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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으로 치닫는 인천공항 임대료 갈등
혈전으로 치닫는 인천공항 임대료 갈등
  • 신성은 선임기자
  • 승인 2018.02.21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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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 사드 갈등해소에도 면세점 반납도 불사 의지

중국의 사드(THAAD)보복 해제에도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둘러싼 갈등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 이젠 옥석이 가려지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면세점 업계는 대부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기업 면세점조차도 폐점 카드까지 내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한화갤러리아의 제주도 면세점 퇴점, 하나 SM면세점의 평택항 면세점 퇴점 등 잇따른 파장에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 2위 롯데면세점마저 인천공항 퇴점 카드를 내밀며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면세점업계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갈등이다.

지난 11월29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1 여객터미널(T1) 입주 면세점 업체들에게 임대료 30% 인하 공문을 발송했다. 이미 지난 11월 9일, T1 면세점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30% 인하안을 제시한 뒤 이를 공식화한 것. 이에 따라 면세점 업체들은 개별적으로 의견서를 제출키로 했다.

우선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임대료 30% 할인 제안은 제2 여객터미널 오픈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제2터미날 오픈은 이미 예정되어 있던 사안으로 굳이 인천국제공사가 이처럼 물러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최근 분위기가 그만큼 초기 강경 일변도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까지 가세하면서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우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8년 1월 18일 제2 여객터미널(T2)를 개장한다. 이에 따른 이용객 감소율은 약 30%정도로 예상된다. 따라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T2 개장에 따라 T1 이용객 감소율 전망치에 따라 임대료 30% 인하안을 제시했다.

반면 면세점 업체들은 30% 인하안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이미 T2 개항이 결정된 2015년께부터 제시됐던 수준이며 최근의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T1 면세점업체 계약은 지난 2014년 진행됐다. 따라서 이들은 이번 임대료 인하는 예정돼 있었던 수순이라고 주장한다. 즉 여객 수요의 30%가량이 T2로 옮겨가는 효과만 반영됐지 사드 보복과 중국인 관광객 급감 등 현안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강변한다. 이들의 주장은 임대료 인하폭이 최소한 40%, 일부는 50%는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더욱 복잡하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인천국제공항공사와의 계약에 따르면 3년차인 2017년 9월1일부터 2018년 8월 31일까지 1년간 약 7,700억원, 4년차와 5년차에는 각각 1조원 규모를 임대료로 지급해야 한다. 향후 지급해야 할 임대료가 3조원에 가깝다. 그런데 국제공항공사의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T2 개장 이후 지불해야 할 임대료는 약 2조원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는 당초 협의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번 공사 측의 임대료 인하안은 T2 오픈을 앞두고 T1 이용객수 감소에 따른 영향분을 감안한 것으로 지난 2015년 3기 면세점 사업자들과 T1 사업 계약을 맺을 당시 특약 조건으로 T2로의 여객 이전 이후 임대료 조정 논의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 면세점 업계는 어려움을 호소하며 공항공사에게 공항 면세점 임대료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인천공항 롯데면세점. 사진=롯데면세점 제공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은 내년 1월 18일 그랜드 오픈한다. 이 곳에는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미국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네덜란드 KLM 4개사가 이동한다. 항공사는 적지만 모두가 굴직하다. 특히 대한항공은 비중이 크다. T2는 연간 약 1800만명의 이용객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T2 개장으로 T1 이용객수는 무려 연간 30% 정도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공사 측도 임대료 인하폭을 30%로 제시했다.

적자폭이 큰 면세점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2분기 롯데면세점의 영업적자는 298억원을 기록했고, 6월에는 롯데면세점의 팀장급 간부사원 40여명이 연봉 10%를 자진 반납했다. 롯데면세점은 T1 임대료를 영업요율로 변경해달라며 공항공사 측과 4차 협상까지 벌인 상태다.

3분기 들어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공)들에 힘입어 실적이 회복하긴 했지만, 아직 중국인 단체 관광객 재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완전한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게 면세점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면세점 업계는 대책마련에 부산하다. 답변 시한도 짧다. 실무 부서들의 현황분석도 보다 치밀해지고 있다.

아무튼 면세점들과 인천국제공항공사와의 의견차는 여전하다.

더욱이 사드 해빙 무드가 강화되고는 있지만 아직 중국인 단체 관광 증가 등 실질적인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면세점들은 추가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8~9월 면세점 매출이 사상최대를 기록하는 등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너무 볼멘소리라는 지적도 있다. 다만 이는 중국 보따리상을 상대로 치열한 할인 마케팅에서 나온 것으로 수익성 측면에서는 실속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점은 공항공사측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공사 측은 제2터미널 개장 전까지는 협상을 끝낸다는 계획이지만 양측의 입장이 이같이 팽팽하게 갈리면서 빠른 협상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그동안 공사와 협상을 벌여온 롯데면세점의 공정거래위원회 불공정거래 신고도 협상 타결에 변수가 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공항공사를 대상으로 공항면세점 임대계약과 관련해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 롯데는 영업환경 변화와 매출감소가 있더라도 재협상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한 특약은 불공정계약이며 전체 사업기간(5년)의 절반이 지나지 않으면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한 점도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롯데가 이같은 입장을 철회하거나 공정위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협상 진행이 어려워진 셈이다.

물론 “경쟁”이 특성인 면세점 업계 특성상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

면세점들이 인천공항공사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거의 일치한다. 그러나 각 면세점마다 상황이 다르다. 매출규모도 다르고 임대료도 다르다. 계약서 내용이 입찰당시 각 면세점들이 제시한 조건을 근거로 했기 때문이다.

임대료 인하 이슈의 발화점 롯데면세점은 임대료 인하가 아니라 영업료율 적용, 즉 매출 기준 수수료로 아예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언뜻 무리한 주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나름 근거가 있다. 현재 제주도 면세점이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더욱이 향후에도 수수료율 근거로 진행될 공산이 적지 않다. 따라서 차제에 임대료라는 무시무시한 제도적 속박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업계 대부분이 이러한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등 정부가 주체인 준공공기관들에게 철저하게 눌려왔던 이들 업체들이 이렇게 과감한 주장을 펼치기 쉽지 않다.

더욱이 인천국제공항 임대료는 롯데가 가장 가슴 아픈 이슈다. 다른 업체들이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롯데는 임대료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이들에겐 이미 예견된 대규모 적자폭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물론 이러한 계약은 당시 매출예상과 경쟁업체들의 입찰금액을 잘못 산정한 롯데면세점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즉 문제가 매우 복잡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드 보복이 부분적으로 해제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중국정부의 공식 발표에서 롯데만 쏙 빠졌다.

롯데는 정부와의 사드 부지 교환으로 피해가 엄청나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과연 롯데가 이러한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관심사다.

일단 T2 개장전 즉 올해말까지 모든 문제를 정리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일정으로 보면 이게 맞다. 그러나 모처럼 업계가 전면전을 벌였는데 이렇게 쉽게 물러설 지 의문이다.

사실 여론도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면세점 업계가 대기업 중심이다. 롯데, 삼성(신라 호텔), 신세계, 현대백화점, 한화 갤러리아, 두산 등. 특히 롯데는 잠실롯데빌딩 불법인허가 논란 등 이명박 전 정권과의 정경유착 이슈가 진행형이다. 이미 형제간 경영권분쟁 문제로 여전히 여론이 좋지 않다. 최근엔 롯데홈쇼핑 인허가 연장 로비건마저 불거졌다. 당연히 박근혜국정농단의 한 축인 점,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 등, 걸린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다른 대기업들도 롯데만큼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이슈로 모두가 여론이 썩 좋지않다. 따라서 “돈이 그렇게 많은데 뭘 봐주냐, 그동안 돈을 많이 벌지 않았냐”는 여론이 커지면 면세점업계는 곤란하다.

다만 김동연 경제부총리겸 재정기획부장관이 사드보복 피해 대책과 관련, 면세점을 우선순위로 놓고 제도개선 TF(위원장 유창조 교수)까지 만들었기에 보다 상황변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더불어 대기업면세점의 입장에선 중소, 중견 면세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는 점이 유리하다. 여론에 민감한데 크게 보면 중소기업들도 유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아무래도 대처능력이 떨어진다. 사드 피해로 적자폭이 너무 커졌다.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물론 이들은 좀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사드 피해 금액은 작을 지 모르겠지만 충격은 더 크다는 것이다. 면세점의 위치와 규모도 다른 대기업 면세사업자와 같은 임대료 인하율은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정부에 대한 눈치를 덜 본다. 큰 강점이다. 이에 당장 소송 등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삼익악기면세점(삼익면세점)이 가장 선도적이다. 지난 9월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임대료 감면 소송을 제기했다. 삼익악기는 지난 2015년 인천공항 면세(DF) 11구역 사업권을 따냈고 미용과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매출 501억원을 올렸는데 매출의 42%인 210억원을 임대료로 공항공사에 납부했다. 적자폭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김포공항 면세점 운영업체 시티플러스도 마찬가지다. 한국공항공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예정이다. 대상이 다를 뿐이다. 운영주체인 한국공항공사가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다. 즉 국제선 터미널 확장과 항공기 증편 계획 등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주 이유다. 게다가 계약 해지와 관련해서도 불공정한 조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미 과도한 임대료와 매출부진으로 사업에서 발을 빼고 싶다는 의지가 적지 않다.

대기업인 롯데면세점도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라는 강수를 뒀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특약으로 임대료 재협상을 막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2018년이 되어서야 계약해지를 통보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물론 다 압박하는 카드다. 롯데면세점은 수차례 협상테이블을 꾸렸다. 진전도 있었다. 그러나 롯데가 원하는 수준이 아니다.

과연 세계최고를 노리는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철수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명분으로만 감내하기엔 적자폭이 너무 크다. 그래서 롯데면세점에선 2018년 초 계약이 해지를 허용하는 순간 바로 계약해지를 통보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445호(2017년 12월)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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