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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중립성 문제 어떻게 될 것인가
망 중립성 문제 어떻게 될 것인가
  • 윤종인 본지 편집기획위원, 백석대 교수
  • 승인 2018.04.15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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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중립성의 원칙은 트랙픽 수와 무관하게 동일요금을 부담한다는 것

커버스토리4 - 4차 산업혁명과 망 중립성

최근에 출판된 로버트 고든(Robert Gordon)의 책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The Rise and Fall of American Growth)’를 보면, 1870~1970년에 이루어진 기술혁신에 비해 1990년대 이후 진행된 ICT의 기술혁신은 그 영향이 훨씬 더 작을 것이라고 말한다. 1970년 이전에는 전기, 전등, 실내 배관, 가전제품, 자동차, 항공, 에어컨, TV 등이 개발되었는데, 이 기술들은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었으며 이로 인한 생산성 성장은 100년간에 걸친 장기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ICT의 영향력이 작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전 세기의 기술혁신에 비해 초라하다고 하더라도 1990년대 이후 진행되어온 ICT의 발달을 무시할 수는 없다. 기술혁신이 빈곤해진 1970년대 이후 ICT는 가장 큰 기술혁신이므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 없이 소중한 기회가 된다. ICT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동안 진행되어온 ICT의 발달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며, 늦어도 10년 후에는 4차 산업혁명으로 평가될 만한 혁신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마도 4차 산업혁명은 ICT의 완성과 함께 전개될 전망이다.

이 글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망 중립성 논의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해 살펴본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망 중립성 문제가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전문가들에 의해 신중하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그러한 흐름은 미국 등 주도 국가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ICT산업의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기를 바랄 뿐이다. 현재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인 만큼 국내외 주요 문헌을 소개하면서 국내에서도 망 중립성 논의의 지평이 점차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망 중립성의 개념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이란 “인터넷에서 전송되는 트래픽이 내용, 유형, 부착된 단말기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인터넷 이용자는 일정한 속도와 정해진 요금의 인터넷서비스에 가입한 후 원하는 단말기를 이용하여 원하는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이용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므로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논쟁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우선 이 개념에서 핵심은 특정 콘텐츠가 다른 콘텐츠에 비해 더 많은 인터넷 트래픽을 초래하더라도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동등한 취급이란 동등한 품질의 네트워크를 동일한 요금으로 이용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조금 도식적으로 말하면,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거나 적은 트래픽을 유발하거나 동일한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망 중립성 원칙이다.

이즈음 되면 망 중립성은 이상한 개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단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닌데, 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이 글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는 셈이다. 먼저 용어와 개념을 정리하고 문제를 바라보는 간결한 관점을 설정하기로 한다.

ICT시장에 3개의 경제주체가 있다고 하자. 첫째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Internet Service Provider: ISP)이고, 둘째는 콘텐츠제공사업자(contents provider: CP)이며, 셋째는 이용자(user)이다. 이제부터 각각 ISP, CP, 이용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우선 ISP는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우리나라의 경우 KT, SK텔레콤, LG텔레콤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CP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우리나라의 경우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CP로는 구글, 페이스북 등이 있다. 끝으로 이용자는 이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ICT시장이란 이들 세 경제주체가 복잡하게 얽힌 곳이다.

이제 망 중립성의 개념을 간단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망 중립성이란 ISP가 CP 또는 이용자에게 차별 없는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망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은 ISP가 CP 또는 이용자에게(주로 CP에게) 차별적인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차별적인 서비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ISP가 (막대한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하는) 특정의 CP에 대해서 빠른 속도의 통신망을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비싼 요금을 부과할 수 있다. 게다가 만약 CP가 비싼 요금을 거절한다면 ISP는 그 CP의 콘텐츠 전송속도를 일반통신망처럼 늦추거나 심지어 차단할 수도 있다.

따라서 망 중립성이란 ‘ISP가 CP의 특정 콘텐츠에 대해 차등요금을 부과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귀착된다. 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 망 중립성 원칙이다. 자명한 이야기이지만 (막대한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하는) CP는 망 중립성을 지지할 것이고 ISP는 이를 반대할 것이다.

ISP의 주장은 이해할 만하다. 특정 CP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동일한 요금을 부담한다면 네트워크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비용은 고스란히 ISP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ISP의 주장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CP도 네트워크 투자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CP의 주장도 이해할 만하다. 만약 ISP가 CP에게 차별적인 서비스와 요금을 요구할 수 있다면 이는 ISP의 시장지배력(market power)을 허용하는 것과 같다. ISP의 시장지배력은 ICT생태계를 해칠 것이며 콘텐츠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다. 그 동안 ICT생태계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암묵적으로 망 중립성이 지켜졌기 때문인데 그것이 깨진다면 ICT의 발전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CP의 주장이다.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2016년 6월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송희경 국회의원, 박경미 국회의원, 신용현 국회의원이 주최한 ‘국회 제4차산업혁명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미래창조과학부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2016년 6월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송희경 국회의원, 박경미 국회의원, 신용현 국회의원이 주최한 ‘국회 제4차산업혁명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미래창조과학부

논쟁의 진행

이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인데, 2005년을 전후하여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FCC)가 망 중립성 원칙을 적용하여 각종 문제에 개입하면서 국가정책차원에서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2005년 Madison River가 Vonage의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 인터넷전화를 말하는데,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보이스톡이 그 예이다) 사업을 제한한 적이 있었다. 이 예에서 Madison River는 ISP이고 Vonage는 CP이다. 이에 대해 FCC는 제한행위를 시정하도록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즉 Madison River가 망 중립성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자 FCC가 망 중립성 원칙을 적용하여 시정조치를 내린 셈이다.

흔히 망 중립성을 적용한 최초의 사례로 인용되는 것은 2008년 대형 사업자인 Comcast에 적용되었던 사건이었다. 즉 Comcast가 P2P를 통한 합법적인 파일공유을 제한한 것이다. 이 예에서 Comcast는 ISP이고 P2P는 CP이다. 이에 대해서도 FCC는 망 중립성 원칙을 적용하여 Comcast의 제한행위를 시정하도록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Comcast가 소송을 제기하였고 2010년에는 Comcast가 승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에 가장 유명한 사례는 Comcast와 Netfix의 계약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Netflix는 VOD(Video on Demand)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CP이고 Comcast는 대형 ISP이다. 그런데 Comcast를 통하여 Netflix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너무 느린 속도에 대하여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Comcast와 Netfix는 수 년에 걸친 협상에 돌입하였고 2014년 Netfix가 Comcast에게 망 이용료를 지불하기로 최종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 계약은 ISP인 Comcast가 CP인 Netflix에게 사용료를 차별적으로 부과한 것으로 망 중립성에 어긋난 사례로 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망 중립성은 암묵적으로 유지되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ISP가 그다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2005년을 전후하여 ISP가 망 중립성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하였고, 이로 인해 망 중립성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체로 망 중립성을 지지하는 편이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대해 비판적인 편이라고 한다. 이에 트럼프는 망 중립성에 대해 비판적인 아지트 파이(Ajit Pai)를 FCC위원장으로 임명하였다.

유럽은 미국에 비해 논의가 늦게 진행되었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유럽의 분위기는 망 중립성에 ‘약간’ 비판적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미국의 CP들이 유럽시장에서도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 사람들은 자국 ISP를 지지하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망 중립성에 소극적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망 중립성 논의가 본격화되자 EU도 이를 무시할 수는 없게 되었고, 망 중립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2년 KT가 삼성 스마트TV를 차단했던 것이다. 당시 KT는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서비스를 5일간 차단했다. 스마트TV가 활성화되면 IPTV 대비 5~15배의 트래픽이 발생하여 일반 이용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 KT의 주장이었다. 이후 논란이 커지고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입하면서 양사는 협의체를 통해 개선책을 찾기로 합의하였다. 이 사건에서 KT는 ISP이고 삼성전자는 CP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가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2011년)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공동으로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2015년)을 제시하여 보다 세부적인 내용까지 다루고 있다. KT와 삼성전자 사건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망 중립성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다루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ISP 반격의 양상

본래 ISP와 CP는 같은 산업생태계에 속한 사업자로서 보완재를 공급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CP가 성장하면 그 덕분에 ISP도 성장한다. 적어도 1990년대에는 그랬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사정이 달라졌는데, 인터넷 트래픽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이로 인해 ISP의 네트워크 투자비용도 급격하게 증가했던 것이다. 따라서 ISP는 트래픽 증가를 초래한 CP가 네트워크 투자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은 데이터 트래픽을 가장 많이 초래하는 CP인데, 2009년 미국 소비자의 데이터이용 중 약 25%를 구글이 차지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구글은 트래픽으로부터 발생한 비용의 0.8%만 부담하였다고 한다. 그러니 ISP로서는 막대한 트래픽을 초래하는 CP에게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시키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ISP의 행동을 설명할 수는 없다. 2000년대 들어 ISP는 CP에게 차별적인 서비스와 요금부과를 시도하고 싶을 뿐만 아니라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1990년대 인터넷 기반의 비즈니스를 주도한 것은 웹브라우징과 이메일이었다. 이 시기에는 CP의 성장이 ISP의 성장을 견인했으며, ISP도 굳이 CP의 비즈니스를 차별할 이유가 없었다. 거기에는 웹브라우징과 이메일이 갖는 특징이 작용했음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웹브라우징과 이메일은 낮은 대역의 통신망을 이용하며, 이용자들은 약간의 지연(delay)을 감수할 수 있다. 따라서 이용자들은 약간의 지연이 발생하더라도 그렇게 큰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또한 웹브라우징과 이메일의 경우 여러 곳으로부터 여러 곳으로 데이터가 이동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따라서 ISP가 특정 CP를 차별하고 싶어도 그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인터넷 트래픽의 주도세력이 바뀌었다. 시스코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웹브라우징과 이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1/16 밖에 되지 않으며, 반면에 비디오 관련 서비스는 거의 2/3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비디오 관련 서비스에는 비디오 다운로드, VoIP, 비디오 톡, 비디오 스트리밍, 멀티 플레이어 게임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이 서비스는 높은 대역의 통신망을 이용하며, 지연이 있을 경우 이용자들은 매우 불편해한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데이터의 흐름이 특정의 CP로부터 다수의 이용자로 이동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따라서 이제 ISP는 특정의 CP를 상대로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데이터 이동의 속도가 낮아지면, 지연으로 인해 이용자가 불편해할 것이고 CP는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ISP는 이러한 대규모의 트래픽을 초래한 CP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러니 ISP는 CP에게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고, CP는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최근의 양상을 보면 ISP는 CP에 대해 이전보다 더 우월해진 협상력(bargaining power)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산업조직론에 의한 설명

ISP가 CP에 대해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사실은 경제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 문제를 다루는 경제학 분야는 산업조직론(Industrial Organization)인데, 이에 대한 연구는 한창 진행 중이다. 여기에서는 하바드경영대학원의 셰인 그린스테인(Shane Greenstein) 교수가 동료와 함께 쓴 “Net Neutrality: A Fast Lane to Understanding the Trade-offs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2016)”를 중심으로 경제학 논의를 소개하기로 한다.

그린스테인 교수는 ISP가 두 가지 가격정책을 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단면가격정책(one-sided pricing)인데, 이는 ISP가 이용자에게만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양면가격정책(two-sided pricing)인데, 이는 ISP가 이용자뿐만 아니라 CP에게도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ISP가 CP에게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으면 양면적 가격정책이고 부과할 수 없으면 단면적 가격정책이다. 따라서 망 중립성 지지자들은 단면적 가격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고, 망 중립성 반대자들은 양면가격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그린스테인 교수는 망 중립성 문제를 디양한 이슈에 걸쳐 분석한다. 즉 ISP가 단면적 가격정책을 선택하는가 아니면 양면적 가격정책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이용자의 후생이 달라지는가를 살펴본 것이다. 물론 가장 간단한 모형에 따르면 단면적 가격정책이든 양면적 가격정책이든 이용자의 후생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단면적 가격정책에서는 ISP가 이용자에게만 사용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양면적 가격정책에서는 ISP가 이용자와 CP 모두에게 사용료를 부과한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ISP가 이용자와 CP에게 부과하는 사용료의 합은 전자의 경우 ISP가 이용자에게만 부과하는 사용료와 같다는 것이다. 결국 이용자가 부담하는 사용료가 같으므로 이용자의 후생은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용자의 관점에서 볼 때, 망 중립성은 하거나 말거나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이건 간단한 모형에서 얻은 결론이다. 현실의 복잡한 사정을 모두 도입하여 보다 복잡하지만 현실에 가까운 모형을 만들면, 안타깝게도 결론은 매우 모호해진다. 물론 그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문제 자체가 복잡한 탓도 있지만 아직까지 충분한 경험적 사실이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예상만 할 뿐 정답을 말할 수는 없다. 그린스테인교수의 말을 빌리면 “단호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까지 경험적 사실의 축적이 부족하다.”

4차 산업혁명이 미치는 영향

전문가들도 지금 당장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지는 않는 듯하다. 하지만 10년 후에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그 폭과 깊이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4차 산업혁명이 망 중립성 논의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서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보고서인 김창완, 정진한의 “4차 산업혁명시대의 망 중립성 이슈”를 소개하면서 4차 산업혁명과 망 중립성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첫째 인터넷 트래픽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동영상 콘텐츠로 인해 인터넷 트래픽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예를 들어 국내 모바일 트래픽은 2012년 1월 23,566TB에서 2016년말 254,639TB로 10배 이상 증가했는데, 그 중에서 동영상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56.1%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트래픽 증가는 한층 더 가속화될 것이다. 즉 지능정보형 콘텐츠와 빅데이터, AR/VR기술 등을 이용한 대용량 콘텐츠는 트래픽의 대폭 증가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Ericsson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까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제외한 약 176억 개의 사물인터넷(IoT) 기기가 연결될 것이라고 하니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영향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렇듯 인터넷 트래픽이 급증한다면, 망의 혼잡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ISP는 투자비용 증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는 망 중립성 반대론자들의 가장 중요한 논거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 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트래픽의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이 발달하였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LTE, CA(Carrier Aggregation : 2개 이상의 주파수 대역을 하나로 묶어서 하나의 넓은 주파수처럼 사용하는 것으로서 LTE 통신 속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 등 기술인데, 이로 인해 무선트래픽의 혼잡이 발생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나 4차 산업혁명의 핵심요소 중 하나인 5G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전송기술도 한층 더 발전한다면 망 혼잡의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말한다.

둘째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국내 통신시장이 성장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통신서비스시장은 성숙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많다. 성장이 둔화된 상황이므로 CP도 네트워크 투자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국내 ISP의 주장이다. 실제로 2009~2015년 유선, 초고속, 이동통신 등 주요 기간통신서비스시장 연평균성장률은 매출액 기준으로 0.6%에 그치고 있다. 또한 2016년 말 초고속인터넷의 보급률은 가구 기준으로 106.6%, 이동전화의 보급률은 인구 대비로 119.6%나 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ISP의 성장을 촉진할 수도 있다. 각종 지능형 서비스와 사물인터넷, 커넥티드 카 등 지능형 콘텐츠서비스의 등장은 통신서비스시장에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은 ISP에게 유리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굳이 망 중립성을 반대해야 할 이유는 크지 않을 것이다.

셋째 대형 플랫폼사업자의 역할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 북 등의 플랫폼사업자는 날로 대형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2015년 기준 전 세계 인터넷 가치사슬에서 이들 플랫폼사업자의 매출은 약 47%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CP에 속하는 이들 플랫폼사업자들도 네트워크 투자를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이들의 영향력과 매출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왜냐하면 대형 플랫폼사업자야말로 빅데이터 분석능력, AI 등 중요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 지능정보형 서비스부문에서 앞서갈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글, 애플, 아마존은 자신이 보유한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AI, 로봇, 드론 등을 활용하는 지능 정보형 사업에서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도 네트워크 투자비용을 분담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인터넷 트래픽의 급격한 증가와 이에 대응하는 기술의 발달 중 어느 것이 더 큰 효과를 지닐까? 4차 산업혁명은 ISP에게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것인가? 날로 대형화되고 있는 프랫폼 사업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직까지는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망 중립성에 대한 ISP의 반격이 얼마나 강할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현재로서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고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할 필요성을 깨닫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은 결정하기보다 연구할 때이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 따라 망 중립성 논쟁은 새로운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전에 논의되었던 요인들만 고려하더라도 산업조직론 연구자들이 보기에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게다가 새로운 요인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한층 더 복잡해질 것이다. 따라서 망 중립성 문제는 더 많은 요인들이 더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로 간주되어야 마땅하다.

목표는 ICT 생계태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서 이용자들의 후생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흔히 ICT 생태계는 CPND(Contents, Platform, Network, Device)구조를 가진다고 말한다. 즉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와 이에 더하여 단말기를 포함하는 구성요소를 지니는 방대한 시장이다. 따라서 망 중립성 문제는 ICT 생태계를 이루는 각 구성요소들에게 합리적인 유인(incentive)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적절한 원칙이란 각 구성요소들에게 합리적인 유인을 제공할 것이고 이를 통하여 ICT생태계의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망 중립성을 대체로 지지하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은 이와 관련된 입법조치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린스테인 교수의 말처럼 지금은 단호한 판단을 내리기에 적절한 시점이 아닐지도 모른다. 성급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더 많은 경험적 사실이 축적되고 이를 기초로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진 다음에 판단해도 좋을 듯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ICT 생태계를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이를 통하여 4차 산업혁명의 과실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ICT이야말로 향후 경제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기회이니만큼 이를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442호(2017년 8월)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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