 마차 뒤에 놓는 것과 다르지 않다. 보안은 무시하고 정보 활용만 강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빅데이터 활용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변화의 시작은 첫째, 의식 및 조직 관련 지배구조의 변화이다. 눈치 안보는 민간이 주도가 되어 분산적 자율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초 연결환경에서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배구조의 변화 없이 첨단 기술만 수용된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 또한 빅브라더의 매트릭스 시대에 불과할 것이다.

일하는 방식도 선별과 집중대신 이질적 요소를 포용하는 협업위주로 바뀌어야 한다. 알파고의 승전전략에서 보았듯이 이제는 복잡한 문제해결을 위해 자체적 역량이 아닌 합종연횡의 팀플레이가 강조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필요한 변화는 시장이 요구하는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공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구비하여야 하는 것이다. 데이터 공개가 만능은 아니지만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면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비추는 빛의 역할을 기대 할 수 있다. 즉, 데이터를 분석해 숨은 폐단을 찾아내고 그에 맞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기득권과 공급자 위주의 경쟁 제한적 규제와 과거 패러다임은 이제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의 흐름을 가로막는 적폐 청산의 도구로서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경우 시장 투명성이 제고되어 각종 난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숨겨진 관계를 다각도로 파악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할 수 있으며, 모두가 참여하는 포용적인 선순환의 생태계 조성도 가능하다.

실제로 빅데이터는 노동시장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노동수급과 관련된 모든 결정요소를 심층 분석하여 가장 효율적인 매칭과 더불어 적합한 근로조건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고용시장에서 수시로 변하는 필요 능력(skillset)을 충족시키기 위한 연수나 훈련프로그램과 연결시켜서 고용 잠재력을 높일 수도 있다.

셋째, 새로운 민간 참여자들의 정당한 활동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개방과 공유, 협업의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이미 영국은 미래의 생태계를 민관이 같이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ODI(Open Data Institute)는 은행이 데이터를 핀테크 업체와 공유할 수 있도록 했고, 이는 PSD2 규제를 통해 시행될 예정이다. 또 영국감독청은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민간과 시장이 주체가 되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을 정부가 도와주는 것이다.

또한 신규업체들에게 새로운 생존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나 데이터 센터와 같은 기본적인 인프라 준비와 각종 법규준수 서비스 등 디지털 시장 진입의 필수적인 요소에 접근할 수 있는 여건도 속히 만들어가야 한다.

넷째, 보안은 철저히 하되 데이터가 원활히 흐르는 데 초점을 맞춰 규제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 허술한 냉탕 온탕식 중첩 규제로 데이터 활용도 안 되고 시장신뢰마저 저하되는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특히, 개인정보보호 규제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럽처럼 PSD2를 통해 은행 데이터를 오픈하기 위해서는 GDPR과 같이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통합된 규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자동차가 시속 100km로 달리려면 엔진기술도 필요하지만 그 속도를 이겨낼 브레이크 기술이 더 중요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빅데이터의 활용은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사회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번 진보정권의 개혁 아젠다(Agenda)와도 잘 부합한다. 빅데이터는 적폐청산의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계속해서 이야기했듯이 빅데이터는 대기업 위주의 수익창출기회가 아니라, 민초를 키우는 길이며, 그들에게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이다. 또한 데이터 활용을 하는 데 있어 그 바탕은 보안, 개인정보보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는 보수의 아젠다가 아닌 진보의 아젠다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 빅데이터 시대로 가기 위한 4대 강령을 제안하고자 한다. 역내차원의 디지털 경제발전을 위한 이니셔티브의 발제, 개인정보보호 및 빅데이터 활용에 관한 특별법 제정, 데이터 관련 정부산하기구의 통폐합 및 민관 합의기구의 설립, 국가인권위원회에 디지털 시민 권리장전에 준하는 보호역할이 강조되어야 한다.

첫째, 우리나라가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역내차원의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통해 패러다임 전환 과정의 가치창출을 주도해야 한다. 변화를 포괄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통합된 법과 규제차원의 준비를 역내차원에서 선도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유로 디지털 단일시장에서 보듯이 우리도 역내 차원에서 블록체인 등 분산형 기술출현을 수용할 수 있는 선진 규제감독의 틀을 국제적 흐름에 맞게 개편하는 방안을 주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법과 규제 적용영역이 커질수록 경제적 효과도 커지기 때문이다.

둘째, 얽혀있는 법규차원의 난맥상을 타개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 및 빅데이터 활용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공공부문 데이터는 우선적으로 개방하도록 하며, 어떤 경우에도 보호되어야 하는 민감 정보를 제외한 데이터들은 비식별화와 차별화된 보안서비스 시장을 통해 각자 책임으로 해결하는 원칙이 요구된다.

셋째, 대통령 직속으로 개방형 빅데이터 기구를 설립하여 데이터 관련 정부산하기구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민관 연구소 클러스터와의 효율적 협업을 이끌어 내야 한다. 칸막이식 조직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지적생태계 구성원 간의 원활한 소통이야말로 신뢰구축의 핵심인 사회적 합의 도출에 필수적 요소다.

넷째, 인공지능의 활용이 보편화 되는 추세를 감안하여 현 국가 인권위원회의 활동에 디지털 재산 및 프라이버시의 보호와 잊혀질 권리의 존중, AI 알고리즘의 윤리적 요소에 관한 심의기능을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고령화로 불가피해질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에 대비하면서 디지털 권력에 대한 공정거래차원의 법적 견제수단도 필요하다.

이상의 제안들이 충족되면서 데이터 흐름이 원활해지게 되면 우리는 전 세계 디지털 시장을 주도할 저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즉, 우리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진경제 진입이 가능한 경제추진력과 다변화된 성장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바야흐로 모두를 이롭게 하는 균형 잡힌 데이터 복지국가의 모습을 갖추어 가게 되는 것이다.

빅데이터는 진정으로 4차 산업 혁명을 이끄는 빛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충분히 갖추어진 역량을 기득권들의 편협한 시각으로 인해 썩히는 현실에서 빨리 탈출해야 모두가 잘사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442호(2017년 8월)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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