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은행에 예금을 맡긴 가계는 오히려 손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금리가 6년 만에 마이너스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연 1.56%였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2.2%) 이후 최고인 1.9%였으며 예금은행 저축성 수신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는 -0.34%다.
이는 은행에 예·적금을 새로 들었다면 물가 상승분만큼도 이자를 받지 못해 실질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1990년대 중반에는 가중평균 금리가 10%대에 달했기 때문에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고도 예·적금을 들면 5∼6%대 이자율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저축성 수신의 가중평균 금리가 한 자릿수로 떨어지며 실질금리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강화하며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2016년 0%대(0.48%)로 떨어지더니 작년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말았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자 경제주체들은 예금 외에 다른 투자처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예금은행의 총 예금(정기 예·적금, 수시입출식 요구불예금 등)은 1천305조5천584억원으로 1년 전보다 5.2% 늘었으나 총 예금 증가율은 2013년(2.0%) 이후 최저였다.
특히 가계의 총 예금(600조1천115억원)은 3.3% 늘어나는 데 그쳤으며 가계 총 예금 증가율은 2007년(-7.1%)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에다 금리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예금 증가율이 더딘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 시장 호황 등 예·적금 외에 수익률이 높은 다른 투자처로 자금이 흘러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에 돈을 맡기는 사람들은 당장 투자 대상이 마땅하지 않아 잠깐 부동자금 성격으로 맡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때문에 예금하는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